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에 본 영화

<웡카> 2024. 1. 31. 개봉

영화 <패딩턴> 감독 폴 킴과 그의 팀이 만든 건 알고 있었지만, 이건 너무 <패딩턴>이었고. 딱 여기까지 알고 봤는데, 샐리 호킨스 등장에 놀라고, 휴 그랜트 등장에 또 놀라고. 영화를 봤다기 보단 오색창연한 티모시 샬라메를 봤다 정도의 영화.

<플랜 75> 2024. 2. 7. 개봉. 일본. 2022 BIFF상영작. 2022 칸영화제 특별언급부분 황금카메라상.

2022 BIFF에서 예매 실패 후 취소표 나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렸으나 결국 보지 못했고, 2023에 개봉을 기다렸으나 개봉하지 않아서 결국 못 보는구나 했는데 1월에 극장에서 개봉 예고편 보고 이런 서프라이즈가!!! 했다.

하지만 영화는 내 기대와 달리 내용이 별로였고, 엔딩은 더 별로였다. 이에 비하면 영화 <다 잘 된 거야>(프랑스, 2022 개봉. 현재는 웨이브에서 볼 수 있다. 이것 역시 웨이브 신작 목록에 있어서 깜놀!!)가 열 배는 더 나은 듯.

며칠 전 뉴스에 의하면 작년 4분기 출산율 0.65, 작년 출산율 0.72, 정부 예상 올해 출산율 0.68

지금 내 또래의 사람들이 100세 100세 거리는데, 이 출산율을 보면 적어도 95세까지는 생활비를 벌어야 100세까지 살 수 있을 듯하다. <플랜 75>에서 플랜 75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노인들은 바로 이 생활비가 없는 노인들이었다.

20대 말에 나는 내가 살아내야 할 인생의 길이 너무 막막하고, 그 길이 갑갑해서 사는 게 정말 싫었다. 그래서 50살까지만 버텨보고 그래도 별로면 ‘스위스에 가자’라고 결정하고 버텼다. 지금은 그 시절에 비하면 백만 배 편해졌지만, 여전히 나는 매일 ‘오늘 하루는 더 살아 보자’는 마음으로 산다. 언제 죽어도 별 미련이 없다.

오래 살기를 바란다고 해서 오래 살아지는 것도 아니고, 매일 죽어야지 한다고 해서 죽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저 오늘 하루만 산다 생각하고 살면 된다는 것 말고는 방도가 없다.

ps. 내가 75세가 되었을 때 한국 사회는 이 영화보다 더 끔찍할 거라고 200% 장담한다. 노인에 대한 극단적 혐오를 가진 20대가 노인을 살해하는 사건은 어쩌면 일상일지도. 노인요양병원 묻지 마 학살, 노인요양병원 방화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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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인 서울> 2023.11.29 개봉

개봉했을 땐 몸이 아파서 외출을 할 상태가 아니었다. 몸이 거의 나아서 외출이 가능했을 때 즈음엔 극장 상영 중인 곳은 서울 소재 롯데시네마(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롯데시네마 3곳뿐이었다. 그것도 하루 1번 상영. 아무튼 그래서 제목처럼 서울에서 혼자 이 영화를 봤다는 얘기다. 

영화는 ‘역시 한국 로코는 겨울이지, 남주의 코트빨, 니트빨이 다 하지.’라는 나의 편견을 또 한 번 강화시켜 주었다.

ps. 왜 영호(남주 이동욱)는 구형 맥북(사과에 불 들어오는 ㅋㅋ, 2023년 영화에 출시 10년이 다 되어 가는 구형 맥북이라니...역시 구형이 간지)에서 한글로 글 쓰나? 난 pages 쓴다 ㅎㅎ


<괴물> 2023.11.29 개봉

역시나 같은 이유로 늦게 보게 됨. 사실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를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천날만날 가족 타령 지긋지긋하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뭐 그 딴 영화가 칸 황금종려상이야? 칸도 이제 시시하다 했다가 그다음 해에 봉준호 <기생충>이 황금종려 받아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더 싫어하게 됨. 왜 니가 봉준호보다 먼저 황금종려 받아? 와놔. 열받!! 뭐 이런 기분. 송강호 때문에 봤던 <브로커>… 아이유는 노래나 해라! 이 영화가 더 별로 였던 건 언제나 <프로듀사> 속 아이돌 신디를 연기하는 아이유 때문. 


