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우연히 커피소년의 <아침에 비타민>이라는 노래를 알게 되었다. 이런 노래는 정말 내 취향이 아닌데, 나는 어제부터 이 노래를 1곡 무한반복 청취 중이다.


행복하다 행복하다

나는 가장 행복하다

세상에서 젤 행복하다

오늘도 난 행복하다

<아침에 비타민/ 커피소년>


세상에서 내가 제일 불행하고 불쌍하게 여겨지는 날에도 

세상에서 젤 행복하다고 생각하기로 다짐했다.


파스칼이던가 아무튼 아주 이성이성 합리합리 하는 류의 학자가 신을 믿는 이유가

신을 믿지 않는 것보다는 믿는 것이 더 행복하기 때문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신을 믿지 않는 사람을 쯧쯧 거리면서 가여워하는 글을 읽고

아휴 미친놈일세

했는데

살다보니 내가 아휴 그 미친놈일세가 되었다.

물론 신을 믿겠다는 건 아니고


내가 제일 행복하다고 믿고 살거라는 것.


전혀 행복하지 않지만, 

행복하다고 뇌를 속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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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맨>을 봤다. 3시간 30분이라는 러닝타임이 딱 적당해서 고른 것. 등장인물과 이야기 구성을 기껏 파악했는데 2시간 이내에 끝나는 영화는 너무 짧고 그렇다고 8부작 이상의 드라마를 보기에는 내 주말이 좀 짧은 거 같았다. 그런데 마침 3시간 30분이라는 딱 내가 바라는 길이의 영화가 있는 것. 


2시간 안에 압축적으로 이야기를 담은 게 아니라서 콩나물 다듬으면서 보는 저녁 드라마처럼 힘을 빼고 보면 된다는 점이 좋았다. 이번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등을 받은 에에올보다 만 배는 더 세련된 영화다. <아이리시맨>은 작품상, 감독상 후보였으나 <기생충>을 만났을 뿐이었다. 에에올처럼 촌스럽고 경박스러운 것을 인내할 수가 없다. <아이리시맨>은 첫 장면부터 어찌나 정갈한지!!! 

호파의 요구사항은 나의 요구사항과 같다. 회의에는 정장을 입어라, 약속 시간에 늦지 마라. 

말년의 프랭크: 내 변호사에게 물어봐.
기자: 변호사는 죽었습니다.
말년의 프랭크: 누가 죽였지??
기자: 암이요.

이 영화에 등장하는 무서운 놈들은 총에 맞아 죽거나 병에 걸려 죽거나 둘 중 하나로 죽는다. 즉, 다들 시시하게 죽는다.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인물의 머리 위에는 엔젤링처럼 이 인물이 언제, 어떻게 죽게 되는지 말풍선이 뜬다. 

죽음에 관한 영화. 시시한 죽음 들에 관한 영화였다. 3시간 30분은 길고 긴 만담 같았다. 
어떤 만담이냐, 차 안에서는 담배를 절대 피우면 안 되고, 골초였던 부인은 당연히 폐암으로 늙어 죽고, 폭력적이고 눈치 없는 가부장은 결코 딸에게 용서받지 못한다는 만담. 난 페기가 마음에 들었다. (다시 한번 모녀지간 어쩌고 하는 에에올은 얼마나 유치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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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영혼의 노숙자>에는 내가 좋아하는 오지은과 이랑이 가끔 게스트로 나온다. 그래서 시나브로 듣다 보니 계속 듣게 되었는데. 최근 것은 다 들어버려서 그럼 1화부터 정주행 해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가장 최근 화에 소설가 박상영이 나왔는데 셀럽맷과 김보람 영화감독이 <영혼의 노숙자>를 1화부터 시작했던 썰을 조금 풀길래 그게 뭔지 급 궁금해져서 1화부터 듣게 되었다. 1화부터 웃겼다. 나도 좀 웃긴 사람으로 살아야겠다..아마도 불가능하겠지만 ㅠ 싶었는데 방금 4화에서 셀럽맷이 시트콤 <세친구> 얘기를 하는데 나도 좋아했던 에피소드들이라 그걸 듣다가 실로 정말 오랜만에 윗몸일으키기 100개 했을 때의 복근경련과 통증을 느낄 만큼 웃었다. 그때 나는 통돌이 세탁기에 손님방 겨울 누빔 이불을 넣고 세탁기 물을 받고 있었다. 이불이 골고루 물에 젖기를 바라며 허리를 숙여서 이불의 위아래를 힘겹게 바꾸고 있었는데, 웃다가 세탁기에 빠질 뻔했을 정도. 이렇게 원초적으로 웃은 게 얼마 만인지. 


