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書勿欠, 對書勿伸, 對書勿睡, 若有嚔咳, 回首避書, 翻紙勿以涎, 標旨勿以爪. -朴趾源-

"책을 대해서는 하품을 하지 말고 기지개를 켜지도 말며 졸지도 말아야 한다. 기침이 날 때는 머리를 돌려 책을 피하고 책장을 뒤집되 침을 묻혀서 하지 말고, 표지를 할 때 손톱으로 해서는 안 된다."

 


 

  • 對 대할 대, 대답할 대
  • 勿 말 물
  • 欠 하품 흠
  • 伸 기지개 켤 신, 펼 신
  • 睡 잘 수
  • 有 있을 유
  • 嚔 재채기 체
  • 咳 기침 해
  • 回 돌 회
  • 首 머리 수
  • 避 피할 피
  • 翻 뒤집을 번, 날 번
  • 紙 종이 지
  • 涎 침 연
  • 標 표할 표, 우듬지 표
  • 旨 뜻 지, 맛있을 지
  • 爪 손톱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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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교수의 시 쓰기 교실
이승하 지음 / 문학사상사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2006년 병술년 새해 벽두에 쓰는 서평이다. 나는 이 책 <<이승하 교수의 시 쓰기 교실>>을 택했다. 이 책을 읽은 것은 한 1년 남짓, 그런데 왜 하필 詩, 그것도 시 창작에 관한 책에 대해 서평을 쓰는가?

  우선은 내가 시를 좋아한다는 사실에서 연유할테지만,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하자면 이렇다. 시를 쓴다는 것을 말하기 전에, 시를 읽는 것에 대해 먼저 말해보자. 시를 읽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어려워한다. 학창시절 입시위주의 교육에 상할대로 상한 문학적 감상력은 문학에 대한 혐오 내지 반감으로 작용한다. 그것은 시에서 더욱 심한데, 대표적인 문학의 장르인 소설과 비교하면 그러한 문학교육이 가져온 폐해는 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소설은 이야기에 바탕을 두기때문에 그 이야기의 재미를 따라 읽어내려가면 되면 상대적으로 단순한 읽기가 가능하다. 하지만 시라는 것은 무슨 암호와 같은 상징과 이미지들이 압축되어 있기 때문에 보다 고난도의 읽기가 필요하게 된다. 그런한 이유로 학창시절에 배운 시들은 모두가 어렵고 따분하며 무슨 공식같기도 하고, 암호해독 같기도 해서, 그 시절이 지나면 아예 담을 쌓아버린다.

  시를 읽는 것(엄밀히 말해 시는 읊는 것이다.)이 과연 그러한 것인가? 우리의 학교교육은 시를 분석과 해독에 중점을 두었다. 하지만 시는 감상, 즉 느끼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분석과 해독의 학교교육은 시의 감상으로부터 아주 멀리 우리를 떨어뜨려버린 것이다.

  "詩者, 志之所之也. 在心爲志, 發言爲詩."(시는 마음이 흘러가는 바를 적은 것이다. 마음속에 있으면 '志'라고 하고 그것을 말로 표현하면 '詩'가 된다.) -<<詩經>> 序-

  이렇듯 시가 마음을 적은 것인데, 그것을 분석해내는 것이 어디 가당키나 한 것인가? 가당키는 하겠으나, 그것이 제대로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마음은 분석 이전에 느껴야 하는 것이다. 곧 시는 마음으로 느껴야 하는 것이다. "이심전심"이란 말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마음을 적은 것이니 마음으로 읽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우리가 시에서 멀어지다 보니 우리 마음은 점점더 메말라 가는 것이 아닐까? 꽤 오래 에둘어 왔다 싶지만, 내가 이렇게 시창작관련 책을 새해 벽두에 소개하는 것은 이러한 의미를 담고 있다 하겠다. 즉, 우리 마음이 2006년 새해부터는 촉촉해지고 따뜻해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를 읽는 것뿐만 아니라 시를 써보자는 뜻을 가진다.

  시를 쓰는 것에 대해 말하자면, 시를 읽는 것보다 더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여간 더 말 해 무엇하겠는가? 시를 쓰는 것이 절대 어렵지 않음은 앞서 인용문을 보면 확실한 답을 얻을 수 있다. 곧, 우리의 마음을 적어내면 되는 것이다. 여하튼 이에 관해서는 더 말하지 않겠다.(나의 서재에 마이페이퍼 '시와 비평' 게시판에 <아무나 시인이 될 수는 없지만, 누구나 시인이 될 수는 있다.>라는 글을 보시면 좋겠다.)