이런 구성의 각본을 싫어한다. 칸에서 각본상 받았다고 하면 무조건 좋다 좋다 해야 하나? 이런 구성이 방송국 놈들이 하는 악마의 편집의 전형 아닌지?? 내가 <메멘토>를 싫어하는 이유. 시시한 걸 교묘하게 편집해서 그럴싸하게 보이게 하는 거에 속아서 걸작이네 뭐네 하는 사람들도 진짜 한심하다. (이 와중에 이번 아카데미에서 <오펜하이머>가 최다부문 후보 지명 되었다는 소리에 난 다시 뒷목을 잡았고, 브래들리 쿠퍼도 크리스토퍼 놀란도 백남 패스 너무 쉬워 보인다!)


난 위선이 악보다 나쁘다고 생각한다. 왜냐 사람을 방심하게 해고 속여서 손해를 보게 하니까. 인간의 근본 사회성=위선이라고 생각하기에 이 영화가 하나도 충격적이지 않았으며 뭐가 반전이라는 건지 싶었다. 이 영화에서 누가 제일 괴물이냐고 묻는다면 난 망설임 없이 싱글맘 사오리라고 말할 것이다. 자기만 결백하고, 자기만 힘들고, 자기는 더 노력했고, 그래서 결백하고 잘못이 없다고 하는 부류들. 정말 싫다. 사오리 같은 사람들은 상황을 악마적으로 편집해서 꼭 가해자를 만들어 내고 자신은 피해자라고, 누군가 내 피해를 책임져야 한다고 호소하는데 정말 싫다. 


ps. 초5 요리는 아마도 경계성 지능이거나 학습장애일 것이다. 국어책을 더듬더듬 읽고,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아마도 운동 능력이 낮겠지), 이런 약한 수컷을 괴롭히고 싶어 하는 수컷은 언제나 있게 마련.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인간이다. 유감. 



<노 베어스> 2024.1.10. 개봉. 이란. 감독 자파르 파나히. 2022 베니스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사상과 신념을 억압하는 공권력과 맞짱 뜨는 감독 어쩌고저쩌고는 내 관심사가 아니다. 이 영화를 본 이유는, 개봉한 것 자체가 놀라웠기 때문!! 다들 그랬겠지만 개봉할 거라고 기대조차 못했을 것. 

남자와 여자가 법적으로 이어져서 합법적으로 짝짓기와 번식을 할 수 있는 제도(즉, 법률혼) 맹신자들이 봐야 할 영화. 결혼제든 뭐든 그것은 먼저 태어난 사람들이 만든 제도일 뿐인데, 왜 나중에 태어난 사람들도 자기들처럼 그 제도를 받아들이고 살아갈 거라고 생각하나? 만약 당신이 이 영화 속 계약혼이 미개하고, 그 계약혼 제도를 위반하는 사람을 처벌하는 방식이 미개하다고 느꼈다면, 

결혼제를 옹호하는 당신을 내가 같은 시선으로 미개하게 본다고 생각하면 된다.


