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다 우울한 밤에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우울한 밤이라는 단어들이 갖는 상징이 무엇일까? 제목만으로는 글쎄~ 그다지 호감가는 책이 아닐지 모른다. 나는 그렇다. 요즘 우울이란 단어는 너무도 부정적이고 때로는 극단적이기까지 하다. 그런데 그만큼 내 삶 가까이에 자리하고 있는 것을 부인할 수도 없다. 그런데 모든 게 다 우울한 밤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아니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깊은 밤에 쓴 편지는 다음 날 아침 이내 부치지 못하는 편지가 되기 일쑤였던 기억을 떠올리며, 책 속 이야기를 상상해보았다. 또 역시 어긋났다. 깊은 밤 그것도 우울한 밤, 열여덟살의 살인범과 교도관의 이야기가 있다.

 

200쪽 분량의 소설 속엔 너무도 많은 사건들이 나열되는 듯 보였다. 전개에 앞서 새를 잡아먹는 뱀과 그 뱀을 잡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는 '나'가 등장한다. 이 무슨 소리인가? 소설의 포문을 열기에는 너무도 난해하지 않는가?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었다. 소설을 끝까지 읽고-아주 잠깐이다- 작품해설을 참고하니, 그 의미들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듯하다.

새를 잡아먹은 뱀은 진정한 악인 것일까? 악이기에 사람들에 의해 난도질당해도 당연한 일인 것일까? 사형제도에 대한 작가의 의도를 다소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크게 '나'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나의 기억과 일상을 만나면서 부부살해범인 열여덟살의 '야마이'와 나의 상사 주임과 나의 자살한 친구 '마시타' 그리고 강간범 '사쿠마'가 등장한다.

 

몇 개 밖에 되지 않는 퍼즐을 푸는 것이 다소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그것은 이 책에 대한 거부감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거부감은 바로 전체적인 분위기(제목이며, 표지에서도 느껴진다)가 너무도 우울하다 못해 음산하다는 것이다. 살인과 살인미수, 강간과 같은 극한적인 범죄의 연속, 자살, 불안과 서로 상처주는 사람들의 이야기, 소통을 거부하는 사람들 그리고 사형제도로 대표되는 사회제도가 가진 모순 등은 이 책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계속 읽어야 하는 것인지 의문스러웠다. 그런데 나의 보육원 시절의 그(보육원 원장)의 이야기가 등장하면서 이 책의 가치가 비로소 부각되었다.

'자살과 범죄는, 이 세상에 지는 거라고!" 라고 외치는 그는 불안과 좌절로 얼룩진 지금의 우리들에게 희망과 삶에 대한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 ...... 아메바와 너를 이어주는 수십억 년 세월의 끈, 그 사이에는 무수한 생물과 인간이 있어. 어딘가에서 그 끈이 끊겼다면, 뭔가 일이 터져서 그 연속이 끊겨다면, 지금의 너는 없어....... "

" 현재라는 건 어떤 과거도 다 이겨버리는 거야. 그 아메바와 너를 잇는 무수한 생물의 연속은, 그 시십억 년의 끈이라는 엄청난 기적의 연속은, 알겠냐, 모조리 바로 지금의 너를 위해 있었단 말이야." (156-157쪽)

 

인상적인 것은 사형제도에 대한 주임의 이야기다. 교도관인 나와 그의 상사 '주임'의 대화는 '사형제도'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책을 통해 확인하시라~)를 툭 던져 주었다. 그런데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이라 흥미로웠다. 그것은 사회제도가 갖는 모순과 직결되는 면이기도 하였다. 또한 항소를 거부하던 '야마이'가 나를 통해 마음이 변하면서 나에게 보낸 편지도 인상적이었다. 또한 절망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는 수단으로써 예술(음악, 소설, 그림 등등)을 이야기하는 것도 기억에 남는다.

 

"자신의 취향이나 좁은 선입견으로 작품을 간단히 판단하지 마라." 그 사람은 곧잘 내게 말했다. "자신의 선입견에 따라 이야기를 묶어버리는 게 아니라 자신의 선입견을 이야기를 활용해 넓혀가려고 노력하는 게 좋아. 그렇지 않으면 너의 틀은 넓어지지 않아." (160쪽)

 

"자신 이외의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을 접해보고 너희 스스로도 생각해봐." "생각하는 것으로 인간은 어떻게든 될 수 있어. 이 세상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해도 인간은 그 의미를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거야."

 

사형제도의 찬반입장, 그리고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극악한 범죄 등등에 대한 이야기를 지나치고 싶다. 다만, 삶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아니 그의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레 체득하였다. 

 

얼마전에 어머니가 내게 물었다. "너는 니가 명품이라 생각해? 짝퉁이라 생각해?"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연히 "명품이지"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왜?"라며 되물으셨을 때, 나는 더욱 당황하며 머뭇거렸다.

 

나 역시 되물어본다. "당신은 명품인가요? 아니면 짝퉁인가요? 그에 대한 답과 이유에 대해 <모든 게 다 우울한 밤에>라는 책이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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