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질문들 - 현대 과학의 최전선
이명현 외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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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묻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는 것”이라는 플라톤의 말은 지나칠까. 질문하지 않는 사람은 습관적으로 숨을 쉴 뿐일까. 들여다 볼 분야와 대상은 점차 늘어간다. 단순한 호기심과 관심을 넘어 사람들이 움직이는 목적, 세상이 흘러가는 방향이 궁금하다. 기본적으로 문학과 역사와 철학이 바탕이라고 하지만 과학과 예술은 응용 분야가 아니다. 한 분야에 천착한 사람들의 성과와 눈부신 성과도 좋지만 “동시대성을 이야기하면서 과학을 빼놓을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아니, 과학을 이야기해야만 동시대를 호흡하고 향유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과학을 이해하는 것, 과학에 대해서 말한다는 것, 더 나아가서 과학을 누린다는 것이야말로 현대적이 동시대적인 태도이자 삶의 양식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지금부터 2,600년 전쯤 탈레스는 만물의 근원이 물이라고 주장했다. 엠페도클레스가 ‘물, 불, 흙, 공기’라고 발전시킨 생각도 먼 옛날의 돌도끼를 던지던 시절과 별반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인류 문명발달의 척도는 과학이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 알기 어려운 분야도 있고 한동안 벽에 부딪쳐 머물러 있는 분야도 있다. 『궁극의 질문들』은 지금,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 과학의 첨단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인터넷 이전과 이후의 인간은 사고방식은 물론 삶의 태도까지 전혀 다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에서 길을 잃은 애매한 세대의 기준을 마이클 해리스는 1985년생으로 잡는다. 이전에 태어난 세대의 혼란과 아날로그의 추억은 적응을 더디게 하지만 이후 세대는 너무나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디지털, 인터넷 맞춤형 인간으로 세상을 산다. 이들의 축복을 나는 ‘지식의 일반화와 대중화’로 표현한다. 15세기 활판 인쇄술이 종교개혁을 이끌어 중세의 벽을 무너뜨렸다면 21세기 인터넷은 지식의 독점과 권력을 형해화해버렸다. 피터버크는 『지식은 어떻게 탄생하고 진화하는가』에서 ‘지식의 절반은 어디서 찾으면 될지 아는 것’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18세기 영국 시인이자 평론가 새무얼 존슨이 친구 보스웰에게 말했듯이 “지식에는 두 종류가 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어디서 관련 정보를 찾을 수 있는지 아는 것이다. 한 주제를 조사하려 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해당 주제를 다룬 도서 찾기다. 이는 도서 목록을 보거나 도서관의 책 표지를 살펴보는 과정으로 이어진다.”라고 진단했다. 19명의 저자를 통해 각 분야에서 관련 정보를 얻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과학의 최전선에서 각자의 분야에 몰입하는 연구자들의 이야기는 그대로 인류의 최대 관심사일 것이다. 우주, 생명, 행성뿐 아니라 통계 물리학, 네트워크 과학, 인공지능 등 전통 과학에서 첨단과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인의 독서 습관과 입맛을 고려한 책이다. 그 장점은 그대로 단점이 된다. 서너 쪽 분량의 짧은 글들은 잘 차린 뷔페가 아니라 시식 코너의 맛보기에 불과하다. 본문 200쪽이 안 되는 분량에 19가지 주제를 담았으니 깊이를 포기하고 넓이를 확보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그래도 읽는 행위를 통해 ‘관련 정보’를 확인하고 그 고리를 연결하는 작업은 오로지 독자의 몫이다.

입자물리학, 양자역학, 진화론, 기후위기, 통섭, 코로나 시대의 종교 등의 주제는 과학이 연구자의 실험실이 아니라 세상 밖으로 나와 사람들과 소통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이명현의 서론처럼 과학에서 최전선, 궁극이란 결국 인간의 삶에 닿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생각보다 빠르게 변한다. 느낄 겨를도 없이 지나가는 계절처럼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이 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순식간에 달라진다. 기술발달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일반인을 위한 교양으로서 과학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으로서 세상의 흐름과 맥락을 파악하기 위한 과학에 대한 설명으로는 충분해 보인다.

