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집에 머물다
박다비 지음 / 상상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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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된 제주도 집에서
배우고 살아가는 이야기

다른 사람의 삶에 진동을 주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그런 삶을 산다는 것에 대하여,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모든 세대마다 정답처럼 주어진 삶의 패턴이 있습니다. 그것을 따라 살지 않을 때, 세상은 튄다, 무모하다, 사서 고생한다, 비정상이다, 이기적이다라고 손가락질하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 일쑤입니다. 그러니 정답처럼 주어진 삶의 패턴을 따라 살지 않는 일은 용기가 필요한 일기도 하빈다.

<오래된 집에 머물다>는 바로 그렇게 모두가 한 방향으로 걸어가는 일방통행 길에서 벗어나 자신들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용감한 젊은 부부의 이야기입니다. '어떠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남편 J와 '어려서부터 줄곧 제주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품어온 아내 다비가 제주도 남서쪽 조용한 마을에 작고 아주 오래된 집에 터를 잡았습니다. 제주도로 삶의 자리를 옮겨 앉는 것 자체는 이제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이들의 선택이 특별한 것은 아주 오래된 집, 100의 세월이 흐른 집을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100년의 세월이 흐른 집에 터를 잡는다는 것은 세련되고 깔끔한 생활을 포기했다는 것과 같은 뜻입니다. 그 오래된 집을 게스트하우스로 고쳐 가는 과정은 모두가 예상할 수 있는 대로 막막하고 무모하고 불편하고 고생스러웠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오래된 집이 보물섬과 같아서 그 오래된 집에 머무는 것은 옛것의 가치, 땀의 가치, 자기만의 생의 철학을 담은 특별한 공간을 만들어가는 가치를 발견하는 보물찾기와 같았다고, 이 책은 즐겁게 고백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집에 머물다>는 100년 된 집을 게스트하우스로 고쳐 가는 과정을 일기처럼 꼼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필요한 기술을 유튜브로 배워가며,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마음고생, 몸고생을 하는 과정이 솔직하고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어서 비슷한 꿈을 품고 있는 독자라면 여기서 필요한 지식뿐 아니라, 참고할 수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일부러 제주도까지 집 구경을 가고 싶을 정도로 구석구석 보석 같은 아이디어가 반짝반짝 하는 집으로 거듭났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이 절대 만만치 않아서 (이 부부들처럼) 어쩌면 멋모르고 시작해야 더 좋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가만해지는
시간

이 게스트하우스는 특이하게 극 성수기라 할 수 있는 7월 말 - 8월 말 한 달 동안은 손님을 받지 않고 쉬어간다고 합니다. 극 성수기에 배짱 좋게 영업(?)을 하지 않는 이유는 에어컨이 없기 때문이랍니다. 지구를 지키고 싶은 나름의 소심한 반항으로 에어컨을 들여놓지 않은 채 손님을 받기 미안해서 그냥 쉬기로 했다는 한마디에 담긴 진심이, 그런 진심으로 가꿔가고 있는 공간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집 장사를 위해 막 지어진 원롬촌, 없는 사람들을 더 가난하게 하는 아파트만 보며 살다가, 어딘가 이렇게 특별한 공간을 만들어가는 이웃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숨 통이 트이는 듯한 시원함을 느낍니다. 그런데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작지만 작은 시도라도 해볼까 하는 마음을 심어준다는 것입니다. 오래된 집을 바꿔가는 과정을 보며, 버려두고 포기하고 불평하며 살았던 공간을 바꾸기 위해 작은 시도라도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는 건, 저를 아는 사람이라면 모두 깜짝 놀랄 일입니다! 진짜 깜짝 놀랄 일입니다. 이 책을 통해 제 삶에, 방치두었던 제 공간에 작은 진동이 있었음을 이들 부부에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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