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 그들이 왔다 - 조선 병탄 시나리오의 일본인, 누구인가?
이상각 지음 / 효형출판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1910년, 그들이 왔다! 그들? 제목을 보자마자 '그들'의 실체를 직접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우리에게 뼈아픈 상처를 남긴 그들은 과연 누구인지, 돌아보고 싶지 않은 상처이지만, 그럴수록 더욱 돌아봐야 하는 것이 우리의 책무이자 사명이기에 정면승부를 하듯 책을 펼쳐본다.

진정 ‘우리는 그들에 대해 알고 있는가?’는 역사를 공부할수록 되묻게 되는 질문 중에 하나이다. 역사의 순환 고리 속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숙명과도 같은 한일관계를 생각할 때 가까고도 먼 나라 일본을 파헤치고 싶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경술국치 100년의 바로 오늘, 오백년 역사의 조선을 짓밟아 뭉개버린 그들, 치밀한 시나리오를 준비했던 일본인과 대면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의무일 것이다.

 

<1910년, 그들이 왔다> 이 책은 바로 한일합방, 일제강점의 주역인 ‘그들’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의 근대화에 앞장서며 정한을 꿈꾸었던 ‘메이지 무쓰히토, 요시다 쇼인, 사이고 다카모리, 니토베 이나조, 야마가타 아리토모‘과 식민 침략의 선두에 섰던 ’이토 히로부미‘를 비롯하여 학계 정계를 아우르며 침략의 열을 토했던 ’이노우에 가오루, 우치다 료헤이, 데라우치 마사타케, 하세가와 요시미치, 고이소 구니아키, 오카쿠라 텐신, 후쿠자와 유키치, 사이토 마코토, 미나미 지로, 쇼와 히로히토’를 만나게 된다. 또한 ‘진정 그들은 한국을 사랑했을가?’란 의문으로 시작하는 마지막 장에선 ‘야나기 무네요시, 우치무라 간조, 가네코 후미코, 후세 다쓰지, 아사카와 다쿠미’를 만날 수 있었다.

 

어린 시절 독립기념관을 갔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뭣 모르고 재잘거리며 관람했던 기억과 함께 ‘고문’ 현장에서 어린 마음에 무서움과 두려움에 눈을 질끈 감았던 기억, 결국에 울음을 터트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데 여전히 우리는 그 아픈 상처에 눈을 감고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가 돌아보게 된다. 우리에게 철천지원수같은 그들은 여전히 그들의 땅에서 숭앙의 대상이 아닌가? 되새기고 싶지 않은 상흔에 대한 집단적 트라우마에 갇혀 단순히 반일감정에 열을 올리는 것에 그치지 말고, 당당히 역사를 직시해야 한다. 그 실체적 진실과 이면에 감춰진 진실까지 샅샅이 알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또 다른 치욕의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며, 상처를 딛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을 만났다. 그리고 또한 우리의 선현들을 만났다. 때론 이데올로기, 여전히 잔재하는 식민사관 등으로 왜곡되고, 숨어있던 투사와 수많은 옛 사람들의 희생과 투지가 피부로 와 닿으며 그 숭고함에 전율하며 눈시울을 붉힌다. 때론 물밀 듯 밀려드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의연해지고 싶었다. 왜 우리가 그들을 실체를 알고 기억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역사 교육의 중요성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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