ps. 이번 설에 남동생으로부터 한복을 입은 조카(아직 100일도 지나지 않은 아기)가 부모의 손에 조정당하는 마리오네트 인형이 되어 절을 하는 동영상을 받았다. 남동생은 농담으로 “세뱃돈은 카카오뱅크로 보내면 돼.”라고 했고 난 진지하게 “난 세뱃돈 문화에 동참하고 싶은 생각 1도 없다. 왜 어린아이에게 돈을 주는지도 이해할 수 없고, 그 돈을 아이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 부모가 뺏아가는 건데, 또한 서로 돈을 적게 줬네 많이 줬네 비교하는 거 진짜 별로다. 나는 축의금 조의금 문화처럼 세뱃돈 문화도 극혐하고 절대 동참하지 않는다.”라고 급발진해서 쏘아붙였다. 한국사회(구조, 시스템)는 내가 태어날 때 나랑 계약서 썼나? 먼저 태어난 사람들이 만든 문화(주로는 인습)를 나중에 태어난 사람이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고 실천해야 하는 이유가 뭔가? <노 베어스>에는 태어나자마자 마을의 남자아이를 배우자로 배정받은 여자아기가 나온다. 남자아이에게도, 여자아기에게도 이 상황은 명백한 폭력이다!!! 배우자 선택권이 없고, 결혼 여부 선택권도 없다. 마찬가지로 축의금, 조의금, 세뱃돈을 주고받을 건지, 주지도 받지도 않을 건지 선택할 권리가 한국에는 없다. 하지만 난 그 권리를 선택했고, 축조의금 인습에 동참하지 않는다. 남들이 뭐라든 난 돈 안 준 다! 주고 돌려받고 그런 짓거리는 왜 하는지 모르겠다. 조카가 태어나면 삼촌 관계의 어른 된 자는 무조건 돈을 줘야 하나? 난 싫은데. 단도직입적으로 내가 왜 내 남동생에게 돈을 줘야 하나? 남동생이 자녀가 생겼다는 이유로 내가 돈을 줘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크레센도 반 클라이번 콩쿠르 실황> 178분. 2024.1.31. 개봉

이 콩쿠르 메인 담당자 “클래식은 망했어요. 망해가고 있어요. 우리는 뭐라도 해야 해요. 이게 우리가 이 콩쿠르를 계속해 나가는 이유죠.” 

콩쿠르 결과, 즉 2위와 3위를 모르고 봤는데 좀 웃겼다. 왜 갑자기 새마을운동으로 빠지나?? 2위 러시아, 3위 우크라니아. 이 와중에 2위가 러시아라는 게 너무 웃프고 짠했다. 실력으로 준 거 맞나?? “음악이 바라는 게 이거죠. 예술은 평화를 추구합니다. 러시아와 우크라니아가 전쟁 중이더라도 우리는 화해할 수 있어요.” 에라이. 화해 가능하다면 2위 우크라니아 3위 러시아 하지 그랬냐???

반 클라이번은 북미와 아시아, 동유럽 정도만 참여하는 대회인가? 참가국에 영국,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같은 귀족 나라는 없길래. 같은 클래식이더라도 리그가 다른가 보오???

2위와 3위를 알게 되자 1위에 대한 불신까지 생겨버림. 그냥 최연소 1위라는 화재가 필요했었나 싶음. 18세부터 30세까지 참가던가. 그러니 18세인 임윤찬은 영원히 최연소 우승자인 것!! 

이 영화를 보면서 한 생각은 ‘재능에게 선택당해서 살아가는 삶은 어떤 걸까 하는 것.’ 

반 클라이번 콩쿠르 최연소 우승자에게만 열리는 특별한 성공의 문. 경제적 걱정 없이 재능을 갈고닦기만 하면 되는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어찌 보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삶일 텐데, 그건 좋은 걸까 안 좋은 걸까? 임윤찬 입장에서는 같은 음악적 재능이라면 망해가는 클래식 피아니스트보다 k-pop 아이돌을 바랄 수도 있는 거니까.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임윤찬의 독주 무대는 BTS 정국의 무대 이상으로 간지 초간지라는 거!! 땀으로 젖은 머리카락, 섬세한 손놀림, 근사한 그랜드 피아노. 그리고 최연소 챔피언!! 



<추락의 해부> 2024.1.31.개봉. 152분. 주연 산드라 휠러(<토니 에드만>여주!!!). 2023 칸 황금종려상.

칸 황금종려상이라는 정보 하나만 보고 본 영화인데, 와 여주가 <토니 에드만> 여주여서 어찌나 반갑던지!!! <토니 에드만> 이후로 잊고 있었는데 이렇게 재회를 ㅠㅠㅠㅠㅠㅠㅠㅠ 이 배우의 연기 규모는 압도적이다. 이런 연기 아무나 못함. 걍 거대하다. 가수로 비유하자면 레이디 가가 성량 같은 것! 나는 레이디 가가의 성량을 아주 좋아하는데, 산드라 휠러의 연기가 그렇다. 웅장하다!!!! 

