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너 1 베어타운 3부작 3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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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너1 #도서협찬

#프레드릭배크만 #이은선 옮김

오늘 밤, 폭풍이 양쪽 하키 타운을 덮쳐 나무와 사람들을 쓰러뜨린다. 내일은 팔에 곰 문신을 새긴 젊은 남자와, 팔에 기타와 산탄총 문신을 새긴 젊은 여자가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올 것이다. 이번에는 모든 사태가 그렇게 시작된다. 거친 숲으로 둘러싸인 공동체에서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실 뿐만 아니라 날카로운 갈고리로도 연결되어 있기에 누군가가 몸을 너무 빨리 돌리면 다른 누군가는 셔츠만 잃어버리는 게 아니다. 모두의 심장이 뜯겨져 나올 수도 있다. _39p.

2018년 4월 <베어타운>아이스하키로 하나 되었던 베어타운, 헤드와의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주전 선수인 케빈이 저지른 성폭행 사건이 밝혀지면서 경기는 지게 되고 베어타운의 선수들이 대거 헤드로 옮겨가면서 하키단의 존폐 위기에 몰리게 된다. 2019년 1월 <우리와 당신들> 은 베어타운에서 사건의 피해자인 마야는 생존자임에도 그녀로 인해 케빈은 베어타운을 떠나야 했으며, 베어타운은 경기력이 뛰어난 선수를 잃었다. 길 잃은 분노는 생존자에게 향했고 그들의 분노의 출구를 찾아 헤매는듯했다. 벤이의 방황이, 고뇌가 글의 전반에 깔리고 갈등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글의 깊이를 더하며 열린 결말로 끝맺음을 했었다.

그리고 2023년 12월 <위너>로 돌아온 베어타운과 헤드의 이야기는 시간이 흘러 베어타운과 헤드의 상황이 바뀌고, 등장인물들의 상황에도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거대한 태풍이 휩쓸고 간 베어타운과 헤드, 그리고 돌아오는 아이들, 성장하지 못하고 꼬여버린 아이들, 그리고 떠난 이를 그리워하는 사람들. 베어타운3부작의 마지막 이야기는 앞선 이야기들을 어떻게 아우를지 기대가 되기에 책 넘김이 조금은 더 조심스러웠던 장이기도 했다.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사건의 후유증으로 괴로운 마야, 벤이의 방황은 다시 아이스링크로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이 너무 멀리 간 것 같기만 하고, 베어타운의 스타 선수로 급부상했던 아맛은 주변인들의 기대감으로 점점 무너져내리고 있다. 위너 1권에서는 2년 후, 태풍 지나고 베어타운으로 돌아온 이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조금은 불안해 보이는 소년의 행보로 불안하게 끝맺은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바로 2권으로 이어가볼 예정. 소설이지만, 동화 같고 탄탄한 스토리텔링으로 베어타운에서 들려줄 베어타운 시리즈의 마지막이야기! 긴긴 겨울, 시리즈 완간 기념 정주행하기 좋은 소설로 추천하고 싶다. (진심 추천 또 추천!)

우리는 어릴 때는 떠나보낸 사람을 생각하며 슬퍼하지만 나이를 먹으면 자기 자신을 생각하며 더 슬퍼한다. _195p.

누군가가 죽는다는 것은 우리가 보는 앞에서 풍선 줄이 툭 끊어지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는 죽은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없음으로 인해 우리에게서 사라지는 것을 그리워한다. _216p.

'우리'가 아니면 남이다. 페테르도 경험해서 알다시피 이 숲속에서 가장 위험한 지점은 인간과 권력 사이다. _294p.

여기 사는 우리 이야기는 모든 곳에 사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와 같다. 우리는 이야기의 주도권을 우리가 쥐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경우는 당연하게도 거의 없다. 이야기들이 원하는 곳으로 우리를 데려갈 따름이다. 해피엔드로 끝나는 이야기도 있고, 제발 거기만은 아니길 바라는 바로 그곳에서 끝나는 이야기도 있다. _323p.

