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공주
한소진 지음 / 해냄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정의공주? 누구지? 정말 너무도 낯선 존재였다. 그런데 세종대왕의 둘째딸이란다. ‘훈민정음 창제 뒤에 감춰진 한 송이 꽃’이라는 부제로 호기심이 봄 새싹처럼 마구마구 피어올랐다. 과연 어떤 존재일까? 과연 훈민정음 창제에 어떤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인지 직접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온몸이 들썩거렸다.

 

<선덕여왕>으로 만났던 저자 ‘한소진’, 우리 역사 속 뛰어난 ‘여성’ 인물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불러 넣으며 끊임없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던 작가로 기억한다. 그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목소리에도 다시 한 번 귀를 기울이고 싶었다.

저자는 말한다. ‘큰 글’이란 뜻의 한글이 왜 ‘암클’이라면 멸시, 홀대를 받아야 했을까? 그에 대한 의문은 ‘정의공주’라는 인물에 주목하게 된 열쇠였다고. 유교 사회에서 한 여성이 나라의 미래를 결정하는 커다란 성과를 이룩하였다는 것에 대한 방증일 것이라며 이야기는 여기에서부터 시작하였다.

 

또한, 최근 이정명의 <뿌리 깊은 나무>(밀리언하우스)가 드라마로 제작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벌써부터 기대되고 설레는 이유는 바로 한글창제를 둘러싼 미스터리를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아무런 정보 없이 읽다가 화들짝 놀랐다. 그저 세종대왕의 위대한 업적으로만 학습하듯 기억했지 한글의 우수성에 크게 스스로 공감하지 못했던 점이 있었다. 흐릿해진 기억에 다시금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한글창제’와 관련한 이야기는 끊임없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물론, '김다은‘의 <훈민정음의 비밀>(부제, 세자빈 봉씨 살인사건, 생각의 나무)은 2008년에 한글날 즈음에서 발간된 책을 역시 만난 적이 있다. 세자빈 봉씨 살인사건이란 부제와 훈민정음이 비밀이란 코드는 절묘한 구성으로 정신없이 읽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렇게 또 다른 ‘한글창제’의 숨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기를, 작가들의 상상력에 기대어 끊임없이 한글의 우수성과 가치를 몸으로 체득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는.

그렇게 또다시 한글창제 속 숨겨진 이야기를 만났다.




‘정의공주’라는 새로운 역사 속 인물을 만났다. 여성의 시각에서 유교라는 틀에 갇힌 한 나라의 공주의 삶을 엿보았다. 공주 이전에 여자였기에 애증과 고뇌하였고, 한 나라의 공주로써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했던 어진 사람이었다. 역사 속에서 공주를 주인공으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렇기에 더 강렬하게 매료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여성의 삶을 오롯하게 표현하는 작가의 숨은 내공이 빛을 발하면서 정의공주가 더욱 생생하게 살아나는 듯하다. 최근 세종대왕의 이야기를 많이 접하면서도 그 역사적 사건, 연결고리를 많이 놓치고 있었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달았다. ‘역사’ 속에 감춰진 수많은 이야기가 시각에 따라 얼마나 새롭게 재창조될 수 있는지 새삼 놀랐다.

 

세종대왕을 비롯한 세자 향, 그리고 정의공주에 수양, 안평대군에 이르기까지 가족이 한 마음이 되어 비밀리에 한글을 창제하고, 백성들 속에 명맥을 유지해왔던 ‘가림토 문자’의 복원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역사의 이면에 감춰진 많은 이야기에 우리는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 한글 창제의 우여곡절, 그 힘겨운 과정을 함께 하다 보니, 한글에 대한 마음자세가 또한 달라진다. 무의식적으로, 무관심 속에서 한글이 얼마나 오염되는지, 우리 스스로 한글을 하찮게 여기며 옛 선인들이 중화사상에 함몰되었든 우리는 또 다른 이름의 굴레에 갇혀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해보게 된다.




그 외에도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그 핵심을 바로 우리 것, 우리 문화, 우리의 정신에 과한 것이었다. 우리 스스로 ‘우리’라는 정체성을 홀대하고 벗어던지기 바쁜 것은 아닌지 스스로 되묻게 되는 성찰의 시간이 될 것이다.

다시금 한글에 대한 사랑이 꽃을 피우려 움트려고 한다. 그 창연한 빛이 오래도록 우리 가슴 속에서 삶의 뿌리이자 희망, 열매가 되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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