이 정도로 웃은 것은 예전에 화성인 바이러스에 일본 만화 주인공 캐릭터가 그려진 베개와 사랑에 빠진 십덕후 이후로 두 번째인 것 같다. 이 시절 나는 내 손에 지구를 두 번 폭파시켜 버릴 정도의 핵폭탄 버튼이 쥐어져 있다면 0.0001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걸 눌렀을 정도로 악의 기운을 뿜고 있었을 시기였다. 보다 못한 동생이 이거 보면 무조건 웃는다 꼭 봐야 한다면서 그 십덕후 편을 무조건 보라고 나를 tv 앞으로 질질 끌고 가서는 강제 시청 시켰던 것. 나는 방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면서 웃었고, 와 사람이 웃다가 죽을 수도 있구나 하는 걸 처음 느낀 순간이었다. 진짜 더 웃었으면 복근이 파열돼서 119 실려갈 뻔. 


나는 나를 이 정도로 웃게 한 사람에게는 답례를 하는 게 인간의 도리다 싶어서 팟캐스트에서 후원계좌를 찾았으나 없었다. 그럼 인스타인가? 인스타에도 없었다. 그러면 트위터인가? 급 검색해 보니 있다. 크다면 크고 적다면 적은 금액의 감사를 보냈다. 


어제는 아침부터 울었다. 출근해서 직상 상사랑 얘기하다가 울고, 점심 먹고 멍 때리다가 울다가 눈물 닦고 있는데 친한 동료가 와서 안색이 왜 그러냐고 해서 또 울고, 사는 게 서럽다고 해야 하나 그런 기분. 아픈 몸으로 살아가야 하는 게 싫다. 구차하다. 조기 퇴근하고 집에 와서 쉬다가 운동도 취소하고 웃긴 거나 볼까 싶어서 넷플릭스에서 코메디를 검색했으나 내가 원하는 코메디가 없었다. <우리의 우주>가 눈에 들어와서 1화를 봤다가 46억 년 전에 비로소 완성된 태양에게 욕만 쳐해 댔다. 태양에너지만 없었더라도 내가 지금 존재하지 않아도 되었을 건데 싶었기 때문. 1화의 주인공은 태양이 아닌 5개월 된 새끼 2마리를 키우는 어미 치타다. 건기의 어미치타의 먹이사냥의 힘겨움을 보여준다. 치타의 제로백은 3초, 하지만 그렇게 괴력으로 달려서 사냥을 하면 서너 시간 이상 운신을 못한다고 한다. 에너지를 너무 사용해서. 그런데 제로백 3초의 파워로 사냥감을 쫓았으나 사냥에 실패하면 하루종일 쉬어야 할 정도로 다운된다고... 그걸 보면 난 또 울었다. 왜 태어나서 굶주려야 하고 번식해야 하냐고. 그리고 치타도 힘들지만 치타에게 잡아 먹히는 초식동물은 또 뭐냐고. 그런 걸 보면 난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 와중에 5개월 된 새끼치타는 왜 그렇게 귀여운 건지 ㅠㅠㅠㅠㅠㅠ) 번식과 생존의지 뭐 그런 것의 숭고함을 보여주려고 하는 거 같은데 뭐가 숭고하냐? 개고생이지. 번식과 생존을 숭고하게 여기고 맹목 하는 게 아무리 봐도 사이비 종교와 똑같단 말이지. 그래서 유튜브에 가서 <아따맘마>를 좀 보다가 잤다. 


