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숙작가와의 만남] 2010.11.7.일요일

고미숙 작가를 알게 된 건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란 책을 통해서다.
제목에서 풍기듯 아이를 공부의 달인으로 만드는 비법이 들어있는 책이 아니라 왜 공부해야하는가? 에 대한 물음을 스스로 생각해보게 하는 책
게다가 인문학에 대한 호기심을 잔뜩 불러일으키는 책이었다. 아이들과 젊은이들과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 함께 호흡해서인지
고리타분이 아닌 아이들의 마음을 어찌 저리도 잘 아실까 싶은 글들에 웃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하며 읽었다.
그 책 읽고 [수유+너머]에서 하는 인문학 수업 듣고 싶어 위치를 찾았다가 너무 멀어 포기했었던 기억이.....

그런데 이번에 새로운 책[돈의 달인, 호모 코뮤니타스]가 나오고 이벤트로 [수유+너머]로 초대받았다.
지하철을 타고 마을버스를 타고 찾아간, 외국인학교의 4층 공간에 자리잡은 수유+너머  
 

함께 공부하고 함께 밥먹고 함께 생활하는 공동체를 표방하는 그래서 마치 남이섬처럼 이용하는 사람  
모두가 주인인 그런 공간이었다.
커피향이 머무는 카페에는 오래된 추억의 LP레코드판이 있고 명작만화와 피아노가 소박하게 놓여있다.
일요일 억지로 끌려오다시피 한^^ 딸과 친구는 만화책에 푹 빠져있기도^^
 
  
[수유카페의 이모저모]
 
  

전에 다담공연에서 들었듯 우리가 누군가를 좋아하면 뭔가를 먹이고 싶어한다는 말처럼 또 "언제 밥한번 먹자" 가  
늘상 하는 인사인것처럼 함께 밥먹는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함께 하는 공부는 참으로 따스한 공간이고  
서로에게 힘이 되는 공간일거라는 느낌을 받았다.
잠시 연구실을 둘러보고 함께 밥을 먹었다. 공동체 공간답게 밥값도 자율로 내고 밥도 내가 먹고 싶은 만큼 담고
대신 남기면 안된다는....식빵으로 밥그릇을 닦는 배려는 마치 절에서의 발우공양 같았다.
자기가 먹은 그릇은 스스로 설거지하고 커피까지 마신다음 아늑한 공간에서 선생님의 강연을 들었다.

강연 시작하자마자
먼저 "밥이 맛있었어요?" 라고 물으신다."네~" 라는 대답에 "왜 맛있었을까요?" 라고 또 물으신다.
밥값이 싸서 ....이런 저런 대답 중에 정답은 "같이 먹어서" 였다.
같이 밥먹을 사람이 드물다 그렇게 생각되면 자기 삶을 되돌아 보아야 한다고.....

삶의 가치를 3가지로 분류해보면
1차 물질과 부
2차 사회적 가치
그리고 생명, 영성, 존재에 대한 인간 내면에 내재되어 있는 삶의 본질
하지만 현대 사람들의 삶의 가치는 1차와 2차인 물질적 부와 사회적 가치에만 국한되어 있다고 한다.
물질적 풍요로움과 행복은 비례하지 않는데도 사람들은 자꾸 물질적 부에만 집착한다고
자본이 이 모든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주었지만 우리 영혼이 이미 자본에 잠식당하고 있는게 문제라고....

어쩌면 아이도 알고 있는 것을 우리 어른만 모르고 있었던 건 아닌지.....
아이가 어릴 때 엄마인 나를 당황스럽게 한 질문과 답을 보면 자본의 노예가 되어 있는 우리를 콕 짚어주는 것 같다.

아침밥을 맛나게 먹다가
아이 "엄마! 돈 많이 벌면 좋아?"
엄마 "좋지~~"
아이 "어떻게 할 건데?"
엄마 "집도 사고....."
아이 (맞받아서)"차도 사고~"
엄마 (당연하다는 듯이)"응"
아이 "그럼 다시 가난해지잖아"(명쾌하고 단호하게)

엄마를 한방먹인 아이의 똑부러진 답처럼 물질에 가치를 두면 우리는 끊임없이 더 큰 아파트 더 좋은 차,.....돈의 노예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잠들어있는 무의식의 내 내면의 빛을 찾으라는 말씀과 함께 단호하게 가족과 재산을 오버랩하는 것을 해체하라고 말씀하신다.
자식에게 물려줄 게 돈 밖에 없고 엄마를 위해 해 줄 수 있는게 상품권 밖에 없다면 얼마나 슬퍼겠냐고.....
능동적으로 돈을 쓰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는 말과 함께
'증여' 와 '순환' 나도 살고 남도 살고 살아야 하는 이유도 주는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돈의 쓰임에 대해 듣고 배운 시간이었다.

다소 어려운 주제라 데리고 간 아이들이 엎드려 자고 핸드폰으로 딴 짓하는 바람에 엄마인 나는 진땀 좀 흘렸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도 안듣는 것처럼 보여도 다 듣는다고, 또 듣지 않는다해도 다 도움이 된다는 위로같은 말씀을
강연끝에 해주셔서 민망함이 좀 가셨다. 그래도 참 죄송했다.
하지만 강연을 들으며 돈돈 돈을 입에 달고 살았던 나는 아이들보다 더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의 가치관을 버리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함께 나누는, 진정한 돈의 달인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코뮤니타스'란 라틴어로 공동체라는 뜻이다.또 돈의 달인이란 '돈과 사이좋게 지내는 사람'을 뜻한다고 한다.
사이좋게 지낸다는 건 돈에 먹히지 않고 돈을 통하여 삶을 창조하는 걸 의미한다고
'돈의 달인' 과 '호모 코뮤니타스' 가 만나 들려주는 이 책을 읽고 자신만의 삶의 기준을 다시 한번 찾아보길 권한다.
미처 다 읽지 못한 나도 천천히 읽어볼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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