“다른 사람들도 다 집안일하면서 글 써. 너처럼 징징대지 않아.”라고 하는 씬 ㅋㅋㅋㅋㅋㅋㅋㅋ 감독 최소 여자다!!! 했는데 여자였음. 이 장면 정말 웅장하다!!!!!!!!!!!!!! 

<토니 에드만>에서 신자유주의를 버티는 청년으로서 나약한 68세대 부모에게 반격하던 산드라 휠러는 육아 때문에 글을 못 쓴다고 징징대는 프랑스 백인 남편에게 “다들 집안일하면서 글 써. 나는 심지어 내 조국에 살지도 않고 니 나라의 니 고향에서도 (내 모국어인 독일어를 쓰지도 못하면서)견디면서 살잖아. 도대체 넌 왜 그리 나약해?!!!!”라고 웅장하게 꾸짖는다. 나약했던 백인 남성은 네, 그래요 추락해 버립니다. 추락해서 웅장한 아내를 괴롭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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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4-03-23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하고 싶으면 해 ㅋㅋㅋ 징징대지 말고 ㅋㅋㅋㅋ

먼데이 2024-03-23 20:17   좋아요 1 | URL
이런 위대한 영화를 제치고 <오펜하이머>를 작품상으로 선정한 준 96회 아카데미는 징징이!!!
 

지나친 건강식은 인생을 망칠 수도 있는 걸까?


입맛이 없는 길고 긴 터널 끝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1인분에 나트륨이 2890mg(1일 영양성분 기준 145%)가 함유되어 있는 CJ 현지의 맛을 집에서 즐기는 사천 마라탕면이었다. 양배추, 렌틸콩, 닭가슴살, 계란, 시래기국, 시금치나물, 생미역, 잡곡밥, 대구탕, 갈치조림, 통곡물빵 또는 두부와 쌀로 만든 베이글, 저염, No msg. 외식 0, 배달음식 0 의 식생 끝에 찾아온 것은 오한을 동반한 복통이랄까 배탈이랄까 암튼 뭐 그런 통증. 설사도 구토도 없었던 정체 모를 복통. 장염은 아니었지만 의사는 장염약 3일치를 처방해주었고 다 먹고도 낫지 않으면 다시 병원에 오라고 했다. 약을 다 먹었을 땐 80%정도 회복. 항생제를 더 먹고 싶지 않아서 병원은 더이상 가지 않았고, 그냥 음식을 더더 가려 먹으면서 버텼다. 그랬더니 100% 회복된 후에도 입맛이 살아나지 않았다. 


입맛이 살아나길 바라며 동기부여의 의미로 자취생 갓생 브이로그(구독자가 무려 99만!!!) 같은 걸 봤다. 요즘 20대들은 뭘 먹고사나? 싶어서 봤는데 이 유튜버가 마라샹궈를 좋아해! 심지어 집에서 홈메이드로 종종 만들어 먹기도!!!


지난 10년 간 먹은 라면이 5개도 되지 않을 정도인 내가 내 발로 냉장식품 코너를 찾아간 대. 사. 건! 떡볶이도 면이라면 면인 걸까? 면요리의 절반은 떡볶이가 차지했고 나머지 절반의 공간에 파스타, 우동, 그 외 국가의 면요리들이 옹기종이 붙어 있었다. 베트남 쌀국수에 손이 닿으려던 그 순간 바로 옆에 있던 마라탕면이 눈에 들어왔다. 마라탕??? 한국땅에서 아직도 마라탕을 먹어보지 않은 자, 그것은 나!! (당연히 탕후루도 먹어보지 않았다.)


밀키트처럼 청경채나 숙주나물이 진공포장되어 있을 거라는 기대는 왜 했을까. 아무튼 그것은 조리예였을 뿐이고 현실은 처참했다. 노오란 면과 빠알간 액상소스가 전부였다. 취향에 맞게 홍고추와 화자오를 추가로 넣어 먹으라는 설명과 함께 양념봉지가 있었지만 매울 거 같아서 넣지 않았다. 아무튼 그렇게 이게 사람이 먹는 음식이 맞나 의심을 하면서 면과 국물을 먹었는데, 산삼(먹어보지 않았지만)이라도 먹은 듯이 호랑이 기운이 솟아났다. 급하게 마라탕면을 먹고 바로 외출은 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전혀 지치지 않았고, 몸 상태가 좋았다. 허기가 생기지도 않았고, 계속 가뿐했다. 이건 뭐지?? 정제곡물 밀가루의 효능인가? 아니면 L-글루탐산나트륨의 효능인가???


