바다 오가와 요코 컬렉션
오가와 요코 지음, 권영주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작가 ‘오가와 요코’하면 단연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란 작품이 떠오른다. 작품의 내용이야 이미 가물가물한 점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기발한 이야기에 따뜻했던 느낌은 여전히 생생하다. 그렇기에 작가에 대한 기대로 <바다>라는 작품도 손쉽게 선택할 수 있었다. 책장을 마지막으로 덮은 후의 감상은 한 마디로 ‘잔잔하고 평온했다’라고 할 수 있다.

 

<바다>의 표지에서도 기묘함과 함께 평온하고 따스한 느낌이 전해지는데, 글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여지없이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오가와 요코’의 단편집, <바다>는 7개의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책제목과 같은 첫 번째 이야기 『바다』는 무척이나 낯선 이야기였다. 기존 일본소설에 대한 나만의 이미지 속에 조금은 진중하고 난해한 느낌이 들었다. 학교 선생님인 두 남녀, 결혼을 하려고 여자의 집으로 인사를 간 상황인데 가족의 분위기는 뭔가 어수선하고 조금은 어긋나 있는 뭔가 비밀을 간직한 듯한데, 난데없이 ‘꼬마 동생’의 이야기가 예상 밖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이상한 분위기에 침체되기보다는 왠지 모르게 평온이 깃들어있어 당황했다.

『향기로운 바람 부는 빈 여행 6일』은 이야기는 ‘만약’이라는 나의 경우로 상황을 비추면 가히 황당하다고 할 수 있었다. 빈으로의 여행, 우연히 같은 방에 묶게 된 60대 중반의 미망인 ‘고토코’씨와의 동행(?)으로 계획이 완전히 뒤죽박죽이 되어버린다. 죽음을 앞둔 옛 연인, 수 십 년만의 재회라는 상황에 ‘죽음’을 지켜보는 상황의 블랙코미디가 또한 황당하면서도, ‘죽음’을 무척 재치 있게 다루고 있었다.

『은색 코바늘』은 우연히 마주한 노부인의 뜨개질하는 모습을 통해 할머니를 추억하게 되는 이야기, 40년간 버스만 운전한 한 남자의 『깡통 사탕』이야기는 아주 짧지만, 더없이 따뜻하고 훈훈하여, 깊은 여운에 더없이 행복해진다.

그 외에도 새내기 어느 직원과 활자 관리인과의 교류를 다룬『버터플라이 일본어 타이프 사무소』, 말을 잃어버린 한 꼬마와 도어맨의 소통을 다룬 『병아리 트럭』과 추억에 제목을 지어주는 ‘제목 상점’을 운영한다는 어느 노인과 한 소년의 이야기인 『가이드』역시 흥미로웠다. 고독하고 쓸쓸한 인물과 나이를 초월하여 서로 마음을 열고 소통하는 과정, 그 속의 우정과 인간적 따스함이 잔잔하게 가슴 속에 스며들었다. 현대인의 고독과 소통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까?

 

전체적으로 잔잔하게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였다. 기묘한 분위기 속에서 고요하고 평온한 이야기가 손끝으로 전해져 왠지 모르게 마음이 착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천천히 여유롭게 음미하며 이야기 속에 빠져들었다. 나 역시 찬찬히, 그리고 스스럼없이 그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고 마음을 나누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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