교양이라는 말이 사라진 시대다. 책이 아니면 지식과 교양을 얻기 어려운 시대를 지났으니 교양에 대한 새로운 의미 부여가 필요하겠다. 예술적 감수성, 인문학에 대한 이해, 과학적 사고방식을 갖춘 사람이 어느 시대인들 환영받지 못할까마는 누구나 고급지식과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고 믿는 시대에는 오히려 지식과 교양을 내면화한 사람을 찾기 힘들다. 근사한 포장지로 사용되거나 보여주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자기 삶의 주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교양이 오히려 귀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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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과학이 필요하다 - 거짓과 미신에 휘둘리지 않고 과학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힘
플로리안 아이그너 지음, 유영미 옮김 / 갈매나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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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을까요? 무엇을 믿어야 할까요? 요즘처럼 헷갈리는 세상에서 무엇을 신뢰할 수 있을까요? 과학의 세계를 여행하며 마주치는 중요한 생각들은 우리가 세상을 제대로 보도록, 세상에 쉽사리 속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 14쪽

‘불신과 혐오를 넘어설 지적 모험을 시작하며’라는 제목을 단 프롤로그 첫 문장이다. 서로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넘치는 세상이다. 우리 편은 선이고 저쪽 편은 악이라는 이분법이 판친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니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정치, 사회뿐만 아니라 가정, 직장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자기 생각의 논리와 패턴, 오류와 허점을 돌아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개인적 이해득실, 정파적 세력 다툼으로 침묵의 카르텔이 작동한다. 그 공고한 현실 앞에서 과학은 과연 증오와 갈등, 불신과 혐오를 넘어설 도구를 제공할 수 있을까.

과학저널리스트이자 물리학자인 플로리안 아이그너는 “과학은 우리가 모두 함께 신뢰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나가는 활동”이라고 선언한다. 서로 다른 상식, 각자의 기준, 높낮이가 다른 관점은 타인을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작동한다. 누구나 신뢰할 만한 진리, 모두가 합의한 질서,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원칙이 존재한다면 인류사회의 갈등과 전쟁은 훨씬 줄어들지 않을까. 도덕의 최소한이 법이라고 생각하지만 정교한 논리와 내적 정합성보다 더 중요한 건 그 법을 이용하고 해석하고 적용하는 사람이다.

과학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수학에 기초한 명징한 과학의 세계가 그 어느 분야보다 확실하고 분명한 정답을 제시할 것 같지만 과학자의 태도와 방법에 따라 숱한 오해와 착각만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플로리안 아이그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과학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한다. 과학 대신 직감을 믿을 수는 없다. 라마누잔의 직관이 수학에 접근하는 방법으로 활용한 예를 들어 설명하기도 하지만 대개 과학은 인간의 삶을 여기까지 이끌어 온 가장 정교한 사고체계에 해당한다.

생각하는 힘을 길러 세상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관찰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폭을 넓히기 위한 과학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저자는 이 책을 과학에 대한 사랑 고백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과학 자체에 대한 깊은 애정과 신뢰가 곳곳에 묻어난다. 그 대상을 사랑하는 사람의 글은 자연스럽게 독자의 관심을 유도한다. 냉정하고 객관적인 설명도 중요하지만 이성과 논리, 합리적 태도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오히려 애정과 관심도 필요하다. 힐베르트, 버트런드 러셀, 헴펠, 러커토시 임레, 토머스 쿤, 아인슈타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과학자들을 등장시켜 이들의 과학적 태도와 방법이 세상을 어떻게 조금씩 바꿔왔는지 설명하는 부분들이 인상 깊다. 인류사회에 공헌하기 위한 원대한 꿈을 안고 과학자가 되는 이는 드물다. 정교하고 명징한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로 시작해서 맹목적 믿음과 애매한 추측을 걷어내는 과정에 매혹된 사람들이 과학자다. 나름의 이유로 과학에 입문하고 자신의 연구에 몰두한 결과물이 세상을 조금 나은 곳으로 만들어왔다. 다만 저자가 주목한 것은 위대한 성과물이나 천재들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그 과정에 필요한 과학적 사고의 중요성이다. 언제든 틀릴 수 있다는 열린 자세, 반증 가능성을 동반한 과학 이론,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은 인간과 세상의 숨은 비밀들이 주된 관심사다.

학창시절, 겨우 세상에 눈뜰 무렵 문과와 이과로 나뉘고 다시는 그 벽을 넘지 못한 채 평생을 살아야 하는 교육제도 탓은 아니겠으나 합리적 사고, 과학적 태도가 익숙하지 못한 문과형 인간들이 세상을 주도하는 난장판에 이성에 바탕을 둔 논쟁이 오가고 논리적 근거를 앞세운 대안들이 제시될 수는 없을까. 저자가 말하는 우리에겐 과학이 필요하다는 말은 이론과 지식이 아니라 타인과 세상을 판단하는 사고방식과 삶의 태도를 돌아보라는 충고다. 열린 자세로 경청하고 자기 생각과 행동이 변할 수도 있다는 여지가 남아 있다면 우리 앞에 생이, 저기 저 세상이 조금 다르게 보이지 않을까. 세상을 바꿀 수 없다면 자신을 바꾸라는 충고는 이기적 기회주의자로 살라는 조언과는 결이 다르다.

