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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게더 -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리차드 세넷 지음, 김병화 옮김 / 현암사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투게더라는 친숙한 이름을 제목으로 달고나온 책이다. 단연 달달한 아이스크림을 한 숟가락 뜨는 느낌을 주는 듯한 표지이다. 부제는 더욱 더 인상적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제목과 부제만 보아서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지레짐작하기를,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협동하는 법에 대해 조언하는 책인가, 심리학 분석서인가 싶었다. 그런데 왠걸 한 권의 사회학분야의 걸작이었다. 그럼에도 추리소설의 줄거리를 따라가듯 현재를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데에 기승전결이 부족함이 없었다. 

 

저자 리처드 세넷(Richard Sennett)은 뉴욕 대학교와 영국 런던정경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서, 유럽 지식인 사회에서도 주목받는 몇 안 되는 미국인 학자이다. 그는 노동 및 도시화 연구를 하고 있는데, 이른바 이 책은 '호모 파베르 프로젝트'의 두번째 작품이다.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주제로 그는 사회를 엄마가 아이의 행동을 기록하듯 유심히 기록하고 재미있게 들여다 보았다. 1부작은 인간이 가진 능력인 기술적 부분에 초점을 맞춘 '장인(The Craftsman)', 그리고 2부 격에 해당하는 '투게더'에 이르러서는 이런 인간(사람)들이 어떻게 협력하고 살아온지 짚어보고 현 문제에 대한 혜안까지 제시한다. 그는 20세기 이후 사회가 발전해온 모습을 21세기의 역사적 상황에 적합한 '사회적인 것'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책 서두의 말을 인용하자면, '그것은 일하는 인간의 삶, 손으로 작업하는 인간들의 삶, 그들의 협력과 연대의 가능성을 다시 모색하는 것'이다. 그렇게 '장인'에 대해 조명하고, 함께 사는 사회 즉 '투게더'라는 키워드를 들여다 보면서 호모 파베르 프로젝트는 여정의 중반을 지났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현대 사회는 사람들을 협력을 실천하는 것에서 '탈기술화de-skilling'시킨다. 이는 앞서 조명했던 사회에서 인간의 장기인 '장인'정신을 거슬러가는 것이다.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면서부터 인간은 장인들만이 할 수 있는 좁혀지기 힘든 '차이'를 다루는 '기술'을 '상실'하고 있다. 사회는 더욱 더 복잡해졌지만, 우리는 그 사회를 구성하는 데 필요한 협력의 기술을 잃어버리고 있다.

 

이런 물음으로부터 저자의 문제제기가 시작된다. 협력이 어떻게 형성되는 지 알아보고, '불평등', '일터', '비협동적 자아'라는 개념들로부터 협력이 왜 약해졌는지 알아본다. 마지막 3부에서는 2부에서 콕 찍은 문제점들에 대응되는 혜안들을 내놓는다. 일터에서 어떻게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지, 일상에서는 어떻게 서로 협력해야 하는지, 마지막으로 진정 어떤 '공동체'를 만들어야 하는지. 탄탄한 현실 조명과 달리 대답이 조금 진부하거나 당연해서 아쉽기도 했지만, 결국 우리는 당연한 것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중요하다. 공동체적인 협력 경험을 지속가능한 즐거움으로 만드는 것이 튼튼한 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 중요한 핵심사안일 것이다.  

 

단순히 현상을 분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렇게 흘러온 과정과 맥락을 짚어준다는 점에서 훌륭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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