  그래서 이 책을 골랐다. 이 책은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인 이승하의 노작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우리가 어렵게만 생각하는 시 쓰기에 대해 아주 친절히 그리고 쉽게 가르쳐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승하 교수는 책의 머리에서 "시를 쓴다는 것이 즐거운 노동이 되기 위하여"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시 쓰기가 괴로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러분은 시를 어렵다고만 생각해 오지 않았습니까? 시인을 보통 사람과는 다른 별종이라고 생각해 오지는 않았습니까? 시를 자꾸 접해본다면 뜻밖에도 쉽구나, 재미가 있구나, 감동을 주는구나, 하고 생각이 바뀔 것입니다. 시를 한 편 두 편 습작해 보면 시인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 내지는 동경에서 벗어나 나도 시인이 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갖게 될 것입니다. ~ 시가 얼마나 우리의 정서에 도움이 되고 일상적 삶에 윤활유 구실을 하는가를 가르쳐드릴 것입니다."

  저자의 말이다. 시 쓰기 만큼 "우리의 정서에 도움이 되고 일상적 삶에 윤활유"가 되는 것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나는 이러한 조금은 색다른 제안을 하는 것이다. 시를 무작정 쓴다는 것은 그 시작이 어려울 수 있음을 인정한다. 따라서 이 책은 그 길을 쉽게, 아니 그것이 쉽다는 사실을 알려줌으로써 우리를 기쁘게 하고 시를 쓰게 해줄 것이다.

  이 책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다. 여기서 시창작 방법에 관한 내용이 이 책의 2/3를 차지하면서 1부에 수록되어 있고, 2부에는 시의 정의, 시 창작 교육, 등단 제도, 시문학사 등에 대한 단평들을 모아놓고 있다. 1부는 각각의 테마들을 16개의 장으로 나누어 쉽게 재밌는 설명과 함께 구체적인 시들을 예로들어 보이고 있어 쉽고 재밌게 시창작에 접근할 수 있다. 2부 또한 관심을 끌 수 있을 만한 읽을 거리들이어서 짬짬히 읽어볼 만하다.

  1부에 구성된 테마들을 잠깐 살펴보면, 1장에서는 시의 구성 요소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것은 시의 원론일 수 있어 자칫 따분하고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이지만 이 책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3장에서는 시 쓰기에 있어서 체험과 상상력에 관해 이야기 하고 있고, 4장에서 9장까지는 다양한 시의 제재들에 대해 친절히 설명하고 있다. 10장에서 15장까지는 시 쓰기의 기법들을 다루고 있는데, 비유, 상징, 이미지, 알레고리, 아리러니, 역설 등 우리가 학교에서 무슨 공식처럼 배운 것들이 여기서는 우리가 시 쓰기에 적절히 사용해 볼 수 있도록 실제적인 사용 방법들이 돋보인다. 무엇보다 10장에서 12장을 '비유'에 할애하고 있는데, 시에서는 무엇보다도 이 비유의 사용이 매우 중요함을 깨닫게 하며, 비유를 적절히 사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연습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또다른 즐거움은 무엇보다도 다양한 시들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이 책이 다양한 시들을 예로 들어 구체적인 설명을 함으로써 우리들에게 알기 쉽게 시창작에 대해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다양한 시들 중에서도 어렵게 느껴지는 시들보다는 재밌있고 신선한 시들이 많이 선별되어 있어 이 책을 읽어 가면서 크게 웃게도, 작게 미소짓게도 하는 것이 이 책의 큰 장점 중의 하나다.

  2006년의 새해가 밝았다. 2006년은 많은 사람들이 시를 쓰면서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고, 시를 읽으면서 다른 이들의 마음의 소리도 들어보자. 그러면 어느새 내 마음이 따뜻해지고 촉촉해지지 않을까? 너무 메마른 사회를 살아가면서 우리 마음또한 차갑고 냉정하며 인정이 메말라가지 않은가 한다. 시를 한 편 읽어도 보고, 시를 한 편 쓰기도 하면서, 우리 마음에 따뜻해지면, 이 세상도 따뜻해지지 않을까? 2006년은 모두모두 시를 써보자. 시인이 되자.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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讀書之法, 莫善於課, 莫不善於拕. -朴趾源-

"독서의 방법은 과정을 정해놓고 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없으며, 질질 끄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은 없다."

