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분?십분?
얼마치의 시간 여유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막간을 이용해보자.

잠시후 퇴근을 하면 종로5가 신진시장으로 가서 암벽 장비를 사야한다. 

암벽장비는 겁나 비싸서 내 다른 여가 생활을 올스톱 시키고 있다.(물론 비약이다)

장비를 산 다음 동기들과 한 잔 하겠지? 아마도 신진시장 근처의 닭한마리나 옆 광장시장의 난전에 걸터 앉아 빈대떡에 막걸리를 먹지 싶다. 

끝 퇴근... 아쉽다



 
 
구차달 2012-04-20 20:08   댓글달기 | URL
암벽등반 장비 구입을 가볍에 입에 올릴 수 있는 사람의 취미력이라면 그의 인생은 즐겁다 말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시간입니다. 하하.

동우 2012-05-10 06:59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4월 20일 퇴근후 암벽장비를 사시고.
그날 한잔 하셨을테고.
오늘이 5월 10일.
그 날 술은 다 깨셨을테고.
암벽장비....

여전하시지요? 향편님.
 

매바위. 날카로운 바위를 올려다보고 있으려니 한 치수 작은 하네스의 불편함 따윈 의식에서 사라져버렸다. 적갈색 날카로운 발톱을 품은 수직벽을 올려다 보며 '등반준비완료등반준비완료' 속으로 되뇌인다. 눈 앞의 직벽을 멍하니 쳐다보다 천천히 고개를 치키며 암벽을 살펴보지만 벽너머 푸른 하늘의 밝음에 눈이 시려 올려다 보던 눈길은 바위끝에서 멈추어선다. 
마음의 준비를 물었더라면, 거짓없이 고하라고 강요했더라면 그렇게 당당하게 외치진 못했을 것이다. 그것은 각오의 외침이었다.

"등반준비 완료!"

"출발", "출발!"
자일끝 1미터 남짓 위치에서 팔자매듭을 짓고 허리와 다리를 두른 하네스에 연결한 채 톱로핑을 시작하려는 순간 위압적이던 암벽이 이제는 부딛쳐야하는 현실로 다가왔다. 잡을만한 홀드도 크렉도 뚜렸하게 보이지 않은 암벽 길. 밑그림 한 번 그려보지 않은 상태지만 출발!이라 외쳤으니 별 수 없었다. 조심스레 바위에 다가선다. 나도 모르게 눈 앞에 불거져 나온 돌뿌리를 잡았다. 차가운 기운이 손바닥에 느껴지자 순간 정신이 각성된다. 등 뒤에서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져 의연한 척 애써보지만 심박은 의지의 상관없이 요동을 친다. 흐응~, 코로 숨을 깊게 들여 마시고 오른다리를 들어 안정감 있게 자리잡은 돌턱에 얹은 다음 다시 바위를 올려다 본다.  
'침착하자... 뒤에서 다들 보고 있다.'

한 시 방향. 하얀 초크 가루가 잔뜩 묻어 잡기 좋아 보이는 홀드가 눈에 들어왔다. 오른손을 뻗어보았지만 한 뼘 남짓 거리를 두고 잡히지 않는다. 쉬 닿질 않는 그 홀드를 잡아야 비로소 내 몸은 수평의 대지를 박차고 수직의 바위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아직 왼발은 바위에 오르지 않았다. 단단히 홀드를 잡은 왼손 아귀에 힘을 주고 오른발로 바위를 밀자 왼쪽 다리가 둥 떠오른다. 
'잡았다!'  

