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은 어리석을수록 좋다 - 수업론 : 난관을 돌파하는 몸과 마음의 자세 아우름 5
우치다 타츠루 지음, 박재현 옮김 / 샘터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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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묘한 책이 있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뜬구름 잡는 듯 하고 특별한 재미도 없는데 끝까지 읽게 되는 책이다. 우치다 타츠루의 책이 그렇다. 일본어를 모르니 이런 신묘한 느낌이 저자 탓인지 번역 탓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절망의 시대를 건너는 법>, <하류지향>을 읽고 '이 사람 뭐지?' 싶었다. 알 듯 말 듯 한 얘기를 동네 할아버지처럼 풀어놓는데, 단순하고 거친 표현 때문에 왠지 읽는 내가 혼나는 기분이랄까.(전혀 혼내고 있는 게 아닌데도 말이다) 그 이상한 기분 때문에 신간도 나오자마자 구매했다. 읽고 나니 더 모르겠다. 신묘한 느낌만 커졌다.

 

<배움은 어리석을수록 좋다>는 제목이다.(원제는 수업론(修業論)’) 어쩌면 내가 너무 어렵게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이것저것 계산해서 배우는 것은 진정한 배움이 아니니라. 배움이란 자고로 뭘 배울지, 뭘 얻을 수 있는지 모르고 배운 후에 깨닫게 되는 것이란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부제가 수업론: 난관을 돌파하는 몸과 마음의 자세이니, 수업하는 자세를 논하는 책인가.

 

책의 내용은 온통 무도(武道)에 관한 얘기로 채워져 있다. 저자는 합기도 유단자로, 40년 이상 무도 수련의 길을 걸어왔으니 이상한 건 아니다. 그렇다고 무도 얘기만 나온다면 별 흥미가 없었을 테지만, 저자는 신체와 사상(?)이 별개라고 보지 않는 사람이다. 공부는 몸으로 해야 하는 것, 이론은 실천과 한 몸이라는 거다. 그 점에서 저자의 수업론은 무도의 관점에서 보아도 되지만 일반적인 공부론으로 읽어도 무방하다.

 

문제는 내용이 어렵다는 것. 내 이해력이 몹시 달리는 것인지, 몇 번씩 되풀이해 읽은 부분이 많다. 그래도 어렴풋하다. 선명하게 이해되지는 않지만 더듬거리며 읽다 보면 조그만 깨달음이랄까, ‘!’ 하게 되는 순간도 있다.(그 순간이 극히 드물다는 게 문제지만)

 

배움은 효율성과 이해득실을 따지는 분야가 아니다. 무엇을 배운 것인지는 배운 후에야 알 수 있다. 그러니 일률적인 잣대로 평가할 수 없고, 모두가 똑같은 능력을 기르게 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배움의 성과를 점수나 자격증 같은 수치 형태로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수업은 동일한 트랙을 달리는 경주가 아니다. 수업은 각자의 특별한 트랙을 달리는 것. 저자의 말처럼 결승점을 알 수 없는 미지의 트랙을 달리는 것이다.

 

내가 주목한 것은 자아 해체에 관한 부분이다. , 자아, 주체의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요모조모 풀어서 설명하고 있는데 모두 이해하지는 못했다.

적을 없애기 위해서는 적을 없애는 게 아니라 이게 적이라 생각하는 를 지우면 됩니다.”(62)

경쟁 상대, , 타자는 결국 가 있기 때문에 성립하는 것. 적을 없애겠다고 생각하지 말고, 나를 지우면 적도 사라진다는 소리다. ‘라는 확고한 관념은 결국 아집이 되고, 아집은 곧 무지로 이어진다.