잠이 많이 와서 계속 많이 잤다. 평균 수면 10시간 ㅠ 단순 암기력보다 창의력이 좋은 사람이 많이 잔다고 하는 카더라과학으로 자위하면서 계속 잤다. 아프니까 자고, 잠이 보약이라고 하니 자고, 항생제 먹었으니 해독을 위해서 자고, 아무튼 잠을 자야 하는 당위성만을 찾는데 지능을 썼다. 나를 찾아오는 유일한 손님, 수면을 버섯발로 달려 나가 환영했다. 책도 읽기 싫었다. 어차피 난 인생천재니까 남의 생각 같은 거 읽을 필요 없지! 일기(글)도 쓰기 싫었다. 그런 거 다 환경파괴지, IT는 2020년대식 위선일 뿐, 꺼져 버려!!! 고강도 하체 운동을 한 후 후들거리는 허벅지 근육과 다음 날의 근육통 속에서만 ‘나라는 픽션’을 지각할 수 있었다. 네, 그래요, 난 아직도 라캉귀신의 씐 상태입니다. 라캉만 물고 빨면 모든 게 다 합리화되잖아요. 전부다 환상이고 픽션뿐이라는데 그냥 정신승리만 하면 되지. 하하하. 싶은 심정. 


CJ 사천 마라탕면을 먹고 원기를 회복한 나는 나의 최근 상태를 정제탄수화물과 나트륨 결핍으로 인한 수면과다와 무기력으로 진단했다. 도파민과 나트륨은 생존 필수 요소였음!!!!(도파민 무죄, 나트륨도 무죄!! 인간만 유죄!!!)

영양제도, 마라탕도, 쇼츠도 없이 2020년대를 견디고 있는 나는 이 시대의 부적응자인가, 최종 생존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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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기술이라고 하는 것이 개입되면 MIPS는 훨씬 높아진다"고 옌스 토이블러가 설명한다. 디지털 기술이 이를 확실하게 입증해준다. 디지털 기술에 개입하는 무수히 많은 금속들, 특히 '채굴하기 어려운 지하의 희귀금속들'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그는 설명을 이어간다. (중략) 그런데 MIPS의 모든 기록을 압도하는 것은 단연 전자 칩이다. 2그램짜리 집적회로를 위해 32킬로그램의 원자재가 소요되므로, 1대 16000이라는 기가 막힌 비율이 나온다.

(중략) 선한 의도를 가진 도시 주민들이 병아리콩 가루로 만든 국수가 환경적으로도 영양적으로도 좋다고 추켜 세우고, 비크람 요가 수업에 갈 때 공유 자전거를 이용하라고 권하면서 휴대폰은 18개월마다 새것으로 바꾸는 이유도 다 그 때문일 것이다. 물론 마음이 짠해지고 얼마든지 이해도 되는 일이긴 하나, 그럼에도 이는 매우 위험한 태도가 아닐 수 없는 것이, 디지털 산업은 (우리가 전혀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생태발자국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킨다. 

(중략)이쯤에서 당신도 이해할 것이다. '저탄소'로 만족하는 것으로는 친환경주의자가 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말이다. '저탄소'에 '저자원'이 더해져야 한다.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 / 기욤 피트롱>


이 책의 취지에 맞게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이 책의 주제와 반대되는 행동으로서 이 책의 감상을 이렇게 인터넷을 통해서 기록하는 중이다.


['저탄소'에 '저자원'이 더해져야 한다.] 내가 늘 하는 말: 사용한 쓰레기이거나 사용하지 않은 쓰레기 이거나 둘 중하나라고. 애초에 생산량을 줄여야 하는데 소비자에게 분리배출 철저히 하시오 하는 건 역시 부동산의 문제겠지. 매립할 땅이 부족하니까. 