암벽의 아래둥치일 뿐이지만 중력을 거슬러 양손과 두 발에 의지해 바위에 붙어있다. 툭! 하고 바위를 밀어내면 추락이랄 것도 없이 땅으로 내려설 수 있는 높이에서 나는 얼마나 긴장을 했었던가.  다시 머리 위를 살핀다. 바위길로 나온 첫 걸음의 감동을 느낄새도 없다. 다음 걸음을 해야한다. 바위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아니라 그저 지나가는 길일지도 모른다. '클라이머' 라는 사람들에게는 말이다. 
바위에 붙어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디딜만한 곳을 찾았다. 빌레이를 봐주는 파트너도 내 움직임에 따라 자일을 당기고 있다. 팽팽히 당겨오는 자일의 긴장감이 하네스를 통해 전해진다. 자일이 '뭐하고 있어, 빨리 올라가', 라고 말하고 있다. 안전을 위한 자일의 진동이 재촉으로 느껴진다. 긴장의 연속이다. 그리고 나서는 어떻게 했지?, 한발을 올리고 또 한손이 움직였나? 아니면 잡을 곳을 확보하고 발이 따라왔나? 도통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찌어찌 올라갔다,고 해야 옳은 말이지 싶다. 올라가야 된다는 생각만으로 잡히는 대로 잡고 생애 첫 오름짓을 이어갔다.

바닥과의 거리가 얼마나 되었을까, 맨 몸으로 떨어져도 죽지는 않을 높이에서 온갖 안전 장비를 갖추고 많은 사람들의 격려를 받고 있으면서도 무서움이 일었다.
매바위는 내게 길을 보여주지 않는다. 나는 아직 허락되지 않은 손님이었다. 거칠은 바위에게 '잘 부탁해~'하며 내 손의 온기를 나누듯 바위를 쓰다듬었다. 그럴 때마나 바위는 보이자 않던 길을 내어주고 나는 조심스레 한 걸음씩 길을 나아간다. 올라가는 수밖에 없다. 암벽의 길에서 되돌아 가는 길은 없었다.  '나 여기 있어' 하며 크렉은 날 유인했지만 한 치 모라라게 잡히지 않는다. 창재 강사님은 내 왼발과 오른발에게 여러가지 주문을 하지만 두 다리는 설명을 듣고도 디딜 곳을 모르는 듯 했고 볼품없이 가느다란 두 팔로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나는 강사님을 믿고 있는데 내 몸은 그렇지 못했었던 것이다.

얼마 올라가지도 못했는데 두 팔에 펌핑이 온다. 불안정한 자세로 바위에 붙어 있다보니 팔에 힘이 빠진 모양이다. '팔에 힘이 빠지는데 어떡하지, 더 올라가고 싶은데 큰일났다.'

자신없이 다음 홀드를 잡으려 손을 뻗치는 그 순간 엉덩이가 뒤로 밀려나며 바위면이 점점 넓게 시야에 들어온다. 뻗쳐가던 손은 다시 움츠려 들고 있다. '...떨어진다'
떨어짐과 동시에 자일은 내 몸을 허공으로 안아 올렸다. 피식 웃음이 났다. 공중에 뜬 채로 방금 전까지 내가 온 몸으로 부비던 바위를 맥 없이 바라 보았다. 바위를 놓은 건 나였지만 나는 바위에게 버려진 기분이었다. 첫 등반과 첫 추락.  차가웠지만 놓고 싶지 않은 암질의 기억. 그 모든 기억이 내게 남아 있다



 
 
구차달 2012-03-29 11:00   댓글달기 | URL
오오. 등반이라니, 멋지십니다. 저도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해보고 싶은 것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글에서 전해지는 생생한 바위 냄새가 장난 아닙니다. 또 올려 주세요. 그리고 안전 유의 하시구요.

차좋아 2012-03-29 18:11   URL
같이 등반하는 동기들이있는데 저 날 저만 완등 못했어요.ㅜㅜ
첫 날 체력테스트 일등이었는데.... 실전에선 꼴지. 속상함이 피곤함보다 더 컸는지 잠도 안 오더라고요.
체력을 평균내면 나름대로 준수한 편이지만 제가 악력이 약하거든요.ㅜㅜ
근데 꼴지 되서 차라리 편해요 ㅎㅎ 뭐 익숙하기도 하고요 (")ㅎㅎ

동우 2012-04-07 08:27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향편님.
내 독서는 이제야 겨우 레미제라블 4권 쯤에서 질척거리고 있답니다.