이런 상태의 나를 복근에 경련이 일어날 정도로 웃게 해 준 셀럽맷은 노벨평화상 감이다. 그리고 하나 깨달은 것은 원초적으로 웃는 것, 즉 복근이 아플 정도로 웃는 것 말고는 구원이 없다는 것이다. 또 복근이 아플 정도로 웃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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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3-03-25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세친구라니 정말 실망스럽습니다. 저 그 팟캐 알아요. 근데 시끄러워서 못듣겠음... 왜 나는 시끄럽게 떠들면서 남들 떠드는 소리는 싫어하는 가!!
그나저나 최근에 웃어본 적 없는 것 같음. ....... 우울하다 진짜.

먼데이 2023-03-25 12:45   좋아요 1 | URL
그 시절의 한국 시트콤을 많이 좋아했어요. 단지 웃기다는 이유만으로. 세친구는 많이 보진 않았지만 좀 웃긴 몸개그가 많았고, 내용과는 별개로 몸개그가 원초적으로 웃긴 걸 정말 좋아합니다. 이휘재가 나온 <큰집 사람들>같은 코미디. 요즘엔 그런 거 없이 그저 말과 상황으로만 웃기려고 해서 좀 아쉽달까요. <세친구>도 지금 보면 많이 실망스럽겠죠? ㅠ

설거지, 집정리, 아침화장, 침대에 누워서 쉴 때 무조건 팟캐스트 들어요.
웃고 떠드는 것도 듣다보면 나도 그 속에서 웃고 떠드는 느낌이라서 나쁘지 않고요.

책읽아웃도 듣지 않으시나요? 전 황정은 소설가가 하는 것만 들어요.

오늘 배가 찢어질 만큼 웃고 나니 그냥 웃는 게 짱인 거 같아요. 금은보화 다 필요 없고, 고상한 철학이나 이상도 다 필요 없고 그저 웃는 게 최고인 듯 ㅠㅠ 하지만 그럴 기회가 잘 없지요.


공쟝쟝 2023-03-25 13:58   좋아요 0 | URL
우리 또래 친구인거 같아요. <큰 집 사람들> 와... 놬ㅋㅋㅋㅋㅋ 그거 정말 재밌었음 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원하기만 하면 실은 원하지 않는 데도 시끄럽게 떠들어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았고, 소음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을 원하는 1인이라 에지간히 조용하지 않으면 팟캐스트 잘 듣지 않습니다. 지금 듣는 건 오디오 매거진 정희진의 공부가 유일하네요. 예전에 장강명 요조 나오는 책 팟캐 하나 들었고요. 가끔 영화 하나 보면 김혜리 기자 팟캐 찾아 듣구요!
그리고 텐션유지는 아이도르 뮤직으로 ㅋㅋㅋㅋ
네네 웃으며 삽시다 웃으면 복이와요 ㅋㅋㅋㅋ !! 전 큰집사람들 유튜브에서 찾아볼래요. 웃을 수 있을 거 같아요. 주말 잘 보내요. 해피 세러데이~
 

오쿠다 히데오의 <항구 마을 식당>을 읽었습니다. 소설가 오쿠다 히데오가 출판사 신초에서 나오는 잡지 <여행>의 기획으로 배를 타고 항구 마을에 가서 맛있는 것을 잔뜩 먹고 옵니다. 그게 다입니다. 절경에 대한 아름다운 묘사도 없고(도보 20분 이상 코스는 작가 없이 카메라맨 혼자 가서 사진을 찍어 옵니다)

(중략)

별 놀라운 에피소드나 삶의 깨달음도 없습니다. 책 내내 배를 타고 그 안에서 졸다가 현지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내용이 이어집니다.

(중략) 

절경이 있다고 해도 도보 20분이 넘으면 거리낌 없이 패스하고, 정말 내가 좋아하는 것(스낵바에서 수다 떨기)을 어디에서든 한결같이 추구하는 여행을 한 적이 있는가.

