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신성가족 - 대한민국 사법 패밀리가 사는 법 희망제작소 프로젝트 우리시대 희망찾기 7
김두식 지음 / 창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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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사법계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그들은 현재 굴욕까지는 아니더라도 시련 혹은 당혹의 시간을 맞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 틀림없다. 우리사회에서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뿌리 깊지만, 한때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우야무야 넘겨오면서 그럭저럭 넘겨온 것이 사실이고, 그 사이 조금씩의 변화는 있었지만, 어쩔 수 없이 많은 부분들은 가리워지고, 여전히 많은 시민들이 그들을 불신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또 한 번의 폭풍이 닥쳐왔으니, 그들이 당혹해 할 것은 분명한 것이다. 신영철 대법관이 일으킨 그 파동은 사법부 전체를 뒤흔들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검찰은 끝모를 굴욕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지금, 사법계는 당혹스럽고, 굴욕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또한 언제나 처럼 '이 시련의 시간'이 지나가면 괜찮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늘 하는 얘기지만, 이 위기를 계기로 자성하고 반성하면 커다란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일지도 모른다. 

보수 정당과 언론에서는 뭐 별일 아니라고 여기는 듯하고, 진보 쪽에서는 또 대단히 야단이다. 뭐 그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어쨌든 이번 사태의 결론이 단순히 신영철의 사퇴, 검찰의 반성 등으로 매듭지어진다고 하더라도, 우리 사법계가 대단히 옳은 방향으로 변신하여 전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듬뿍 받게 된다고는 그 아무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마당에 입 아프게 사법계에다 대고 떠들어봐야 그다지 변화하는 것은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그게 그렇게 변화하기 쉬운 것은 아니니 그렇다고 조용히 입닥치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다. 어리석고 무모하고, 바보같은 노릇이지만, 자꾸자꾸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떠들고 지적해야 하는 것은 고금의 진리이되, 좋은 소리는 듣지 못하고 미움을 받는 일이어서, 큰 맘 먹고 덤비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어쩌면 김두식 교수도 그런 맘을 먹고 이 책 『불멸의 신성가족』을 펴낸 것인지도 모르겠다. 

김두식 교수는 우리의 사법계를 '신성가족'에 비유하고 있는데, 이는 마르크스의 언사를 따온 것이다. 이는 둘 다 그 말이 보이는 외면의 거룩함을 뒤로한 채 비판적 의미를 가지고 있어서, 썩 좋은 말은 아니다. 오늘날의 사법계가 말 그대로 신성한 어떤 것이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지들 스스로 무언가 신성한 것처럼 여기고 남들고 구분하며 지들끼리만 지지고 볶고 하는 행태를 비판하기 위한 것일 터이다. 이를 지나친 표현, 무례한 표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적절하고 적확한 표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이유를 대라고 하면, 그걸 몰라서 묻냐고 반문하기에도 딱 좋다. 여하튼 우리는 그들이 이룩한 '신성가족'의 외부에서 모든 것을 듣고 보고, 느끼고 체감하며 한편으론 부러워하면서, 한편으론 욕을 하면서 그렇게 저마다 그 특별나신 나리님들의 신성한 영역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다. 

박원순 변호사가 이끄는 희망제작소의 <우리시대희망찾기> 프로젝트 중 하나를 김두식 교수가 맡아 내놓은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이 프로젝트가 뭐 대단한 작업이고, 표방한 대로 그 희망을 찾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지금까지 교육, 노동 등의 다양한 영역에서 작업한 결과물이 나와 있고, 사법 영역을 다룬 이 결과물이 그 프로젝트의 7번째 작업이다. 김두식 교수의 주도로 이 작업은 사법계 안팎을 구성하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사법계의 '풍경'과 내면을 탐구하고 있고, 프로젝트 명과 같이 그러한 작업을 통해서 어떤 희망을 보기 위함일 터이지만, 이 책이 담고 있는 영역은 사법계의 다종다양하고 뿌리 깊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는 문제점들을 보다 깊이 있게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을 상대로 하는 설문조사와는 다르게, 조사 인원은 적지만 보다 내밀한 부분까지 엿볼수 있는 조사방법을 택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장단점이 있겠지만, 이 책이 보여주는 사법계의 문제점들은 그다지 신선하다거나 충격적이라거나 하지 않다. 또한 그리 내밀해 보이지도 않고 비밀스럽지도 않다. 왠지 우리 모두 다 아는 사실을 그저 나열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확인해 주고 있는 것같다. 오히려 불쾌했던 점도 있는데, 그것은 애써 예전보다는 그나마 많이 나아졌다고 수차례 강변하는 언설이 곳곳에 있었다는 점이다. 예전엔 이렇게 나빴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 이런이런 문제가 있다 정도에 그치고 있는 부분이다. 

우리가 뻔히 알고 있는 전관예우의 문제들, 당연히 알고 있는 브로커의 문제들, 드라마를 통해서 오히려 구구절절 드러나는 판검사가 부자집 아가씨를 찾는 문제들 등등, 뭐 뻔히 들어 알고 보아 욕하는 뻔한 문제들을 반복한 것이라는 비판도 가능해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문제고 그것을 재확인하는 데에서 오는 아픔은 배가되게 하는 책으로서, 그 나름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최후의 성역 법조계 최초 인터뷰"라는 데에 그 의의를 높이 사주기로 하자. 앞서 말했듯이 자꾸자꾸 떠들어 대고 욕을 해야 조금이라도 변화하니까 말이다. 