인간은 잘 몰라서 무지한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세상사를 잘 알고 있어도 지금 자신이 채용한 정보처리 시스템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 사람은 몸소 나서서 무지해집니다. 자신의 지적 틀을 바꾸도록 요구해 오는 정보의 입력을 거부하는 아집이 바로 무지라 불리는 것이지요.”(85)

따라서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대학 교육이란, 무언가 유용한 지식이나 기술을 덧셈으로 보태는 것이 아닙니다(그렇다고 믿는 교사도 적지 않지만요). 그것이 아니라 배움에 대한 충동의 자연스러운 발로를 방해하는, 학생들 자신의 무지에 대한 안주를 해제하는 것이지요.”(87)

 

무지함에서 벗어나는 길은 결국 를 해체하는 것이다. ‘라는 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이 무도와 공부가 추구하는 방향이어야 하고, (책의 말미에서) 그것은 신앙과도 연결된다. 저자가 한국 독자들에게 부친 서문의 제목이 “‘라는 감옥에서 벗어나는 길인 이유를 알 것도 같다.

 

많은 말을 했지만 여전히 어렵다. 저자는 나처럼 무식한 독자가 염려되었는지, 친절하게도 이런 말로 책을 마무리한다.

그다지 읽기 쉬운 내용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씹으면 씹을수록 감칠맛이 나는 말린 오징어같은 책이 되기를 원하기에, 앞으로도 이 책을 곁에 두고 때때로 그것은 이걸 말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다시 책을 펼쳐 보길 바랍니다.”(182)

말린 오징어 같은 책이라니. 턱이 나갈 수도 있으니 가끔씩 씹어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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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5-06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의 무도 문화가 생소한 독자라면 이 책이 어렵게 읽힐 것 같습니다.

cobomi 2015-05-06 20:43   좋아요 0 | URL
아! 그래서 저한테 어려웠나 봐요. 몇 번씩 되풀이 읽었거든요ㅠㅠ

cyrus 2015-05-06 20:44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을 읽었으면 어렵게 느껴졌을거예요. ^^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 - 30년간 정신과 의사로 일하고 15년간 파킨슨병을 앓으며 비로소 깨달은 인생의 지혜 42
김혜남 지음 / 갤리온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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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심리학이 서른 살에게 답하다>

이 두 책은 유명하다.

너무나 유명한 나머지 미처 서른 살이 되기 전에 읽었는데, 별 다른 인상을 받지는 못했다.(역시 서른에 봤어야 하나...)

작가의 탓이 아니다.

순전히 내 개인적인 취향 때문인데, 나는 소위 '힐링' 의 느낌을 자아내는 책에 감흥이 없다.

"모든 건 생각하기 나름이야"라는, 뻔하고 맥빠지는 결론이 싫어서다.

 

그럼에도 김혜남의 신간(문득 신간의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하다)을 구입한 까닭은, 작가가 <인물과사상> 205호(2015.5) 표지인물이기 때문이다.

'오늘을 재미있게 사는 방법'이란 제목의 인터뷰가 실렸다.

 

"여자 한쪽만 부당하게 명절에 일한다는 건 문제죠. 다만 그런 갈등을 풀 생각을 안 하고 신드롬으로 만들어버리면, 결국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누어지는 질환이 되는 거예요. 해당자는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 되고요. 스스로 극복하기보다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죠." (<인물과사상> 205호, 20쪽)

 

책 얘기와 상관이 없었음에도 이 부분에서 궁금증이 돋았다.

뭔가 여성 문제도 다루고 있을 거라는 기대감.

앞뒤로 이어지는 인터뷰 내용은 그러니까, 힐링이 아니라 결핍을 인정하고 메워가는 '성장'을 해보자는 것이다.

저자가 '삶과 연애하'면서 오늘을 재미있게 살아가는 이유들을 풀어놓은 거구나,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거구나, 기대하며 책을 읽었다.

 

하아….

읽다 보니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갸우뚱하기도 한다.

대체로 답답한 기분이다.

 

그 중 한 가지.

애써 다른 사람을 이해하거나 바꾸려 하지 말라는 말이 눈에 띈다.

