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눈물로 씁니다
박홍규 지음 / 실천문학사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이런 종류의 책은 어디에 분류해야 할 지 난감하다. 합치고 아우르는 것이 어려운 만큼 나누고 가르는 일도 쉽지 않다. 박홍규의 책 중에서 직설적인 감정이 많이 우러나온 책이다. 감정은 내면이나 의식에서 배어나오는 이성의 작용이다. 이 감정은 사랑이나 우정과 같이 조건 없이 인간관계를 통해 확인되는 감정이 아니다. 사회를 바라보는 태도, 사람들이 가진 삶의 조건, 인생의 가치와 일상의 모습 등을 통한 이성적 작용의 결과물이다. 내면에서 외부로 표출되는 지극히 인간적이고 정서적인 감정이 아니라 외부 세계를 투과한 감정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거대한 명칭은 듣기에도 부담스럽다. ‘대한민국’은 ‘대영제국’을 모방한 명칭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무튼 위대한 나라 ‘대한민국’의 모습은 어떠하며 정체성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인구수만큼 많은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다. 박홍규의 <대한민국을 눈물로 씁니다>는 바로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거울은 사물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비춰주지만 인간의 시선과 관점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주관적 시선을 뒷받침하는 사상과 이념은 객관적인 평가와 이성적인 논의가 가능하다. 우리 사회의 지향점이나 삶의 가치가 다를 경우 저자의 이야기는 허황된 이야기로 들린다. 하지만 우리가 얻는 것보다 잃은 것이 돌아보지 않는 삶은 의미가 없다. 저자는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과연 우리는 단기간에 얼마나 많은 발전과 문명의 혜택을 누리게 되었는가. 곰곰이 생각해 보면 눈이 부시다는 표현이 과언이 아니다. 빛의 속도만큼 빠르게 과학기술이 발달했고 인간의 생활은 편리해졌다. 물론 비교의 기준은 20세기 이전을 말한다. 그러나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이다. 시속 150km가 넘게 속도를 내면 시야가 좁아진다. 주변의 사물이나 자연 풍경을 감상할 여지가 없어진다. 김광규의 시 ‘젊은 손수 운전자에게’ 처럼 우리는 많은 것들을 보지 못하고 살아가게 된다. 시간과 속도의 경쟁은 무한하다.

  그렇게 살다보니 타성에 젖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들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다. 시골에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박홍규의 모습이 어떻게 비춰질까? 초등학생들도 들고 다니는 핸드폰 없이 세상을 향해 쓴 소리를 뱉어내는 모습이 과연 불만과 불평을 토해내는 것인가? 개인적인 편협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소견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알 수 없는 것은 이런 사회 비평 서적이 나와도 눈여겨보고 자신의 모습이나 우리들의 현재를 반성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늘어나느냐의 문제이다. 항상 결론은 실천이다.

  무엇을 어디에서부터 손대야 할 지 모른다는 것은 자각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는 할 수 없다. 또 한 가지 알면서도 그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지금 이대로가 좋다는 견해는 어떻게 할 것인가. 물욕에 오염된, 돈으로 분단된, 힘으로 왜곡된, 공공이 상실된, 인조로 추악한, 획일로 위기인 대한민국을 어떻게 할 것인가?

  유시민이 <대한민국 개조론>을 한 달 만에 썼다고 했는데 박홍규도 이 책을 일본에서 한 달만에 썼다고 한다. 전혀 다른 관점과 다른 방식으로 쓰여진 두 책을 비교하는 것도 흥미롭다.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고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일등 공신 역할을 했던 유시민과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는 일리히의 책을 번역하고 실천에 옮기며 살아가는 박홍규는 무엇이 다른가를 비교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왜냐하면 내가 살아가는 모습은 어느 쪽이며 똑같이 진보적 가치를 내세우면서도 얼마나 다른 진보와 개혁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 가능한지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늘의 별만큼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가치관과 인생의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며 세상을 판단하는 가치와 기준도 다르다. 아니 어쩌면 많은 사람들은 현재와 생활에 이끌려 내 삶을 거기에 끼워 맞추듯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어떤가?

  2007년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비현실적으로 해석한 책이 아니다. 우리가 당면한 정치, 경제, 문화, 교육, 사상, 가치 등에 대한 총체적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고 여긴다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 아니 이 책을 통해 무엇이 문제인가를 한번쯤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면 이 책은 충분한 의미를 지닌 책이 될 것이다.


071215-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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