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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건 잘 먹는 것 - 삼시 세끼 속에 숨겨진 맛을 이야기하다
히라마츠 요코 지음, 이은정 옮김 / 글담출판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삼시 세끼 속에 숨겨진 맛을 이야기하다」
★ 산다는 건 잘 먹는 것
식욕이라는 것은 기본 욕구이기는 하지만,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기초적인 욕구인 것이죠.
이제는 食이 먹어서의 배부름 이상의 것이 됩니다.
자세히 봅시다. 삼시 세끼 속에 숨겨진 '맛'의 이야기, 읽어봅니다.
또 하나의 미각 '손가락'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이지만,
그렇지만 꼭 도구여야만 할까요?
미각. 맛을 본다는 것은 꼭 '혀'이어야만 할까요?
맛을 느낄 때, 식재료가 주는 그 한가지만이 아니라는 사실은
우리가 눈으로 먹는다, 냄새로 맛을 풍요롭게 즐긴다는 경험에서도 알 수 있지요.
우리는 손가락으로,
촉각으로 먼저 먹어본다는 사실!
슬쩍 집어 먹는 건 손가락만 할 수 있다.
젓가락 같은 걸 쓰면 흥이 깨진다.
아무도 몰래 살짝 맛을 볼 수 있다.
까칠까칠, 매끌매끌, 촉촉, 서늘서늘, 미끌미끌.
손가락이라는 또 하나의 혀를
업신여길 수 없는 게 이 때문이다.
맞아요! 그리고 보면 손가락이 해주는 일은 젓가락을 넘어섭니다.
슬쩍 집어 먹기! 어떤 맛인지 알아보려고 가장 먼저 맛보게 해주는 손가락
음식을 집어들 때, 그 집어들어 입으로 가는 사이
두근두근 어떤 맛일까 궁금해지거든요.
이건 뭘까? 궁금해하며 꾹 음식을 눌러보고서
경험치에서 어떤 맛일지 상상해보며,
손가락은 또 하나의 미각이지요.
저자는 일본인이지만,
식문화를 소개하는 푸드 저널리스트 답게, 가까운 나라
한국의 식문화도 함께 소개합니다.
숙성! 일본에도 물론 숙성 발효의 맛을 가진 음식들이 있지만
홍어회를 먹으며 이 중독되는 숙성의 맛에 대해 찬사를 보내고 있어요.
세상에는 다섯 가지의 맛이 있다고 하지만
여섯가지 맛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 숙성의 맛입니다.
제철이 지나도 시간이 있고
제철이 지나서 한 단계 더 해지는 맛.
시간을 충분이 가져가는 그 숙성의 맛이란!
우리는 너무나 익숙해서 잘 몰랐을지 모르지만
가만히 멈춰서 생각해보면 숙성의 맛이라는 것은 참으로 오묘한 맛이지요.
시큼하지만 그렇다고 신맛은 아니고, 뭔가 달콤한 것도 같고 짜기도 하고
여러가지 식재료들이 시간과 어울어진 그 맛은 깊은 또 다른 맛입니다.
언제든지 제자리로 돌아오세요 * 젓가락 받침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부제목을 보면서, 이 책은 음식에 대한 이야기겠거니 했습니다만.
부엌에서 식탁에서 찬찬히 고개를 돌리며 자세히 바라보는 책이었고,
산다는 것은 잘 먹는 것이라는 이야기의 '잘'이라는 것은 음식이 만들어져서 우리에게 오기까지의 일련의 과정들을 생각해보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생명유지의 생명력을 불러일으키는 그 모든 과정 속에 시간과 과정들, 그리고 기여하는 모든 것들에 감사하는 시간을 갖게 합니다.
그렇게 각각의 객체들을 이야기하다보니 인생에 대해 생각해보는 은근 철학적인 책이기까지 하고 말이죠.
젓가락 받침은 단순한 도구가 아닙니다.
젓가락 받침은 젓가락이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돌아가는 곳입니다.
젓가락이 자유로이 밥상 위를 돌아다니고 그리고는 젓가락 받침이 맞아주는 장소로 돌아갑니다.
저자의 말처럼, 가정이든 애인이든, 포근한 그런 존재가 있다는 것은 참 든든합니다.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 순리 * 설거지
요리의 끝은 설거지인 것입니다.
요리의 고수는 요리를 하면서 그 자리가 말끔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 생각해봅니다.
끝까지 책임진다는 것, 준비하고 만들어내고 그리고 마무리까지.
'만드는 사람'은 '설거지를 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시작하면서 정리하고 청소하고 그렇게 다시 원상태로 돌려놓는 것이 책임감 있는 사람이겠지요.
그렇네요. 설거지를 해두지 않으면 아직 일련의 과정이 끝난 건 아니니 말이죠.
이걸 언제 다 하지? 하며 쌓여있는 그릇들을 씻어내리다가
멍하니 다른 생각도 해보며 설거지를 하고,
그리고 나서 어머!? 언제 다 했지? 하고 깨끗해진 그릇들에 상쾌해지기도 하니
그리하여 마무리도 내가 한다며 굳이 고집하기도 한다는 저자.
물론 저는 그렇게까지 책임감이 있진 않아서 누가 해준다면 고맙다! 하고 이야기하고 냉큼 부엌을 넘기겠지만요.
하지만 인생을 사는데, 아이를 키우는데 있어서 깔끔히 마무리한다는 정신은 꼭 챙겨야겠다 생각을 해봅니다.
요리, 식재료의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만.
이 책은 철학적인 멋이 가득한 책이었어요.
물론 식재료며 부엌 도구들이며 차근히 그 존재감들을 생각해보는 책이지만
그러면서 이야기의 귀결은 인생을 사는데 교훈을 주고 마침표를 찍습니다.
무게감이란 잘난 척하며
몰래 가지고 있다고 능사는 아니다.
어디에 사용할 수 있는 무게감인지
반복해서 맞추다 보면
그다음은 형편에 따라 일이 풀린다.
인생 역시 그렇게 굴러가도 괜찮지 않을까.
순리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저자의 이 책은,
잘 먹는 시간에서 교훈들을 알아차리게 되니, 앎과 동시에 깨달음을 주는 기회였다 싶습니다.
삼시세끼 바쁘게 챙겨보게 되지만, 우리가 그렇게 잘 먹고 살게 된다는 것,
그에 기여하는 모든것들에 감사하며 그렇게 살아남아 우리는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활약하는
무게감을 가져보기를. 그런 존재가 되어 보기를 기대하며 책장을 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