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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지 않고 귀여운 생각만 하겠다고 한지 24시간도 되지 않아서 나는 책이 아닌 책 리뷰를 읽고 있었다. 그것도 무려 페미니즘 책 리뷰를 읽고 있었다. 귀여움 따위 ㅋㅋ 그래도 노래는 소녀시대가 지겨워져서 시스타를 듣다가 시스타가 지겨워서 여자친구 듣다가 지금은 트와이스다.


책 리뷰 읽다가 마침 지난 5월 사서 비닐포장만 뜯은 채로 몇 권 안되는 페미니즘 책 코너(사고 읽지는 않는 책들이 많다. 나는 페미니즘 책은 사긴 하는데 읽지 않는다)에 보관한 하고 있던 <제2의 성>을 펼쳤다. 


연말, 연초에 행복 타령을 했지만 사실 행복에 별 관심없다. 그냥 조금만 더 즐거웠으면 좋겠다하는 정도였다. 


그리고 혼자 있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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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3-01-15 2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마이걸>입니다. <나의 지구><살짝설렜어><돌핀> 좋아합니다.
저도 먼데이님 서재 들어오면 정신차리지 않으면 다 읽게되던데요?
그런데... 남의 일기 읽는 거 부담스러워하실까봐 정신을 차리고 애써서 안.읽.곤. 했습니다.
이제 우리 친구된 기념으로... 참지 않고 다 읽을 거예요. 크아앙!

먼데이 2023-01-16 14:36   좋아요 1 | URL
저도 돌핀은 많이 들었어요.
어차피 공개 일기니까요. 비공개도 엄청 많아요 ㅎㅎ
 

누구 하나, 둘, 셋, 넷 정도 죽여버리고 싶을 때마다 <시카리오 암살자들의 도시>를 봤다.

"이제 신을 만날 시간이야" 빵빵빵.

요한 요한슨이 죽은 이후로는 이 영화를 볼 때마다 마음 한 구석이 시큰거렸다.


어제도 <시카리오 암살자들의 도시>가 절실했고,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찾아서 클릭을 했더니 마침 내가 좋아하는 장면 다은 씬이 재생되었다 ㅋㅋ

나란 인간 ㅋㅋ


이 영화를 보면서 카톡 중독자처럼 카톡질을 하고 있는데

친구가 그런 영화보면 톡 안 할 거라고 했다.

그런 걸 자꾸 보고 읽으니 내가 자꾸 예민해지는 거라고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이지 아냐고

그냥 남들처럼 단순한 거 보고 웃고 맛있는 거 보고 하라고

우울한 생각이 들 때마다 쓰잘데기 없는 카톡이나 보내라고.

얼마든지 톡해준다고 했다.


이랑, 오지은 노래는 그만 들어야지

대신 소녀시대노래나 줄창 들어야지.

소녀시대가 편한 나이. 요즘 아이돌(뉴진스, 아이브 등)은 역시 덜 편해서.



책도 그만 읽을 거고(정지돈, 김사과 이런 거 읽으면 정말 예민해짐)

ebs에서 고교영어특강이나 볼 거다.

내 평생의 숙제 영어.

그런데 또 요즘 선생님은 편하지 않아서.

이지민 선생님 강의 찾아 듣는 나란 인간 ㅋㅋㅋ



모든 상황을 영어로 번역해서 생각하기로 했다.

내 영어 실력으로 생각을 하면 사실 아무 생각을 할 수가 없다.

thanks for dinner.

이 정도가 한계인 것이다.

7세 수준의 문장력으로 생각하고 살 수 있는 것이다.

얼마나 귀엽고 행복한가!!



뇌를 속여볼 생각이다.

나는 귀엽고 행복한 사람이라고.


영어공부, 소녀시대, 쓰잘데기없는 카톡으로 나는 귀엽고 행복한 사람으로 거듭날 거다.


체홉 나는 모르는데요.

이랑은 누군가요?


p.s.

영화 <3000년의 기다림>에는 카사노바 지니가 나온다. 

소원을 들어준다면서 여자들을 꼬시는 지니가 나온다.

왜 난 이 영화가 이렇게 해석되는건지 ㅋㅋㅋㅋㅋㅋ

그 무엇에도 의미부여 따위 하지 않고 그냥 단순하게 받아들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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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3-01-13 23: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카리오빵야빵야. 하하. 저는 사는 게 너무 무거울 땐 읽기 아주 어려운 책이나, 이과 책을 읽어요. 김상욱의 <떨림과 울림>을 읽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먼데이 2023-01-14 10:53   좋아요 2 | URL
김상욱도 <떨림과 울림>도 금시초문이예요. ㅎㅎ
검색해 보니 이과책이네요.

이과책은 읽어본 적이 없는데 메모해 둘게요.

추천 고마워요!

댓글을 주고 받는 재미란 게 이런 거군요. 공쟝쟝님 덕분에 새로운 재미를 느낍니다.