실제로, 휴대폰이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촬영하고, 녹음도 하고, 위치도 알려주고, 전파도 포착하려면(그리고 부차적으로 전화 통화도 물론 할 수 있으려면), 반도체 칩의 용량을 증대시키되 크기는 확대시키지 말아야 했다. 1평방센티미터짜리 판 위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새기기 위해서 업계는 마이크로미터(1밀리리터의 1000분의 1, 즉 머리카락 할 올의 두께)라는 단위를 포기하고 나노미터, 그러니까 마이크로미터의 1000분의 1에 해당되는 사용하기 시작했다.

(중략) "오늘날 스마트폰마다 들어 있는 컴퓨터는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에 제작된 최고 컴퓨터보다 그 성능이 100배는 향샹되었다"고, 장-피에르 콜렝주가 설명한다. TSMC에서 일했던 이 전직 엔지니어는 "그토록 고성능인 컴퓨터가 고작 셀카 찍는 데에나 사용되고 있으니 약간 씁쓸한 건 사실"이라고 덧붙인다.

(중략)

반도체 칩은 가장 복잡한 전자 부품들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이칩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규소, 붕소, 비소, 텅스텐, 구리 등을 비롯하여 60여 가지의 자원이 필요하며, 그 자원들은 모두 99.9999999퍼센트의 순도로 정제되어야 한다. 트랜지스터를 새기는 공정으로 말하자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부 칩들엔 200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새겨져 있죠. 가령 손목시계 속에 200억 개의 작은 흐름이 있다고 상상해보십시오. 굉장하지 않습니까."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 / 기욤 피트롱>


["그토록 고성능인 컴퓨터가 고작 셀카 찍는 데에나 사용되고 있으니 약간 씁쓸한 건 사실"이라고 덧붙인다.] 그렇지만 그런 고성능 컴퓨터를 아무도 써 주지 않는다면 그건 또 무슨 소용? 무지몽매한 대중이 고작 셀카라도 찍어줘야 IT 산업이 망하지 않지. 셀카라도 찍으면서 너드들이 개발한 기술을 사용해 주는데 고마운 줄 알아야 하는 거 아닐까? 


영양제를 거부하는 마음과 유사한 마음으로 나는 사물 인터넷이 싫다. 천장 조명을 스마프폰 어플로 on/off를 제어하는 것을 참을 길이 없다. 그런 사소한 귀찮음, 성가심을 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싫다. 살아감에 있어서 귀찮은 일들은 모두 스마트폰에 아웃소싱 한 후, 자신은 즐겁고 재미있는 것만 하겠다는 태도가 싫다. 


왜 모든 전자 제품들이 wifi 기능이 되어야 하는지 2015년형 대우 통돌이 세탁기(20만원 대, 고장난 적 없음)를 사용하는 나는 도무지 알 수가 없지만. 이름 없는 작은 암자의 스님이 매일 아침 참선의 의미로 대빗자루를 들고 티끌 없는 마당을 쓰는 마음으로 밀레 유선 청소기로 묵묵히 집안 청소를 하는 나는 알 수가 없지만. 3M 일회용 청소포 대신 물걸레를 끼운 다이안(다이안은 다대포 옆 신평장림 일반공업단지에 위치한 '주식회사 비오'의 청소도구 브랜드 명으로 비오는 부산의 향토 중소기업이다. 품질이 우수함. 3M에 지지 않아!) 밀대로 방바닥을 닦고 걸레는 빠는 행위를 참선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알 수가 없지만. 


자신이 가진 모든 에너지와 시간을 돈 버는 행위(직업)에 사용했기에 집에서는 청소도, 설거지도, 빨래 널기도 할 수 없어서 로봇청소기와 식기세척기와 빨래건조기를 사용(세 가전 모두 사물 인터넷 가능!!)하는 것을 합리화하는 사람들이 이해되지 않는다. 그들이 집에서는 주로 그저 어딘가에 드러누워(유사 누운 자세로) 화면 응시만 하는 게 싫다. 


