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셀프 트래블 - 2018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32
박정은.장은주 지음 / 상상출판 / 201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야, 봐! 코피나잖아, 나!
내가 여기 오려고
사흘을 엄마랑 싸우고 일하고 잠도 못 자고
비행기 타고 비행기 타고 택시 타고 버스 타고 이렇게 왔는데!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완(고현정)이가 슬로베니아에 있는 연하(조인성)를 찾아가서 한 말입니다. 그렇게 제 머릿속의 동유럽은 "비행기 타고 비행기 타고 택시 타고 버스 타고" 가야 하는 먼 곳입니다. 드라마를 보며, 완이는 3년 만에 18시간이나 걸려 다시 그곳을 찾았는데, '내가 저 슬로베니아 피란의 풍경 속으로 들어가려면 앞으로 몇 년이, 몇 시간이 더 걸릴까' 혼자 까마득한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완이는 그곳에 가기 위해 엄마랑 싸워야 했고 밤 새워 일도 해야 했는데, 저는 어떤 준비를 어떻게 하며 살아야 갈 수 있나 하는 생각과 함께 말입니다. <동유럽 셀프트래블>은 제가 어떻게 살아야 그곳에 갈 수 있는지 가르쳐 주지는 못하지만, 어떤 준비를 어떻게 해야 그곳에 갈 수 있는지는 가르쳐주는 고마운 가이드북입니다. 




 


동유럽으로 떠나는 여행자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은, TV 프로그램의 영향도 있을 것이고(드라마 촬영지였던 프라하나 슬로베니아의 피란이 그렇고, 여행예능 꽃보다 누나 촬영지였던 코로아티아가 그렇고, 현재는 둥지탈출 시즌2에서 폴란드를 여행하고 있다), 세계관(가치관)의 변화에 따른 영향도 있을 테지만, 무엇보다 "일단 서유럽의 1/2 정도의 물가로 저렴"하다는 것도 한몫하는 듯합니다. 저와 같은 소시민이 해외여행에서 느끼는 가장 큰 장벽은 여행 경비니까요. 

체코의 우울한 회색빛 하늘에 끌렸고, 크로아티아에서 바라보는 눈부신 코발트빛 지중해가 궁금했고, 중세의 건축물이 막연하게 좋았던 동유럽인데, <동유럽 셀프트래블>은 그곳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예술의 도시요, 역사의 도시요, 자연의 도시라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그곳에 가면 맥도날드와 스타벅스까지도 동유럽화, 그러니까 예술과 역사와 자연이 된다는 것을 말입니다. 




                                                

                               

전에는 <셀프트래블> 시리즈를 볼 때면, 가장 먼저 살펴보고, 가장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가장 중요하게 살펴보는 것이 바로 '추천 일정'(여행 루트)이었습니다. 몇 박 며칠을 어느 경로로 이동을 하며 여행을 해야, 중요한 것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면서 알뜰살뜰하게 하나라도 더 볼 수 있는 여행을 할 수 있을까가 가장 제 여행의 가장 큰 이슈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동유럽 셀프트래블>에서 제가 집중적으로 살펴 본 것은 머물고 싶은 곳 찾기였습니다. 저자가 "꼭 가보기를 바라는, 애정 가득한 여행지"라고 드러내놓고 편애를 하는 '슬로베니아'가 그런 곳이었습니다. "세계 현대사에서 가장 강렬한 비극을 남긴 현장" 오슈비엥침(아우슈비츠)에 가보아도 의미 있는 여행이 될 것 같습니다. 전에는 한 번도 여행할 생각을 하지 못했던 곳인데, "아우슈비츠 이후에 서정시를 쓰는 것은 야만이다"는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그곳의 의미를 잊은 채 여행을 하는 것은 야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유럽 셀프트래블>에서 추천하는 루트, 추천하는 여행지는 동유럽을 관통합니다. 소개되는 여행지가 많은 만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을 세심하게 챙기면서도, 동유럽을 굵직하게 훑어준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예를 들면, 소개하고 추천하는 숙소나 식당이 다른 가이드북이나 다른 <셀프트래블> 시리즈에 비해 숫자가 적은 편입니다. 때로 너무 많은 선택지가 오히려 결정장애를 불러온다는 측면에서, 이렇게 거품을 쫙 빼고 꼭 필요한 정보만 챙겨주는 가이드북이 오히려 저와 같이 게으른 사람에게는 훨씬 전략적이고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