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익문사 1 - 대한제국 첩보기관
강동수 지음 / 실천문학사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대한제국 첩보기관 '제국익문사'란 생소한 기관과 그 요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책 소개와 ‘현해탄에 잠긴 대한제국 첩보원의 고백’이란 띠지의 문구가 엉덩이를 들썩이게 하였다. 역사소설을 즐겨 있는 내게 낯선 역사는 그 어떤 이야기보다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과연 ‘제국익문사’의 실체를 직접 확인하고 싶다는 강한 열망에 책을 손에 쥐었다.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정보, 첩보‘같은 이야기에 더욱 솔깃한 면도 있다. 앞으로 천안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벌일 치열한 외교적 사투가 책 속에 투영되리라 기대하였다. 특히 오늘의 안보를 둘러싼 진보와 보수간 갈등은 구한말 수구당과 개화당 간 갈등의 연장선에 놓인 듯한 느낌에 더욱 흥미진진하였다.

 

구한말 긴박했던 국제정세의 흐름 속에서 부단했던 옛사람들의 간절함과 처절함을 느끼며 책 속에 빠져들었다. 어떤 간절함은 또한 지금 우리들의 바람과도 같기에, 망국의 기로의 무기력한 상황 들 속 가냘픈 몸부림에도 투지, 열의가 전해져, 백 년이라는 시간의 흐름이 무색해질 정도로 이야기는 뜨겁고 넘치는 에너지로 가득하였다.

 

을미사변에 가담했던 친일파, 국적 ‘우범선’의 회고록을 통해 액자소설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은 흥미진진하였다. 특히 전혀 다른 삶을 그려내면서 혼란에 빠져들지만, 그 혼란을 이내 더한 호기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었다.

 

역사적 사실과 실존 인물들 사이사이 ‘이인경’과 ‘장동화’ 그 외 첩보요원들의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듯한 긴장감을 만끽할 수 있었다. 황후의 시해 후 사라진 돈의 행방을 찾아 나선 요원은 과연 자신의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지, 그리고 오쿠마 암살 의 전모에 대한 궁금증, 얽히고 설킨 관계들, 아비와 아들의 다른 행보가 흥미를 더했다. 

 

역사적 사실과 허구 사이의 팽팽한 줄다리기, 그리고 역사소설 속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냉정함을 유지하고 싶었다. 하지만 요원의 갈등과 고뇌에 동화되고 추리소설의 매력에 빠져들고 책 속에 펼쳐지는 백 년 전의 풍경과 분위기에 흠뻑 젖었다.

 

<제국익문사>는 기존의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을 과감하게 비틀며 백 년의 시간을 파고들었다. 망국이라는 변하지 않는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대한제국 첩보기관 ‘제국익문사’와 첩보원들의 활약을 기대하며, 무한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펼쳐 고공비행의 스릴을 만끽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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