근데 향편님.
암벽타기라니.
향편님의 등산이 저런 고차원의 것이었습니까?
'록 크라이밍'이 저런 것이지요?
군대적 유격훈련을 떠올리면 지금도 오금이 저리는 나는 감히. ㅎㅎ

차좋아 2012-04-10 18:10   URL
지금은 거의 읽어 가시겠습니다 ㅎㅎ
저는 여유부리다가 도 달을 넘겼습니다. 4월 독서도 해야하는데 그 책은 뭐였더라 ㅋㅋ

실상은 저차원입니다. 동기들 중에 잘 못하는 편이에요. 원래 몸치라 ㅎㅎㅎ
체격은 좋아 보이는편인지 사람들이 제일 잘 할거 같은데 잘 못 한다며 의외라고들 해요 ㅋㅋ
 

집을 나서 동네를 한 바퀴 돌다가 결국 산으로 향한다. 쉬엄쉬엄 걷다가 달리기 시작한다. 경사 급한 산 허리를 질러 달리듯 올라갔다. 괜실히 웃음이 비져나온다. 힘이 들었다. 더 힘을 내 달렸다. 너무나 건강한 육체의 에너지가 공허한 마음에 전해진다. 마음이라는 장기에 피가 돌기 시작한다.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힘찬 혈류의 순환이 온 몸을 각성시킨다. 무작정 달리다보니 어느새 능선에 올라섰다. 뒤를 돌아보자 내가 사는 마을이 한 눈에 보인다. 작은 마을, 저 안에서 옹기 종기 살고 있는 우리 가족과 이웃, 얼굴 모르는 사람들. 잠시 딴 생각을 하다가 그제서야 나는 지금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이제 어디로 갈까, 생각을 하며 정상을 바라보았다. 정상께에 걸친 한낯의 태양에 얼굴이 웅크려든다. '저길 가려고 했었나?' 능선길을 따라 십 분을 가면 태극기 휘날리는 정상이다. '흥, 맨날 가는 꼭대기......'

능선길을 벗어나 산을 내려간다. 잠시 딴생각에 방향이 바뀌었다. 딴생각? 생각? 
딴생각이 아니었다. 능선까지의 내달림은 무의식의 이끎이었다면 능선에 올라 뒤를 돌아볼제 그제서야 생각을 한 것이었다. 지금 가는 곳은 분명한 목적지였다. 그곳에 가면...

방금 올라온 곳의 반대 방향으로 내려갔다. 산을 넘는 꼴이었다. 능선을 경계로 서울을 벗어난다. 지금 가도 밥이 있을까? 핸드폰을 놓고 왔으니 시간을 알 수가 없었다. 다시 뛴다. 한 시까지 점심 공양시간, 잘하면 밥을 얻어 먹을수가 있었다.

 

공양주 보살님은 나보고 학생이냐 물었다. 네, 아..아니요 직장인이에요. 학생 다음엔 일직와~, 미안해 하는 표정이다. 네 그럼 다음에 오겠습니다, 밥 때가 지나 밥이 없는데 공양주 보살님은 밥을 먹이고 싶어했다.  

밥 보다 더 따듯한 식은 떡을 한 덩이 들고 나는 다시 산을 올랐다. 떡을 떼어 입안에 넣었다. 목이 메어 자꾸 눈물이 난다.
현기증이 일었다. 물 한모금 안 마시고 두 시간 여 거친 산을 달렸으니 어지럼이 일만했다. 입천장은 마르고 인후까지 먼지가 가득했다. 갈증으로 침도 나지 않는 입안에서도 떡은 달았다.

 

 

소주 한 잔 얻어마시고 싶은 날이 있다. 꼭 얻어마셔야 한다. 이런 날은 자연스럽게 술 한잔 하자, 해 놓고 친구가 계산하게 내버려 두는 것만으로는 어딘가 부족하다.

술이나 한 잔 하자, 가 아닌.

나 술 사 줘, 라고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 친구가 없다는 게 이 페이퍼를 쓰는 이유이다. 아니 결과인지 모르겠다. 술 한잔 편히 사달라고 말할 친구가 없는 외로운 현실의 허허로움에 이런 허접한 푸념이나 하는 것이니 결과라고 해야겠다.