김두식 교수는 이 책의 말미에서 그간 많은 변화와 노력으로 뿌리깊은 악습과 관행을 벗어버리기는 했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문제들이 새삼 지적하면서, 그러한 문제들이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물며 연결된 까닭에 정확히 무엇이 뿌리인지 진단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대략 요약하면 그 뿌리는 "의사소통의 부재와 원만함이라는 신성가족 이데올리기"라고 지적한다. 그러니까 의사소통의 부재라는 것은 판검사나 변호사의 부족하기 때문에 그런것이고, 원만함의 문제는 '관계'에서 오는 문제라는 단순한 지적인데, 이게 그리 우리의 뇌리를 자극하는 어떤 뛰어난 지적과 냉철한 분석이라고 보기에는 심히 어려워만 보인다. 누가 그걸 몰라서 이 야단인가 말이다. 어쩌면 김두식 교수로서도 이런 결론이 쑥스러운 듯, 이 프로젝트의 결론 혹은 목표를 "억지로 찾아본 희망"이라 명명한다. 이 말은 어쩌면 희망이 없다에 다름아닐지 모르겠다는 뉘앙스다. 그렇게 억지로 찾아 내놓은 희망이란게, '시민'이라고 한다. 참 너무 억지로 찾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고, 어쩌면 김두식 교수의 냉혹한 비판이 반어적으로 담긴 표현이 아닐까 하면서 혀를 내두리게 된다. 도대체 어쩌라는 거니? 

결국 이 못난 사회에서는 당연히 '사람'만이 희망이다. 그러나 그 모든 잘못과 죄악 또한 이 모든 '사람'들의 것이 분명하다. 사람이 변화하고 달라져야지만이 모든 것이 변화하고 새롭게 될 것이다. 어떻게 변화해야 하나? 검사에게 당당히 말을 건내라고? 고작 그것뿐인가? 어쩌면 이것은 일반 시민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말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순간 불쾌해진다.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사회구조적 문제 중의 하나가 이 신성가족에게도 예외가 아닌 사실을. 그러니까 우리가 변화해야 한다는 것은 근본적인 대안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런 소리는 누구나 다 한다. 그러니까 누구나 다하는 소리는 함께 같이 하되, 그것만 주구장창 떠벌이면 그건 전문가 쯤 되는 사람들에게는 좀 아니다 싶다는 거다. 구조가 바뀔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뱉어내어야 하잖은가? 여러가지 사법 개혁의 제도들을 마련해야 하잖은가? 배심원제의 도입, 판검사 임용의 개혁, 변호사의 확충, 기타등등, 기타등등. 결국은 '시민이 희망'이겠지만, 그건 너무 멍한, 그리고 당연한 결론이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역시나 아직은 요원하기만 한 이 신성가족의 해체가 아닐까 한다. 김명민이 열연했던 그 '불멸'한다는 이순신 장군도 수백년전 돌아가셨고, 드라마도 끝났는데, 이 '불멸의 신성가족'은 언제 멸하게 될까? 여전히 궁금하고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이니, 이 책을 읽고는 울화통만 터질 뿐이다.



 
 
반딧불이 2009-06-28 09:07   댓글달기 | URL
세댁님 오랜만에 오셨네요. 어여쁘고 앳된 처자까지 데리고... 울화통이 터지더라도 멸하지 않는 신성가족..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잘읽었습니다.

순오기 2009-07-06 03:00   댓글달기 | URL
아주 오랜만에 리뷰가 올라왔군요~ 블로거뉴스 특종이나 우수리뷰로 팍팍 밀어봅니다.^^
 

박연차 리스트니, 장자연 리스트니 뭐니 해서 시끌벅적하다. 우스갯말로 자연 사랑 못 받고, 연차 수당 못 받으면 이 시대의 진정한 오피니언 리더가 아니란다. 하여간 두 리스트는 아직 끝을 보일 조짐이 없다. 사실상 4월은 뜨거울 것으로 예상됐다. 날씨 얘기가 아니다. 예년에 비해 요즘 날씨가 덥다지만, 내주쯤이면 다시 예년 기온을 회복할 것이란다. 그보다는 4월 말쯤 있을 재보선 때문에 이미 4월은 당연 뜨거울 것이었다. 이명박 정권 1년에 대한 평가라는 큰 명목아래 수세에 몰린 야당은 대반격을 준비해오던 차에, 정동영 전 장관의 불연 재보선 출마 선언에 4월은 더욱 뜨거울 참이었다. 연차와 자연 리스트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이 떨어진 상태에서, 올게 오고 말았다. 

며칠 전 민주당은 단호히 정동영에게 공천은 못 준다했고, 정동영은 기다렸다는 듯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토요일(11일) 경향신문은 이에 대해 "끝내 갈라선 鄭-丁"이란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뭐 내가 여기서 정치평론 하자는 것은 아니다. 하여간 이 소식은 민주당 뿐만 아니라 전 야권을 긴장케 하는 사건임에 틀림없다. 민주당의 내분은 반격을 준비하는 야권에게는 치명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하간 이번 재보선은 예상 외의 다른 구도에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대반격을 노렸던 야권이 그 구상대로 재보선에서 승리할 것인지, 아니면 민주당의 鄭-丁 갈등이 끝내 야권의 기대를 무너트릴지, 더욱 관심이 가는 것은 鄭-丁 둘 중에 누가 이기고 끝내 살아남을지이다. 

언론에선 이 둘의 갈등을 놓고 향후 결과에 대한 설들을 풀어놓는다. 과연 정동영은 제2의 이인제가 될 것인가? 정세균 대표가 지역구를 포기하면서까지 던진 승부수가 통할 것인가? 등등. 이번 재보선 결과에 따라 정동영이냐 정세균이냐 두 정 씨 중 하나는 골로 갈 가능성이 크다. 두 거물 정치인의 향후 정치생명이 걸렸다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과연 어느 정씨가 오래 갈까? 

