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혁명 - 시대를 앞서간 천재 허균의 조선개혁 프로젝트
정경옥 지음 / 여우볕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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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하면 '홍길동전', '홍길동전'하면 '허균'을 떠올리게 되지만, 이는 교과서 속 수학공식처럼, 전형화된 지식같은 것이었다. 그러다 최근에 허균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의 삶 전체가 너무도 격정적이면서, 처연하게 다가왔다. 그러면서, 왠지 모를 연정같은 것을 품게되었을까? 조금씩 '허균'의 이야기에 호기심이 일었다. <한국사 傳 5 - 혁명을 꿈꿨던 자유주의자> 속, 시대를 앞서간 혁명가요, 자유주의자며, 조선의 이단아인 허균을 알게 되었고, 그의 비참했던 최후가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았다. 또한 <조선 정치의 꽃 정쟁>에선, 자신의 신념, 사상을 너무도 쉽게 입에 담으면서, 역적으로 몰리는 상황이 그지없이 안타까워 마음이 스산하던 중에, <슬픈 혁명>을 만났다. '허균'의 이야기를 담은 역사소설이니, 눈이 번쩍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

 

이야기는 '균'이 스무살이 되던 해부터 시작한다. 형(허봉)의 부름을 받고 금강산으로 찾아가지만, 형의 죽음이 기다리고 있었고, 손곡 스승과 함께 찾아가 누이(허초희)를 만나 돌아왔지만, '한'스러움 그 자체였던 그녀는 부고를 듣게된다. 잇다른 동기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그는, 기방 출입이 잦아지던 중에, 추월이를 만나, 마음을 씻는 듯 하더니, 불길한 꿈을 꾸게 된다. 그리고 벼슬길에 오르지만, 끊임없는 비방과 탄핵 속에 작은 고을에 부임하게 된다. 그곳에서 어느 사건을 올곧게 처리하려다 되려, 죽음의 위협에 처하고, 우연히 '비'와 만나게 된다. 계축옥사로 인해 의기투합했던 친구들을 잃고, 혁명을 준비하게 되는 과정이 박진감있게 전개된다.

 

소설 <슬픈 혁명>은 허균의 조선개혁 프로젝트를 한 눈에 보면서, 그가 꿈꿨던 세상을 향한 그의 진념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미 그의 좌절된 꿈임을 알기에, 말그대로 슬프디 슬픈 혁명이었다. 하지만 슬픔에 그친다면, 일부러 시간을 내어 <슬픈 혁명>을 손에 쥘 필요는 없을 것이다. 책은 '균'이 지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듯, 균 자신이 서술자이지만, 자신을 대변하기에 급급하지 않다. 감정 중심으로 동화되기 보다는 시종일관 차분하고, 담담한 어조다. 솔직히, 이런 점이 내심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혁명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주류에 휩쓸리며, 역사에 오점 또한 남겼다는 점에서 무한히 긍정하며, 감정에 치우치는 오류에서 벗어나, '허균'의 삶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여전히 그에 대한 상반된 평가가 내려지고 있는 점도 무시할 수 없기에, 단순히 소설 속 허구의 인물에 머물지 않고, 역사 속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인물로 더욱 부각되었다.

 

허균은 기득권에 반하며, 자신의 꿈을 향해, 부단히 노력하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삶을 살았다. '자유스러움' 그 자체에 충실하면서도, 타인과 진정으로 교류했던 '허균'을 만나다 보니, 나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인다는 것이 여전히 난제 중에 난제이기에, 허균의 삶 그 자체가 하나의 모범답안인듯, 가슴을 요동치게 한다. 또다른 허균과의 만남이 더욱 기대되고 설렌다. 하루 빨리, <허균, 최후의 19일, 김탁환><허균, 길에서 살며 사랑하다 죽다, 김용관>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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