<당신께 / 오지은>



나는 여행 자체를 좋아하진 않는다. 내가 여행을 하는 경우는 내 눈으로 내 몸으로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을 다 확인한 지금은 딱히 여행에 대한 갈망은 없다. 얼마 전에 갑자기 호텔 1박을 할 일이 생겨서 부랴부랴 짐을 싸는데 짐을 싸는 행위가 에베레스트 등반 짐을 싸는 것만큼이나 힘들었다. 간단히 말하면 정말 귀찮았다. 폰충전기, 맥북충전기, 드라이기, 멀티탭 등등등등등. 숙소에서 짐을 풀고 다음 날 아침에 다시 짐을 싸고, 집에 와서 다시 짐을 풀어서 원래 자리에 물건들을 놓아두는 행위에 진절머리는 내면서 내 인생에 다시는 외박은 없다고 외쳤다. 리모와 급은 아니지만 나름 고급의 북유럽 브랜드의 기내용 트렁크를 구입해서 단 2번 사용했을 뿐인데 말이데 기내용 트렁크에 짐 싸기에 지쳐버림. 


이번 주말에서야 <더 글로리> part2를 봤다. 지난주에 보고 싶었지만 금요일 저녁에는 잠이 쏟아져서 일찍 잤고 토요일부터 봐야지 했지만 토요일 내내 아팠기에(<더 글로리>를 볼 체력조차 없었다) 못 보고 일요일에는 9화부터 16화까지 총 8화를 다 볼 자신이 없어서 시작하지 않았다. 물론 일요일에 보고 월, 화, 수 정도에 나누어서 봐도 되겠지만, 이런 재미있는 드라마에 노동이 끼어들어서 훼방 놓는 거 질색이라서. 고단한 인생이 끼어들면 재미가 줄어든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이번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남우조연상을 받았다는 뉴스를 보고 세상이 더 싫어졌다. 나는 이 영화가 모든 것에서 다 별로였다. 일단 나는 너드물이 싫고, 부모는 나도 첨이라서 너무 힘들어 징징도 싫고, 다중우주적 정신승리물도 싫고, 산만한 영화도 싫다. 이 영화가 2023년 현재 인류의 정서라는 것이 참으로 실망스럽다. 무엇보다 편집상이라니... 


최근 본 영화 중에서 가장 좋았던 영화는 <애프터 양>이다. 내가 영화에서 바라는 감각적 쾌락, 철학적 쾌락이 이 영화에는 완벽하게 있다. 


2023년을 살아가는 인류의 다수는 다중우주 중 어딘가의 '나'가 나인가? 미쓰 홍당무의 미숙의 대사 "내가 내가 아니었으면 나를 사랑해 줬을 거면서." 그 말인가? 


다중우주=회빙환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뭘 굳이 그렇게까지 잘 살아보려고 하니? 하는 심정. 죽이 되든 똥이 되든 1번인 인생도 매우 싫다. 1번뿐이고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그나마 천만다행인 거야. 돌이킬 수 있고 수습할 수 있고 무한반복이라고 생각하면 지옥도 그런 지옥이 없다. 


그렇지만 노드하우스가 제창한 이산화탄소 삭감률을 준수하면, 지구의 평균 기온은 2100년까지 무려 섭씨 3.5도나 올라가버린다. 이 말은 경제학이 도출한 최적의 답은 '기후 변화에 실질적으로 아무런 대처도 하지 않는 것'이라는 뜻이다.

(중략)

2020년 6월에는 시베리아의 기온이 38도까지 올랐다. 북극권 사상 최고 기온일 가능성이 있다. 영구동토가 녹으면 메탄가스가 대량으로 방출되어 기후 변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된다. 영구동토에서 수은이 유출되거나 탄저균 같은 세균과 바이러스가 퍼져 나갈 위험성도 있다. 북극곰 역시 둥지를 잃을 것이다.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 / 사이토 고헤이>


2100년 말고 2030년 2040년이어도 난 괜찮을 거 같은데. 2100년은 그냥 상징적인 숫자 아닐까? 지금 성인인 사람들 중에서 2100년까지 살아 있을 사람은 없으니까 대부분의 성인이 사망했을 가장 가까운 년도로 고른 게 2100년 아닐까? 다들 안심하라고 2100년이라고 한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왜 일까?