사실 이 두 사람은 정씨이지만, 같은 정씨는 아니다. 각종 언론 매체에서 이 둘을 구분하는 것으로 그들의 성을 한자로 표기하는 것을 보면 이 둘은 전혀 같은 성씨가 아닌 것이다. 정동영은 鄭씨이고 정세균은 丁씨이다. 대표적인 우리나라 정씨들이다. 아참 정씨에는 程씨도 있다. 정씨가 이 3개 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다수의 정씨가 이 셋중 하나다. 丁씨 중에는 다산 정약용이 이 정씨다. 鄭씨에는 누가 있지? 잘 모르겠다. 난 정씨가 아니니까. 

그런데, 鄭도 정, 丁도 정이면 잘 구분이 안 간다. 우리나라에 丁씨의 "본관은 나주(羅州), 창원(昌原), 영광(靈光), 의성(義城) 등 10여 본"있단다. 鄭씨에는 "경주(慶州), 동래(東萊), 연일(延日), 온양(溫陽), 진주(晉州), 하동(河東), 해주(海州) 등 120여 본"이 있다. 헐, 鄭씨가 한참 많구나. 아무튼 같은 鄭씨여도 본관은 저마다 다르다. 그런데다가 한자가 다른 정씨면 말해 무엇하리. 

여기서 이 두 정씨를 구분하는 아주 좋은 방법이 있어 소개한다. 그 둘의 성씨에 어쩌면 이 둘의 미래에 대한 예언이 담겨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먼저 정세균의 丁씨의 발음은 [정]이다. 그런데, 정동영의 鄭은 [정:]이다. 이 둘의 차이는? 그렇다 丁은 짧게, 鄭은 길게다. 그런데, 미묘하지만 길고 짧은 것 뿐만 아니라, 발음 자체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 

깊게 가자면 전문적인 부분까지 언급해야 하겠지만, 간단히 말해, 우리나라의 자모에 대한 발음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화해왔다. 바로 언어의 역사성이다. 그러니까, 지금은 [ㅓ]발음과 한 100전의 [ㅓ]발음은 조금 다를 것이다. 국어학자들에 의하면 지금은 모두 'ㅓ'로 표기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발음이 약간씩 다르다는 것이다. 그 다른 발음을 표기에는 반영하지 않고, 다만 발음상에 장음 표시를 함으로써 구분하고 있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이 [ㅓ]발음이다. 대부분의 'ㅓ'는 짧게 발음하지만, 정동영의 鄭은 길게 발음하되, 이는 단순이 [ㅓ]를 길게하는 것이 아니라, [ㅡ]와 [ㅓ] 사이에서 길게 발음해야 한다. 쉽게 말하면, 정동영의 鄭은 [즈엉-] 정도로 구수하게 발음해야 한다. 장음 표시가 된 [ㅓ] 발음이 대충 이와 비슷하다. 뉴스에서 아나운서들이 이런 발음을 가끔 정확하게 하는 것을 보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없다'의 발음이다. 이를 딱부러지게 [업따]로 발음하는 아나운서라면 이는 제대로된 아나운서가 아니다. 대부분의 아나운서들은 애써 정확히 발음한답시고 [읍-따]로 힘주어 발음한다. 

재밌는 것은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어'를 명확히 구분해서 발음하지는 않지만, 무의식적으로 잘 구분되는 단어가 있다는 것이다. 그게 바로 '거지'다. 내가 볼 때 거지를 [거지]라고 발음하는 사람은 잘 보지 못했다. [거:지]라고 발음하거나 혹은 [그:지]라고 발음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그렇다. '거지'는 [그어-지]다. 거지를 [거지]라고 하면 왠지 거지같지 않다. 이런 [그~지] 같은 넘을 봤나 해야, 진짜 거지를 본 것만 같다. 

우리 일상에서는 잘 구분을 하지 않지만, 이런 예들이 의외로 많다. 더불어 장음으로 구분되는 단어들도 몇몇 있다. 밤, 배, 눈 등등이 그렇다. 어두운 밤은 무서우니까 빨리 지나라고 짧게 발음하고 먹는 밤은 맛있으니까 오래 먹어야하니 길게 발음한다. 저 하늘위에서 내리는 눈은 그 먼데서 오자면 얼마나 오래 와야 하겠는가? 그러니 길게 발음하고, 보는 눈은 작으니까 짧게 발음한다. 배는 좀 많다. 불룩 튀어나온 배는 보기도 좋지 않고 건강에도 나쁘니 쏟 들어가야 좋다. 그러니 짧게 발음한다. 저 멀리 지나가는 통통 배는 조각배모냥 작고 작으니 이도 짧게 발음한다. 먹는 배는 그 얼마나 달고 맛있는가? 누가 뺏어먹을까 두려워 그 발음은 짧아야 한다. 어른에게 절할 때의 배는 몸가짐을 바로하고 천천히 예를 표해야하므로 경망스럽게 후딱 해치워서는 안되는 천천히 길게 발음하고, 한 배, 두 배, 자꼬만 갑절로 많아지는 배는 아시다시피 길게 발음한다. 이런 예들이 허다하지만 이만 줄인다. 

