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숙빈의 조선사 - 왕을 지켜낸 어머니 최숙빈, 그녀를 둘러싼 여섯 남녀의 이야기
이윤우 지음 / 가람기획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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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말머리에 묻고 있다. ‘숙빈 최씨’의 이름을 들으면 무슨 생각이 떠오르는지? 글쎄 나는 단연 ‘영조’다. ‘영조의 어머니’로서 ‘숙빈 최씨’를 기억한다. 즉 영조의 신분 콤플렉스로 인한 그간의 행적을 뜨문뜨문 들어 안다면 알고 모른다면 모르는 상황이니, 절로 호기심을 갖게 된다. ‘영조’를 이해하기 위해선 그의 모친의 행적이 알아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할까?

 

최근 드라마 ‘동이’로 ‘숙빈 최씨’가 재조명(그래서 그녀의 이름이 ‘동이’라는 새로운 사실이 알려졌지만, 드라마를 보지 않아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알지 못해, 사전지식이란 것이 ‘무수리’였던 영조의 어머니 정도다.) 되고 있지만, 그에 대해 기록되어 전해지는 것이 거의 전무한 실정을 전제해야 할 것이다. <최숙빈의 조선사>의 저자 ‘이윤우’도 밝히고 있는바. 그렀다면 <최숙빈의 조선사>는 어떻게 숙빈을 통해 조선을 바라보고자 했던 것일까? 이에 대한 의문은 책표지에 밝히고 있다. 즉, 숙빈을 둘러싼 ‘여섯 남녀(숙종, 김석주, 장희빈, 인현왕후, 송시열, 영조)의 이야기’를 통해 최숙빈을 '엿보고' 있다.

 

다섯 가지의 소제목으로 엮은 ‘숙빈 최씨, 다른 사람’으로 여섯 번째로 이야기는 전개되지만, 온전히 숙빈의 이야기는 아니다. 왕의 어머니이자, 권력 암투의 장에서 오롯이 자신의 천수를 살아낸 듯하지만, 여전히 ‘참으로 알 수 없는 인물’인 듯하다. 숙종, 장희빈, 인현왕후의 그늘에 철저히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한 듯, 철저히 베일에 싸인 인물인 듯하다. 영조를 통해 추억되는 어머니이지만, 왕 스스로조차 ‘신분’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었던 상황이니, 조선의 슬픔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정치적 혼란 속에서도 스스로 몸을 낮춰 ‘근신하고 조심’했던 숙빈, 그렇기에 영조를 지킬 수 있었다는 저자의 이야기가 뇌리에 각인되었다. 불확실한 미래, 암담한 현실인 듯 보이는 오늘도, 스스로를 경계하며, 주변의 상황, 변화의 흐름을 인지하며 인내하며, 끝내 자신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교훈을 삼는 것으로 족할 듯하다.

 

다소 <최숙빈의 조선사>란 제목에 걸맞는 이야기에서 벗어난 듯 보이지만, ‘숙빈’을 소재로 소설을 쓴 것도 아니니, 기록상의 한계를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그러면서, ‘숙종’과 ‘영조’ 아니 더나아가 인조, 효종, 현종, 숙종에 이르는 조선 후기의 흐름을 잡았다고 할까? 효종과 현종의 시대, 왕권이 곧두박질치고, 신권(특히, 서인의 힘)이 막강했던 상황에서, 변덕쟁이 ‘숙종’의 이미지는 사라진다. 지난 아버지대를 거울삼아, 스스로 일어서고자 했던, 그래서 굳건한 왕권의 기반을 다졌던 ‘숙종’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환국’의 정치적 의도, 흐름을 읽으면서, ‘장희빈’을 새롭게 보게 된다. 드라마 속 ‘장희빈’의 이미지는 너무도 상투적일 것이다. 그런 모습에 의문을 품고 또다른 정치적 의도(음조>를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조선의 역사를 뒤돌아보면, ‘정치’에 대한 환멸을 느끼게 된다. 붕당의 부정적인 면이 커질수록 오늘의 정치와 다른 봐 없다는 것, 그리고 그것인 인간의 한계가 아닌가 적잖이 씁쓸해진다. 다만 <최숙빈의 조선사>를 통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켰던 ‘숙빈’의 모습이 도드라진다. 그리고 나 자신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과연 나는 나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역사의 단편적인 지식들의 한계를 느끼면서, 호기심을 갖고 조선으로 역사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숙빈 최씨’를 매개로 미쳐 보지 못했던 역사의 숨은그림들을 찾아, 차곡차곡 역사의 틈을 메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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