'왜 저러나' 생각하지 말고, '저 사람은 원래 저래'하면서 인정해버리라고.

책에서는 시댁과의 갈등이 일례로 등장하는데, 괜히 이해하려 들고 바꾸려 들면 본인만 피곤하니까 그냥 인정해버리고 에너지를 다른 곳에 쏟는 것이 좋다는 거다.

이 대목에서 고민이 깊어진다.

해결책이 진정 저것 뿐인가 싶어서다.

책 겉표지에 무려 빨간색 글씨로 적힌 

"30년간 정신과 의사로 일하고 15년간 파킨슨병을 앓으며 비로소 깨달은 인생의 지혜 42"

라는 문구를 떠올린다면, 저자의 조언을 따르는 것이 지혜로운 일일 텐데….

 

나의 의문은 이러하다.

갈등과 스트레스는 꼭 나쁜 것인가? 즉, 갈등과 스트레스가 없는 상태가 반드시 평화롭고 좋은 상태인가?

개인적으로는 '원래 저래'라고 인정해버리는 것이 지혜일지 모르겠으나, 모든 사람이 저러한 '지혜'를 발휘한다면 어떻게 될까?

뭐랄까. 이면을 보려 하지 않고 겉만 보고서 단정지어 버리는 느낌?

 

내가 너무 삐딱한 건가 싶다.

만일 내가 저자처럼 불치병을 앓고 있다면 이런 고민들이 부질 없게 느껴질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그러려니 하며 살 걸 그랬다고 후회할 수도 있다.

역시 관계는 어려운 문제다.

아무래도 저자는 정신분석 전문의니까, 정신 건강을 위해서는 저자의 조언을 따르는 것이 좋겠지?

게다가 저자가 '30년간 정신과 의사로 일하고 15년간 파킨슨병을 앓으며 비로소 깨달은 인생의 지혜'라니까….

이해할 수 없는 조언들이 곳곳에서 등장하지만 '그러려니' 인정해버리기로 한다.

 

어쨌든 매사에 전전긍긍하지 말고 자신의 삶을 사랑하라는 메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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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5-05-05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다보면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사람이 있긴해요. 그런사람들까지 이해하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될거에요. 그렇게 에너지가 소모되더라도 이해를 할수 있으면 좋은데요~~
그런 경우에만 저 사람은 원래 그래~ 하고 넘어가는거죠~~ ㅎㅎ
나 당신한테 더 이상 에너지 쓰기싫어~
그리고 그 순간부터 그 관계는 끝이라고 생각해요~ 슬픈거 같아요. 원래 그런 사람이라는 말...

cobomi 2015-05-05 11:20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슬픈 느낌이었거든요. 더구나 사례가 고부갈등이라서요. 저 방법 뿐인가 싶었죠...

AgalmA 2015-05-05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인들은 애쓴다 볼 테지만, 내가 옳다 라는 걸 상대에게 강요하는 바꿈의 노력이 아니라, 서로 당신에게 이런 부분이 있다는 조언의 노력 정도는 있어야 관계 아닌가요. 물론 그 조언도 충분히 객관적인가를 살펴야겠죠. 그럼에도 상대에게 간섭이나 지적질로 보일 수 있다는 문제가 있으니 참 어려운 일이지만...
이런 문화가 제대로 없으니 사회나가면 위계와 폭력의 구도가 더 강력하게 작동해 더 괴로운 것이잖아요....

cobomi 2015-05-05 11:30   좋아요 1 | URL
네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거든요.
그러려니 하는 게 본인 마음은 편할지 몰라도 개선의 여지는 없달까요.
아이들이나 후배들이 제게 ˝그러려니˝ 한다고 생각하면, 전 서로 망가질 듯 싶거든요.