자! "끝내 갈라선 鄭-丁"을 제대로 발음해 보자? 해 보았나? 정답은 "끝내 갈라선 [즈엉~]과 [정]"이다. 잘 했는가? 새삼스러운 것이지만, 우리 일상에서 이런 미묘한 발음차이 하나만도 잘 기억하고 사용하면, 나쁠 것은 없을 것 같다. 그렇다고 거기에 목숨걸 필요는 없다. 아참, 내가 볼 때, 이름만 놓고 보면 이번 재보선 이후 정동영은 끈질기게 살아남을 것만 같다. 丁은 짧고 鄭은 기니 말이다. 맞다. 헛소리다.



 
 
라주미힌 2009-04-12 10:54   댓글달기 | URL
재밌넹...

무스탕 2009-04-12 11:37   댓글달기 | URL
그~으지 같은 즈엉~동영이 읍~따면.. 이라고 丁이 생각했겠어요. ㅎㅎ
재밌습니다 :)

근데 참 오랜만이세요!

고고씽휘모리 2009-04-12 14:19   댓글달기 | URL
오래간만이예요? 잘지내시죠?
역시 정치란 똥통에서 뒹굴어도 길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요?

순오기 2009-04-12 17:38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네요~~ 여전히 잘 살고 있으며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믿어도 되는 거죠?^^

마노아 2009-04-13 02:05   댓글달기 | URL
오, 재미난 예시와 함께 오셨군요! 이런 특강(?) 반가워요!

마늘빵 2009-04-13 10:58   댓글달기 | URL
재밌는 한글 수업이었어요. ㅋㅋ 근데 오늘 아침에 그 좃선에서 의원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걸었다는 기사가... 으음. 장자연 사건은 왜 수사 안해 자꾸.

승주나무 2009-06-20 16:30   댓글달기 | URL
제목 없음

안녕하세요. 승주나무입니다.
알라딘 서재지기와 네티즌들이 함께 시국선언 의견광고를 하려고 합니다.
알라디너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참여의사를 댓글로 밝혀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강요는 아닙니다^^;;

즐찾 서재들을 다니면서 댓글을 남기고 있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남기는 스팸성 댓글이지만 어여삐 봐주세요~~~

http://blog.aladdin.co.kr/booknamu/2916466

 

아무도 나의 안녕을 근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나 스스로 '나는 안녕하신가?'하고 문안하는 것은 아무 쓸모없는 수고일 따름이다. 아, 누군가 한 명은 내 싸이에 '잘살고계신가'하고 물었고, 또 어느 숙녀 한 분은 '오빠..쪼금...보고싶어요'하고 애교를 떨었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살고 있는 것인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기준에서, 나는 충분히 잘 살고 있는 것 같다. 

출근을 하지 않기 시작한지 일주일이 지났다. 한동안은 아침 8시쯤이면 자동적으로 눈이 떠지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티비를 켜고, 불을 키고, 신문을 주워온다. 그리고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며, 더 자도 된다는 사실에 행복해진다, 스르르. 

하루 종일, 자다 깨다를 반복하면서, 이창호와 최철한의 응씨배 결승 대국 중계를 본다. 인터넷으로도 티비로도. 바둑이란 게임은 지겹게 오래한다. 많이 줄었다지만, 응씨배는 합이 7시간이 넘는다. 그러는 사이, 내 바둑 실력은 1단이 줄었다. 인터넷 바둑 사이트에서 2단으로 내려앉았다. 초반 포석에서 손해를 많이 보고 시작해 아등바등 따라가다가 역시나 엷은 형국이 실속없이 무너져내려 지거나, 왕창 집을 챙겨 이겼다싶은 방심에 끝내기에서 응수를 제대로 못해 지고마니, 내리 그렇게 패배를 거듭하다가, 이내 레벨이 다운되고 만 것이다. 

오래동안 묵혀 뒀던 기타를 꺼내 튕겨보기도 하지만, 이놈의 쇠줄은 연약한 내 손가락에 핏자국만 남기면서 쓰라려져, 내팽개치고 만다. 어스름 저녁이 되는 슬슬 배가 고파진다. 무엇인가는 먹어야 산다. 하루에 한 끼를 먹는 것도 귀찮다. 담배가 다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아채고야, 겨우 밖으로 나온다. 어둠은 짙고 인적은 드물다. 담배 한 갑을 사서 한 가치를 꺼내물고는 즐비한 식당 중 가장 한적은 곳으로 찾아들어가 저녁을 해결한다. 배부름은 일찌감치 찾아오고, 포만감에 휩쓸리어 자연스레 당구장으로 향한다. 말이 당구장이지 그 늦은 시간에 나는 커피 한 잔을 얻어먹고 수다를 떨어 집으로 집으로. 

당구 실력도 형편없이 줄었다. 한창 잘 나갈때는 이 근처에서 누구라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 충천하였더랬다. 나이값을 하려는지, 공들은 제각기 돌아다니고, 다마는 저질이 되고, 늙으면 당구는 커녕, 죽어야 하는 것이어야 함을 나는 다짐한다. 

야한 밤에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오는 것은 누구나가 생각하는 것처럼 전혀 외롭거나 씁쓸하거나, 허전하지 않다. 집에 들어와서는 티비를 켜고 컴퓨터를 켜고, 다음에 들어가 메일을 들춰보고, 카페에 들어가고, 알라딘 서재 창을 열어놓고, 간간이 인터넷 뉴스를 검색하고, 싸이에도 가보고, 싸이 카페에도 들어가보고, 타이젬 이라는 바둑 사이트를 항시 켜놓고, 레벨이 낮아진 김에 느긎하게 내 희생양이 될 대국 상대의 부름을 기다린다. 여전히 승률은 저조하다. 

나의 사는 일상, 7일을 이렇게 살았다. 잘 사느냐고 묻는다면, 적어도 나는 이렇게 잘 살고 있다. 살아서 숨쉬는 것 자체로 잘 사는 것일수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숨만 쉬며 살아있는척하지는 않고 있다는 말이다. 잘 살고 있다. 됐다. 