#다산책방 #베어타운3부작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베어타운시리즈 #추천소설 #소설추천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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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집중력 - 집중력 위기의 시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
요한 하리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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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는 기분을 좋게 해주는 면이 있습니다.... 우리가 속도에 빠지는 건 그게 좋기 때문이기도 하잖아요. 온 세상과 연결되었다고 느끼고, 어느 주제에 관해 무엇이든 알아내고 배울 수 있다고 느끼게 되니까요." 그러나 우리는 자신이 노출되는 정보량의 엄청난 팽창과 정보가 들이닥치는 속도를 아무 대가 없이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건 착각이다. _52p.

"실제로 생각하는 데 긴 시간을 쓰는 게 아니라 작업 전환에 시간을 쓴다면, 뇌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겁니다." 즉 스크린 타임 기능이 하루 핸드폰 사용시간이 네 시간이라고 알려준다면, 사실 우리는 집중력을 상실함으로써 그보다 훨씬 긴 시간을 잃고 있다는 뜻이다. _61p.

오늘날의 평균적인 사무직 노동자는 근무시간의 40퍼센트를 자신이 '멀티태스킹'을 한다고 믿으며 보낸다. 즉 이들은 자기 집중력에서 이 모든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한 연구는 사무직 노동자 대다수가 일반적인 하루에 방해받지 않는 시간이 한 시간도 안 된다는 점을 발견했다. _63p.

"잘 자지 않으면 우리 몸은 그 상황을 위기로 해석합니다." (중략) 우리는 분명 잠을 줄일 수 있어요. 하지만 거기에는 대가가 따라요. 그 대가는 바로 몸에서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된다는 거예요. _107p.

잠은 적게 잘수록 세상은 모든 면에서 더 흐릿해진다. 집중력도 나빠지고, 깊이 사고하고 관련성을 찾아내는 능력도 줄어들고, 기억력도 감소한다. _109p.

독서는 "바깥을 향한 관심과 내면을 향한 관심을 결합하는 방법"이다. _135p.

소셜미디어는 우리가 화면을 계속 들여다보게 만들 정보를 보여준다. 그게 다다. 우리가 화면을 더 많이 들여다볼수록 그들이 버는 돈도 늘어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_202p.

오늘날 우리에게 집중력 반란이 필요한 특히 큰 이유가 하나 있다. 매우 엄연한 이유다. 인류에게 바로 지금만큼 집중력(우리 인간 중의 초능력)이 필요한 때는 없었다. 현재 우리가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_431p.

▶ 나는 과연 멀티태스킹이 잘 되는 인간이었던가?

이 책을 읽으며 초반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동안 내가 옳다고 믿어왔던 것들이 통째로 뒤집어지는듯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책을 읽으며 때때로 검색을 하고, 메일을 확인하고, sns 계정을 둘러보다가 다시 책 읽기로 돌아오거나 필사를 하곤 했다. 때론 문장을 필사하며 여행 유튜버의 영상을 TV처럼 틀어놓고 써 내려가기도 했다. 이 얼마나 정신없는 행동들이었는지... 단순히 집중력을 잃고 있는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도난'당하고 있다고 표현한 저자의 글은 지금 사회를 생각해보면, 나 개인만 돌아보더라도 과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문장이다. 어찌 보면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문제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한 번쯤 읽어봐야 할 책.

#도둑맞은집중력 #요한하리 #김하현 옮김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도서추천 #어크로스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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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 갔다가 오타루 살았죠
김민희 지음 / 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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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갔다가오타루살았죠 #도서협찬

#김민희 #달

아무리 나이를 먹더라도 이런 식으로 살아가겠다고 마음먹는 한 힘든 일은 점점 내게서 멀어지고 좋은 사람들만 가까이 와줄 거라는 믿음, 나는 그것만 짊어지고 가야겠다는 생각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고

또 너무나 많은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을 거란 예감.

하지만 그 모두의 방향은 좋은 쪽일 거라는 것.

잘했고, 잘할 것이고, 그래서 또한 잘 될, 내 인생. _278p.

_

게스트하우스인 모리노키와 민타로 헛에서는 손님을 배웅할 때 "다녀오세요"라고 말한다.

어쩌면 두 번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여행자들에게 '다녀오세요'라니.

이런 말을 들으면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맞인사를 하고 만다.

모리노키를 떠나던 날,

"다녀오세요"라는 인사를 들으며 내 인생의 지도를 더듬어 보았다.