AgalmA 2015-05-05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요즘 사람들의 ˝내 맘이야!˝가 예사로 안 들려요....
언제나 있어왔던 생각이기도 하니....그래서 세상이 또 이런가...싶기도 하고.

cobomi 2015-05-05 11:33   좋아요 0 | URL
ㅠㅠ

cyrus 2015-05-05 16: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갈등과 스트레스가 적당히 있어야 자신이 처한 상황을 스스로 극복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요즘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키는 것들이 우리 주변에 많아서 혼자 감당하기 힘든 게 사실이에요. ^^;;

cobomi 2015-05-05 17:03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그래서 전 티비를 잘 안 틀죠....ㅎㅎ(특히 뉴스)
김혜남 선생님 말씀도 일리 있지만, 전 좀더 적극적인 제스쳐도 좋다고 생각했거든요.
지금 다시 그 부분을 살펴보니까, 어차피 이해안될테니 인정하라는 데... 아마도 하다하다 도저히 이해 안될 땐 그러려니, 하면서 즐거울 수 있는 것이 더 낫다는 조언 같네요.
다시 봐도 100% 수긍은 안 되지만 선택은 각자의 몫이니까요. 생각해볼 문제 아닌가 싶어요.
 
담론 -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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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휴일 아침, 조조영화 관람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휴일엔 조조영화를 보려고 한다. 아침에 한적한 영화관을 들어서면 (전혀 그렇지 않은데도) 내가 왠지 부지런한 인간이 된 것 같은 뿌듯함을 느끼니까. 뿌듯함의 절정은 영화관을 나설 때 찾아온다.

, 아직 점심시간도 안 됐어!’

그렇다. 아침형 인간역할놀이를 하기 위해 조조영화를 보는 것이다.

 

오늘은 차이나타운을 봤는데, 영화관을 나설 땐 뿌듯함을 느끼기는커녕 삶의 의욕을 거의 상실할 지경이었다. 사람이건 동물이건 총 쏘고, 칼로 찌르고, 때리고, 죽이는 장면은 정말이지 나를 미치게 만든다. 특히 칼부림 장면은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다. 내가 찔리는 사람에 몰입하는 것인지, 찌르는 사람에 몰입하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견디기 힘들었지만 그 와중에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으니, 인간이란 대체 어떤 존재인가, 하는 터무니없이 고급스러운(?) 의문이다.

 

내가 괜히 그러는 게 아니다. 최근 출간된 신영복의 담론때문이다.

신영복의 책은 뭐랄까, 사람을 숙연하게 만든다고 해야 하나. 바른 자세로 앉아서 읽어야 할 것 같고, 옷매무새도 단정히, 안경도 고쳐 써야 할 것만 같다.(실제로 그러고 있다) 글씨체로 치자면 궁서체(진지하니까), 한 획 한 획 정성들여 쓰는 장인(匠人)의 느낌으로 읽어야 한다. 내 경우엔 한 장(), 한 장() 생각하고 메모하며 읽느라 속도를 낼 수 없었다.

출간되자마자 사서 오래 붙들고 읽었더니 내 시시한 생각들도 모두 궁서체로 머릿속을 떠다니는 기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리뷰도 진지한 궁서체로 써야만 한다.

 

담론을 크게 두 가지 주제로 분류한다면 단연 세계인간이 아닐까. '관점 달리 하기''인간 이해(인간성 회복)'가 키워드다. 익히 들어온 얘기 같지만 전혀 시시하지 않다. 금쪽같은 내용들로 가득하다.

 

그중 관계를 중심으로 인간 이해와 인간성의 회복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이 있다. 난 그 부분을 읽으며 생각이 많았다. 기계가 사람의 자리를 대체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사람으로 사람을 갈음하는 시대사람은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하나의 부품처럼 존재하고 있다.

 

차이나타운을 보며 호흡곤란을 겪을 지경이었음에도 인간 존재에 대한 물음이 떠올랐던 건 <담론>의 그 부분 때문이다.(책을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나...)