우리는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기에 그들보다 조금 더 멀리 볼 수 있습니다. 거인의 어깨 비유는 과학의 발전을 설명할 때 애용되는 비유이지요. 하지만 우리가 발을 디딘 거인이 그리도 커보이는 것은 그들 역시 다른 사람들의 어깨 위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사실 거인은 없고, 서로 키가 다른 난쟁이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피라미드만 있을 뿐인지도 모릅니다. - 2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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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4-22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이 읽기 좋게 정갈하시네요. 잘 읽고 갑니다.

sceptic 2022-04-23 09:06   좋아요 0 | URL
별말씀을요. 감사합니다.
 
원소 -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작지만 강력한 이야기
필립 볼 지음, 고은주 옮김 / 휴머니스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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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발견은 각 개인의 동기와 능력, 가끔은 특이한 성격에 좌우된다. 원소의 발견에는 통찰력뿐 아니라 결단력, 상상력, 야심이 필요하다. 물론 행운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 8쪽

거시적 관점으로 밤하늘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상상력은 무한하다. 코스모스의 세계에 대한 확장적 사고력은 인간을 우주로 보냈다. 반면 미시적 관점은 세상의 근본에 관심을 기울인다. 만물의 근원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한 인류의 생각은 철학적 고민에서 출발해서 이제 첨단과학의 영역이 되었다. 나와 세계를 미분하면 무엇이 남을까.

고교 졸업 후 처음 보는 주기율표는 흑백사진을 들여다보는 기분이었다. 원자 번호 30번 이후의 원소들은 외계어다. 비주얼 히스토리를 표방한 『원소』는 세상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방식을 제시한다. 원소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가장 작고 원초적인 물질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의 역사는 단순한 흥미를 넘어 숭고함마저 느껴진다. 인간의 역사는 질문의 역사다. ‘왜’ 그런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만물은 유전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을 거라는 희망 때문이었을까. 수많은 과학자들은 무엇을 바라 한평생을 그 작고 단단한 세계에 몰입했을까.

만물의 근원을 찾아 떠난 여행은 그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연금술로 이어졌고 전기로 분해한 원소에서 선 스펙트럼, 인간이 원소를 만드는 단계로 발전해왔다. 기초과학은 문명의 토대를 이루며 수많은 분야에 응용되어 인간의 삶을 혁명적으로 변화시켰다. 건축, 의학뿐 아니라 핵전쟁에 이르기까지 화학의 역할과 기능은 일일이 나열할 필요도 없다. 필립 볼은 원소의 사회적 의미와 철학적 접근을 배제한다. 철저하게 원소의 ‘역사’에 집중한다. 고대 철학자부터 최근의 사례까지 꼼꼼하게 점검하면서 객관적 사실들을 설명한다. 문명발달을 이끈 구리, 금, 은, 철에서 시작해서 주기율표의 마지막 줄 테네신, 오가네손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원소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 책은 과학 이론도 실험 도구도 필요 없다. 주기율표를 암기해도 소용없고 실생활에 응용할만한 정도와도 무관하다. 원소 하나하나를 앞세워 그것이 발견된 경위와 인류에 미친 영향을 살핀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고 만질 수도 없는 궁극의 미시세계를 통해 우리는 세상을 또 다른 눈으로 살펴볼 수 있다. 작지만 아름답고 볼 수 없지만 느낄 수 있는 원소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다.

소크라테스의 제자 플라톤이 아테네에 아카데미아를 세운 건 기원전 380년이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 우리는 앎의 세계를 향해 거친 파도를 헤치며 항해를 계속했다. 눈부신 속도로 발전하는 현대 과학을 이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사는 현실의 어제를 살피면 겸손해진다. 한없이 낮은 자세로 세상을 살필 수 있다면 외부 세계를 조금 다른 눈으로 볼 수 있다. 각 장에 소개된 과학과 문명사 연표도 눈에 띈다.

초고속 인터넷 시대의 시초가 됐을 해저 케이블을 깔아 최초의 대서양 횡단 전신을 주고받은 건 1858년의 일이다. 자전거가 유럽과 북아메리카 전역에서 유행하며 급증한 시기는 1890년경이다. 먼 과거에서 최근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의 역사는 생각보다 짧고 또 생각보다 아득하다. 아주 잠깐 세상을 사는 우리가 알고 경험할 수 있는 지식과 정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언제나 그렇듯 정확하고 분명한 세계가 주는 안도감은 불확실한 미래를 사는 우리에게 다른 방식의 위로를 건넨다. 이치에 맞는 생각은 합의하기 힘든 수많은 인간에게 과학적 사고의 중요성을 깨우친다. 아주 작고 아름다운 원소의 역사를 통해 지금의 나를 돌아볼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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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과학자의 사고법 - 더 나은 선택을 위한 통계학적 통찰의 힘
김용대 지음 / 김영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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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적 성취와 대중적 글쓰기는 비례하지 않는다. 한 분야에 애정을 갖고 꾸준하게 몰입한 사람에게 느껴지는 아우라는 스스로 포장하거나 자랑하지 않아도 저절로 드러난다. 어눌하지만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꾹꾹 눌러쓴 글들은 독자도 무겁게 받아들이고 가슴에 담는다. 감상에 치우쳐 호들갑을 떨고 달달한 설탕만 듬뿍 뿌려 차린 보기 좋은 다과와 차이가 난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지만 특히 과학은 읽을만한(?) 읽고 싶은(?) 책이 많지 않다.