겨울이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삿포로, 오타루. 언젠가 여행을 가 볼 수 있겠지?라는 생각을 하곤 있지만, 극심하게 추위를 타는 체질이라 한국과는 비교도 안되는 눈의 나라인 그곳들을 늘 여행유튜버들의 영상으로 보곤 했다. 최근 들어 오타루 여행 관련한 영상을 몇 편 보고 조금은 더 생생하게 읽었던 <삿포로 갔다가 오타루 살았죠>는 여행자로 머물렀던 곳을 다시 찾게 되고, 언어를 공부하고, 현지의 게스트하우스에서 헬퍼로 일하며 인맥들이 생기고 현지인처럼 여행을 다니는 조금씩 삶의 반경을 넓혀가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저자의 경험으로 생생하게 전해주는 이야기는 게스트하우스에서의 하루 일과가 여행지에서 만난 이들과 돈독한 관계를 맺으며 다음을 기약하기도 한다.

망설이다 실천하지 못한 오늘이, 시간이 흘러 후회하는 과거로 남겨두기보다 행동하는 사람. 여행이란 그런게 아닐까? 떠나기 전엔 무수한 망설임과 걸림돌이 있는 것 같지만 막상 지금을 떠나 여행길에 오르면 어떻게든 되곤 하니까.. 일본의 작은 마을에서 1년 살기를 실천에 옮기는 중인 저자의 다른 이야기들도 곧 만나 볼 수 있기를...

나와는 모든 것이 다 정반대인 친구에게 용기를 배웠다. 그렇게 유랑하는 삶도 나쁘지 않으며 무언가 끊임없이 궁금해하며 배우는 삶도 나쁘지 않구나. 유쾌하게 자신의 단점을 드러내고, 당차게 사람에게 다가서는 사람.

우리는 서로 계절을 빗겨갈 것이기에 자주 만날 수는 없겠지만 여행의 길 위에서 용기를 주는 친구를 만났었다는 사실 하나가 내 가슴속에 크게 자리 잡고 있다. _74p.

혼자라는 사실은 아무리 미화시키려 해도 근사해지기 어렵지요. 하지만 마음속의 두려움과 잘 타협을 본다면 '혼자되기'는 자신과 참 잘 어울리는 일이 될 겁니다. 자, 이제 안에 있는 스위치를 켜세요. 혼자만의 은은한 울림을 꺼내세요._100p.

가끔 사람들이 나에게 참 적극적이고 행동력 있다고 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 그전까지 내 마음은 수만 가지 걱정과 고민으로 너덜너덜해진다. 그래도 답이 없거나 포기가 안 되면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며 무작정해보는 거다. 그러니 나는 실상 엄청난 겁쟁이에, 걱정이 많으며 만사에 주저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보이지 않으니 사람들이 거침없다고 느끼는 것 같다. _211p.

사람은 이렇게 평생 배우는 것 같다. 책상에 앉아 배우는 것도 값지지만 살면서 누군가에게 스미듯 배우는 것들이 있다. 그 사람의 생각에서, 행동에서, 말투에서 느껴지는 마음들이 좋아, 어느덧 나도 따라 하게 되는 그런 것들. _227p.

#에세이추천 #여행에세이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도서추천 #오타루 #삿포로 #홋카이도 #book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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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이르는 병
샤센도 유키 지음, 부윤아 옮김 / 시옷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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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이르는병 #도서협찬

#샤센도유키

요스가 케이는 그야말로 대량 살인범이었다.

사회적으로 본다면 케이는 구제 불능 악인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 따위 모르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케이는 나를 구해줬다. 고독한 나를 구해줬다. 나를 히어로라고 불러줬다. 나를 좋아해 줬다.

알고 있었다. 아무리 많은 사람을 죽여도, 이제 더 이상 그 누구에게도 다정한 케이가 아니라고 해도 나는 케이를 좋아했다. 케이가 곁에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했다. _275~276p.

_

널 좋아해서 나는 블루모르포를 만들었어. 네가 없었다면 블루모르포를 운영할 수 없었을 거야. 그러니까 이것이 사랑의 증명이야, 내가 해줄 수 있는.... 전부야._129p.

