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출간 예정인 도서
『나의 첫 젠더 수업』 출간 전 연재를 시작합니다!
연재를 읽고 댓글을 남겨 주시면 책 선물을 드립니다. :)
성별 정체성을 본격적으로 형성하는 시기인 십 대!
『나의 첫 젠더 수업』은
청소년들이 배려와 공존의 가치를 잊지 않고,
여성과 남성으로서 긍정적인 정체성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돕는 책입니다.
아래에서 출간 전 연재로 먼저 만나 보세요!
여자와 남자는 얼마나 다를까?
2005년 1월, 미국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에서 있었던 일이에요. 미국경제연구소가 주최한 과학 관련 회의가 열리고 있었지요. 회의 주제는 여성 과학자들의 고위직 진출 부족으로 인한 경제적 영향이었습니다. 2005년 당시 전국 대학의 과학, 수학, 공학 전공 분야에서 여성 교수 비율은 20%에 불과했고, 그중에서도 종신직 교수는 극히 일부였거든요. 미국경제연구소는 이런 현상의 이유를 알고 싶어 하버드 대학의 서머스 총장을 초청했습니다. 참석자들은 서머스 총장이 무슨 이야기를 할지 잔뜩 기대하고 있었지요. 하지만 서머스 총장의 발언은 기대를 충족시키기는커녕 큰 실망과 분노를 낳았어요.
“여러분에게 도발적인 문제를 제기하겠습니다. 제가 과학, 공학 분야 고위직에 여성의 수가 적은 이유를 세 가지 들어 보겠습니다. 첫째, 성차별 때문입니다. 이들 전공 분야에서 여성에 대한 편견이 이런 결과를 낳았죠. 둘째, 양육 활동 때문입니다. 남자들과 경쟁 상대가 되려면 주 80시간을 일해야 하는데 자녀가 있는 여성들은 이를 꺼리는 편입니다.”
여기서부터 좌중이 웅성대기 시작했어요. 특히 여성 청중들이 조금씩 화가 나기 시작했지요.‘뭐? 여자들이 일하기를 싫어한다고? 그럼 밤새워 연구하는 우리는 뭐지?’ 그런데 이어지는 서머스 총장의 말이 여성들의 분노를 폭발시키고 말았어요.
“셋째, 선천적 소질 차이 때문입니다. 남자들이 선천적으로 과학에 더 뛰어난 소질을 갖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고위층으로 갈수록 여자 과학자들보다 남자 과학자들의 성취도가 더 높습니다.”
이 말이 끝나자마자 엠아이티(MIT) 대학의 낸시 홉킨스 교수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정말 참을 수가 없네요!” 하면서 자리를 박차고 나갔습니다.
이 발언이 알려지면서 미국의 여러 언론에서는 서머스 총장을 비판했고, 다른 동료 교수들도 사과하라고 요구했어요. 결국 서머스 총장은 “남녀의 성차는 내가 언급한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문제이고, 내 발언은 아직 연구 결과를 통해 확립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고 사과했습니다. 그 뒤 여러 사정이 겹치면서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하고 중도에 사임하고 말았지요.
하버드 대학이라면 전 세계의 뛰어난 두뇌들이 모여 있는 곳이니, 천재적인 여성 과학자들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그런 대학의 총장조차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을 보면 남녀의 성차에 대한 고정관념은 정말 굳건해 보입니다.
그런데 남녀의 성차에 대해 실제로 연구를 해 본 학자들은 그런 고정관념에 대한 근거를 별로 찾을 수 없었다고 해요. 여러분이 가장 관심이 많은 학업 성적을 한번 살펴볼까요? 성차가 타고나는 것이라면 언제 어디서나 언어 분야는 여자가, 수학·과학 분야는 남자가 잘해야겠죠?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2년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수학·과학 분야의 성별 차이를 정식으로 부정했어요. 또한 여학생들이 읽기 분야에서 월등히 점수가 높긴 하지만 20대 후반에 이르면 그 격차가 거의 사라진다고 보고했습니다.
이와 비슷한 연구는 아주 많아요. 댄 킨들런이라는 하버드 대학의 교수는 『알파걸』이라는 책에서 2001년에 치러진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 결과를 분석해서 나라별로 성차를 살펴보았어요. 그중 주요한 내용 몇 가지를 꼽아 보자면 이렇습니다.
*미국, 영국, 오스트레일리아의 9, 10학년 학생 2만 9,899명 중 수학, 과학에서 최고 점수를 받은 사람 중 여학생은 47%였습니다. 절반에 가까운 수치지요.
*수학 응용 시험에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오스트레일리아, 독일 모두 여학생들의 성적이 더 좋았습니다.
*일본에서는 수학 시험 5개 영역 중 확률, 공간 도형 2개 영역에서는 남학생이, 응용문제는 여학생이 더 점수가 좋았고 나머지는 비슷했습니다.
*미국 학생들은 성차가 있었지만 중국 학생들은 남녀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었습니다.
이 결과에서는 남자가 수학을 잘하고 여자는 국어를 잘한다는 근거를 찾기가 어렵지요?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2011년 수능 성적을 분석해 보니 남학생은 수학을, 여학생은 국어와 영어를 평균적으로 더 잘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이럴 수가! 우리나라만 통념에 딱 들어맞는 걸까요? 아직 단정하지는 마세요. 김희삼이라는 학자가 출신 고교 유형에 따라 조사했더니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거든요.
우리나라 고등학교에는 남녀 공학, 남고, 여고 이렇게 3개의 유형이 있잖아요. 이 유형별로 나누어 봤더니, 국어는 여고 여자 > 공학 여자 > 남고 남자 > 공학 남자 순으로 잘했고, 영어는 여고 여자 > 남고 남자 > 공학 여자 > 공학 남자 순으로 잘했대요. 수학은 남고 남자 > 여고 여자 > 공학 남자 > 공학 여자 순으로 잘했고요. 우리나라에서도 반드시 모든 남학생이 수학을, 모든 여학생이 언어를 잘하는 것은 아니군요.
찾아보면 남녀 사이에 타고난 성차가 별로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연구 결과가 참 많아요. 미국 위스콘신 대학교의 심리학자인 재닛 시블리 하이드는 2005년에 아예 성차를 다룬 모든 심리학 연구를 모아 보았어요. 남녀 성차가 사실인지, 사실이라면 얼마나 큰지를 확인해 보려고요. 연구에 자주 등장하는 인지 능력, 대화 스타일, 성격, 정신 건강, 신체 및 운동 능력, 기타 이렇게 6개의 연구 분야를 추려서 그간의 연구 결과들을 총 정리한 것이지요. 이 엄청난 작업의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전체 연구의 78%에서 성차가 ‘미미하거나 거의 없음’으로 나타났어요. 이 중 차이가 가장 많이 나는 부분은 신체 능력이었는데 남자가 공을 더 빠르고 멀리 던질 수 있었고, 더 빨리 달릴 수 있긴 했지만 균형 감각과 유연성에서는 성차가 거의 없었습니다. 반면에 여자는 남자보다 모든 감각, 즉 후각, 청각, 시각, 촉각, 미각이 더 예민했습니다. 차이라면 고작 이 정도가 있을 뿐이었지요. 그러니까 지금까지 진행된 성차에 대한 연구들은 사람들이 흔히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별로 뒷받침하지 못해요.
- 출간 전 연재 2회에서 계속됩니다. -
<출간 전 연재>
11월 6일 ~ 12일 동안 매일 하루 한편씩, 총 7화로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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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참여 : 11월 6일 ~ 13일
▷당첨자 발표 : 11월 14일 (당첨자 개별 댓글 연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