다중우주와 회빙환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현재를 외면하고 지구온난화 없는 어떤 다중우주를 상상하면서 행복하게 살면 될 거 같다. 


적극적으로 죽고 싶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살고 싶은 마음도 없다. 내가 없어져버렸으면 좋겠다. 사는 게 재미가 없고 지겹다. 사는 게 뭐가 그렇게 좋다는 걸까? 사는 게 자식을 낳아서 자식에게 너도 한 번 살아봐라고 권할 정도로 좋은가? 100세까지 살고 싶을 정도로 좋은가? 난 둘 다 싫은데.


절경이 펼쳐지더라도 도보 20분 이상의 거리라면 가지 않겠다는 오쿠다 히데오의 여행에 대한 자세가 내가 삶에 대해서 가지는 자세다. 간단히 말해서 고진감래 싫다고. 


윤여정이나 제이미 리 커티스처럼 70대에 생애 첫 아카데미 연기상을 받을 수 있으니 그래도 계속 살아보는 게 좋지 않겠니?라고 성공한 사람들은 어디선가 강연을 하겠지만, 내 손에 쥐고 있는 카드로 나는 매일의 게임을 해야하는데 일단 그게 너무 지겹습니다. 지겹고 체력이 많이 소모돼서 지칩니다. 내가 호소하는 고통은 물리적으로 체력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베터리 성능이 50%도 안 되는 스마트폰 같은 육체로 하루를 버텨야 하는 매일의 과제가 버겁습니다. 하루 중 가장 행복할 때는 잠잘 때입니다. 그래서 나는 금토일 3일 동안 30시간을 잡니다. 그리고 주중에도 8시간을 잡니다. 어쩌면 나는 사는 게 싫어서 잠을 많이 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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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3-03-24 2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난 주말엔 쓰리 빌보드를 봤거든요, 이번 주말엔 애프터 양을 보겠어요.
에에올의 경우 저도 으아아 편집 너무 싫고 이게 뭐야... 하다가 또 cj 감성답게 엉엉울었다고 합니다! ㅋㅋㅋㅋㅋ

먼데이 2023-03-25 09:58   좋아요 0 | URL
<쓰리 빌보드>의 밀드레드(프랜시스 맥도먼드 역)같은 엄마를 정말 정말 싫어합니다. 자식이 부모 맘에 들게 행동하지 않는다는 이유로(그 행동이 잘못된 것은 아님) 자식에게 악다구니를 퍼붓는 사람 정말 싫습니다. 악다구니를 퍼붓는 이유는 자식이 만만하고 약자니까 화풀이 하는 거잖아요?

그래놓고 애가 실종되니까 참부모였다는 듯이 행동하는 것 전 위선이라고 보고요. 가축을 대하는 축산농부의 태도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어요. 축산농부들도 홍수에 소가 떠내려가면 울어요. 돈이니까요, 내꺼니까요. 내 재산이니까요. 그래놓고 소를 팔아서 죽게 하지요.

전 많은 부모들이 자식을 가축으로 생각한다고 생각합니다. 내 꺼, 내 자산, 내 재산이라고.

지금 검색해보니 이 영화 전문가 별점이 8점 이상이네요. 역시...사람들은 이런 걸 좋아하나봐야.
근쩍한 인간애, 개과천선, 부모서사.

에에올도 싫은 이유는 부모서사. 그리고 너드의 화장실 유머(그걸 어떻게 견디나요? 전 백인남자너드유머 진짜 싫어하거든요. 트로피 항문 유머 장면에서 진심 아 시발 했습니다. 진짜 싫어요.)