 

전문 지식을 늘어놓은 책은 대학교재로 쓰이거나 연구성과의 정리에 불과하다. 그것이 갖는 의미와 그 과정에서 길어 올린 생각, 그것이 타인과 사회에 미칠 영향과 유용성을 찬찬히 설명하는 책은 만나기 쉽지 않다. 더구나 국내 과학 서적은 아쉬움이 더 많다. 그런 면에서 김용대의 데이터 과학자의 사고법은 주목할만하다. 흥미로운 사례 중심의 서술로 일반 독자에게 어필하고 실제 우리 삶에 적용 가능성을 설명한다. 데이터과학이 무엇인지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하는데 그치지 않고 미래 사회를 전망하는데 도움을 준다. 또한,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는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시대를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데이터과학의 목적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는 것입니다. 즉 데이터과학은 데이터합리적 의사결정이라는 2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합리적 의사결정은 인간의 진화과정에서 결여된, 아니 인간에게 가장 부족한 DNA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타고난 본능에 반하는 합리성, 논리적 사고, 이성적 판단 능력은 후천적 노력에 의해 기를 수밖에 없다. 이를 돕는 보조 장치가 통계다. 숫자 없는 통계학을 읽어내는 안목이 바로 데이터 리터러시다.

 

우리는 평균의 함정, 표준편차의 의미, 일상시험의 과정, 인공지능의 부작용 등 골치 아픈 제목으로 가득하지만 이 책에는 숫자나 통계 공식과 이론이 등장하지 않는다. 데이터과학이라는 바탕 그림 위에 펼쳐진 인간의 삶과 세상의 작동원리가 퍼즐처럼 놓여 있을 뿐이다. 개별적 존재로서 한 인간이 자신의 사고 과정을 살피고 타인과의 관계를 조망하며 세계를 탐구하는 능력은 저절로 길러지지 않는다. 허명을 떨치고 세속적 성공을 거두는 일도 중요하지만 독서의 본질은 그 이면에 숨은그림찾기와 비슷하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유리의 성이라고 해서 그림자의 빛깔이 다르지 않다. 데이터과학은 찬란한 희망만큼 인간의 삶에 짙은 그늘을 만들 터. 행간에 숨은 위험성과 우려를 읽어내는 건 아마도 독자의 몫이 아닐까 싶다.

 

D = I + N

D는 데이터Data, I는 정보Information, N은 잡음Noise

 

데이터는 결국 세상의 넘치는 정보에서 잡음을 제거한 결과물이라는 설명이 눈길을 끈다. 그러니까 데이터는 발명이 아니라 발견이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과학이다. 우리는 정보와 잡음을 정확하게 걸러낼 수 있을까. 그 기준과 차이는 무엇일까. 매일 쏟아지는 뉴스부터 사건 사고뿐 아니라 일상에서 들려오는 상품광고에서 지인들의 가십에 이르기까지 정보와 잡음은 구별조차 힘들다. 데이터 과학 이전에 논리적 사고와 합리적 판단이 우선이다. 이성을 가진 존재로서 세상을 사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자기만의 정답을 외치고 언제나 진리를 외치며 정확히 선악을 구분하는 태도는 오만이다. 아니 그걸 인정하는 태도만이라도 갖출 수 있다면 다행한 일이다.

 

코로나 시대의 백신부터 상관관계와 인과관계에 대한 오해까지 다양한 주제와 내용으로 가득한 이 책은 데이터과학자의 사고법이 왜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지 웅변한다. 무엇을 생각하는가. 아니,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체로 현실은 과정과 태도보다 목적과 결과를 중시한다. 미시적이고 단기적인 안목은 전체를 통찰하는 눈을 가린다. 어쩌면, 데이터과학은 지금, 여기가 아니라 저기 멀리 내일을 향한 손가락이다. 과학적 사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법하다.

 

세상에는 놀라운 사건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도 알 수 있고 하나의 사건에 대해서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다는 것도 데이터과학으로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서로 다른 의견을 잘 절충하면 훨씬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도 데이터과학을 통해서 배웠습니다. 데이터과학을 이해하면 상대방을 이해하는 능력이 높아집니다. 일반인이 데이터과학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데이터과학의 수준이 올라갈수록 사회는 선진화됩니다. - 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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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과학의 목적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는 것입니다. 즉 데이터과학은 데이터합리적 의사결정이라는 2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16

 

야구통계학자로 명성을 쌓고 미국 대선 예측으로 유명해진 네이트 실버Nate Silver는 그의 책 신호와 소음에서 정보를 신호로, 잡음을 소음으로 표현합니다. 데이터 자체는 정보가 아니며 데이터에서 잡음을 제거해야 정보가 나온다는 것입니다. - 49

