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재미있는 물리여행 - 정식 한국어판
루이스 캐럴 엡스타인 지음, 강남화 옮김 / 꿈결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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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식입니다.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떠올리고, 필수 사항과 불필요한 것을 구분하여 문제의 핵심에 도달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자신에게 스스로 질문하는 법이기도 합니다"(6).

<NEW 재미있는 물리여행>은 한국에서 정식으로 출간되기 전에 해적판으로 돌려 읽으며 과학고와 영재고 학생들에게 필독서가 되어온 유명한 책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한국어판 정식 계약을 맺고 전면 개정판으로 떳떳하게(!) 출간된 책이 바로 이 <NEW 재미있는 물리여행>입니다. 이 책의 번역은 한국교원대학교 물리교육학과 소속 연구자와 교사연구회 소속 선생님들이 함께 참여했다고 하는데, '옮긴이의 말'을 읽어보니 우리나라 과학교육을 이끄는 전문가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책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중학교 시절 이 책의 퀴즈를 풀면서 물리학도의 꿈을 키웠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이 책을 보며 과학경시대회나 물리올림피아드 시험을 준비했다고 합니다(8).

저도 학교 다닐 때 이 책을 알았더라면 물리에 흥미를 좀 가질 수 있었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생깁니다. 제게 물리는 호기심은 많았으나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학문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보며 반성해보면, 물리를 배울 당시 개념(문제)을 먼저 이해할 생각을 하지 않고 문제를 푸는 요령을 익하기에 급급했던 것 같습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인식' 자체를 게을리 했기 때문에 물리는 배웠으나 배우지 못한 학문이 되었고, 가까이 가지 못한 학문으로 남고 말았습니다.

이제는 학교도 졸업하고 어찌 보면 때늦은(?) 이 때에 물리에 다시 관심을 갖는 것은, 살면서 보니 물리는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우리 삶과 가까운 학문이었고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설명해주고 있다는 깨달음 때문입니다. 한 예로, 성경을 읽다 재미난 주석을 본 적이 있습니다. 다윗이 물맷돌로 골리앗을 쓰러뜨렸는데, 이마에 물맷돌을 맞은 골리앗이 앞으로 꼬꾸라졌다는 말씀이 나옵니다. 그데 물리적으로 보면 이 내용에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날아오는 돌이 이마에 박혀 쓰러졌다면 뒤로 넘어져야 하는데, 골리앗이 앞으로 꼬꾸라졌다는 기록은 물리의 법칙에 어긋난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여기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 것일까가 제게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이 책은 상식적으로 모순되게 보이는 물리의 면면을 보여 주기 위해 일부러 선택한 문제들만을 담았습니다"(7).

<NEW 재미있는 물리여행>은 질문(문제)과 해설(답)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책을 잘 활용하는 방법은 정답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질문 속에 오래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저자는 물리에 대한 직관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데, 해답을 보기 전에 질문을 충분히 생각하라고 조언합니다. 많은 학문이 그렇겠지만 물리야 말로 '왜'라는 궁금증이 이끌어가는 학문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리학의 목표는 모든 주제를 역학으로 귀결시키고, 역학을 충돌 현상으로 귀결시키는 것입니다"(19).

이 책은 물리의 핵심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지만, 물리의 핵심을 개념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독자들에게 더 흥미롭게 읽힐 것입니다. 문제로 접근을 하기 때문에 기초가 아예 없는 독자들에게는 문제 자체가 오히려 흥미를 떨어뜨리는 장벽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과학고나 영재고 학생들에게 이 책이 필독서인 이유, 과학도들에게 특히 더 인기가 많았던 이유는 그들이 가진 기본 개념들을 분명하게 확인시켜주고, 물리적 인식과 사고력을 확장시켜주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는 사람에게 훨씬 더 흥미로운 책이라는 것이 아이러니이기는 하지만, 과학도들에게 왜 필수도서인지는 확실히 알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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