학교폭력으로 얼룩진 유년시절을 보내던 미야미네. 케이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미야미네에게 가해지는 학교폭력, 아무도 그를 돕지 않았고 그를 극한의 선택을 하고 싶게끔 몰아가는데, 이런 상황을 눈치챈 케이는 구원같은 손길을 건넨다. 모두가 사랑했던 케이, 눈에 띄는 외모, 뛰어난 학업능력... 그런데 케이는 왜 150여 명이 넘는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간 '블루모르포'라는 자살 게임의 마스터가 되었을까? 미야미네를 위해서였다 하지만 뒤로 가면 갈수록 아이답지 않은 치밀함에 과연 케이는 어디까지 이 상황을 몰고 갈 수 있을지, 미야미네는 케이를 멈출 수 없는 건지 이들의 질주가 어디에 다다를지 페이지 넘김을 멈출 수 없다.

자살하고자 하는 이들의 마음을 조종해 벼랑 끝으로 내몰면서, 끝까지 자신의 선택이라 믿게 만들고 다음 세상에서 만나자는 아련한 메세지를 전하는 케이의 치밀함. 케이를 멈추게 하기 위해 미야미네가 계획했던 일들이 어긋나기 시작하면서 이들의 질주는 끝을 향해 달려가는데... 어떤 일이 있어도 케이의 편이 되어주기로 약속한 미야미네의 갈등은 케이가 이쯤에서 멈춰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점점 더 드러내게 된다. 한순간도 놓칠수 없는 케이와 미야미네. 케이라는 인물의 시점에서 외전이 따로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글이다. 정말이지 최근 읽었던 소설 중 최고라 꼽고 싶은 로맨스 스릴러!!

케이는 모두를 사랑했고, 모두가 케이를 사랑했다. 케이는 언제나 호의의 망토를 두르고 있었다. _24p.

"어떤 순간에도, 어떤 모습의 나라도, 미야미네가 날 지켜줄래? 내 편이 되어줄 수 있어?" _36p.

지금이니까 도망쳤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상황을 바꿔야만 했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지금이니까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마음이 완전히 다 타버려서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던, 타고 남은 재 같은 내게 그런 사고 능력이 있을 리가 없었다. 이미 도망칠 단계가 아니었다. 반대로 말하자면 네즈하라가 내게 자살하라고 확실하게 지시했다면 그 말을 따랐을지도 몰랐다. _61p.

나를 향한 폭력을 본 케이가 대체 어떤 식으로 변해버렸는지. 나는 분명하게 알아차렸어야 했다.

케이가 사람을 죽이는 일이 어떤 의미인지를 분명하게 알아뒀어야 했다. _93p.

"마음은 증명할 수 없고, 눈에는 보이지 않아. 그러니까 그 대신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을 미야미네에게 줄게."_114p.

"모두 한낱 게임으로는 사람이 죽을 리가 없다고 생각하나 봐. 자살한 사람에게는 그들만의 이유가 있고, 누구나 인정할만한 괴로움이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 생각해." _120p.

자살이 나쁜 일만 아니라면 요스가 케이는 진정한 구세주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애초에 자살은 나쁜 일인 걸까?

모두 스스로 그 길을 선택하는데도?

아니면 케이는 내가 증오했던 네즈하라 아키라의 모습을 그대로 비춰내는 거울에 지나지 않는 걸까?

결국, 나는 그조차도 알지 못했다._189p

케이는 죽이지 않았다. 케이가 죽였다.

상반된 두 문장이 모두 성립되었다. 그녀는 다름 아닌 요스가 케이다. 다른 사람을 조종하는 방식 정도는 분명하게 알았다._229p.

거기에 서 있는 사람은, 타인에 대한 공감력이 부족하고, 다른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밟아 뭉갤 수 있는 역겨운 사람일 뿐 이었다. 나는 케이를 똑바로 이해하지 못하는 바람에 눈앞에서 수많은 사람이 살해당하는 걸 막을 수조차 없었다. 그렇게 도달한 곳이 여기였다.

그런데도 요스가 케이는 아름다웠다. 역 앞 일루미네이션의 비일상적인 빛을 두른 모습은 거의 성스러울 정도였다. 세계가 케이를 변호하며 그 선함을 주장해 주는 듯 보였다._251p.

