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돌이 푸 - 디즈니 애니메이션 <곰돌이 푸> 원작 에프 클래식
앨런 알렉산더 밀른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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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 나 좀 멋있었지? 내 모습 어때?"

푸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큰 소리로 물었어.

"너? 풍선에 매달려 있는 곰 같아 보이는데?"(19)

 

빨간색 짧은 티를 입고, 수줍은 듯한 몸짓에, 천진한 웃음을 웃으며, 손에 꿀단지를 안고 있거나, 손에 파랑 풍선을 들고 있는 아기 곰의 모습이 제가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 '곰돌이 푸'의 모습입니다. 어릴 때, 미술 시간에 자유 주제로 그림을 그리거나 판화를 만들거나 만들기를 하면 언제나 저의 단골 주제는 '곰돌이 푸'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제 기억 속의 곰돌이 푸는 이미지만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사실 <곰돌이 푸>가 스토리가 있는 동화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화 처음 알았습니다. 그러니까 이번에 에프에서 선보이는 <곰돌이 푸>는 우리가 기억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곰돌이 푸>의 원작 소설입니다.


어릴 적, 디즈니 애니메이션 <곰돌이 푸>를 사랑했던 독자라면 가장 사랑받는 주인공 "푸" 외에도, 너도밤나무 안에 마련된 아주 근사한 집에 사는 꼬마 돼지 "피글렛", 나이를 지긋이 먹은 회색 당나귀 "이요르",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알지 못했지만 언젠가부터 숲속에 와서 살기 시작한 "캥거"와 캥거의 아기인 "루", 그리고 "토끼"와 "올빼미"와의 만남이 무척 반가울 것입니다. 곰돌이 푸를 따라 친구들을 하나씩 만날 때마다,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던 아스라한 기억이 다시 되살아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동안 푸가 풍선을 잡고 있느라 일주일도 넘게 팔을 위로 뻗은 채 공기 중에 떠 있었다는 거야! 그래서인지 내려와서도 한참 동안은 팔이 좀처럼 밑으로 내려오지 않았어. 그래서 푸는 파리가 코에 앉을라치면 손을 못 쓰고, '푸, 푸' 하면서 입바람을 불어 파리를 쫓아내야 했지. 그리고 내 생각엔 그게 바로 곰이 푸라는 이름을 갖게 된 진짜 이유인 것 같아"(24).


만화가 아니라, 원작 소설, 동화로 만나는 <곰돌이 푸>는 이전에 모르던 것을 많이 알려주었습니다. 곰돌이 푸의 이름이 "위니 더 푸"라는 것, 그리고 어떻게 "푸"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 그리고 동화 속에는 "크리스토퍼 로빈"이라는 친구가 등장하는데, 크리스토퍼 로빈은 작가의 실제 아들 이름으로 곰돌이 푸와는 둘도 없는 친구라는 사실 등을 말입니다. 



"푸야, 너는 아침에 일어나면 맨 처음 생각하는 게 뭐야?"

피글렛이 마침내 입을 열어 푸에게 물었어.

"아침으로 뭘 먹을까 하는 생각."

푸가 대답을 하고 피글렛에게도 똑같이 물었어.

"피글렛 너는 뭔데?"

"나는 있지 …… 오늘은 또 어떤 신나는 일이 벌어질까 하는 생각."

피글렛의 대답에 푸가 깊이 생각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어.

"내 말이 바로 그 말이야"(170).

 

푸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구세주처럼 등장하는 "크리스토퍼 로빈"이 곰돌이 푸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저런, 바보 곰 같으니라고!"입니다. 그러나 이 말은 곰돌이 푸를 미워하는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애정을 가득 담은 말처럼 들립니다. 조금 어리숙해도 괜찮아, 조금 엉뚱해도 괜찮아, 조금 실수해도 괜찮아라고 속삭여주는 말로 들립니다. 푸는 북극 '팜험'에 나설 만큼 용기 있고, 빗물에 잠겨 떠내려갈 뻔한 피글렛을 구해낼 만큼 용감하고, '떠다니는 곰' 호와 '푸의 명섬함' 호를 직접 발명할 만큼 재치 있고, 언제나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는 착한 친구라는 것을 크리스토퍼 로빈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곰돌이 푸>의 원작 소설이라 우리에게 익숙한 곰돌이 푸의 모습을 그림으로 만나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면, 실망했을 것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이 책의 타겟 독자층은 누구일까 알쏭달쏭할 정도로 당황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책의 구성이나 서체 크기 등을 보면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이번에 에프에서 발간된 <곰돌이 푸>는 어릴 적, 곰돌이 푸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을 가지고 있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부모님들에게도 마음 한구석에 간직하고 있는 동심이 있으니까요. 곰돌이 푸를 사랑했던 "꼬마"가 어느새 훌쩍 자라, 곰돌이를 사랑하는 아이의 부모가 되어 있다면, 아이 몰래 <곰돌이 푸>를 먼저 읽어보아도 좋을 듯합니다. <곰돌이 푸>에 등장하는 '크리스토퍼 로빈'의 이름 자기 이름이나, 아이의 이름으로 바꾸어 <곰돌이 푸>의 신나는 모험을 들려주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어릴 적 정말 친했던 친구를 다시 만난 기분이 들어 좋았습니다. 이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잊히지 않고,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며 사랑받기를 소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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