친구에게 매우 실례되는 생각이지만 때때로 그렇게 느껴진다.
'어쩌면 친구가 없는 건지도..,'


  

  



 
 
구차달 2012-03-23 20:56   댓글달기 | URL
목안이 완전히 말라서 호흡곤란을 우려하여 위가 목구멍으로 위액이라도 올리게 되면 그 괴로움이 끔찍하지요. 물 한통 가지고 산에 올라 가세요. 큰일 납니다. 같은 동네 살았다면, 한 잔 하시겠습니까, 했을텐데요.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차좋아 2012-03-26 12:07   URL
ㅎㅎ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산에 갈때 만반의 준비를 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최소한 물품은 챙기는게 살 길? 이라는 걸 몸으로 배워 나가고 있습니다 ^^

동우 2012-03-27 06:48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가엾어라, 향편님.
산을 내달리면서 향편님이 내뱉는 헐떡임은 하냥 외로움이었던가 보아.

어이구, 가치이 있었다면 늙은 친구에게 전화 한통 넣었으련만.
"동우님, 술한잔 사주세요"
그럼 내달려 갔을텐데.

차좋아 2012-03-28 11:47   URL
지독하게 고질적인 문제인데 그냥 같이 살아가고 있어요. 다들 그렇겠지 하면서...

외로움이라는 직설의 표현이 적확한 건지 자신이 없네요. 그마저도 애둘러 표현한건지 아님 엄살인건지. 좀 더 솔직한 말은 직접 말씀드릴게요.ㅋ
곧 만나뵙길 바라면서... (온갖 변변찮은 사정이 부산가는 날을 자꾸 미루게 합니다)
 
그들이 본 임진왜란 - 근세 일본의 베스트셀러와 전쟁의 기억 
김시덕 지음 / 학고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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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선조 25년) 임진년의 추억은 피로 유전이 되어 이땅의 국민이라면 사무치는 감정의 격함을 느끼는 통한의 역사일 것이다. (냉정히 말하면 학습에 의한 결과이겠지만...)

그 아픈 역사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성웅 이순신 장군을 기억하며 임진왜란의 상처를 치유하고 그 이야기는 서기 2012년 (명박 4년) 지금에 이르기까지 변함이 없는 듯하다. 
우리는 많은 매체로 임진왜란을 접한다. 광화문 거리 한복판에 우뚝 선 이순신 장군의 동상은 어쩐지 자랑스럽다. 그리고 드라마로, 책으로, 그 외 수많은 글과 말들이 우리에게 임진년 당시 거북선과 이순신 장군을 영웅적인 모습으로 그리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배우고 익혀서 알고 있다. 전국 각지의 의병들이 이땅을 지키기 위해 투쟁을 하였던 민족 수난의 역사 임진왜란. 그 임진왜란에 대해 일본인들은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임진왜란은 동아시아의 세계대전이었다.(나는 전혀 인식하지 못했었다)
한.중.일 삼국이 크게 한 판 벌인 동아시아판 세계대전. 
역사 인식에 시야를 넓히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은 것 같다. 기존의 사실과 정면배치되는 이야기를 들을때 그것을 인정하기란 쉬운일이 아닐테니까.

거듭 확인한 사실- 어느 누구도 입장에서 다유롭지 못하구나 하는 것.

다만 노력을 할 뿐이다. 관조하는 시선을 가지고 어떤 사건에 대하여서 결론내리기 전에 판단유예하는 마음의 자세.

 

어제 불현듯 쓴 숙적의 리뷰로 인해 밤새 이 책을 읽었다.
어제까지는 고니시 유키나와가 주인공이었고 현명한 인물이었는데 오늘은 그 라이벌 가토가 또 다른 모습으로 내게 모습을 드러낸다. 앎 이라는 것. 너무나 편협한 그 지식의 한계.