 

D = I + N

D는 데이터Data, I는 정보Information, N은 잡음Noise

 

요약본능은 생존을 위해 타고나는 본능으로 시작해서 후천적 교육으로 강화되고 있습니다. - 63

 

앙상블 방버론에는 매우 흥미롭고 이해하기 어려운 과학적 현상이 숨어 있습니다. 앙상블으 예측 성능을 높이는 데에는 개별 예측 방법의 정확성보다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 주어진 문제에 대해 모두 비슷한 답을 주는, 성능이 우수한 10개의 예측 방법보다 성능 은 좀 떨어지지만 다양한 답을 제공하는 10개의 예측 방법이 앙상블에는 더 효과적이라는 것입니다. 이를 인간 사회에 적용하면 비슷한 생각을 하는 우수한 인재 10명보다 다양한 의견을 내는 평범한 10명의 의견이 훨씬 유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앙상블 방법은 사회의 발전에는 효율성보다 다양성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 141

 

빅데이터는 현재 4차 산업혁명의 최첨단 분야에서 엄청난 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검색시장을 휩쓸고 있으며, 무인자동차를 시작했고, 유튜브로 미디어시장의 혁명을 이끌고 있는 기업인 구글은 빅데이터의 창시자이자 리더입니다. 검색 서비스와 유튜브 콘텐츠 추천은 빅데이터의 대표적인 결과물입니다. - 173

 

주어진 정보에 대한 진위 여부를 알기 위해서는 결과 자체뿐 아니라 결과를 얻는 과정까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데이터 자체가 문제일 수 있습니다. - 179

 

빅데이터로부터 찾아내는 새롭고 유용한 지식이 빅데이터의 가치를 결정합니다. 여기서 새로운정보와 유용한정보는 서로 대립하는 개념입니다. 대체로 새로운 정보는 유용성이 떨어지고 유용한 정보인 경우 이미 알려진 정보인 경우가 많습니다. - 180

 

1956년에 개최된 다트머스 학회Dartmouth Conference에서 존 매사키John McCarthy가 이 연구 분야의 이름을 인공지능’AI, Artficial Intelligence이라고 최초로 명명해서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습니다. - 330

 

인공지능 번역 알고리즘은 생각보다 너무 단순합니다. 인간이 사용하는 거의 모든 문장을 숫자 700개의 조합으로 나타낼 수 있었습니다. 인간이 사용하는 문장이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문장은 달라도 의미가 비슷해서 생기는 현상일 수 있습니다. 언어학자도 이 현상을 보며 놀랐습니다. 인공지능이 단순히 인간의 지능을 자동화하는 것을 넘어서서 인간도 모르는 인간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알려주는 시대가 왔습니다. - 359

 

데이터과학으로 나오는 모든 결론을 그대로 믿으면 안 됩니다. 데이터에 기반하든 논리로 추론하든, 모든 판단에는 오류가 있기 마련입니다. 완벽한 판단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1931년 독일의 수학자 괴델에 의해서 증명되었고, ‘불완전성 정리’Theory of Incompleteness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떠한 골리 체계도 증명할 수 없는 참인 명제가 항상 존재하며, 따라서 스스로 모순성이 없음에 대한 증명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 자신이 한 증명이 맞았는지를 자신이 증명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 380

 

세상에는 놀라운 사건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도 알 수 있고 하나의 사건에 대해서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다는 것도 데이터과학으로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서로 다른 의견을 잘 절충하면 훨씬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도 데이터과학을 통해서 배웠습니다. 데이터과학을 이해하면 상대방을 이해하는 능력이 높아집니다. 일반인이 데이터과학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데이터과학의 수준이 올라갈수록 사회는 선진화됩니다. - 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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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사피엔스와 과학적 사고의 역사 - 돌도끼에서 양자혁명까지
레너드 믈로디노프 지음, 조현욱 옮김 / 까치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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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신과 세계를 이해하려는 욕망과 능력을 함께 가진 유일한 존재이다. 그것이 우리를 다른 동물보다 돋보이게 만드는 가장 큰 재능이다. 그 덕분에 생쥐와 기니피그가 우리를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들을 연구한다. 20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 순응하는 인간과 저항하는 인간, 나서는 자와 숨는 자. 지키는 사람과 깨트리는 사람, 생각하는 인간과 행동하는 인간 , 머리가 큰 사람과 가슴이 큰 사람, 솔직한 자와 가식적인 자, 변하는 인간과 고집스런 인간, 앞장서는 사람과 뒤처지는 사람, 살려는 자와 죽으려는 자…….

