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영화에 대해 알게 된 것은 1편만을 공개한 영상을 봤기 때문이다. 총 3편의 작품 중 1편을 공개했다는 것은 그만큼 작품에 대해 자신감이 있었다는 것일까? 1편만 봤지만 세세한 배경과 잔잔한 이야기에 끌려 결국 영화까지 보게 됐다.
옴니버스 식으로 구성된 영화의 중심에는 타카키와 아카리가 놓인다. 1편에서는 둘의 초등학교-중학교 시절이 그려진다. 아직은 어리지만 둘 사이의 먼가 통하는 것을 가지고 있는 두 사람. 하지만 아카리가 중학교를 다른 지방에서 다니게 되며 연락이 끊긴다. 하지만 아카리의 편지로 둘은 다시 연락을 시작한다. 느릿느릿 편지가 오가며 서로에 대한 마음을 키워가는 두 사람. 하지만 타카키도 전학을 가게 되고, 전학 가기 전 둘은 한 번 만나기로 하는데... 2편에서는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타카키를 카나에라는 제3자의 눈으로 바라본다. 상냥하지만 다른 곳을 바라보는 것 같은 타카키의 모습이 그려진다. 마지막 3편에서는 사회인이 된 후의 타카키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끊임없이 아카리를 찾아 헤매는 타카키의 모습. 닿을 수 없는 두 사람의 모습이 엇갈리며 등장한다.
이 영화는 배경이나 음악은 영화같았지만 그 내용은 현실적이었다. 만약 더 영화같았다면 멀리 떨어져 지내는 두 사람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만나 사랑의 결실을 맺겠지만, 이 영화 속의 두 주인공은 결국 만나지 못한 채 가슴에 서로를 묻어두고 아련한 느낌만을 간직할 뿐이다.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인 초속 5센티미터. 그 느릿느릿한 시간처럼 두 사람 사이의 시간은 천천히 흘러 간다. 며칠씩 걸리는 편지 교신, 만나기로 한 날 눈이 와 느릿느릿 가는 기차, 그리고 십 년이 지나도 아카리를 잊지 못해 추억을 더듬는 타카키의 모습이 마치 벚꽃이 서서히 궤적을 그리며 땅에 떨어지는 것 같이 아련한 느낌을 줬다.
영화를 보고 나니 신카이 마코토의 다른 작품들을 한 번쯤 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만간 <별의 목소리>와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그와 그녀의 고양이>과 같은 작품들도 접해봐야겠다. 극적인 이야기는 없었지만 그렇기에 되려 내 마음에 돌 하나를 던져 잔잔한 물결을 만들어준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