사물 인터넷 기계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과 후손(근미래 인류)은 결코 공존할 수 없다. 후손에게 이런 문명을 물려주는 것은 좋은 유산이라고 할 수도 없다. 사물 인터넷 등등을 필수 생활용품으로 사용할 후손을 낳지 않는 것만이 친환경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입장에서 친환경을 위해 자손을 낳지 않는 것 또한 이치에 맞지 않다. 아무튼 결론은 2020년대 이후 인간과 친환경은 공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환경이 망하느냐 IT(를 사용하는 인류세)가 망하느냐 양자 택일이라고 본다. 자원 고갈과 엄청난 환경파괴가 IT 기술(혹은 인간)의 폭주를 끝낼 거라고 본다. 그 끝에서도 몇몇 인간은 살아남아  혈거인의 생활로 다시 시작하겠지. 그것 말고는 그 무엇도 예상되지 않는다!


2015년에 생산된 만8년 넘게 사용하는 중(재작년에 공식as에서 배터리 교체)인 맥북으로 이 글을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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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만약 공감하지 않는다면 축복받은 인생을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외국에서 일하는 의사 선생님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환경이 좋지 않은 곳에서 종종 일한다. 예를 들어 내전을 겪었던 곳이나 현재 겪고 있는 곳이나. 그런 사람은 어떤 영양제를 챙겨 먹을까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전 영양제를 하나도 먹지 않습니다. 나는 긴박하게 바로 물었다. 유산균도요? 설마 유산균도요?? 그는 자신이 어떤 환경에서도 화장실에 편하게 가는 사람이라고 답을 했고 나는 맥이 풀렸다. 그래, 세상에는 그런 사람이 있지. 축복받은 사람.

<아무튼, 영양제 / 오지은>

(오지은 팬으로서 이 의사 선생님 누군지 알 거 같다 ㅎ)


(무급)휴직을 앞두고 유튜브에서 절약을 검색해 보았다. 그래서 알게 된 사람이 돈쭐남. 돈쭐남의 혼쭐이 10계명에서 절약을 위해서 내가 실천할만한 항목은 없었다. 이 10계명의 최신 버전 13가지에서도 실천할 항목은 없었다. 왜냐 나는 원래 그렇게 살았기 때문이다. 어쩐지 통장 잔고가 화수분처럼 넘치더라니! 이제야 미스터리가 풀렸다. 


혼쭐이 10계명(혹은 13계명)을 통해 '역시 나는 소비자본주의와 맞지 않는 인간'임을 다시금 깨달았다. 10가지 중 3가지가 식비에 관한 거였다. 먹부림으로 대동단결한 소비자본주의 시대에 먹는 걸 좋아하지 않는 나는 당연히 식비, 간식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 먹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친구가 별로 없는 거라고 원인 분석을 한 적도 있을 정도다. 


똔줄남의 하지 말아야 할 13가지에서 가장 놀랐던 건 '지출내용을 무기록 하지 말자'였다. 적어도 3개월에 한 번은 자신의 소비를 분석하라는 조언.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초등학교 실과 시간에 용돈기입장이라는 것을 배운 이후 지금까지 계속 소비기록을 하고 있다. 수도, 전기, 도시가스의 경우는 사용량과 사용요금을 공책에 별도로 기록해 두었기에 몇 년치 통계 분석도 가능하다. 주유비의 경우는 주유 당시의 리터당 가격도 기록해 둔다. 내가 특별히 용의주도하게 관리하는 항목은 의류비이다. 의류비는 월별 지출에 기록하지 않고, 별도로 의류비만 기록하고 소비 정도를 조절한다. 자동차 구입의 경우, 내 소득에 비해서 비싼 차임은 분명하지만 나는 내 평생에 자동차는 단 2대뿐이다라고 정한 후에 구입한 것(남들이 2번째 차를 살 때 난 첫 차를 구입. 지금은 10만 km 넘게 주행한 구형차지만 계속 사용할 예정)이기도 하고 반려동물양육비, 자녀양육비 대신 좋은 차를 선택한 것이니 나름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음료수를 마시지 않는다. 언제부터 음료수를 마시지 않았냐고 묻는다면 처음부터. 음료수를 좋아해 본 적이 없다. 중고대학생 시절 친구들이 자판기에서 종이컵 커피, 캔커피, 데자와 등을 뽑아 마실 때 나는 마시지 않았다. 친구가 혼자 먹기 뻘쭘하니 사준다고 해도 거절했다. 왜냐 좋아하지 않으니까. 심지어 액상과당의 단맛과 찐득함이 입 안에서 느껴지는  것을 싫어한다.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신다. 당연한 얘기지만 술도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내 집에 와서 놀라는 것, 생각보다 옷이 적다, 생각보다 가방이 적다, 생각보다 화장품이 적다이다. 당연하지, 나는 내가 가진 100%를 다 사용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소유하려고 사는 물건은 없다. 내가 늘 하는 말 "내 몸은 1개고, 일 년은 365일인데 다 입지도 쓰지도 못할 옷, 신발, 화장품, 가방, 화장품이 다 무슨 소용인가." 특별한 날에만 입는 옷, 드는 가방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많이 소유하려면 무한정 소비해야 하겠으나 구매한 물건을 100% 사용한다에 중점을 두고 소비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이것은 반소비적인 소비 방식이며 나의 방식이다. 환불, 중고거래, 당근 같은 거 하지 않는다. 내가 구매한 물건은 내가 100% 사용 완료한다는 생각으로 구매한다, 자동차마저도. 중고차 시세는 구매 시 고려 항목이 아님. 


