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성시 각본집
주톈원.우녠전 지음, 홍지영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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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항아리는 진짜 좋은 이야기에 진심인 듯.
이 책 뿐만이 아니라 대중성이나 상업성이 꼭 보장되지 않아도 어떤 고유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섬세한 선택을 해서 책이라는 물성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걸 사랑하는 게 진심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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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힘세고 사나운 용기 -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10개의 시선
배윤민정 외 지음, 자본-여성-기후 연구 세미나 기획 / 한티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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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서 데이터나 세계적 이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거라 예상했는데 너무나도 가까운 곳의 이야기, 나와 엄마와 할머니로 시작하는 기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놀랐다.

우리 안에는 얼마나 다양하고 찬란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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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과 발견
캐서린 슐츠 / 반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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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출간


캐서린 슐츠의 글이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새로 나오는 책, 몹시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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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오디세이아 1 - 그리스 여신들의 자취를 따라 떠나는 여행
고혜경 지음 / 나무연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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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시각의 렌즈는 가치의 무게를 바꾸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는데, 헤라와 아프로디테가 갖고 있는 가치에 대한 내 생각이 그렇다.

신화의 캐릭터들은 인간의 고유하고 절대적인 특성을 따로따로 신격화해놓은 것들인데 예를 들면 아르테미스의 경우 공격성, 독립성이고, 헤스티아는 정서적 온기, 안전의 추구이다. 헤라는 질투심, 혼인관계의 집착, 아프로디테는 끊임없는 미의 추구, 매력과 유혹성, 찰나의 즐거움 추구 등이다.

헤라는 무서울 정도로 맹렬하게 혼인의 서약을 포기하지 않는다. 제우스는 신,인간,요정 가리지 않고 바람을 피운다. 그런데도 헤라의 애티튜트는 ‘제우스, 난 너 아니면 안 돼.’이다. 그녀는 이런 여신이고, 그게 바로 그녀의 아이덴티티이다.

아프로디테의 사랑은 상대를 향한 사랑이라기보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느끼기 위한 몸짓이다. 아프로디테는 헤파이스토스의 아내다. 애인은 아레스다. 하지만 아프로디테의 애티튜드는 ‘남자보다는…그냥 난 아름다운 내가 좋은 걸?’ 이다.
그녀는 이런 여신이고, 그게 바로 그녀의 아이덴티티이다.

p.216
여자란 성녀 아니면 창녀인, 내면의 여성상이 분열된 남성들도 상당하다. 전통적으로 아내의 (위치인 여자의) 덕목이라 간주하던 이미지는 끊임없는 노동자에 가깝다. 부지런하고, 정성껏 밥상을 차리고, 알뜰살림 살림하고, 자녀들을 위해 무조건 헌신하고, 남편만을 섬기는 일부종사가 당연하다. 이런 말들을 듣고 자랐으니 자신의 어머니를 처녀라 생각하는 성인 남자들이 제법 있기 때문이다.(내가 옮긴, 위 문장들은 책에 쓰여진 문장의 순서와 똑같지 않다.)

위의 아내의 이미지만 ‘진짜 아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프로디테 특질의 아내를 아내라고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p.105
헤라는 올림푸스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아내로 규정하는 여신이다. 예술 작품에서 헤라와 제우스는 당당하고 수려하고 위엄 있게 묘사된다.

이렇게 상반된 캐릭터지만 그리스 신화에서 두 여신의 캐릭터는 척을 지지 않으며 서로 불화하지 않는다. 책에서 두 여신을 별도로 비교한 것은 아니지만 여신들 이야기보다도 두 여신을 비교해 읽는 즐거움이 가장 컸다.

마치 드라마에서 가장 마음이 많이 가는 캐릭터가 있는 것처럼, 이 책을 읽는 누군가도 자신의 마음이 어느 캐릭터에게 기우는지 느끼면서 읽으면 조금 더 즐거운 독서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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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서술자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최성은 옮김 / 민음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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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턴가 나는 서술자의 온도가 묘사하는 대상의 매력과 장점을 거의 극대화해서 보여준다는 것을 깊이 깨닫게 되었다.


예를 들면 영화<타짜>에서 고니가 ‘그저 잘생기고 도박 잘하는 어린 놈’이 아닌, 처음 시작은 호구였지만 좋은 스승을 만나 좋은 타짜가 된, ‘얼굴 잘생기고 화투잘 치는데 성격도 멋있는, 갖고 싶은 남자’인 것으로 비춰지는 이유는 고니를 묘사하는 인물이 그를 사랑하는 정마담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만약 실제로 자기 사는 동네에 고니 같은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그를 ‘이혼한 누나 돈 훔쳐서 노름판에 빠진 놈’정도로 보지 않을까. 그가 도박판에서 아무리 잘 나간다고 해도.


여하튼, 그래서 서술자의 온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는 듯한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그녀의 생각에 모두 동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는데 예를 들면 이런 부분이다.

p.148
요가나 악기 연주와 마찬가지로 글쓰기도 학습을 통해 배울 수 있을까요? 내가 이런 질문을 하는 건 스스로 단 한 번도 그렇다고 확신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
과연 그럴까. 그녀를 오해한 게 아니길 바라면서 내 생각을 얘기하자면 그녀의 이야기는 신화와 전설, 철학에 대한 깊은 사유가 없으면 쓸 수 없는 처절한 학습의 결과물로서의 이야기들이다. 큰 줄기의 플롯부터 인물의 심리까지 모두, 아주 깊은 사유의 산물이고 나는 이게 그녀가 학습한 것들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심리학을 전공했고, 카를 융의 사상과 불교철학에 정통한 그녀가, 자신이 연구한 부분들이 학습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
내가 가장 좋았던 부분은 [서술자의 심리학] 챕터였는데 옮겨보자면 이렇다.

p.202
그렇다면 서술자는 어떻게 자신이 말하는 내용을 알고 있는 걸까요? 창조의 과정이란 생각이 먼저고 나중에 종이나 화면으로 옮겨지는 것일까요, 아니면 글쓰기의 행위 자체에서 비롯되는 것일까요?

자신에게 딱 맞는 목소리를 찾았을 때 책들은 스스로 글을 씁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적합한 목소리가 발견될 때까지 메모와 스케치를 반복하면서 몇 년이고 기다려야만 합니다. <태고의 시간들>의 경우 강인하고, 자신감 넘치고, 매사를 꿰뚫어 보는 서술자는 짧고 간결한 문장, 성경 구절을 연상시키는 장을 선호했습니다. 덕분에 이 책을 쓰면서 나는 정말 즐거웠습니다.

p.208
나는 이 책(낮의 집, 밤의 집)을 쓰면서 맛보았던 다양한 유형의 즐거움들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나라는 심연과 벌이는 끊임없는 게임, 이것이야말로 글쓰기가 우리에게 안겨주는 가장 짜릿한 희열이 아닐까요.

🌈 #도서지원_을 받았으나 지극히 주관적인 느낌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민음사 #올가토카르추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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