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사람, 남자 사람에 대한 오래된 질문, 새로운 대답!

혐오의 시대를 사는 청소년을 위한 젠더 이야기


『나의 첫 젠더 수업』 출간 전 연재를 읽고 기대평을 남겨 주세요.

추첨을 통해 책 선물을 드립니다. :)



혐오의 말은 그만, 모두가 나답게!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5년에 “우리나라가 누구에게 살기 좋은 나라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해 보았어요. 그랬더니 청소년부터 대학생, 직장인까지 나이와 상관없이 남자들은 모두 20~30대 여성을 첫 번째로 꼽았어요. 특히 남자 청소년들은 무려 41%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여자들도 똑같이 생각했을까요? 정반대였어요. 여성 응답자들은 60~70대 남성, 40~50대 남성, 10대 남성 순으로 살기 좋은 나라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모두 남성이지요? 여자들은 대체로 우리나라가 남자들이 살기 좋은 나라라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남자들은 여자들이 살기 좋은 나라라고 생각하고, 여자들은 남자들이 살기 좋은 나라라고 생각한다니, 정말 동상이몽이네요.


연구원이 이 조사를 기획한 것은 요즘 인터넷에서 많이 나타나는 성별 갈등 때문이었어요. 성별 갈등이라고 하면 거창해 보이지만 ‘된장녀’, ‘김치녀’라고 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이렇게 여성들을 일방적으로 공격하고 비난하는 표현이 흔해지면서 여성과 남성이 서로를 미워하는 것이 바로 성별 갈등이에요. 특히 최근에는 무시무시한 표현이 무척 많아졌어요. 여자들은 다 이러이러하다는 식으로 편견을 덧씌운 다음, 험한 표현들을 사용해서 비난하는 것이지요. 여러분도 인터넷에서 이런 여성 혐오 표현들을 접한 적이 있을 거예요.


더 큰 문제는 이런 혐오 표현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흔히 형편이 어렵거나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들이 주로 이런 표현들을 사용해 여성들을 공연히 공격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데, 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렇지 않았어요. 형편이 좋든 어렵든, 공부를 많이 했든 적게 했든, 나이가 많든 적든 상관없이 누구나 여성을 향한 혐오 표현들에 익숙하고 또 공감하고 있었어요.



청소년들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혐오 표현에 공감하는지 물어 보니, 남자 청소년은 66%가, 여자 청소년은 22%가 그렇다고 답했어요. 남녀의 생각 차이가 무척 크지요? 또 “지나친 여성 위주의 정책으로 남성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다.”라는 내용에도 많은 남자 청소년이 동의하고 있었어요. 5점 만점에 남자 청소년은 평균 3.89점을 주었지요. 이 결과에 대해 연구원은 “여성에 대한 비난과 혐오가 청소년기라는 이른 시기부터 시작되고 있다.”라고 분석했어요. 혹시 지금 여러분의 마음속에도, 그런 혐오 감정들이 자리 잡고 있지는 않나요?


왜 청소년부터 어른까지 많은 남자가 여성 혐오 표현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는 걸까요? 무엇 때문에 혐오하는 마음이 싹트는 걸까요? 연구원에서는 앞의 조사를 통해 그 이유에 대해 한 가지 힌트를 찾았어요. 바로 ‘남성으로서 성 역할’에 대한 스트레스였어요!


여자와 마찬가지로, 남자는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남자들도 있어요. 남자는 반드시 사회적으로 성공해야 하고,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여자보다 더 잘나야 하고, 가족을 열심히 부양해야 하고, 감정을 너무 과하게 표현하면 안 되고……. 우리나라에서 남자에게 부과하는 성 역할이란 대체로 이런 것들이지요. 그런데 이런 것들을 다 하려면 남자들도 얼마나 힘들겠어요? 성 역할에 충실해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남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할수록 스트레스가 많아지고 삶에 대한 만족도가 낮아지겠지요. 문제는 이러한 스트레스와 불만을 여성의 탓으로 돌린다는 거예요.


“왜 나 혼자 가족을 책임져야 해? 여자들은 뭐하고?”


“나는 이렇게 슬퍼도 꾹꾹 참는데 여자들은 왜 툭하면 눈물을 흘리는 거야? 나도 괴로운 건 마찬가지라고!”


“성적 올리기 너무 힘들어. 여자애들이 내 앞을 가로막고 있어!” 


스트레스가 심하다 보니, 이렇게 여성들을 탓하는 마음이 조금씩 생겨나는 거죠.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이런 미움은 조금 이상해요. 남자들이 괴로운 것이 정말 여자들 때문일까요?



수평 폭력


남자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건, 성 역할에 대한 사람들의 잘못된 고정관념입니다. 스트레스를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이 고정관념과 싸워야 하지요. 만약 어떤 사람이 “남자는 눈물을 흘리면 안 돼. 약하게 보이면 안 돼.”라고 말한다면, “그건 틀렸어. 남자에게도 감정이 있고 자연스러운 감정 표현을 억누르는 건 잘못된 거야.”라고 말해야 해요. 그 사람이 가진 잘못된 생각과 싸워서, 생각을 바꾸도록 설득해야 해요.