 

인류의 역사는 호모 사피엔스의 지난한 변화의 과정이었다. 제아무리 젠체하는 인간이라도 숭고한 신의 형상을 닮은 게 아니라 한낱 털 없는 원숭이에 불과하다는 자명한 진리 앞에선 미진微塵한 존재에 불과하다.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의 호모 사피엔스와 과학적 사고의 역사는 과학사의 눈으로 바라본 인류지성의 발달사로 읽힌다. 인간은 어떤 존재이며 어떻게 물질문명을 발전시켜 왔는가에 대한 질문 자체가 놀랍다. 개인적인 취향이겠으나 이렇게 근본적이고 원론적인 호기심에 답하는 책이 좋다. 이 질문들은 대부분 답이 없거나 아직 밝혀지지 않았거나 너무 복합적이어서 정답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부단히 대답 없는 질문을 던지며 호기심을 탐구해왔다. 구원은 신의 몫이나 자연 질서에 답이 신의 영역을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과학기술은 눈부시게 발달한다. 이 책은 특이하게도 인간과 세상 즉, 자연과 물질 그리고 생명에 관한 철학적 질문으로 시작해서 최첨단 과학에 도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과학사이며 인류사이고 문명사이며 철학사에 해당하는 거대한 빅히스토리.

 

저자의 노고와 집중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의 원제인 ‘THE UPRIGHT THINKERS’는 기나긴 한글판 제목과 무관하게 이 책의 성격을 간명하게 드러낸다. 좋은 책은 간명한 제목과 적절한 부제가 뒤따른다. 상당한 분량의 과학책을 마치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읽은 이유는 당연히 작가의 스토리텔링 능력에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부터 하이젠베르크까지 인간의 역사에서 과학적 사고가 어떻게 발전해왔는가? 사회적 상황, 문화적 전통, 개인적 성향은 물론 종교의 교리와의 갈등은 무엇이었을까?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혁명적 발상의 전환과 혁신적 사고는 어떤 조건에서 왜 일어났을까? 이 책은 과학자의 생애는 물론 시대별 과학계의 이슈를 통해 그 가능 조건을 제시한다. 개인의 능력과 과제에 대한 몰입 정도는 물론 개인적 탄생 배경, 집안의 재력, 시대상황과 사회적 요구가 결합되어 놀랄만한 과학적 발견통찰이 증명된다.

 

이 책은 인간의 특성과 호기심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 이야기가 문화, 문명, 이성을 거쳐 과학적 사고의 토대를 다지고 보이지 않는 영역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놀랄 만큼 탄탄한 구성과 사실에 대한 고증 뿐 아니라 과학에 대한 이슈를 누구나 알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하는 능력은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의 능력이다. 세계사의 새로운 서술방식으로 유발하라리의 사피엔스가 있다면 이 작가는 과학계의 유발 하라리다.

 

이 책이 무엇보다 흥미를 끈 이유는 시대를 막론하고 인간의 창의성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과학계의 이론뿐 아니라 인류의 삶을 뒤흔든 과학자들, 과학적 발견과 발명 뒤에는 고정된 틀을 깨려는 개인의 노력과 기질, 꾸준하고 끊임없는 도전정신, 시대적 요구와 사회적 인정이 함께한다. 각 시대마다 명멸했던 천재적인 과학자들은 사실 천재가 아니라 엉뚱한 호기심과 괴팍한 발상, 남들과 다른 상상력을 갖춘 사회 부적응자들이 많았다.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지 않으면 관습적 사고로 해결되지 않았던 그 많은 과학적 난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었겠는가.

 

우리는 흔히 부모님 말씀 잘 들어라, 학교가면 선생님 말씀 잘 들어라, 어른이 얘기할 땐 그만한 이유가 있다, 남들은 바보라서 그런 말과 행동을 하지 않겠느냐, 어디를 가든 중간만 해라(특히 군대에서), 모난 돌이 정 맞는다, 튀지 마라 좋은 게 좋은 거다와 같은 삶의 지혜를 전수받는다. 그러나 과학 혁명은 이런 말들에 정면으로 반박한 사람들에 의해 일어났다. 저자는 이 과정을 상세하고도 알기 쉽게 풀어낸다. 이론 물리학자의 말빨과 글 솜씨가 탁월했기 때문에 이렇게 훌륭한 책이 만들어졌으리라.

 

과학뿐만 아니라 철학사에 대한 이해와 흐름 역사의 변천과정을 통해 얻은 깨달음이 이 책 곳곳에 녹아있다. 어떤 과학자의 생애를 요약할 때도, 과학적 성과와 이론을 설명할 때도 균형감을 잃지 않고 전후좌우 맥락을 잘 살핀다. 세상에는 글을 잘 쓰는 사람과 못 쓰는 사람이 있는 게 아니라 생각이 깊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을 뿐이다. 전공, 직업과 무관하게 깊이 고민하고 넓게 사유하며 자기만의 길을 걸어온 사람들의 책에서는 향이 난다. 시류에 영합하고, 트렌드를 쫓으며, 팔기 위해 쓴 책은 비린내가 난다. 그러나 이 책은 말할 수 없이 은은한 향으로 과학책을 읽어야하는 이유를 보이지 않게 설득하는 힘이 있다.