영화 홍보 영상(예고편)에 등장하는 대사중에 압권은 증명해봐, 네가 쓸모 있다는 증명.”일 텐데, 증명을 못하면?

쓸모없어지면 너도 죽일 거야.”

돈 없지? 몸으로 갚아.”

(온몸이 덜덜 떨린다.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이쯤 해두자.)

 

자본주의가 심화된(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인간은 더 이상 인간적인존재가 아니다. 노동으로부터, 상품으로부터, 관계로부터, 자기 자신으로부터도 소외된다. 소외된 인간들은 제각기 돈을 향해 질주할 뿐이다. 돈을 많이 벌어야 쓸모 있는 인간으로 인정받고, 돈이 없으면 몸으로 돈을 대체해야 한다. 그마저도 못하면 세상에 있어서는 안 되는 쓸모없는 존재가 된다.

 

차이나타운의 칼부림 장면은 분명 끔찍하다. 하지만 현실은 더 끔찍한 곳일지도 모른다. 노골적인 칼부림은 드문 일이지만, 남을 제치고 내가 살아남는 경쟁은 일상적이다. 모든 가치들은 경제적 가치에 대해 부차적인 것이 된다. 실종자를 수색하기 위한 세월호 인양이 세금낭비라는 논리 앞에 무기력해지듯이. 내가 영화 속 칼부림 장면을 똑바로 보지 못하는 것처럼, 현실의 부조리와 처참한 모습에도 눈 감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생각할수록 인간다움, 인간성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이 깊어진다.

 

그렇다.

담론은 영화를 보다가도 생뚱맞게 의문을 가지게 될 만큼 깊고 진한 울림을 주는 책이다. 그저 책 한 권을 읽었을 뿐인데, 칼부림 장면에 벌벌 떨고 헐떡거리기만 하던 내가 이렇게 변하다니!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독자로 하여금 전에 없던(그것도 꽤 진지한) 질문을 하게 만들었다면 정말 괜찮은 책이 아닐까? 고전의 내용을 줄줄 읊는다고 인문학적인 게 아니다. 세계와 인간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보고 고민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보시길. 그것도 궁서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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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5-05-03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이나타운, 아직 안 봤는데 망설여지네요. 그래도 보게 될 것 같지만‥ 진지하고 진솔한 페이퍼와 좋은책, 고맙습니다

cobomi 2015-05-03 22:53   좋아요 0 | URL
아이쿠, 고맙다뇨, 제가 다 감사합니다.
<차이나타운>은... 끔찍하달까 잔인하달까... 그런 장면에 비위가 약하시다면 보는 내내 힘드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영화 자체는 괜찮았어요.
<담론>을 읽어서 그런가, 영화 자체가 그런가 내내 생각나더라구요.
개인적으로는 보시길 추천합니다!

당근 2015-05-04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이나타운 보고 싶다더니 부지런 코스프레(?) 조조로 보셨군요~ㅎㅎ 좋은 리뷰 잘 봤어요

2015-05-04 0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xmax14 2015-05-04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찮은글 잘 읽고 갑니당~^^

cobomi 2015-05-04 01:1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AgalmA 2015-05-04 0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론 읽고는 싶은데, 정해둔 책읽기 일정이 빡빡해서 아쉬운대로 담론 팟캐스트를 듣고 있어요. 말씀하신 기계-노동 대체 부분도 들었고요.
익히 들어왔지만 목소리를 통해 전해지는 품성이 놀라웠습니다. 신영복 선생님 정말 어른이시더군요. 감옥에서의 그 혹독함을 유머를 섞어 사람들에게 찬찬히 들려주시는데, <쇼생크탈출>이나 <이반 데소니비치의 하루>를 보고 난 뒤의감동과 숙연함처럼...