 

엔도 슈샤쿠의 <숙적>이라는 역사소설에 새삼 놀랐다. 김시덕 작가의 <그들이 본 임진왜란>에서 전하는 모든 역사적 내용이 <숙적>에 담겨있다. 그리고 더 많은 이야기들이......

그들의 진실-

임진왜란은 정복 전쟁이 아닌 정벌 전쟁이었다.

무고한 이웃나라에 노략질하러 침략한 게 아니라 일본에 두 차례 침공했던 고려,원 에 대한 복수 였다. 흠...... 그럴지도~

 

   



 
 
구차달 2012-03-16 13:03   댓글달기 | URL
정복전쟁이라, 그들이 보는 임진왜란 궁금해지네요.

차좋아 2012-03-16 18:15   URL
征伐정벌이라고 죄있는 집단. 다른 나라를 친다는 의미라는데 일본은 복수의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나봐요 우리가 효종때 북벌을 외쳤던 역사를 기억하는 것처럼요. 사뭇 다르죠 ^^

안으로 들어가면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내부의 적이 없어 감당하기 힘든 전투력을 외부로 돌렸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그 가설은 흔하게 회자되는 것 같아서 제가 언급을 전혀 안했어요. 책 전반적인 이야기를 다루지 못했어요. ㅎㅎ

구차달 2012-03-16 18:46   URL
아, 생각은 정벌이라고 하면서 정복전쟁이라고 타이핑 해버렸네요. 술이 문제일까요. 하하.

동우 2012-03-27 07:00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임진왜란이 단순한 '亂'이 아니었군요.

예전에 야마오카 소하치의 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대망)를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는데 그 소설로 인하여 내게 입력된 것은 주로 일본적기질 일본적인물, 일본문화라는 것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그 소설 속 '임진왜란'도 지엽적으로 다루어져 '히데요시'라는 인물의 정략적 상황에 기인한듯 하였고.
'징비록'에서도 '난중일기'에서도 나는 동아시아 의 '세계대전'이라는 시각은 전혀 느끼지 못하였는데.


차좋아 2012-03-28 11:57   URL
대망은 1권을 잘 읽다가 어떤 이유에선지 멈칫 하였는데 그 후 다시 잡질 못하고 있어요. 두 번식이나요.
대망도 읽어야 하는데....
올 한해는 책은 계획한 것 이상 읽기가 힘들 것 같아요 ㅎㅎ

대전이나 국지전이나 안에서는 그저 날리일 뿐. 세계사적인 시야를 가질 여유가 없는건 아닐까요 ㅎㅎ
그래서 저도 살짝 놀랐어요 ㅎㅎ 그렇구나~ 하면서요.
 

기억이 감감하지만 사무실에 갇혀 하릴없이 쇼핑몰을 들락거리느니 밀린 리뷰나 쓰자, 마음을 먹었다.

 

그러니까 작정한 책 1.2.3월의 어머니.숙적.레미제라블을 아주 잘 읽고(즐거운 독서라는 말) 남은 것은 리뷰인데 게으름 병 도지고 컴퓨터 싫어져서 숙제로 남게 된 그 독후감.

 

 

 

 

엔도 슈샤쿠의 <숙적>

숙적,이라 함은 라이벌과 원수의 중간쯤 되는 어감의 단어로 이해되는데 분명 두 명 이상의 인물이 있을 터. 보통은 두 명이 이상적인 숙적의 포맷이고...

 

일본 잘나가던 시대(어떤시대인지 기억안남)  풍신수길(도요토미 히데요시)이가

전국의 패권을 장악하고 심심해서(?) 명나라를 정벌하겠다! 조선은 길을 비켜라!, 조총 앞세워 불쌍한 조선나라에 쳐들어온 그 전쟁 임진왜란 당시. 도요토미 히데요시 수하의 두 장수가 엔도 슈샤쿠 <숙적>의 숙적 되시겠다.

 

두 장수의 이름은 고니시 유키나와가토 기요마시.