공쟝쟝 2023-01-14 13:57   좋아요 1 | URL
네 130억년전 별에서 만들어진 우리 😌 저 같은 문돌이도 읽을 수 있었으니 먼데이님께도 좋을 거예요. 삶이 어려우면 우주를 생각하면 좀 저는 제 경우는 ㅋㅋㅋ 내 문제가 작아져요!!
 

아프고 고통스러웠던 기억

처절하게 후회했던 기억

남을 상처주고 또 상처받았던 기억

버림받고 돌아섰던 기억

그런 기억들을 가슴 한구석에 품고 살아가는 자만이

더 강해지고 더 뜨거워지고 더 유연해질 수가 있지

행복은 바로 그런 자만이 쟁취하는 거야.

<사이코지만 괜찮아 1화>



티백 커피가 맛있는 쇼핑몰에서 캡슐 커피를 샀는데 더럽게 맛이 없었다. 배송비 때문에 40 캡슐이나 샀는데... 인내하며 6개 정도 먹었다. 오늘은 도저히 못 참겠어하면서 모 호텔에서 가져온 드립백(비싼 호텔이고 비싼 룸이었기 때문에 드립백도 고급짐??)을 먹는데 와 진짜 꿀맛. 드라마 <더 글로리>의 한 장면이 바로 생각났다. 하도영이 운전기사에게 최소 100만 원 이상의 와인을 주자 운전기사는 저는 이런 건 맛도 잘 모릅니다라고 하면서 사양하자 하도영은 "편의점에서 1만 원짜리 와인을 사서 마셔보고 나서 이 와인을 마시면 그 차이를 알게 될 거예요."라고 비결을 알려준다. 행복은 바로 그런 자만이 쟁취하는 거야는 이런 말 아닐까? 불행을 경험해 본 인간만이 행복을 누릴 수 있다 뭐 그런. 



나는 부모가 싫다. 그들이 나를 낳았다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싫다. 더욱이 그들의 유전자까지 나에게 주었으니 더 싫다. 최대한 부모를 반면교사로 여기면서 살아가지만 어떤 신체적 유전 내용은 내가 바꾸지 못하니 받아들이면서 산다. 요즘은 이런 생각을 많이 한다. 전후에 태어난 여자.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라고, 제대로 된 연애도 해보지 못한, 남편의 사랑조차도 충분히 받아보지 못한 그런 여자가 결핍된 사랑을 보상받고자 자식을 낳는다. 내가 낳은 아이만은 나를 사랑해 줄 거야라는 기대로. 하지만 그 아이마저도 그 여자를 사랑하지 않는다. 여자는 분노한다. 그리고 자식에게 온갖 악담을 퍼붓는다. 이게 나를 낳은 여자의 사연이다.


나는 납득할 수가 없다. 내가 자살을 한 것도 아니고, 도박빚이 있는 것도 아니고(나는 그 흔한 은행대출조차도 없다), 실직을 한 것도 아니고(나쁘지 않은 직업), 좋은 집 좋은 차 잘 꾸민 호감 가는 외모까지 갖추고 있다. 그거면 충분하지 않나? 내가 부모를 공경하고 사랑까지 해주어야 하나? 내가 왜? "내가 반려견이야? 그렇게 사랑받고 싶으면 차라리 개를 키워. 나한테 이러지 말고. 아니면 다른 자식한테 가서 사랑해 달라고 하세요."


이런 심정으로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봤는데 5화까지 인내하면서 봤으나 재미는 없었다. 자기 자신만 사랑하는 사람 고문영이라는 캐릭터에 흥미가 생겨서 봤으나... 


누군가에게서 사랑을 받으면 좋은가? 행복한가? 타인의 사랑을 신뢰할 수 있나? 나를 낳은 부모마저도 그들이 원하는 조건일 때에만 나를 사랑해 주는데? 조건적 부모의 사랑 때문에 고통받는 자식의 인생이 한국 드라마의 거대한 주제 아닌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어릴 때부터 조건적인 부모 아래에서 자랐고, 덕분에 내가 유일하게 신뢰할 수 있는 사랑은 나 자신이 나를 사랑해주는 것 말고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이야 뭐라든 그게 무슨 상관?


이런 나의 생각들이 다수의 정상적인 사람들에게 위화감과 불편함과 언짢음을 준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어쩌겠어. 우리는 모두 각자의 신념대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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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재작년 가을인가 그런데, 언니가 갑자기 편지 한장만 써놓고 사라졌다. 자기를 절대 찾지 마라, 당분간 모든 관계를 끊고 살겠다, 죽기 전에 한번만이라도 그렇게 살아보고 싶다, 마음이 변하면 돌아오겠다, 뭐 그런 내용이었는데.