책? 거의 읽지 않는다. 애초에는 책을 열심히 읽을 작정이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 책읽기라는 것이 그리 썩 좋은 의도의 책읽기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리하여 나는 그간의 나의 책 읽기를 '외면으로써의 책읽기'라고 명명하였다. 나는 꾸준히 그 무엇인가를 '외면'함으로써 책을 읽었다. 누구나 그러할 것이다. 더 정확히는 무엇인가를 피하고 싶고, 미뤄두고 싶고, 잊고 싶어서 책을 읽었다고 말해야 하겠다. 일을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책을 꺼내들고 똥배짱을 부렸다. 화장실에서도 나는 책을 읽으며, 나오지도 않는 변을 보겠다고 애써 앉아있었다. 만날 친구도 하나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을 잊고 싶어 책을 읽었는지도 몰랐다. 오지않는 전화는 단지 시계일 뿐이라고 외면하고자 책을 읽었던 것인지도 모르고, 나 스스로 무식하고 터무니없고, 지지리 못났다는 사실을 감추고자 책을 읽은 것이다. 아니 읽는 흉내나 냈을 뿐이다. 시뮬라크르? 시뮬라시옹? 

그런데, 지금 요 며칠은 그 외면할 대상을 찾지 못해, 책을 읽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계획은 있다. 이 생활이 열심히 지겨워지면, 그때는 이러저러한 책을 읽어야지 목록도 대강 머릿속에 짜여져 있고, 공부도 할 생각이고, 여기저기 싸돌아다닐 작정이다. 

며칠전인가? 나의 이 생활의 어느 해방꾼이 전화를 걸어와, 내 안부를 묻는 척하면서, 내 생활의 극도의 변화를 반강요하는 요사스런 언행을 하였다. 괘씸하기는. 소.개.팅. 나는 나의 이 생활이 극에 달할때까지 어떤 외부의 변화를 수반할 생각이 전혀 없다. 죄송스럽지만 말이다.  

하여간 나는 이렇게 살고 있고, 나는 누군가들이 쪼금은 보고싶어지지만, 행여나 나의 안부를 궁금해 하는 이들이 있다면, 얼마간 침묵하시라. 심지어 나의 부모님들도 침묵중이시니 말이다. 귀한 아들이 어떻게 쳐먹고쳐자는지 도무지 이 분들은 궁금해하질 않는 것인지, 아니면 나의 짜증섞인 전화음성에 괜히 건드리기 싫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아 지금은 나 그냥 이렇게 산다. 어찌, 잘 사는 것 같은신가? 아 고마운 일은 그 사이에도, 즐찾이 한 분 늘으셨다.  



 
 
고고씽휘모리 2009-03-10 08:48   댓글달기 | URL
멜기님은 제가 잘하고 싶은걸 이미 다 잘하시는 군요. 바둑, 당구, 기타~~ 부러워라~
혼자노시다 심심해지면 휘모리를 찾아주세요. 꽃미남 멜기님 하시환영 ^^*
제가 얼마전 생애 첫 소개팅을 해보고 다신 안하기로 맘을 먹었답니다 --;;
어찌나 수다스러운 저도 할 말이 없던지 ㅠ.ㅠ
아참, 인천 아이들과 다녀왔는데, 참 좋았답니다~ 먹을 것도 볼 것도 많았어요.
귀한 재충전의 시간되시기를 빕니다.

마늘빵 2009-03-10 09:46   댓글달기 | URL
태그가태그가... 요새 야동을 보시는게야. 늦잠을 주무시는 이유가 따로 있었어요.

2009-03-10 1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9-03-14 02:23   댓글달기 | URL
음, 잘 살고 있군요~ 태그는 18금이지만~~ㅋㅋㅋ

pinkromeo 2009-04-07 11:17   댓글달기 | URL
야?!!!!!!!!!!!!!!!ㅠㅠ
이 문자가 함축하고 있는 의미가 무엇일까요
덮수룩한 형의 수염을 기대하며 저는 오늘도 집구석에서 조그만 세상을
유랑하며 지낸답니다. 형도? ㅎㅎ
 

지난 6일 WBC 대만과의 경기에서 한국은 이진영의 만루 홈런을 앞세워 9 : 0의 대승을 거뒀다. 우리 언론도 그렇지만, 역시나 일본 언론에서는 여간 호들갑이 아니었다. 다음(DAUM)에 올라온 기사 중에 "日언론 '이진영 특대 아치, 이것이 올림픽 패자의 힘'"(<조이뉴스24>)이란 기사가 있었다. 가관인 것은 이 기사에 달린 의견 중 하나다. '호돌이'란 아이디의 한 네티즌은 안쓰러운 듯이 "올림픽 패자가 아니고"란 제목으로 댓글을 달았다. 내용은? 

"올림픽 승자다...아 답답하다..." 

이 댓글에 추천이 55나 됐고, 댓글이 151개가 달렸다. 151개의 댓글이 하나같이 성토의 글인것으로 봐서 55라는 추천수는 다분히 냉소적이다. 

'호돌이'란 사람을 답답하게 한 것은 이 기사를 쓴 기자가 아니고, 다른 데에 있었다. 이 기사의 소제목에 그 단초가 있었다.  

'이것이 올림픽 패자(覇者)의 힘.' 

이 소제목에서 '패자'라는 단어의 한자를 보면, '覇', '으뜸'이란 뜻을 가진 '패'이다. '호돌이'란 사람이 이해한 것은 다른 '패'다. '패'하면 가장 먼저 떠올릴법한 것이 있으니, 바로 '敗'다. 훈음은 '패할 패'가 된다. 

