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은지심말고는 그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김연아도 아닌데, "어때 예림아, 쉽지?" 이 말 말고는 할 말도 없다. 내가 슬램덩크의 서태웅도 아닌데 '으 바보가 전염되면 안되지.' 하는 기분이 너무 많이 든다. 그들이 하고 있는 걸 보고 듣고 있으면 내 지능이 낮아지는 기분이다. 저걸 왜 고민하고, 저걸 왜 의논하는 거지?
내가 아무리 정상으로 태어나도 주변에 바보들 뿐이면 인생은 지옥이다. 정상으로 태어난 사람은 평생을 바보들 뒤치다꺼리하는 게 운명이다. 내가 저 바보를 돕지 않으면 저 바보가 나를 죽일 테니까.
유치원생이 나에게 무거운 배가 물에 뜨는 이유가 뭔지 묻는다면, 나는 설명해주려고 하기보다는 크면 배운다라고 말해줄 것이다. 어차피 설명해줘도 이해를 못 할 것이다. 어쩌면 나이가 들어 부력에 대해서 배워도, 실험을 해도, 그 원리를 이해 못 할 것이다. 같은 이유로 나는 너에게 해 줄 조언이 없다.
귀찮음을 극복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귀찮은 그 과정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을 하는 것이다. 편함에는 끝이 없지만 귀찮음에는 끝이 있다. 오늘의 바위를 굴려 올린 시지프는 빨리 내일이 와서 내일의 바위를 굴리기를 원한다. 이런 인생의 비책을 니가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을까?
가수 오지은을 좋아하지만 오지은의 마감 미루기, 청소 안 하기, 무기력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몹시 실망스럽고 점점 공감을 하기 힘들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고 했는데 왜 40살이 넘은 사람들이 아직도 수신조차도 못해서 징징댄단 말인가? 젊은 날의 수신 못함은 어리니까, 아직 청춘이니까 하고 이해해 줄 수 있지만 솔직히 이제 불혹 넣은 사람들이 수신하나 못해서 징징대는 거 보면
아, 이것이 내가 받은 형벌이구나.
수신조차도 못하는 인류와 함께 살아내야 하는 게 내가 받는 형벌이구나 하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든다.
동생은 스타일러를 샀다. 나는 스타일러는 불필요한 가전으로 가전회사의 양아치 짓이라고 생각한다. 동생은 내게 이런 말을 남겼다. "언니 같은 인간 스타일러는 우리처럼 더러운 사람의 마음을 이해 못 해. 대부분의 사람은 언니처럼 옷을 새것처럼 깨끗하게 입을 수가 없다고." 나는 드라이클리닝조차도 신뢰하지 않기에 옷이란 최대한 깨끗이 입고 더러워지면 버린다 주의다. 대충 더럽게 있고 드라이클리닝을 자주 하는 건 섬유에도 환경에도 좋지 않으며 무엇보다 옷에게 좋지 않다.
일반적인 사람들의 수준이 내 예상보다 더 훨씬 낫다는 걸 날이 가면 갈수록 알게 된다. 나이 먹을 만큼 먹은 인간들이 아직도 왜 저러나 싶다.
저 바보들이 나를 시기 질투해서 해하면 안 되니까 측은지심을 가지고 오늘도 나는 바보들을 돕는다.
겸손으로 결계를 만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