이모는 안산의 외곽에 있는 오래된 소형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열평 남짓한 실내 공간은 잘 정돈되어 있었다. 아니, 잘 정돈되어 있다기보다 정돈할 것이 거의 없었다. 그녀의 집에는 없는 게 많았다. 텔레비전도, 컴퓨터도, 휴대전화도, 집전화도 없었다. 당연히 케이블이나 인터넷도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그럼 뉴스는 어떻게 보시느냐 물었더니 도서관에 가서 거기 있는 컴퓨터로 본다고 했다. 에어컨은 커녕 선풍기도 없었다. 그녀의 집에 있는 가전제품이라고는 구형 냉장고와 세탁기뿐이었다. 옷장도 없었는데 붙박이로 설치된 이불장만으로 충분한 듯했다. 집 안 전체가 수녀의 방처럼 텅 비어 있었다. 그릇이나 냄비도 몇개 없었는데, 그 때문인지 몸에 밴 습관인지 그녀는 설거지거리가 생기면 그 자리에서 바로 씻었고, 빨랫감이 생기면 세탁기를 돌리지 않고 손으로 빨았다.

<이모 / 권여선>

내가 또 권여선의 <이모>를 한 글자, 한 글자 씹어 먹듯이 읽고 있는 걸 보니 또 다시 산다는 것에 진절머리가 나는, 사는 게 견딜 수가 없는 상태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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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3-01-11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저는 이 소설을 읽고 이렇게 되기 전에 가까이 있는 인간들 부터 처리(?)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물리적, 마음 속) 이별 정리 이별 정리 그러고 보니 시간이 지나서 이젠 거의 이모님의 말년 처럼 살아가네요… 🥹

먼데이 2023-01-13 10:00   좋아요 1 | URL
역시 읽으셨군요!! 이 소설집에서 <이모>와 <삼인행>이 특히 좋았어요.

인간관계가 버거울 때는 전자제품 같은 소유물도 버거워져요.
그래서 <이모>의 단촐한 살림이 서술된 부분만 읽어도 위로받는 기분이 들곤 해요.

전 정리할 인간관계도 거의 없는데 그래도 힘들 때가 있고, 피곤할 때가 많고 그래요.
 

우울증 상태에서는 시간 관념도 비정상적이어 되어서 그야말로 일각이 여삼추다. 침대에 꼼짝도 못하고 누운 채 샤워하기가 너무 두려워서, 그러면서도 샤워는 두려운 일이 아니란 걸 알기 때문에 울던 기억이 난다. 나는 마음속으로 계속 샤워의 단계들을 밟아 가고 있었다. 돌아누워서 방바닥에 발을 내린다. 선다. 욕실로 걸어간다. 욕실 문을 연다, 욕조로 간다. 샤워기를 튼다. 샤워기 아래 선다. 비누칠을 한다. 헹군다. 샤워기를 끈다. 수건으로 몸을 말린다. 침대로 돌아온다. 이 열두 단계가 십자가의 길처럼 부담스러웠다. 

<한낮의 우울 / 앤드류 솔로몬>


어제, 밤에는 <블랙의 신부>를 보다가 잤다. 1화부터 6화까지 쉬지 않고 봤더니 새벽 2시였다. 새벽 2시에 자고 오전 9시에 일어나는 일상을 가지는 것은 나의 오랜 로망이다. <밀레니엄> 시리즈 1부에서 남주가 그런 생활을 한다. 고요한 북유럽의 고립된 산장에서. 하지만 역시 하루에 7시간 자는 건 수면부족이다. 그래서 2시간 더 자고 11시에 눈을 떴다. 일어나기 싫었다. 영원히 쭉 죽을 때까지 잠만 자고 싶었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는 아니지만...


머리 감기 싫다, 머리 감기 싫다. 하지만 나는 머리를 감지 않은 나 자신을 못 견딜 것이다. 일어나서 욕실로 가서 머리를 감으면 될 것을 나는 욕실 대신 서재로 갔다. 책장 제일 윗 칸의 위쪽, 즉 천장과 책장 사이의 공간에 자주 보지 않을 것 같은 책을 꽂아둔 곳에 <한낮의 우울>이 있다. 손이 닿지 않기 때문에 의자 위에 올라가서 <한낮의 우울>을  꺼냈다. 그리고 샤워의 12단계를 찾기 위해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겼다. 기억 상으론 100쪽 미만이다. 


내가 이 책을 읽던 무렵 나는 우울증은 아니었고 너무나 큰 상실감과 배신감에 고통받고 있을 때였다. 그때 어느 정신과의사던가 아니면 심리상담사던가 하는 분이 팟캐스트에서 "일어나서 머리를 감고 씻으세요. 몸을 청결히 하고 좋은 옷을 입으세요. 그리고 미용실에 가서 머리도 예쁘게 하세요. 그러면 기분이 좋아질 겁니다." 원래도 외모를 꾸미는 걸 좋아했지만 이때 이후로는 더 의식적으로 꾸미려고 한다. 그러면 안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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