 

어떤 의미에서 인간 지식의 진보는, 세상을 아주 약간 다른 방식으로 볼 능력이 있던 사람들이 했던 공상이 계속 이어진 덕분에 가능했다. - 404

 

집안은 부유하고 저명했지만 찰스(안철수 아니다-.-;;)는 학업성적이 나빴으며 학교를 혐오했다. 그는 판에 박힌 학습에 대한 나쁜 기억을 가지고 있으며 특별한 재능이 없었다.”는 평가를 받은 다윈은 학교 부적응, 학계의 비주류, 사회적 고립자였다. 당신이 어떤 자리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든 성공을 향한 불나방이 아니라면, 돈과 권력에 올인한 사람이 아니라면 나름대로, 각자의 방식의 자기 삶의 주인이 될 수 있음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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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신과 세계를 이해하려는 욕망과 능력을 함께 가진 유일한 존재이다. 그것이 우리를 다른 동물보다 돋보이게 만드는 가장 큰 재능이다. 그 덕분에 생쥐와 기니피그가 우리를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들을 연구한다. 20

 

질문을 제기하는 행위는 우리 종에게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인류가 사용하는 언어들에는 보편적인 지표가 있다. 모든 언어는 성조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막론하고 질문을 할 때, 뒷부분의 억양이 비슷하게 높아진다. 일부 종교에서는 의문 제기를 불안의 최고 형태라고 본다. 과학과 산업분야에서 제대로 된 질문을 제기하는 능력은 개인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재능일 것이다. - 36

 

1903년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자신의 학생에게 해준 조언은 과학이나 시 모두에 진실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썼다. “네 마음속에서 해결되지 않은 모든 것에 대해서 인내심을 갖지라. 그리고 그 의문들을 사랑하려고 노력하라.” “그 의문을 품고 살아라.”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은 올바른 질문을 제기하는 능력이다. - 98

 

과학의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언어로 수학을 사용하도록 처음으로 인류에게 도움을 준 사람은 피타고라스(570년경~490년경 기원전)라고 전해진다. 그는 그리스 수학의 창시자이며 철학(philosophy)”이라는 용어의 발명자이며 전 세계 중학생들의 저주의 대상이기도 하다. a 의 의미를 배우느라 휴대전화 채팅을 오랫동안 중단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 100

 

탈레스는 자연이 질서 있는 규칙을 따른다고 말했지만 피타고라스는 한발 더 나아가서 자연이 수학적 규칙을 따른다고 단언했다. 우주의 근본적인 진실은 수학법칙이라고 그는 설법했다. 숫자는 실재의 본질이라고 피타고라스 학파는 믿었다. - 102

 

아리스토텔레스의 해석의 특징은 목적을 찾는다는 점이다. 이 점은 그 이후 인류의 사상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 탓에 그는 기독교 철학자들에게 대대로 사랑을 받게 되지만 과학의 진보는 거의 2,000년 동안 방해를 받았다. 목적주의는 오늘날 우리의 연구를 이끄는 과학의 강력한 원칙들과 양립하는 것이 완전히 불가능하다. 두 개의 당구공이 충돌하면 그 다음 일어나는 일을 결정하는 것은 뉴턴이 처음으로 제시한 법칙이지 그 뒤에 숨어 있는 원대한 목적이 아니다. 113

 

실용적 가치로부터 독립된 새로운 가치가 부여되자 과학적 탐구가 올바른 평가를 받게 되었다. 이윽고 진리에 대한 교회의 소유권이 잠식당했다. 성경 및 교회 전통과 경쟁관계인 진리가 나타난 것이다. 자연이 드러내는 진리 말이다. - 127

 

사실 오늘날의 6학년생은 14세기의 가장 뛰어난 과학자보다 수학에 대해서 훨씬 더 많이 알고 있다. 28세기의 어린이와 21세기의 과학자의 관계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 134

 

우리는 과학의 발전이 일련의 발견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지적인 거인이 비범하고도 분명한 비전을 가지고 외롭게 노력한 결과들이 하나하나 이어진 것으로 말이다. 그러나 지성의 역사에서 위대한 발견을 해낸 사람들의 비전은 분명하다기 보다는 흐릿한 경우가 더 많았으며, 그들의 업적은 친구와 동료, 그리고 운에 더 큰 빚을 지고 있었다. - 152

 

과학은 최고의 아름다움을 가진 주제이다. 과학의 진보에는 아이디어의 교차 수정이 필요하고 이는 오직 다른 창조적인 사람과의 교류를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오랜 시간의 고립 또한 필요하다. 이 고립은 사교 활동을 하지 않으려 하거나 심지어 고립된 생활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뚜렷한 장점을 제공할 수도 있다. - 166