여기에 간략히 '패'로 발음되는 동음어 몇 가지를 구분하여 정리해 보도록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패'의 동음어로 5개의 표제어가 올라있다. 

   
 

01(敗)[패ː]
[Ⅰ]「명사」
어떤 일을 실패함. 또는 싸움이나 승부를 가리는 경기 등에서 짐.
[Ⅱ]「의존명사」
운동 경기에서, 진 횟수를 세는 단위.


02(牌)
「명사」
「1」어떤 사물의 이름, 성분, 특징 따위를 알리기 위하여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쓰거나 새긴 종이나 나무, 쇠붙이 따위의 조그마한 조각. ≒표패(標牌).
「2」주로 좋지 못한 일로 인하여 붙게 되는 별명.
「3」어떤 표적으로 만든 쇠붙이.


03(牌)
「명사」
「1」같이 어울려 다니는 사람의 무리. ≒패당「1」.
「2」((수량을 나타내는 말 뒤에 쓰여)) 무리를 세는 단위.
「3」『역사』입번(入番)할 때 번(番)을 갈아서던 한 무리. 대개 40~50명이 한 조를 이룬다.
「4」『역사』군대의 가장 작은 부대를 이르던 말. 입번한 그대로 군대를 편성한 데서 유래한다. ≒패당「2」.


04(牌)
「명사」『역사』
일제 강점기에, 일본이 중국 동북 지방에 조직한 보갑 제도의 말단 조직. 열 집씩 묶어 놓은 것으로, 한 패 속에서 한 집이라도 인민군과 관계를 맺은 사실이 드러나면 모두가 처벌을 받게 하였다.


05(霸)[패ː]
[Ⅰ]「명사」
「1」남을 교묘히 속이는 꾀.
「2」『운동』바둑에서, 서로 한 수씩 걸러 가면서 두어 잡으려고 하는 한 집. 또는 그렇게 된 경우.
[Ⅱ]「의존명사」『북한어』
‘판01[Ⅱ]「2」’의 북한어.

 
   

헌데, 기사에서 쓰인 '패(霸)'의 의미로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것이 없다. 왜냐하면 이 '패'는 홀로 쓰이는 일이 거의 없기때문이다. '연패(連覇), 패자(霸者), 제패(制覇)' 등으로 결합한 형태로만 쓰이고 있다. 

패05의 「2」와 같이 바둑에서의 '패'를 가리킬 때에도 覇를 쓴다. '팻감(覇ㅅ감), 만패불청(萬霸不聽)'과 같이 쓰인다. 그런데 '패(覇)+감'이 '팻감'이 되는 것은 좀 안쓰럽다. 사이시옷 표기와 관련해서는 나중에 따로 이야기할 때가 있을 것이다. 

화투를 칠 때 쓰이는 '패'는 패02에서 찾을 수 있고, 패04는 패03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보여진다. 

어쨌거나, '호돌이'란 사람이 충분히 오해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확실히 해두자. 승자(勝者)의 반대는 패자(敗者)이고, 유의어는 패자(覇者)이다. 그런데, 승(勝)과 패(覇)는 좀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올림픽에서 한국은 전승(全勝)으로 금메달을 땄다. 9경기였던가? 이때 한국은 9번이나 승자(勝者)가 된 것이다. 1번의 패자(覇者)가 됐다. 올림픽의 패자(覇者)가 되기위해서 9번의 승자가 되었어야 했으니까. 

敗/覇와 관련해서 좀더 잘(?) 혼동할 수 있는 것은 연패(連敗)와 연패(連覇)다. 거의 반대의 뜻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때도 큰 차이가 있다. 연패(連敗)는 어떤 경기나 싸움에서 연이어 지는 것을 말한다. 연패를 하더라도 패자(覇者)는 될 수 있다. 연패(連覇)는 우리가 다음 올림픽에서도 야구 우승을 한다면, 붙일 수 있는 말이다. '한국, 올림픽 야구 2연패(連覇)'. 

'호돌이'란 사람에게 한자도 모르느냐고, 욕할 일은 아니다. 문맥이나 상황 속에서 이 단어는 충분히 제대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우리는 이 의미를 잘 구분해서 이해한다.) 하지만, 어떤 제목이나 짧은 문구에서 단독으로 쓰일 때, 혹은 그런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 못 할 때, 이런 오해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한자 하나 병기해 주는 서비스가 필요하지 않을까? 뭐, 대강 그렇다는 얘기다.



 
 
비 오는 거리 2009-03-16 00:46   댓글달기 | URL
화투를 칠 때 쓰이는 '패'는 패02에서 찾을 수 있고, 패04는 패03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보여진다. 中

보여진다. => 보인다.
 

지난 금요일 <경향신문>에 난 신간 시집 출간 소식을 옮겨 놓는다. 지난 번 출간 소식과 리뷰를 전했던 김경미의 『고통을 달래는 순서』에 이은 창비시선 297번째 시집으로 고영민의 『공손한 손』이 출간됐다는 소식이다. 토요일 마다 전하는 '책과삶' 지면이 아닌 평일 신문 지면에서 만나는 시집 소식은 삶의 작은 활력소가 되기도 하고, 아쉬움이기도 하다. 여러 신문 매체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은 책 소식을 몰아서 전하는데, 시집 얘기는 자주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나는 못내 아쉽다. 고영민의 시집 소식은 <경향신문>과 <연합뉴스>에 실린 두 기사를 옮긴다. 

