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라딘 행사에 응모는 많이 하는 편인데, 워낙 경쟁률이 높아서인지 잘 당첨이 되질 않아 행사에 응모만 하고선 발표를 확인하지 못했다. 핸드폰에 온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서 내가 당첨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같이 가려고 한 마눌님은 회사일이 늦게 끝나는 관계로 결국 혼자서 다녀와야만 했다.
강연회가 열리는 날은 봄이 온다는 입춘이었다. 하지만 입춘추위에 항아리가 얼어 터진다는 속담을 실감케 하는 한겨울 날씨였다. 강남역 8번 출구를 나와 국기원 언덕으로 올라가는데 따끈한 커피 한잔 마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났다. 마눌님하고 같이 왔었더라면 마눌님이 커피도 사주었을텐데...하는 아쉬움 컸다.
시작 시간 10분 전에 도착한 강연회장에는 이미 많은 분들이 오셔서,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중간에서 약간 왼쪽에 치우진 곳에 빈 자리가 있어 서둘러 자리를 잡았다.
김광수 경제연구소(http://www.kseri.co.kr/new/index.html)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경제연구소를 알게된 것은 연구소에서 발간한 책들을 통해서 였는데, 현실과이론의 한국경제라는 시리즈를 접하면서 부터 였을 것이다. 개인이름 세글자를 앞세운 동키호테 같은 경제연구소라는 첫인상을 받았는데, 이후 연구소의 간행물들을 접하면서 골리앗을 쓰러트린 강력한 다윗 같은 연구소라고 인식이 바뀌게 되었다(더우기 경쟁상대가 거대기업의 부설 경제연구소라는 점이 무척이나 흥미로왔다).

김광수 경제연구소 경제포럼 대표의 소개로 강연을 시작한 김광수 소장의 첫마디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미래를 읽는 기술' 이라는 그날 발간한 책의 카피가 무슨 의미인가라는 것이었는데....
평소 현상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본다라고 표현하고, 현상을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내것으로 만드는 것을 읽는다라고 표현하여 다른 것이라고 구분하여 인식하고 있던 나에게 미래를 '읽는다'는 것이 과연 무슨의미인가라는 질문은 화두로 다가왔다.
김소장에 따르면 뒤좇아가며 읽는다는 것은 의미가 전혀 없지는 않지만,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학문인 경제학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본다면 미래를 읽어내는 것보다는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 훨씬 더 낫다는 것이 김소장의 해석이었다. 그럴듯하다고 생각을 했다. 경제주체로서 자신의 경제활동을 통해 미래를 만들어가지 못하게끔 왜곡시키는 것들이야말로 진짜 문제라는 문제제기는 그날 강연을 관통하는 핵심이었다.
김소장은 부자들의 생각과 관심사를 읽어낼 수 있다는 다보스 포럼의 주제를 소개하면서 강연을 이어갔다. 올해 다보스포럼의 주제는 Rethink, Redesighn, Rebuild.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의 자본주의에 대한 Rethink가 필요하다는 문제제기와 의장국인 스위스 대통령이 지난해의 경제지출 확대가 경제위기에 따른 증상치료에 그친 대증적인 요법에 불과해, 올해는 사회위기가 염려된다는 이야기를 전하면서 주기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경제위기가 점점 더 크고, 강력하게 발생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내놓았다.
그건 바로 실물경제의 거울이라고 할 수 있는 자산시장의 심각한 버블로 인하여 실물시장이 위축되어 있기 때문으로 실물시장의 보조해야 할 자산시장이 거꾸로 몸통을 흔드는 왜곡된 역할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왜곡의 결과, 기업가 정신은 죽어버렸고, 성장잠재력이 축소되어 일자리가 축소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진단했다. 그러한 왜곡을 해소해야 할 정치권이 오히려 왜곡을 강조하는 역할을 한 지난 두번의 정권교체로 인한 기회비용이 너무나 소중한 자산이었는데, 그걸 놓친 것이 무척이나 안타깝다며 덧붙였다.
더 많이 배운 자녀 세대들에게 권력과 기회를 주고자, 그리고 그네들이 배운 지식을 써볼 수 있는 활동의 장을 만들어주고자 경제포럼을 만들었더며, 포럼에 더 많이 동참해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더이상 희망을 주지 못하는 정치권에 더 이상 기대를 하지 말고, 진짜 경제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수십년을 내다본 진지한 문제제기와 그에 대한 현명한 대답을 다같이 만들어가자며 2시간에 걸친 강연을 마무리했다.
강연이 끝나고 세명의 질문을 받고, 김소장이 직접 답변을 했다. 심각한 질문에 대한 원론적인 답변만을 들려주어 조금은 아쉬웠다. 이를테면 향후 실물경제의 성장동력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라는 절박한 질문에 대해, 다같이 고민해서 해답을 찾아보자. 더많이 배운 자식세대들이 그러한 답안을 만들고 실천해 볼 수 있는 장을 만들어보자라는 김소장의 답변은 조금 아쉬웠다.
가장 인상적인 답변은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는데, 정치에 관심이 있는걸로 보여진다라는 질문에, 정치에 관심있다라는 질문의 표현이 잘 못 되었다며 참정권은 국민으로서 누려야할 권리로서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정책을 결정하는 정치라는 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있는 더 많이 사람들의 동참이 필요하다며, 경제포럼에 동참해서 선한 마음이 펼쳐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가자고한 답변이 그날 김소장이 하고 싶었던 진짜 이야기였다고 생각한다.
강연이 끝나고 강연장 입구에 마련된 저자 사인회장에서 김광수의 경제학 3.0에 저자 사인을 받고 돌아왔다. 늦은시간까지 이름 석자를 꾹꾹 눌러쓰던 그를 보면서 우리사회의 동키호테로 영원히 남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문어발식 대기업 풍차에 맞서 날카로운 분석과 논리로 무장하여 용맹스럽게 돌진하는 그 동키호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