 

우리는 희한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에게 동정심을 좀 가질 필요가 있다. 사실 뉴턴이 그런 사람이었다. 흑사병 기간 중에 그처럼 상서로운 출발을 해놓고도 그는 잘못된 아이디어를 추구하는 데에 삶의 다음 단계의 많은 부분을 허비했다. 그의 업적을 연구한 후대의 많은 학자들이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한 아이디어 말이다. - 178

 

뉴턴이 자신이 시작한 일의 끝장을 보았을때 당초 9쪽이었던 궤도를 도는 물체의 운동에 관하여3권짜리 프린키피아가 되었다. 이 책의 정식 이름은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Philosopiae Naturalis Principia Mathematica)이다. - 195

 

창조하기 위한 투쟁에서 승리하려면 엄청난 끈기가 필요한 것이 보통이다. 심리학자들이 불굴의 투지(grit)”라고 부르는 이 속성은 인내와 완고함뿐만 아니라 열정이라는 지금까지 우리가 이 책에서 보아온 모든 인물이 가진 자질과 연관이 있다. “장기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오랜 시간 노력하는 성향이라고 정의되는 이 성향은 결혼생활에서부터 미군 특수부대에 이르는 모든 분야의 성공과 관련되어 있다. - 245

 

갈릴레오가 달의 경치를 보고 토성의 고리를 발견하고 크게 기뻐했다면, 레이우엔훅은 자신의 렌즈를 통해서 작고 기괴한 존재들의 새로운 세계를 관찰하는 데에서 똑같은 기쁨을 누렸다. - 268

 

집안은 부유하고 저명했지만 찰스는 학업성적이 나빴으며 학교를 혐오했다. 그는 판에 박힌 학습에 대한 나쁜 기억을 가지고 있으며 특별한 재능이 없었다.”고 나중에 썼다. - 273

 

무작위성이 어떤 역할을 하다는 깨달음은 과학 발전에서 중요한 이정표를 상징한다. 다윈이 발견한 메커니즘 때문에 진화는 신의 설계라는 사상, 그리고 실질적으로 그런 내용을 담고 있는 어떤 사상과도 서로 어울리기 어렵게 되었다. 물론 진화라는 개념 자체가 성서의 창조 이야기와 상반된다. 그러나 이제 다윈의 특정 이론은 아리스토텔레스 학파와 전통 기독교의 견해를 정당화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무심한 물리법칙이 아니라 목적에 의해서 사건이 전개된다는 견해 말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가 일상세계를 이해하는 데에 다윈이 끼친 영향은 갈릴레오와 뉴턴이 무생물계를 이해하는 데에 끼친 영향과 같다. 종교적 심문이나 고대 그리스 전통으로부터 과학을 뿌리째 결별시킨 것이다. - 282

 

1910년 철학자이자 심리학자 겸 교육학자인 존 듀이는 썼다. 비판적 사고에는 정신적 불안 및 동요 상태를 기꺼이 견뎌낼 의사가 흔히 포함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비판적 사고에 대해서만 아니라 창조적 노력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예술에서든 과학에서든 선구자들이 편안하게 지낸 예는 없다. - 305

 

과학에는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평범한 질문을 제기하는 보통 사람이 다수이며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은 잘 살아간다. 그러나 가장 성공한 연구자는 이상한 질문을 제기하는 사람인 경우가 흔하다. 아무도 생각하지 않은 질문, 혹은 다른 사람들이 흥미롭다고 보지 않는 질문들 말이다. 이런 사람들은 천재로 인정받는 시기가 오기 전까지는 이상하고 괴짜이며 심지어 미쳤을지도 모른다는 평가를 받게 마련이다. - 311

 

화학에서 종신교수 제도가 그토록 소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연구에 실패해도 안전할 수 있게 보장해주는 것은 창의성을 키우는 데에 필수적이다. - 342

 

놀랍게도 당시 나는 물질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 노력했던 덕분에 알게 된 것들이 스스로를 냉담하게 만들지 않고 오히려 나에게 힘을 주었다는 사실을 느꼈고, 그것은 내가 슬픔을 딛고 일어서서 고독감을 덜 느끼도록 도움을 주었다. 나는 어떤 더 큰 것의 일부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우리 존재의 경이로운 아름다움에 눈을 떴다. 우리 각자에게 허용된 세월이 얼마이든지 말이다. 아버지는 심지어 고등학교를 다닐 기회도 없었던 분이지만, 물질세계의 속성에 대해서 커다란 감탄과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어린 시절 거실에서 아버지와 대화할 때 그에 대한 책을 언젠가 쓰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마침내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바로 그 책을 낸다. - 402

 

어떤 의미에서 인간 지식의 진보는, 세상을 아주 약간 다른 방식으로 볼 능력이 있던 사람들이 했던 공상이 계속 이어진 덕분에 가능했다. - 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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