 


 

  • 法 법 법
  • 善 좋을 선, 잘할 선, 착할 선
  • 課 매길 과
  • 拕 끌 타 (拖와 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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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긴 한숨을 동무하는

못 잊게 생각나는 나의 담배!

來歷을 잊어바린 옛 時節에

났다가 새없이 몸이 가신

아씨님 무덤 위의 풀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보았어라.

어물어물 눈앞에 스러지는 검은 煙氣,

다만 불타고 없어지는 불꽃.

아 나의 괴로운 이 맘이여.

나의 하염없이 쓸쓸한 많은 날은

너와 한가지로 지나가라.

 

*새없이 : 무엇을 할 사이가 없이 

오하근, <<정본 김소월 전집>>, 집문당. 1995. 에서

 

  김소월의 유일한 시집 <<진달래꽃>>에 수록되어 있는 시이다. 김소월 시인의 짧은 생애는 담배와도 같이 '불타고 없어지는 불꽃'이었다. 너무 짧았기에 아쉬움이 남는 뛰어난 시인 김소월.

  나도 담배를 태운다. 김소월 시인의 이 시는 내가 담배를 피우는 변명이 되어주기도 할 것이다.

  "내력을 잊어바린 옛 시절에 / 났다가 새없이 몸이 가신 / 아씨님 무덤 위의 풀이라고 / 말하는 사람"이 내일부터는 내게 되지 않을까?

  아! 이 놈의 담배를 끊기는 또 더욱 쉽지가 않겠구나!

  담배 한 대 입에 물고 다시 한 번 시를 읊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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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수밭 김매던 계집이 솔개그늘에서 쉬고 있는데

        마침 굴비장수가 지나갔다

        ―굴비 사려, 굴비! 아주머니, 굴비 사요

        ―사고 싶어도 돈이 없어요

        메기수염을 한 굴비장수는

        뙤약볕 들녘을 휘 둘러보았다

        ―그거 한 번 하면 한 마리 주겠소

        가난한 계집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품 팔러 간 사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저녁 밥상에 굴비 한 마리가 올랐다

        ―웬 굴비여?

        계집은 수수밭 고랑에서 굴비 잡은 이야기를 했다

        사내는 굴비를 맛있게 먹고 나서 말했다

        ―앞으로는 절대로 하지 마!

        수수밭 이랑에는 수수 이삭 패지도 않았지만

        소쩍새가 목이 쉬는 새벽녘까지

        사내와 계집은

        풍년을 기원하며 수수방아를 찧었다


        며칠 후 굴비장수가 다시 마을에 나타났다

        그날 저녁 밥상에 굴비 한 마리가 또 올랐다

        ―또 웬 굴비여?

        계집이 굴비를 발라주며 말했다

        ―앞으로는 안 했어요

        사내는 계집을 끌어안고 목이 메었다

        개똥벌레들이 밤새도록

        사랑의 등 깜박이며 날아다니고

        베짱이들도 밤이슬 마시며 노래 불렀다


                                        ―오탁번, 「굴비」 전문

 

  오탁번 교수의 '시 창작'에 관한 글이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려 있다. 재미있는 글이다. 그 글에서 오탁번 시인은 딸의 같은 반 친구가 모스부호로 쓴 연애편지에 진정한 시인의 자세가 담겨 있다고 말한다. 옳은 말이다. 솔직하고 정성이 담긴 시가 곧 감동이 될 수 있을테니.

  위의 시는 아마도 구전되던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이 시를 읽으면서 나는 입가에 웃음을 머금다가 어느덧 눈가에 고인 눈물을 발견했다. 왠지 모를 슬픔이 나를 찾은 것이다.

  생각해 보라. 이 두 부부의 애절한 사랑! 어쩌면 바보같은 사랑 뒤에는 그 시대를 살아온 우리 민중들의 한이 있고 슬픔이 있고 고통이 있다. 찢어지는 가난, 어떻게 해도 벗어날 수 없는 삶의 현실 속에서 그대로 이 부부는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만은 변치 않던가?

  요즘의 풍족한 삶에는 이제 이런 사랑이 남아 있는가? 나의 눈물은 이 애절한 사랑에 대한 감동이면서 동시에 이 시대의 잊어버린 참된 사랑에 대한 아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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