상인 출신의 고니시 유키나와는 전국시대 사무라이의 전형이라 할 수는 없는 무역과 정세를 잘 살피는 책략가 스타일의 장수인데 반해 라이벌 가토 기요마사는 전형적인 사무라이이다.
스토리는 제목 그대로 두 라이벌의 운명적 대결을 그린다. 7년 간의 임진왜란이 끝나고 또다시 벌어지는 전국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전투에서 동군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편에 가담한 가토 기요마사와 서군 미쓰나리측에 가담한 고니시 유키나와의 마지막 전국 대결에서 동군이 승리함으로써 가토의 승리로 귀결되는 일본 전국시대 숙적의 이야기.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다. 

또 다른 이야기. 이 소설의 주인공 고니시 유키나와의 종교관과 신앙에 대한 엔도 슈샤쿠의 메세지가 어쩌면 엔도 슈샤쿠가 전하려는 진짜 의도일지도..

카톨릭 신자였던 고니시 유키나와의 내적 고민과 갈등은 엔도 슈샤쿠의 대표작<침묵>을 떠올리게 했다. 꿈꿔왔던 영주가 되었지만 천주교를 버리라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명령에 표면적 배교를 하는 고니시 유키나와는 그 뒤로 면종복배의 자세로 주인인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배반하고 암살에 이른다.(소설에선 그렇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임진왜란의 모습과는 너무나 판이한 임진왜란. 일본인의 시선에서 본 그 전쟁의 다른 해석은 이 책을 읽는 한국 독자에게 당혹감도 들게 하지만 종종 등장하는 익숙한 지명과 이름(이순신,거북선!!)도 반갑고.. 이순신은 일본인들도 신으로 추앙한다고 한다. 뭐든 신으로 모시는 일본 사람들이긴 하지만..

 

고니시 유키나와의 군대는 질서가 있고 민간인에 피해를 주지 않았으며, 도망가는 조선군이 오히려 민가에 불을 지르고 백성을 버렸다는 내용은 거슬렸지만, 사실 나는 임진왜란에 대하여 잘 모르니 그럴수도 있었겠구나(하긴 근저에도 이승만이 서울 버리고 혼자 도망갔으니) 하고 다른 시각으로 돌아보는 계기도 되었다.

 

왜적이 평화로운 조선땅에 이유없이 침입하여 전 국토를 불바다로 만들고 이땅의 백성을 도륙한 전쟁, 선량한 도공과 그외 쓸만한 것들 다 훔쳐간 슬픈 역사이자 불멸의 장수 이순신이 거북선 이끌고 이 나라 이 땅 구해낸 그 전쟁에 대한 세계사적 이해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인은 못하였지만 엔도 슈샤쿠가 사용한 자료와 그 자료들에 대한 고증은 비록 일본의 것이긴 하나 그런(일본측 자료라는) 정황을 이해한다면 수긍할만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감정을 제외하고는 내가 반박할 역사적 정보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 탐탁찮아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이유였다.

그래서 최근에 나온 김시덕의 <그들이 본 임진왜란>이라는 책도 사기는 했는데 아직 보진 않았고 ㅎㅎ 

 

작중 주인공이자 역사적 실재 인물 고니시 유키나와에 대한 미화는 당연항 것이리라. 그 점을 감안해서 볼때 고니시 유키나와라는 인물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끝까지 신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그 땅의 기리시탄(크리스찬)들을 위해 노력한 전국 시대의 한 장수. 영웅이 되고자했으나 믿음을 버릴수는 없었던 고니시 유키나와는 마지막 전국 전투에서 패하게 되나 할복을 하지 않는다. 전투에 패한 장수가 할복자살을 못하는 것은 최후의 명예를 버리는 것과 같지만 자살을 할 수 없는 크리스찬인 그로써는 어쩔 수 없는 선택.

 

오래 전 어디선가 본 (신문이라 기억한다)기사인데 임진왜란 당시 부대 깃발이 십자가였던 부대가 있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게 고니시 유키나와의 부대를 말한 것이였구나, 어쩌면 고니시 유키나와는 동아시아의 십자군이었던 걸까? 

 

소설 한 편이 많은 것을 이야기 하는 경우가 있다. 엔도 슈샤쿠의 <숙적>이 그렇다.