<애프터 양>은 서사, 음악, 화면 모든 것이 아름답습니다. 세련 그 차제. 이 영화 감독이 드라마 <파친코>도 만들었는데, 감각이 쩌는 게, 오프닝이 정말 뮤직비디오예요. 한번도 오프닝 건더뛰기 한 적 없고 오히려 되감기 해서 오프닝만 반복해서 봤을 정도예요.

공쟝쟝 2023-03-25 10:34   좋아요 0 | URL
일단 경험해야하는 영상매체 잘 안보는 데다가 외국 영화를 그렇게 많이 보지는 않아서 1세계 백인남 유머 잘 몰라요 ㅋㅋㅋㅋ 근데 계속 나오는 안맞는 어떤 부분들이 있었고, 그게 뭔지 생각해볼게요! (불편하거나 불쾌한 감정을 잘 느낄 줄 ‘알아야‘하는 과제가 있습니다 ㅋㅋㅋ)
랑 별개로 시각이나 연출적으로 뭐가 아름다운 지는 뭐랄까 그냥 좀 아는 것 같아요? ㅋㅋㅋㅋ 애프터 양 고고싱~

공쟝쟝 2023-03-25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이 가장 강요하고 옹호하는 게 인간, 개과천선, 가족애 잖아요? 그래서 저는 자동반사 적으로 몸이 반응해. 이미 울고 있음 ㅋㅋㅋㅋㅋ 익숙한 정서라는 것이죠? 그래서 그런 영화 드라마들이 가리키는 무의식에 대해서 결국 당신들이 말하고 싶은게 이런저런거 라면 나는 여기까지는 내가 오케이 그렇다. 그런데 여기까지는 그게 맞는가? 라고 물어보는 것 같고. 그 부분에서 그... <나의 해방일지>작가가 대단히 반동적이라고 느꼈던 것 같아요. 대중들이 뭘 좋아하는 지를 알아서 껴넣은 게 아니라 정말로 이것이 인간이다! ㅋㅋㅋ뭐 그런 의미로 보여주고 싶은 철학이 있는데 철학이 꼰대인... ㅋㅋㅋ 내가 살아봤는 데, 니들 그거 아니다~ 이런 게 느껴져여 ㅋㅋㅋㅋ (걍 이야기 재밌게 잘하는 오십대 아저씨한테 지 인생 이야기 듣는 느낌..)
쓰리 빌보드 저는 허약한 백인 남성성에 관한 이야기라고 봤습니다. ㅋㅋㅋㅋ 감독이 좋아하거나 옹호한다는 느낌을 받지는 않았고 보여준다고 생각했어요ㅋㅋㅋ 이건 뭐글로 적을 수 있으면 좋겠는 데 모르겠다. 구찮아욬ㅋㅋㅋㅋ 다 구찮닼ㅋㅋㅋ

먼데이 2023-03-26 09:21   좋아요 0 | URL
방금 <나의 해방일지>작가 프로필을 봤는데, 이 작가의 작품을 1개(90일 사랑할 시간) 빼고 다 봤고 다 좋아해요 ㅜㅜ <올드미스 다이어리>와 <청담동 살아요> 완전 좋아해요. 특히 <청담동 살아요>는 주변에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데 혹자 묵묵히 봤음 ㅠㅠ 김혜자 진짜 웃겼어요. <또 오해영>은 한국 로코 최고작이라며 ㅠㅠㅠㅠ <나의 아저씨>는 이상하게도 빨려 들어서 다 봤고, <나의 해방일지>는 염창희의 모든 것이 좋았어요. 염창희가 느끼는 삶의 불쾌가 내가 느끼는 삶의 불쾌와 매우 흡사하거든요. 심지어 저도 운전하는 거 좋아해요. 혼자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철학이 꼰대 ㅜㅜㅜㅜㅜ 저도 제 주장을 굽히지 않는 먹통의 면모가 있어요.