마음을 덥혀 주는 ‘유년의 향수’…고영민시집 ‘공손한 손’ 

    추운 겨울 어느날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갔다
    사람들이 앉아
    밥을 기다리고 있었다
    밥이 나오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밥뚜껑 위에 한결같이
    공손히
    손부터 올려놓았다.
(시 ‘공손한 손’) 

고영민 시인(41)의 시집 <공손한 손>(창비)은 유년시절에 대한 향수와 유기체적인 삶의 추구, 생명에의 경외감으로 채워졌다. 그의 시를 읽으면 웃음이 나고 마음이 따뜻해지면서도 인생의 비애가 느껴진다. 상상력과 언어유희로 씌어진 도시풍 시들과 달리 철저히 경험에서 나온 시들은 착실하고 소박하다.

“충남 서산에서 살다가 중학교 1학년 때 서울로 전학왔거든요. 도시의 삶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어렸을 때의 기억이 더욱 선명하게 남아있는 것 같아요.”

과수원과 양계장을 했던 부모와 열두 남매의 시골생활, 밥과 생명과 자연에 대한 감탄과 순응과 연민이 그의 시편 곳곳에 스며있다.

    여물지도 않은 풋모과 몇개가
    낙태된 듯 떨어져 있다
    집어들고 코에 대보니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는다 

    … 

    이걸 나는 무어라 불러야 할까
    허공에 향기를 걸어보다
    둥지에서 떨어진
    새 새끼와 같은,
    이 슬픈 것을.
(시 ‘모과라 부를 수 없는 것’)

그런가 하면 의뭉스러운 유머도 있다.

    추석 전날, 환갑이 지난 맏형이 어머니께 드린다고 선물을 꺼낸다. 난데없는 바바리맨 인형, 잔뜻 옷깃을 세우고 검은 안경을 낀 바바리맨이 식구들 앞에 나타났다. … 인형은 소리를 치면 반응을 하는데 어머니가 갑자기 바바리맨을 향해 영민아, 하고 소리를 친다. … 방 안은 온통 으하하하! 이어 여섯 아들들이 한명씩 차례대로 불려나와 어머니 앞에서 자랑스레 심벌을 흔들어댄다.(시 ‘효자’)

그가 가장 아끼는 시는 ‘해감’. “아버지를 여읜 슬픔으로 쓴 시”이자 “시가 감정을 정화해준다는 걸 가르쳐준 시”이다.

    민물에 담가놓은 모시조개처럼 눈을 감고 있었다 몇번을 소리쳐 부르자 당신은 간신히 한쪽 눈을 떠 보였다 눈꺼풀 사이 짠 물빛이 돌았다 마지막으로 당신은 나를 몸속에 새겨넣겠다는 듯 오랫동안 쳐다보았다 그르렁, 그르렁 입가로 한움큼의 모래가 토해졌다 간조선을 지나 들어가는 당신의 흐린 물빛을 따라 축축한 한 생애가 패각 안쪽에 헐겁게 담겨 있었다(시 ‘해감’)

중앙대 문예창작과에서 소설을 전공한 고씨는 직장생활을 하다 시인으로 등단(2002년 월간 ‘문학사상’)했다. 

<경향신문> 2009.01.22. 

 高榮敏 .1968년 충남 서산에서 태어났고,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02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에 시 「몰입」외 9편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악어』가 있다. 

 

 

 

 

 

<갓 지은 밥처럼 따뜻한 詩> 고영민 시집 '공손한 손' 출간

    추운 겨울 어느날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갔다
    사람들이 앉아
    밥을 기다리고 있었다
    밥이 나오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밥뚜껑 위에 한결같이
    공손히
    손부터 올려놓았다
('공손한 손')  

추운 날 언 손을 녹여줄 따뜻하고 신성한 밥 한 공기. 2002년 문학사상을 통해 등단한 고영민(41) 씨의 두 번째 시집 '공손한 손'(창비 펴냄)은 표제시가 주는 느낌처럼 전체적으로 따뜻하다.

시인의 일상과 추억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60여 편의 수록작들은 잔잔한 웃음과 애틋한 슬픔을 동시에 주고 있다.

웃음과 슬픔을 자아내는 시편 속에 담긴 주된 감성은 고향과 부모님, 그리고 이 모든 것이 함께한 유년시절에 대한 그리움이다.

    어릴 적 나도 호되게 생선가시 하나가 목에 걸린 적이 있다 밥이 삼켜지지 않았다 아버지는 직접 밥 한 숟가락을 떠 꿀꺽, 씹지도 않고 삼켜 보였다 그리고 아, 입을 벌려 당신의 입속을 나에게 보여주었다('당신의 입속' 중) 

고향과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에서 출발했지만 단지 뒤를 돌아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지금, 여기의 삶에 대한 성찰로 뻗어나간다.

    시골집에서 상자에 찰옥수수를 담아
    소포로 보내왔다
    포장이 단정하다
    옥수수를 내려다보니
    옥수수는 단단히 스스로를 포장하고 있다
    몇겹 포장지에 겹 싸여 있다
    포장지를 벗기니
    다칠까
    또, 실뭉치가 가득하다
    자신이 얼마나 귀하여
    옥수수는 이토록 스스로를 꼭 감싸안았을까
    나는 나를
    이만큼 사랑하지 못했다
('푸른 고치') 

빨간 헬멧에서 앵두를, 검어진 유두에서 머루를 떠올리는 시인의 독특한 연상법은 선명하고도 강렬한 이미지를 남긴다.