운명적 라이벌에 대하여.

일본 전국시대의 역사적 상황에 대하여.

임진왜란을 보는 일본인의 시선에 디하여.

기독교인의 신앙과 믿음에 대하여.

그리고 한국인으로써 그들의 시선을 보는 불편함은 한국 독자들만의 특권이리라.



 
 
구차달 2012-03-15 21:27   댓글달기 | URL
오오 일본 소설가의 시선이 담긴 임진왜란을 보고 싶다는 이유만으로도 보고 싶어 지네요. 잘 보고 갑니다.

그리고 제가 말한 금오산은 구미 금오산입니다. 금오산이 전국에 있었다니 저도 몰랐습니다. 그리고 저는 경북 상주 촌놈으로 서울과는 거리가 멀고, 그냥 촌놈처럼 생긴 촌놈입니다. 하하.

차좋아 2012-03-15 23:05   URL
일본 작가중에 가장 좋아하는 작가지 싶어요.
우리나레에선 침묵의 작가로 유명한데 일본에서는 매우 대중적이고 친근한 작가로 국민적 사랑을 받는 작가라네요 ㅎ

구미 분이시구나~ ㅎㅎ 저 구미 한 번 가 봤어요 사촌동생 결혼때문에 ...아!! 거기가 금오산이었구나. 금오산 자락 예식장에 갔었거든요. ㅎㅎㅎ

노이에자이트 2012-03-16 17:15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책에도 임진왜란 관련서적엔 선조와 고위관료들이 서울을 버리고 떠나자 백성들이 궁궐에 불을 질러버린다고 나와 있어요.노비들은 장악원을 불질러 노비문서를 소각했다고도 하죠.

<숙적>을 읽고 난 후 야마오카 소하치의 <대망>을 읽었는데 야마오카는 이시다 미쓰나리와 고니시 유키나가보다는 도쿠가와 쪽을 정통으로 보더군요.엔도와는 전혀 대조적이라 굉장히 흥미로왔어요.세키가하라를 다룬 다른 소설과 비교해 읽으면 관심이 더 생길 거에요.

가끔 놀러오세요.

차좋아 2012-03-16 18:27   URL
네 그 이야기는 저도 드라마를 통해서 알고있어요.ㅎㅎ 그 불탄 빈 궁궐을 어이점령한 가토 기요마사의 어이없는 눈길이 갑자기 머릿속에 그려지네요.
<숙적>의 한장면 입니다만 ㅎㅎ

저도 숙적을 읽고 대망에 다시 도전해 볼까, 고민을 했어요. 두 번이나 읽다가 엎어졌거든요ㅜㅜ
작정은 쉬운데 실행은 결코 싶지 않은 것 같아요^^

사실은 종종놀러 갔어요 ㅎㅎ 기척안해서 모르셨겠지만요.ㅎㅎ 저도 이곳에 터 잡은지 오랜데 설마 노이에자이트님 모르겠습니까 ^^

고전에 대한 소개 도움받기도 했었어요. 지금은 먼저 인사드릴 걸 후회하고 있습니다. 하하
반갑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2-03-16 23:25   URL
아...그러셨구나...그럼 이제 망서리지 말고 방문해주세요...

동우 2012-03-27 07:02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향편님.

마음 먹었습니다.
'레미제라블'을 해치운 다음에 엔도 슈사쿠의 '숙적'을 해치우기로.
내가 여태 이 소설을 읽지 않은게 이상할 정도랍니다. ㅎㅎㅎ

차좋아 2012-03-28 11:59   URL
레미제라블은 술술 읽히면서도 멈칫하게 되고 빠져 들다가도 몰입 어려워 비몽사몽 하게 만드는 책이었어요.ㅎㅎ 동우님은 어떠실까??
그러게요 동우님 이 책 안 읽으셨다니...

stella09 2012-04-19 18:28   댓글달기 | URL
오, 이런 책이 있었군요! 읽고 싶어졌습니다.
근데 할인이 전혀 없네요. 니미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