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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 이해인 산문집
이해인 지음, 황규백 그림 / 샘터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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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님의 산문집이다. 이해인 수녀를 모르는 독자들이 있을까? 

아마 없을것이다. 수녀 시인으로 워낙에 유명한 분이라 시를 안좋아 하는 분들이라도 이해인이란 이름 

석자는 한번쯤 들었을만큼 유명한 시인이자 수도자이다. 수녀님이 2006년 <풀꽃 단상> 을 낸 이후 

5년만에 내는 산문집이 <꽃이 지고나면 잎이 보이듯이>다. 사실 2003년 발간된 산문집 <꽃삽>을 

읽다가 채 다읽지 못한 이후로 지금까지 이해인 수녀님의 글을 읽어본 적이 없었다. 그냥 지레짐작으로 

수녀님이라 하니 종교가 바탕이 된 감사와 덕담 수준이겠지~ 했었던것 같다. 수녀님이 처음 시집을 

낸게 1976년 <민들레의 영토>였으니 지금껏 35년 넘게 수십권의 시집과 산문집을 발간한 문인인 

셈이다.  

 

그런데 어느날, 작년이었던가? 수녀님이 암투병중이란 뉴스를 보게됐다. 김수환 추기경, 법정스님등 

존경받던 성직자들이 연일 우리곁을 떠나가시는걸 안타깝게 지켜보다 수녀님의 투병소식을 듣게되니 

같은 가톨릭이라는 종교인으로서 이 분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에 시집 한권을 빌려 읽다 

참 감성이 풍부하고, 가슴이 따뜻한 분이로구나~ 하고 느끼게 됐다. 작은것, 어쩌면 당연한 것, 하나도 

당연하지 않게 받아들이면서 감사하는 마음. 수녀님이 쓴 시는 그자체로 기도가 되고있었다. 입으로만 

하는 기도가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고, 감동받으며 진심으로 우러나는 감사의 기도가 시인 셈이다. 

 

 

 

얼마전 세상을 뜨신 작가 박완서님과의 인연도 새롭다. 살아생전 박완서님과 수녀님은 오랜기간 

깊은 우정을 나누신 사이임을 알게됐다.  

   
 

 사랑하는 이해인 수녀님 

그리던 고향에 다녀가는 것처럼 마음의 평화를 얻어가지고 돌아갑니다. 

내년 이맘때도 이곳 식구들과 짜장면을(그때는 따뜻한) 같이 먹을수 있기를, 눈에 밟히던 

꽃과 나무들이 다 그자리에 있어 다시 눈 맞출수 있기를 기도하며 살겠습니다. 

당신은 고향의 당산나무입니다. 내 생전에 당산나무가 시드는 꼴을 보고싶지 않습니다. 

나는 꼭 당신의 배웅을 받으며 이 세상을 떠나고 싶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나보다는 

오래 살아주십시요. 

주여 제 욕심을 불쌍히 여기소서. 

2010. 4. 16 

박 완 서

 
   

 

2011년 1월 22일 담낭암으로 투병중이던 박완서 작가가 세상을 떠났다. 

수녀의 배웅을 받으며 세상을 떠나고 싶다며 더도말고 덜도말고 자기보다는 오래 살아달라던 생전 바램대로 

수녀의 배웅을 받으며, 기도를 받으며 그렇게 세상을 떠난것이다. 

 

법정스님과는 나이를 초월하여 친구처럼 지내왔다. 

1980년대부터 서로간에 교환했던 서신들을 책에 공개했는데 여기에 보면 법정스님의 넓은 종교관과 

타인에 대한 배려, 유머감각등을 읽을수 있다.  

 

  

 

 

깊은 산사에서 차 한잔 마시며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듣고있는 법정스님의 모습을 잠시 

상상해 봤다. 수녀님은 스님께 가톨릭 기도서와 성경을 선물하고 스님은 이를 읽으며 가르침을 받고, 

스님 또한 좋은 법문과 부처님의 가르침을 수녀님께 일러주는, 훈훈한 우정을 이어오셨었다. 

편지에 씌인 아래 대목을 보면 스님이나 수녀님이 상호간의 종교를 존중하고 배울점은 배우는 아름다운 

모습을 볼수 있다. 

   
 

 일전에 <가톨릭 신문>을 보고 올해가 베네딕도 성인 탄신 1,500주년 되는 해임을 알았습니다. 

그 분을 생각할 때마다 수도자의 전형을 상기하게 됩니다. 그리고 <수도규칙>에 들어있는 

성인의 수도 정신에 머리를 숙이게 됩니다. 그렇게만 행할 수 있다면 누구나 틀이 잡힌 수도자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중략) 갈수록 세월이 재미없어집니다. 이럴수록 수도자들은 제정신 

똑바로 찾아 영성을 더욱 맑게 다스려야겠지요. 참 까르멜 언니 수녀님은 잘 계시는지요.

 
   

 

까르멜 수녀님은 이해인 클라우디아 수녀님의 친 언니다. 

 

어쩜 이렇게 자기 자신을 낮추고,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하루하루를 감사해하며 수도자 생활을 

해나갈수 있는지, 심지어 자기 몸에 깃든 암이라는 병마와도 받아들이면서 투병생활을 해나갈수  

있는지 범인으로서는 감히 상상조차 할수없는 영혼을 가진 분이라고 생각된다. 

오랜 친구와 나눈 우정일기, 암 투병중 부산에서 요양중인 수녀님의 수녀원 생활 일기, 누군가를 

위한 기도(사제, 교사, 군인, 의사, 간호사, 가족들), 묵상기도등을 읽고 있자면 한없이 마음이 차분해 

지면서 나도 따라 세상 모든것들과 일상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되는듯 하다. 

마지막에 세상을 떠난 지인들에게 보내는 추모일기를 읽다가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수필가 피천득, 김수환 추기경, 화가 김점선, 장영희,  십대들의 쪽지 발행인 김형모, 법정스님, 

이태석 신부, 작가 박완서, 이들과 얽힌 깊은 사연과 함께 이들을 그리는 마음이 절절이 전해져 

오기 때문이다. 아마도 암 투병중인 수녀님이기에 더욱 가슴에 와닿았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아마도 이해인 수녀님도 병마와 싸우다 삶을 마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한건 삶과 죽음을 대하는 자세겠지.. 법정스님이 2003년에 수녀님께 보낸 편지에서 

그 답이 있겠다. 

   
 

 구름 수녀님, 

올해는 스님들이 많이 떠나는데 언젠가 내 차례도 올것입니다. 죽음은 지극히 자연스런 

생명 현상이기 때문에 겸허히 받아들일수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날그날 헛되이 살지 

않으면 좋은 삶이 될 것입니다... 한밤중에 일어나(기침이 아니면 누가 이런 시각에 나를  

깨워 주겠어요) 벽에 기대어 얼음 풀린 개울물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이 자리가 

곧 정토요 별첝임을 그때마다 고맙게 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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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엄마 2011-05-26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을 향해 뿜을 수 있는 그 차분함을 배우게 되는 책인듯 합니다.
저 역시도 그 차분함이 인생에서 얼마나 큰 자리를 차지하는지 배우고 또 배우는 중입니다.

서평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