    그녀가 풀 많은 내 마당에 스쿠터를 타고 왔네
    둥글고 빨간 화이바를 쓰고 왔네
('앵두' 중) 

    너도 나처럼
    유두가 검고,
    머루는 익고,
    너는 새끼를 두 번 지우고
    유두가 검어졌대지
('머루' 중) 

<연합뉴스> 2009.01.20. 

이와 더불어 기다렸던 『2009 신춘문예 당선시집』출간 소식과 시는 아니지만 제33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출간 소식을 전한다. 신춘문예 당선시집은 문학세계사에서 펴낸 것으로 2000년 ~ 2008년까지의 것을 가지고 있고, 1990년대의 것은 태학사에서 모은 것을 가지고 있다.(1990~1999년까지의 당선작들을 모았다.) 매년 사 모으고는 있는데, 자료 삼아 싸놓고 있을 따름이다. 이와 더불어 어느 늦깎이 시인의 등단 소식을 깜짝 뉴스로 올라온 것이 있어 덧붙인다. 

2009 신춘문예 당선시집 출간 

올해 새로운 시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2009 신춘문예 당선시집'(문학세계사 펴냄)이 22일 출간됐다.

문화일보 당선작인 강지희 씨의 '즐거운 장례식'을 비롯해 9개 중앙ㆍ지방 일간지 신춘문예에서 당선된 9편의 시와 5편의 시조가 실렸다.

또 당선자들의 신작시 5편씩과 당선소감, 심사평도 함께 실려 새내기 시인들의 시적 경향을 가늠할 수 있게 했다.

1990년부터 매년 출간되고 있는 신춘문예 당선시집은 시인 지망생들의 호응 속에 매권 베스트셀러 시집으로 자리잡고 있다. 

<연합뉴스> 2009.01.22. 

올해 이상문학상 작품집 출간 

올해 제33회 이상문학상 작품집인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문학사상 펴냄)이 21일 출간됐다.

이번 작품집에는 대상 수상작인 김연수의 표제작을 비롯해 작가가 고른 대표작인 '다시 한 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 문학적 자서전 '이 세상 그 누구도 대신 써주지 않는 15매' 등이 수록됐다.

이번 이상문학상의 심사경위와 김윤식, 윤후명, 권영민, 조성기, 최윤 등 심사위원 5명의 심사평, 문학평론가 김형중, 손정수가 각각 쓴 김연수의 작품론과 작가론도 함께 담겼다.

이와 함께 우수상 수상작인 이혜경의 '그리고, 축제', 정지아의 '봄날 오후, 과부 셋', 공선옥의 '보리밭에 부는 바람', 전성태의 '두 번째 왈츠', 조용호의 '신천옹', 박민규의 '절(龍龍+龍龍)', 윤이형의 '완전한 항해'가 수록됐다.

<연합뉴스> 2009.01.21. 

"시골 건강원 주인 시인 됐네" 

    붉은 맨살로 쌓인다. 얼굴 수줍어 흰 가리개 속 선녀 같은, 아낙네에 부드러운 손안 들어서, 청정한 괴산 땅, 붉은 고추들이 동산 이루어 쌓인다('괴산청결고추 축제' 중에서) 

환갑을 지난 나이에도 충북 괴산군 괴산읍 동부리에서 감초식약 동원당이라는 건강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경안(61.사단법인 한국추출가공식품협회 충북명예회장) 씨가 최근 늦깎이 시인으로 등단, 화제가 되고 있다. 

김씨는 '괴산청결고추 축제', '탄생', '미움은 정든다', '천사 닮은 달', '사철 푸른 몸', '산딸기 입술' 등 주옥같은 6편의 시가 서울문학예술상 신인상 공모에서 당선돼 지난 13일 당선증을 받았고 이 시들은 문학예술 봄호(2월)에 실릴 예정이다.

그는 '천사 닮은 달'에서 아내들이 고생하는 마음을 표현했고, '탄생'에서는 빈손으로 태어나 늙어서도 빈손으로 가는 인생을 노래했다.

초등학교 졸업 학력이 전부인 김씨는 젊어서는 유선사업을 하는 부모의 일을 돕다가 건강원을 운영하게 됐는데 요즘에는 난초와 수석 모으는 취미에 흠뻑 빠져 있다.

특히 괴산을 흐르는 괴강에서 부모의 유선사업을 돕던 1967-1981년 사이 익사 직전에 있던 피서객 30여명을 구조, 보건사회부장관 표창을 비롯해 수 많은 상을 받는 등 살신성인의 정신을 실천해 물개라는 별명을 얻으며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1975년께부터 사물을 보는 눈이 뜨이고, 행한 보람 속에서 찾아낸 새로운 자아와 보고 느낀 점 등을 일기로 옮기기 시작했으며 이후에는 이를 농축시키고 혼을 불어 넣어 수필과 시로 승화시켰다.

아름답고 행복한 봉사자를 자임한 그는 기쁜 자리, 슬픈 자리를 찾아 시를 낭송하면서 이웃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하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김씨는 "산자수려한 괴산을 고향으로 가진 점, 그리고 괴산문인협회에 가입해 문학을 공부하면서 글을 다듬은 것이 시인이 됐다"며 "앞으로도 한국춘란과 수석을 얻기 위해 산과 강을 많이 다니면서 좋은 시를 많이 쓰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009.01.22.



 
 
마늘빵 2009-01-25 01:07   댓글달기 | URL
멜기님 이 시간에 안자고 머하세요? ^^

멜기세덱 2009-01-25 01:47   URL
벌써 자요? ㅎㅎㅎ

고고씽휘모리 2009-01-25 02:39   댓글달기 | URL
멜기세덱님 참 좋아요.

2009-02-08 2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09 0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09 0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09 1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09 1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09 1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09 16:1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