설득해야 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일 수도 있어요. 슬픈데도 억지로 눈물을 참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면, 내가 가진 고정관념을 부수려고 노력해야 하지요. ‘눈물을 참을 필요는 없어.’ 하고요. 애꿎은 여자들과 싸울 문제가 아니랍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렇게 ‘근본적인 해결’을 하는 것을 어려워해요. 근본적인 원인은 눈에 잘 보이지도 않고 바꾸기도 쉽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문제의 근원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대신 오히려 자신과 비슷하거나 혹은 더 약한 사람에게 분노를 표출해요. 프란츠 파농이라는 학자는 이런 현상에 대해 ‘수평 폭력’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프란츠 파농은 20세기에 살았던 알제리 사람이에요. 학자이자 의사이며 알제리가 프랑스의 식민지였을 때 독립 투쟁을 이끈 지도자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파농은 알제리 민족 해방 운동을 하면서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어요. 프랑스의 식민 지배에 지친 알제리 사람들은 쌓이고 쌓인 분노를 이따금 폭발시켰는데 그 분노가 향한 곳은 프랑스가 아니라 바로 알제리였던 거예요! 알제리 사람들은 같은 민족, 그중에서도 자신보다 약한 가족, 형제, 친구, 동료, 이웃에게 분노하곤 했어요. 『5분』이라는 책에 소개된 글에서 파농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어요.


“열여섯 시간 노동이 끝나고 지친 남자는 자리에 쓰러져 눕지만, 옆집 아이의 울음소리에 잠을 잘 수가 없다. 남자는 밀가루라도 조금 얻으러 가게에 갔지만, 이미 수백 프랑의 외상을 한 상태라 가게 주인에게 거절당한다. 그의 마음속에는 증오심이 솟구치고 당장이라도 상점 주인을 죽일 듯한 살의가 번뜩인다. 식민지 상황에서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싸운다. 그들은 서로를 은폐 막이로 이용하며, 민족의 적을 보지 못하도록 가리는 역할을 한다.”


파농은 식민 지배를 받는 사람들이 서로를 미워하고 잔인한 적으로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식민지 상황’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을 수평 폭력이라고 불렀지요. 수평한 자리, 즉 같은 입장에 있는 사람들을 괴롭힌다는 뜻이지요. 수평 폭력은 문제의 근원을 숨기는 효과가 있어요. 비슷한 사람들끼리 싸우다 보면 정작 왜 우리가 싸우고 있는지 진짜 적이 누구인지 잊고 말지요. 또 수평 폭력은 약자들 사이에서 폭력이 돌고 돌도록 만든다는 것이 파농의 생각이었어요.


파농의 생각은 지금의 여성 혐오 현상을 보는 데에 힌트를 줍니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미워하는 것은 일종의 수평 폭력이라고 할 수 있어요. 수평 폭력은 그 자체로 나쁘지만, 더욱 나쁜 건 그것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거예요.


출간 전 연재는 7회를 마지막으로 종료됩니다.

책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출간 전 연재>

11월 6일 ~ 12일 동안 매일 하루 한편씩, 총 7화로 연재됩니다.


<이벤트!>

출간 전 연재를 읽고 도서에 대한 기대평을 댓글로 남겨 주세요.

추첨을 통해 2분께 소정의 선물을 보내 드립니다.


▷이벤트 참여 : 11월 6일 ~ 13일

▷당첨자 발표 : 11월 14일 (당첨자 개별 댓글 연락)




댓글(7)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탯 2017-11-12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평 폭력은 그 자체로 나쁘지만, 더욱 나쁜 건 그것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거예요.‘

이 마지막 결론까지 너무 좋았습니다! 요즘 나날이 심각해져가는 무분별한 혐오사태에 대해 제가 느끼는 것과 같은 생각입니다. 혐오와 폭력으로는 근본원인이 해결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근본적인 생각을 재정립할 수 있는 책의 도움이 필요한거겠죠. 동생은 물론 이미 성인이 된 지인들과 심지어는 부모님께까지 함께 보여드리고싶어요.

출간 전 연재시리즈 전편 모두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2017-11-20 0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핌 2017-11-13 0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까지 권력은 힘의 상하관계에서 일어난다고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수평폭력이라는 단어를 듣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바꿀 수 있도록 돕는 것, 내 생각을 바꾼다는 것 둘다 정말 어려운 일인데 그걸 어떻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됐습니다. 책 정말 기대됩니다^^

lilycoffee 2017-11-13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양한 주제를 통해 담론을 펼쳐나가는 면이 흥미로웠습니다.

paperdo 2017-11-13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라면서 전체를 다 읽어보고 싶네요.

지지맘 2017-11-13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에게 어떤 질문을 할 것인가를 올바르게 사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챕터가 될 것 같네요. 유튜브나 주류매체에만 노출 되어 있는 아이들과 이야기하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정혜진 2017-11-19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은 어른들과 청소년들이 읽으면 좋을 거 같아요. 사람들은 다들 자신만의 고정관념에 갇혀있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총 7화까지 나온 글들을 쭉 읽으며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기회가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남자답게, 여자답게 라는 말에 갇혀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답게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