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물리학 - 한스 그라스만
한스 그라스만 지음, 이정모 옮김 / 사계절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물리학이 살아야 인류가 산다?!

 
맥가이버를 아는가? 맥가이버는 이전까지 내가 알던 모든 영웅과는 전혀 달랐다. 그는 완전히 새로운 영웅이었다. 그에게는 인공지능을 가진 차도 없고, 가공할 만한 위력의 무기도 없고, 최첨단의 과학 장비도 없었다. 그는 작은 칼 하나로 혼자 지구를 지켰다. 일명 맥가이버 칼! 그가 다니는 조직(?)의 건물 입구에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유명한 성경 말씀이 새겨져 있었다. 맥가이버가 작은 클립 하나를 가지고도 지구를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알고 있는 진리, 즉 물리학(화학) 덕분이라고 했다.

맥가이버가 그렇게 멋있게 보이는 이유가 물리학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내게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학문은 물리학이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다는 것. 맥가이버가 원리를 설명할 때는 그렇게 재밌더니, 수업 시간에 듣는 선생님의 설명은 왜 그리 졸립기만 한지 물리학은 끝내 정복하지 못한 산으로 남았다.

끝내 오르지 못한 산으로 남았지만, 물리학은 내게 여전히 매력적인 학문이다. <모두를 위한 물리학>이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 이것이다 싶었다. "모두를 위한" 물리학이라면 나도 재밌게 읽고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모두를 위한 물리학>은 물리학이 "모두를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쓰여진 책같다. 저자는 제대로 된 물리학을 할 수 없는 '물리학 연구 현실'부터 이야기하며, 시종일관 물리학이 살아야 인류가 살 수 있다는 대전제를 반복한다. 현실 비판과 물리학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말이다. "사람들에게 시급하게 필요한 것에서조차도 전체 사회는 물리학에 반대하는 결정을 내린다. 사람들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고 환경을 구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물리학 없이 할 수 있는 것만 하려고 한다. 물리학의 도움 없이는 절대로 에너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178).

아쉽게도 <모두를 위한 물리학>은 물리학에 대한 기초 이론이 없는 일반 독자는 크게 재미를 느끼지 못할 듯 싶다. 물리학의 대가는 별로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물리학 이론을 소개하고 있는 듯한데,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물리학 공식이 암호처럼 난해하기만 하다. 쉽게 설명했다고 해서 그것이 쉽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기초 지식이 없다면 어렵고 난해한 공식들을 아무리 쉽게 설명해도 여전히 어렵고 난해한 공식으로 남을 테니까. 이 책은 물리학을 가볍게 즐기려는 독자보다 물리학을 진지하게 연구하는 물리학도(를 꿈꾸는 독자)에게 더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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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농사25년 2011-09-06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