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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의 눈물 - 문학으로 읽는 아시아 문제 팔레스타인
수아드 아마리 외 지음, 자카리아 모하메드 엮음, 오수연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종교와 민족의 구별이 없다면 세계 평화는 가능한가.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를 한 마디로 재단할 수는 없다. 어느 편을 들어 줄 생각도 없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미흡하다. 객관적 시선이 불가능한 이 문제에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자신의 잣대로 실리를 계산하기 바쁘다.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그들을 바라볼까?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학창 시절 누구나 한 번쯤 들었을 법한 이야기. 전쟁이 나면 이스라엘 유학생들은 고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짐을 싸고 아랍인들은 도망가기 위해 짐을 싼다는 이야기를 선생님들로부터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왜 그렇게 가르쳤을까? 민족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면 씁쓸하다. 이처럼 왜곡된 시선으로 팔레스타인 문제를 바라본다면 그들은 이중의 고통을 받고 있는 셈이다.
<팔레스타인의 눈물>은 수아드 아미리 등 여러 명의 팔레스타인 작가가 쓴 글들을 모아 펴낸 책이다. 자카리아 무함마드와 오수연이 엮은 책으로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졌던 전쟁과 참상을 직,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문학이 수단이 될 순 없지만 또 다른 측면의 진실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들이 지금까지 겪었던 고통을 우리는 이해할 수 없다. 그것은 어쩌면 ‘타인의 고통’일 뿐이고, 지구촌 뉴스일 뿐이다. 우리가 겪고 있는 남북 분단의 문제와 미국과의 관계를 짚어보는 타산지석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문제는 편 가르기를 넘어선 문제이다. 이라크와 더불러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이면서 인류라는 종족이 살아온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밸푸어 선언으로 땅없는 민족이었던 유대인의 시오니즘은 희망의 등불을 켠다. 하지만 수천 년간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게 된 팔레스타인 지역 사람들에게는 침략자일 뿐이다.
1948년 전쟁보다 1967년 전쟁으로 동예루살렘과 서안, 가자 지구를 점령한 이후의 비극은 특히 심각하며 2004년 국제사법재판소에서 명백한 침략행위로 규정되어 불법 점령한 지역을 반환하고 이스라엘 국민들의 정착도 불법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미국을 등에 업은 이스라엘은 여전히 팔레스타인에 장벽을 설치했고 불법 점령 지역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 지역을 점령할 당시 국외에 있다가 수십 년간 가족과 생이별하거나 죽거나 다친 사람들의 비참한 이야기들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탱크가 시내에 진입해서 폐허가 되고 생필품을 구하지 못해 집안에 갇혀 있어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역사 속의 한국전쟁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해결되고 있지 않은 문제이다.
이스라엘의 입장에서 주장해온 이야기에 익숙한 우리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은 우리 편이고 그 반대편은 적으로 간주하는 단순하고 위험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 국가의 정체성 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미국과의 관계를 거론하는 정치인들과는 무관하게 우리는 나라 밖에서 벌어지는 문제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결국 우리의 문제로 귀결되며 미국의 패권적 이기주의는 위험 수준에 도달해 있다.
굳이 한미FTA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거의 모든 일에 개입하고 있는 미국과 그들의 시선을 경계해야 한다. 그들의 시선으로 팔레스타인 문제를 바라볼 수만은 없다. 그것은 편견이며 왜곡된 진실이다. 소설을 통해서 혹은 산문들을 통해서 직접 만나게 되는 팔레스타인의 이야기는 또 다른 시야를 열어준다.
2003년 이라크에 취재작가로 파견된 소설가 오수연과 시인 자카리아 무함마드가 만나 이 책을 기획했고 그 결과물은 한국인들에게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실감나는 목소리를 다른 어떤 매체보다도 진지하고 커다란 감동으로 전해준다. ‘분쟁’ 지역이 아니라 ‘점령’ 지역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촉구하기 위한 책이라기 보다 삐뚤어진 우리들의 시선을 교정할 수 있는 책으로 손색이 없다.
다양한 시선과 폭넓은 생각으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면 이 책은 반드시 읽혀야 한다. 일방적인 주장만을 듣거나 분명한 의도와 시각으로 편집되어 전해지는 이야기들의 위험성을 간파해야 한다. 사물과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이 하나일 수 없고 진실은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07012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