그렇기에 나는 내가 먹고 싶은 거 다 먹어도 살이 찌지 않고, 내가 갖고 싶은 걸 다 사도(자동차 빼고...포르쉐 포기하교 휴직 선택함, 휴직도 하고 포르쉐도 구매할 정도의 재력은 없다)빚 지지 않는다. 왜냐 나는 (이제야 안 것이지만) 축복받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나에게 놀라는 점 3가지가 있는데 첫째, 잘 잔다(새벽 오토바이 폭주족의 소음도 듣지 못하고 계속 잘 정도). 둘째, 잘 싼다(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음). 세째, 아무거나 잘 먹는다(먹는 것에 흥미가 없기 때문. 특별히 좋아하거나 특별히 싫어하는 음식이 없다) 소식좌 아님. 생각보다는 많이 먹음. 


유산균, 수면유도제, 소화제, 양배추즙 같은 걸 먹지 않아도 되는 이 시대의 반자본 안아키의 축복받은 삶을 사는 중이라는 걸 <아무튼, 영양제>을 읽고 알게 되었다. (심지어 이 책을 읽고 알게 된 질유산균은 아직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질과 유산균이 어떻게 연결 지어질 수 있지?) 


내가 2020년대식 성장(성공, 부자, 명예 등)하는 삶 대신 자족하는 삶을 사는 것은 내가 축복받은 삶을 사는 육체를 가진 탓이 아닐까? 다시 말해 잘 자고, 잘 먹고, 잘 싸는. 지극히 신생아적인 쾌락이 충족된 삶. 나는 매슬로의 욕구이론 5단계 또는 7단계를 진지하게 의심하는 중인데, 그 이유는 내가 자족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 어떤 영양제도 먹지 않는 영양제계의 안아키인 나는 어쩌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잘 자고, 잘 먹고, 잘 싸지 못해서 그 대신 부자라도 되려고 하는 게 아닐까?라고 의심해 본다. 영양제뿐만 아니다. 나는 사주나 점을 본 적 없으며 종교도 없고 신도 mbti도 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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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4-01-19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로우보다 더 상세히 기록하시는군요.

먼데이 2024-01-20 11:13   좋아요 0 | URL
책과 영화도 기록합니다.
영화 언제, 어디서(ott, 극장), 누구와 봤는지
책: 언제, 어디서(온라인 서점, 계정, 도서관) 샀는지

병원장부도 있어요.
어느 병원, 질병(검사명), 약국

내가 어떻게 생활해 왔는지를 분석, 통계를 내면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지를 예상하고 계획을 세울 수 있고
그런 과정이 나를 안심시켜 준달까요.

막연하면 불안하고, 불안하면 멘토(?)를 찾거나 점이나 사주를 보잖아요.
전 그런 건 정말 질색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