cobomi 2015-05-04 09:47   좋아요 0 | URL
강의 팟캐스트가 있었군요! 책은 생각하고 메모하며 읽는게 좋은데, 강의는 뉘앙스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테니 좋을 것 같아요.
저도 팟캐스트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Marcus Aurelius 2015-05-05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영복 교수님의 담론 읽어보고 싶었는데, cobomi 님의 글 읽고나서 꼭 사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cobomi 2015-05-05 16:49   좋아요 0 | URL
꼭 사서 읽으시겠다니, 신영복 선생님께서 좋아하실 겁니다ㅎㅎ
아이디 보고 좀 놀랐어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맞죠?
철학책에서 자주 언급되던데 여기서 만나다니!
반갑습니다~

2015-05-05 16: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05 17: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05 16: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Marcus Aurelius 2015-05-05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감사합니다 ㅎㅎ
남은 연휴도 재미있고 알차게 보내시길.

시우파 2015-06-11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타고 왔습니다. 단정하게 댓글을 남기게 되는 여운이 좋습니다.

cobomi 2015-07-02 09:4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책을베고자는남자 2015-07-01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서체로 읽자. 좋은 말이네요. 우연히 들렀는데 마침 담론을 어제 다 읽었습니다. 저는 건방지게 소파에 누워 읽었습니다. 왠지 선생님에게 죄송했단 말씀을 드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님의 말씀에 십분 공감하고 갑니다. 차이나타운도 봤는데 인간을 쓸모있음과 없음으로 나눈 대화 역시 영화의 핵심적인 장면이라 생각합니다. 선생은 그 쓸모없음을 우리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말씀하시구요.

cobomi 2015-07-02 09:44   좋아요 0 | URL
제 생각에 공감하신다니 기쁩니다. 물론 제 생각이라기보다는 신영복 선생님 말씀이겠죠 ㅎㅎㅎ 쓸모없음을 극복한다... 쓸모 있음과 없음에 대해 또 다시 생각해보게 되네요.
 
집 나간 책 - 오염된 세상에 맞서는 독서 생존기
서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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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집어 들었을 때 난 몹시 피곤한 상태였다. 이틀 동안 고작 여섯 시간을 자고서 온갖 잡다한 일들을 처리했기 때문이다. 오늘은 일찍 자고픈 마음이 굴뚝같았다. 택배가 하루만 늦게 왔어도 지금쯤 꿀잠을 자고 있을 텐데. 그만큼 서민의 글은 치명적이다. 과로사의 위험을 무릅쓰고 당장 읽게 만드니까. 읽기 시작하는 순간 수면욕구가 싹 가시는 신비를 체험했다.

 

그야말로 단숨에 읽었다. 이제는 자볼까 싶은 마음도 잠시. 서평집을 읽고 그냥 자려니 왠지 모를 찜찜함이 밀려왔다. 뭐지? 몽롱한 상태에서 리뷰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평집에 대한 서평을 쓰려니 이만저만 어색한 게 아니다. 독후감, 말 그대로 읽은 후 느낀 것을 적어 본다.

 

하나, 새로울 게 없지만 새롭다. 나는 지금껏 서재에 올라온 서민의 리뷰는 죄다 읽었다. 월간 인물과사상도 구독하고 있으니 이 책에서 처음 보는 글은 없는 셈이다. 심지어 원래 글의 어떤 부분을 수정했는지까지 알아차릴 정도였다. (그런데도 처음 읽었을 때와 비슷한 부분에서 빵 터지거나 호기심을 느끼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땐 소름이 돋았다.)

읽은 글을 또 읽어도 새롭다니?! 그의 서평 덕택에 읽은 책이 몇 권 생겨서다. 동일한 서평인데도 책을 읽기 전에 본 것과 읽은 후에 본 것이 이토록 다른 것이 놀랍다. 직접 경험해 보시길.

 

, 저자의 서평 쓰기에 눈길이 간다는 점. 처음 읽을 땐 서민이 말하는 책 자체에 관심을 가졌다. '이 책 재밌겠네, 읽어야 겠다' 이런 식이다. 두 번째 읽으니 그의 글쓰기가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곳곳에서 재치 있는 표현을 발견하고는, ‘어떻게 이렇게 표현했을까, 이걸 저렇게 연결하다니!’라며 혼자 감탄했다.

