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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정세랑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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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작가님이 첫 여행 에세이집을 낸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너무 반가웠다.

애초에 나에겐 독서와 가까워질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 여행기이고 에세이였는데,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되면 글쓴이와 내적으로 조금더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때문에 이 에세이를 읽음으로써 멀찍한 거리에서나마 작가님과 조금 더 친해질수 있을거라 기대했다.


제목부터가 너무나 작가님과 닮은 것 같은 그런 무드를 갖고 있다. 어쩐지 어떤 이웃 나라로 떠난 것이 아니라, 지구촌 어디 어느구역으로 간 듯한 제목이고, 언제나 지구의 모든 생명들에게 다정한 인사를 건네는 작가님이기에 국가간 경계선이 무슨 소용일까 싶었다.

때때로 작가님의 그런 다정하고 무해한 사랑에 놀라우면서 신기하기도 했다. 어쩌면 저렇게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를 가지고, 그런 마음을 아낌없이 나누어줄 수 있을까, 역시 어떤 인물들은 그렇게 타고 나는게 아닐까? 하고.


이런 내 궁금증은 책의 초반부를 읽으며 조금은 해소가 되었다. 주변의 당연한 모든 것들, 일상이라던가 건강이라던가 혹은 숨 쉴 수 있는 공기까지도 전혀 당연한게 아니라는걸 일찍부터 알고 살아온 사람에게 세상은 얼마나 경이로운 것인지.


‘어둡고 죽어있는 우주에서 기적 같은 지구에 산다는 것이 신기해,

냉소와 절망에 빠졌다가도 빨리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p.017




책에 실린 작가님의 여행들은 모두 누군가의 제안으로부터 시작했다. 여행을 즐겨하지 않았던 것에 비하면 모든 여행이 아주 알차고 부지런하다. 주어진 시간에는 역시 최선을 다하는게 아닐지.

결국에 여행기라는 건, 어느 때에 어느 장소를 여행한건지 보다도, 그 당시 그 장소에서 글쓴이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여행의 경험에 기대어 본인의 이야기를 나누는 용기 같은게 아닌가 싶다.

일상으로부터 살짝 빗겨난 틈에 서있는 채로 바라다보이는, 약간은 다른 차원의 세상. 그리고 그때 한 글쓴이의 생각들. 그런 생각들을 듣고 있자면 나도 그 곳으로 냉큼 달려가고 싶어져버리는 것이다.





책 속에서 기록하고 싶었던 문구들을 모아보았다.


‘경이를 경이로 인식할 수만 있어도 아무렇지 않은 것들이 특별해질 것이다.’

p.075


‘직접 감각하고서야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예민한 몸을 끌고 다니는게 싫어 여행을 망설이는 사람도 계속 여행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요소들에 대해서.’

p.207


‘얼마나 많은 이야기의 씨앗이 여행지에서 묻어왔는지 생각하면 아찔하다.

가지 않았더라면 쓰지 못했을 글들이 너무 많다.’

p.217


‘작은 부분에서 시작된 변화가 확산되는 것은 인류 역사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패턴이기 때문에 시선을 멀리 던진다. 합리성과 이타성, 전환과 전복을 믿고 있다. 우리는 하던 대로 하고 살던대로 사는 종이 아니니까.’

p.254


‘누군가를 동등하게 대해두는 것, 북돋아주는 것, 가능성을 알아봐주는 것은 교육자의 자질이기도 하고 어른의 자질이기도 한 것 같다. 내가 받은 응원과 지지를 이야기로 감싸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싶다.’

p.272


‘영영 비산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

이 책의 장면들은 흩어져 사라진 것들 뒤에 남은 잔여니까.

모래 그림을 보존하려는 노력처럼, 사람들이 기록하고 또 기록하며 포착할 수 없는 것들을 포착하려 애쓰는 게 좋다. 그러다보면 아주 희귀한 알갱이들이 전해지기도 한다고 믿는다.’

p.390


작가님은 본문에서 이 이야기가 여행 그 자체보다는 여행을 하며 작가님 안에 축적된 것들에 중점을 두고 하는 이야기라고 한다.

아주 오래전의 여행들을 꺼내어 늦게나마 정리해서 우리에게 닿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하는데, 작가님의 여행 속 이야기들을 듣고 있자니 과거 내가 갔던 곳들과 다녀오고 나서 정리하지 못했던 여행들이 막연히 떠오른다.