공쟝쟝 2023-03-25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프터 양> 봤어요! 먼데이님. 저 이 영화 최애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릴리슈슈 ost.. 완벽했다. 한편의 영화가 이렇게까지 쾌락을 줄 수 있다니……. 난 영화를 별로 안좋아하는 게 아니라 웬만한 영화는 양에 차지 않는 것이었던 것이다. ㅋㅋㅋ

먼데이 2023-03-26 09:22   좋아요 0 | URL
<애프터 양> 모든 것이 아름답죠? 전 그냥 ‘아...너무 아름답다. 눈과 귀, 머리 속까지 너무 즐겁다.‘ 느꼈던 영화예요. glide는 릴리슈슈보다 애프터양에 더 잘 어울릴 지경 ㅋㅋㅋ 코고나다 천재!

공쟝쟝님 안목 높으십니다. cj감성은 노노해!
 

아침에 일어나니 근육통만 있는 몸살 기운이 있었다. 경미했기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몸을 움직이면 근육통이 없어질 거라고 여겼으나 아니었다. 강도가 조금 더 세졌다. 이대로 가다간 분명 야밤에 응급실에 갈 정도로 아파지거나 그 정도로 심각해지지 않더라도 주말 내내 끙끙대면서 자연 치유하는 것에 내 모든 에너지를 다 쓸 것 같았다. 안되는데, <더 글로리> 봐야 하는데 이런 식이면 <더 글로리> 볼 체력이 바닥나버릴 거 같은데. 


집 근처 내과에 전화해 보니 토요일이라서 늦어도 12시까지는 병원에 와야 진료 가능하다고 했다. 11시 40분에 꾸역꾸역 옷을 갈아입고 아픈 몸을 이끌고 걸어갔다. 날씨는 참으로 좋았다. 기상청 정보상 19도! 완연한 봄. 3월 초가 이렇게 따뜻할 수가 있나? 식목일 전후의 기온이다.


병원에는 환자가 1명도 없어서 바로 진료받고, 2분 상담, 주사 1분, 처방전과 결제 1분. 병원에 5분도 머물지 않은 거 같았다. 반대로 약국에는 사람이 많아서 오래 기다렸다. 약봉지를 받아서 약국을 나오니 토할 것 같았다. 그리고 주저앉아 있고 싶었다. 대신 횡단보도 앞에 있는 차량진입 차단봉에 기댔다. 주사를 맞은 왼쪽 엉덩이가 욱신거렸다.


집에 오자마자 점심을 먹고, 밥 먹기 정말 싫은데 꾸역꾸역 먹었다. 마지막 쌀알 한 톨도 꾹꾹 씹어 먹었다. 다행히 국은 내가 좋아하는 쑥국. 반찬도 다 귀찮아서 산삼만큼 귀하다는 초벌 정구지(부추) 무침만 먹었다. 이렇게 건강한 것만 먹는데 왜 나는 아플까. 내 몸의 건강 수치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줄줄 샌다. 


최근에도 건강검진했다가 또 수치 안 좋아져서 엉엉 울고, 열심히 먹는데 살은 찌지도 않고. 조금 더 빠졌다. 빠질 살도 없는데. 이제 나는 살 빠지는 게 속상해서 체중도 쟤지 않는다. 뭘 먹어야 살이 찌는지도 이젠 모르겠다. 동생은 "예민해서 그렇다. 맘이 편해야 살이 찌지."라고 하는데 나는 고1 때부터 이 나라에서 사는 게 불편했고, 그때부터 살이 빠졌다. 고1 입학하고 두 달 만에 3키로 빠졌으니...


어제저녁에 운동하고 집에 와서 샤워하고 피곤해서 바로 잤다. 조금 전에 다음 주 운동 예약해 둔 거 2건 취소했다. 운동할 체력도 지금은 없구나 싶어서. 


몸이 아픈 것도 마음이 아픈 것도 견디고 싶지 않다. 인생이 주는 고통을 직면하고 그것을 극복해 내는 것만이 인생의 참 의미를 아는 (훌륭한) 사람이 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한다면 난 그냥 훌륭하지 않은, 인생의 참 의미 같은 건 모르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병원 문 닫기 전에 병원 다녀온 나를 칭찬하며... 

병원 문 열린 시간에 아팠던 것도 다 내 복이라고 생각하는 이 긍정의 태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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