책의 서문(‘책을 내면서’)에 저자는 자신의 서평집이 가진 장점을 이렇게 표현했다.

서평집을 내는 분들은 대개 리뷰를 아주 잘 쓰지만, 나는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닌 탓에 글들이 무지하게 쉽다. 독자로 하여금 서평을 쓰고픈 욕구를 느끼게 하는 것이야말로 내 서평집의 가장 큰 순기능이리라.”(9)

책을 다 읽고 그냥 자려 했을 때 느꼈던 왠지 모를 찝찝함이 바로 이거였나 보다. 서평을 쓰고픈 욕구를 누르려 해서 생긴 찜찜함? 아무튼 이 책은 서평 쓰기의 좋은 예문모음집으로도 손색이 없다.

 

, 지름신이 강림할 우려가 있다. 아무래도 서평인지라, 해당 책에 대한 궁금증이 폭발하곤 한다. 이 순간에 정신줄을 놓으면 장바구니에 책을 마구 담게 되는데, 흥분한 나머지 무리해서 결제한다면 재정난과 가족의 잔소리에 시달리는 등 곤란을 겪을 수 있다. 그래도 주문한 책들을 읽으면서 충분히 즐거울 테지만, 혹시 모르니 이 책을 읽기 전엔 정신을 단단히 붙들어 매도록 하자.

 

그런데 제목이 왜 <집 나간 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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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이해
이인건 / 부산외국어대학교출판부 / 1994년 2월
평점 :
절판


어느 블로그에 추천도서로 올라온 책이다.
철학이 다루었던(다루고 있는) 문제들을 주제에 따라 분류해서 정리해놓았다.
그런데 ˝왜˝ 그 블로거는 이 책을 추천했는지 의아하다.
내 기억으로는 그 분이 이 책을 두고,˝서양철학의 흐름과 개념을 꼼꼼히 짚어주는 책˝이라 했던 것 같은데.
흐름도 개념도 꼼꼼하지 못한 느낌이다.

뭐랄까.
딱 교과서 형식?
처음부터 끝까지 간략한 설명 위주의 서술이 중심이다.
그렇다고 매우 쉽게 설명한 것도 아니다.
다른 철학사(특히 번역서)와 비교하며 번갈아 읽었다..
저자가 철학사 책 여러 권을 읽고 공부해서 요약해놓은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개론서라 그런가?)
어떤 문장은 다른 책과 거의 비슷해서 누가 누구의 글을 보고 공부한 건지 몰라도, 저자에 대한 신뢰가 좀 떨어졌다.
참고문헌 목록도 없고 인용 표시도 전혀 없다.

문장도 너무 길어서 무슨 말인지 직접 끊어 읽고 나서야 이해한 부분이 수두룩하다.
맞춤법 틀린 부분, 오탈자 같은 것도 제대로 교정했다면 좀 나았을 텐데...
˝철학의 이해˝라는 제목에 걸맞은 개론서는 아니다.
다른 책과 교차해서 읽으면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재미 있으면서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스토리를 술술 읽는 듯한데도 핵심은 놓치지 않는,
그런 철학사 책은 없는 걸까?
(어린이나 청소년을 위한 책을 말하는 게 아니다.)
게다가 자연스럽고 유창한 한국어 문장으로 적힌 책이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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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4-27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내용이 좋더라도 오탈자가 많은 건 절대로 좋은 책이라고 볼 수 없어요. 제목만 보면 대학교 교양과목 교재 같은 느낌이 들어요. ^^

cobomi 2015-04-27 20:26   좋아요 0 | URL
그런가 봐요. 공감합니다.
추천도서라 해서 인터넷으로 주문했더니 이렇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