몇 년이 걸리더라도, 약간은 흐릿해져버렸을지라도, 나도 기록하고 기록하면서 내 과거의 기억들을 포착하려 애쓴다면 과거의 소중한 어떤 마음들을 건져낼 수 있을까? 용기를 내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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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 - K-궁궐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김서울 지음 / 놀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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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서 서울로 거주지가 바뀐 나같은 지방 출신러에게 서울의 문화재인 궁궐들은 꼭 방문 해야 할 버킷리스트 속 장소들 중 하나였다. 또한 전공이 미술관련인지라 미술사, 건축사에 자주 등장하는 궁궐은 이론적으로나마 아주 친숙한 곳이다. 더구나 어른이 되고 가지게된 사진찍기라는 취미 덕분에, 책에 나온 궁 중에 경희궁을 빼고는 참 여러번 방문 했더랬다. 

그랬기에 처음엔 이 책에 관심이 갈거라고 생각치 못했다. 


내 주변엔 궁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고 그래서 유물을 공부 한다는 이가 궁을 싫어할거란 생각은 해본 일이 없었다. 아마 그 사실이 오히려 이 책에 주목하게 한 요인이 아닐까 싶다. 궁을 싫어하면서 궁에 대한 책을 써볼 생각을 하다니, 궁 러버들이 들으면 얼마나 기겁할까 ㅋ


하지만 궁에 여러번 방문을 하게되어 점점 가까와지면서 서서히 궁며들었다는 작가의 말에 ‘그럼 그렇지, 유물 좋아하는 사람치고 궁을 싫어할 수는 없지’ 하며 흐뭇한 미소를 띄고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책은 서울의 5개의 대표 궁궐의 소개로 시작이 된다. 

경희궁 빼고는 꽤 많이 가보았기에 작가가 이야기하는 대부분의 내용을 어느정도 알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더 많은 걸 알게되었다. 

각 공간을 방문하면서 열심히 보고 즐기긴 했으나 궁끼리 어떤식으로 이용이 되었던 것인지, 어떤 관계들을 맺었던건지 궁이 사용되었을 시절을 기준으로 바라볼 생각은 해보지 않았던 것이다. 

책을 읽고나서야 지도를 넓게 켜서 궁의 위치들을 살펴보았다. 경복궁을 중심으로 동궐 서궐이 어디쯤 어떻게 만들어지게 된건지 몇백년전 과거를 떠올려보며 상상해보니- 어쩐지 내가 원래 알던 곳이 아니라 새로운 곳을 맞딱들인 느낌이 들었다.  


또한 궁의 재료인 돌과 나무로 궁을 낱낱히 뜯어서 해주는 이야기도, 본디 궁 속에 있었을 물건들을 가지고 풀어내는 이야기도 새롭고 재미있었다. 오히려 작가가 궁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았기에 가능한 접근방식이 아니었을까. 


‘싫어하는 것도 결국 사랑’이란 마지막 작가의 말이 떠오른다. 관심이 없는 것이야 말로 정말 아무런 화학작용이 일어나지 않는 일일테니, 싫은 감정은 언제고 반대로 튕겨져 나갈 수 있는 일인가보다. 

어쩐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모든 종류의 것들에게 유연한 마음이 들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책장을 아쉽게 덮었다. 


+

이 책의 또 다른 묘미는 유연발랄한 작가의 시선 뿐 아니라 궁의 아름다움을 잘 담아준 사진작가의 작품들이다. 책 초입에 작가가 말했던 ‘광화문을 통과하면 다른 차원의 세상이 펼쳐진다. 주변의 공기가 돌연 차분해지는 그 순간이 좋다’라는 문장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아득하고 고요한 느낌이 사진 속에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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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게 취미 - 행복의 ㅎ을 모으는 사람
김신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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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책읽아웃에서 소개 받았을때는

어? 나 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또 있구나! 하는 기분이 들어 반가웠다.

그리고 책을 받아들고선 목차를 보고는 어라? 내 머릿속에라도 들어왔다 나갔나 싶게 작가님이 좋아하는 것들이 나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님이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하나 하나 말할때마다 20대 시절 한참 필름카메라 사진을 찍으러 서울 곳곳 골목골목을 다니던 시절이 생각 나면서, 꼭 필름 사진 찍는 사람의 시선을 가졌구나 싶었다.

좋아해서 사진을 많이 찍게 된건지, 사진을 찍으려고 가만히 바라보다 보니 좋아하게 된건지 어느쪽이 먼저인지 그 순서는 모르겠지만.

행복의 “ㅎ”을 모은다는 말이 기억에 남던 이 책을 끝까지 읽고나니, 따뜻한 말과 시선에 나도 몽글몽글해짐과 동시에,

비슷한 것을 좋아하지만 이 분은 어쩜 이렇게나 잘 표현하고 글로 사진으로 남겼을까 싶어서 조금 질투가 나기도 했다.