#독파 11/16~30

#시옷북스 #추천소설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독파 #독파앰배서더3기 #완독챌린지독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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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금 이태원이야 - 생존자와 유가족이 증언하는 10·29 이태원 참사
10·29 이태원참사 작가기록단 지음 / 창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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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29일, 자신만의 고유한 삶을 빚어내며 내일을 꿈꿨을 159명의 이야기가 이태원에서 멈췄습니다. 그를 사랑했던 세계들이 빛을 잃고 생을 살아갈 수도 놓을 수도 없는 고통과 치욕에 몸부림칩니다. (중략) 무엇보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건 침잠된 시민의 애도입니다. '왜 돌아오지 못했는가'가 아닌 '왜 그곳에 갔느냐'는 말들이 상처 난 몸과 마음을 할큅니다. _4~5p.

사실 저는 정부에 대한 기대가 없어요. 위에 있는 사람들, 정부나 공직자들은 사실관계를 모르지 않는데도 외면하는 사람들인 거니까. 그건 악하거나 사고력이 낮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예 기대가 안 되는 거예요. 아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태도를 보인다면 희망을 걸어볼 대상은 아니다, 기대할 만한 사람은 아니다 하며 정리한 거죠. 다만 저는 보통 사람들을 믿는 거예요. _39p.

이태원 참사는 이태원이 아닌 다른 어느 곳에서도 일어났을 수 있는 일이었어요. 이태원에 간 사람들의 잘못이 아닌, 해야 할 일을 안 한 사람들 때문에 일어난 참사죠. 그래서 사람들이 이태원 참사를 이렇게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요. 엄마가 말한 것처럼 "왜 갔느냐"가 아닌 "왜 못 돌아왔는지"를 말이에요._114p.

저는 국가에서 희생자와 유족들을 지금과 같은 식으로 대우하지 않았다면 분명 사람들의 인식도 달랐을 거라고 생각해요. '놀러 가서 죽었다'고 하잖아요. 그냥 지나가다 죽은 사람도 있고, 일하러 갔다가 죽은 사람도 있지만, 맞아요. 놀러가서 죽은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데 놀러 가서 죽었다고 해서 그 죽음은 헛된 죽음인 건가요? (중략) '길'이라는 더없이 일상적인 공간에서 걸어가다 죽었는데 어이없어하고 분개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_201~201p.

처음에 압사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내가 알고 있는 그 단어가 맞나 했어요. 길 걷다가 압사를 당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되었으니까요. '대한민국이 진짜 길을 걷다가 죽을 수 있는 나라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중략)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이 다 내 일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너무 남 일처럼만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모두가 내 일이라고 관심을 가지면 가질수록 그만큼 슬픈 소식은 덜 발생할 거라고 생각해요. _227~228p.

지금은 아이들한테 자기 자신은 스스로가 지켜야 된다고 얘기를 해요. 혹시라도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누가 도와주면 좋겠지만 그러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위험한 일이 일어나지 않게 너희가 조심하라고. 그 조그만 아이들한테 그렇게 항상 얘기해요. 조심해라. 하지 말아라. 집에 있어라. 너는 네가 지켜야 돼. 청년들한테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적이라고 얘기들 하는데, 청년들 탓이 아니라 그냥 사회가 그렇게 가르치는 것 같아요. _265~266p.

사람들이 이태원을, 이태원 참사를 잊지 않고 타임캡슐처럼 마음에 잘 담아뒀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 풀리지 않는 과제들이 너무 많을 테니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이 무력감을 잘 담아두고 할 수 있는 일을 앞으로 같이 했으면 좋겠어요. _291p.

#우리지금이태원이야 #이태원참사작가기록단 #이태원참사인터뷰집 #도서협찬 #창비 #pray_for_ITAEWON # #221029 #밑줄긋기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book #도서추천 #인터뷰집

159명의 삶과 현장에서 살아돌아온 생존자들, 거리에서 그날의 진실을 알고자 하는 유가족들이 보내는 인터뷰집. 페이지 한 장 한 장을 넘기며 안타까운 삶이 너무도 아팠고, 언제 어디서든 벌어질 수 있는 일이며 함께 살아가던 이들의 이야기, 한 명 한 명을 기억하고 유가족들과 살아돌아온 생존자를 추모하며, 모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읽어야 할 책이다.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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