그리고 나도 매일 소소하지만 좋아하는 것들, 잠깐 정신 못차리면 순간 머릿속에서 사라져버릴 것들을 놓치지 않고 기억할수 있도록 조금더 자세히 살피고 소중히 여겨야 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결국 행복한 매일이 모여야 행복한 인생을 살게 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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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 김영하 산문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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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스스로 ‘여행’이란 이름을 붙일만한 여행을 시작했나 거슬러 생각해보면,

일을 시작하고 돈을 벌면서 처음 혼자 떠났던 국내 산정호수로의 여행이 처음이었던거 같다.


그 전에도 제주나 강화도나 일본 중국도 다녀왔지만 그 여행들은 단체여행이나 패키지였고, 

스스로 계획을 짜고 일정과 시간을 정하고 오롯이 나만을 위해 계획한 여행은 그 여행이 최초가 아닌가 싶다.


혼자 처음 했던 그 여행은 조용했고, 적막했고, 조금은 쓸쓸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는 그런 분위기에 취해(?) 그 나름대로도 좋다고 느낀거 같다.


그게 계기가 되어 혼자 여행을 하기도 하고 취향이 잘 맞는 친구와 같이 여행을 가기도 했는데, 

어쨌거나 내가 주체적으로 준비한 여행일수록 그것이 힘들었든 즐거웠든 기억에 많이 남아있다.


여행을 하는 이유는 뭘까?

사실 최근들어 아주 많이 생각했던 것이었는데, 마침 이런 책이 나와버렸다(?). 

최초의 경험의 바탕은 나와 다르지만 다른 어떤 이유들은 꼭 내 이야기 같기도 하다고 느꼈다.

여행이 언제나 즐겁거나 완벽하거나 행복하기만 한 건 아니었기에 왜 굳이 돈 들여서 시간들여서 하고 있나 하고 고민이 많이 드는 시점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풀리지 않던 지점들에 대해 작가님이 대신 고민하고 이야기해서 조금은 ‘왜 여행을 하는지’ 납득이 되는 부분이 생겼다.


작가님도 무려 20년 가까이 여행을 하며 느끼고 생각한 이야기들이니까, 

아마 나도 최소 10년은 더 다녀보아야 나만의 정리가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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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 돈의 역사 1
홍춘욱 지음 / 로크미디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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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날달에 읽은 유시민작가님의 유럽도시기행(1)과 이번 달에 읽은 처음 책이 묘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굳이 의도하고 고른건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리고 딱 이 책을 읽을때즈음, 자주 찾아듣고 있는 유튜브 북로그를 운영하는 서메리작가님의 라이브방송도 이 생각이 깊어지는데에 한 몫 했다. 조지오웰의 <1984>와 유발하라리의 <사피엔스>가 그 것 이었다.

어떤점이 이어져있다고 느꼈냐면은, 인간이라는 종이 지금까지 살아온 배경과 환경과 문화와 역사 같은 것들이었다.

 

처음 <돈의역사>를 읽을때만해도, 돈의 역사점 흐름에 대해 알면 재테크 하는데 도움이 될라나- 하는 마음이 컸다. 그러나 읽으면 읽을수록 단순히 '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돈이 생겨난 배경 역시, 지식으로서, 경제적 관념으로써, 사실적 역사로서의 돈의 탄생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인간들이 스스로의 욕심과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의 탄생, 즉 돈의 역사는 돈의 역사라기보다 인간이 가진 욕망의 역사에 대한 것이나 마찬가지 였다.

 

문득 지난해쯤에 보았던 <어쩌다 어른>의 조승연 작가편, "돈의 역사" 강연이 떠올랐다.

같은 제목이라 기억이 났던 것은 아니고, 그 강연 역시 인간의 욕심과 지배심으로 이루어져 있는 역사의 흐름을 돈을 중심에 두고 이야기 했었기 때문이다. 바라보는 관점이 아주 같지는 않지만, 이미 흘러온 역사는 크게 다르지가 않았다.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인간의 길고 긴 역사라는 것이 결국 세상을 지배하고자 하는 이들의 욕심 아래에 흘러왔고, 지금의 세상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라고 정리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책을 읽어감에 따라 점점 무기력한 기분이 드는 것을 막을수 없었고, 소수의 보이지 않는 지배존재들에 휘둘려서 아둥바둥 살아가고 있는 대다수가 바보같고 무지하게도 느껴졌다.

세상을 움직이는 존재들은 우리를 얼마나 우습게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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