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령의 명작 산책 - 내 인생을 살찌운 행복한 책읽기
이미령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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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어떤 책을 읽고 계신가요?"


저자 '이미령'은 책을 많이 읽었고, 읽고 있고, 그러다 보니 책을 추천해 달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고, 그렇게 해서 일주일에 책 한 권을 소개하는 칼럼을 쓰기 시작하다, 방송에서 책을 소개하는 일까지 하게 된 책 칼럼니스트입니다. 이 분을 책으로 만난 것은 이 번이 두 번째인데 저에게는 '책 읽어주는 여자'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이미령의 명작 산책>은 그렇게 추천했던 책들 중에 특별히 '벗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들'을 골라 엮은 것이라고 합니다. 책 이야기를 얼마나 맛깔나게 잘 하는지, 이 분의 책 이야기를 듣고 나면 이미 읽은 책도 다시 보이고, 재미가 없어 읽다가 포기한 책도 다시 읽고 싶어지고, 관심이 없던 책에도 손이 갑니다. 

책을 읽으며 자신의 마음을 읽어내고, 세상을 읽어내는 일은 또 얼마나 진솔하고 아름다운 힘이 있는지, 이 분의 책 이야기를 듣고 저는 육식을 줄였고(피할 수 없는 회식 이외에는 돈 주고는 절대 사 먹지 않습니다!), 영원히 죽지 않을 것처럼 계획을 세우는 일이 없고, 허수경 시인의 시를 사랑하게 되었고,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라는 곳을 가보기 위해 파리를 여행할 계획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이미령의 명작 산책>은 책의 홍수 속에 떠내려갈 수도 있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될 보석 같은 명작들을 붙잡을 수 있게 해주는 책입니다. 또 똑같이 책이 읽어도, 아니 같은 책을 읽어도 어쩌면 이렇게 책 읽는 힘이 다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해주는 책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에둘러 묻습니다. 그것은 어떤 책을 읽었냐 보다 몇 권의 책을 읽었냐에 더 가치를 두고 있기 때문은 아니냐고 말입니다. "책과 관련한 가장 멋진 질문은 "지금 어떤 책을 읽고 계신가요?"가 아닐까 합니다. 이런 질문에 선뜻 대답할 수 있다면 그는 책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일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건 몇 권 읽었느냐, 하루에 얼마나 읽느냐입니다"(87). 같은 벽돌집을 보고도 "창가에는 예쁘게 핀 제라늄 화분이 놓였고, 지붕 위로 비둘기가 날아드는 멋진 장밋빛"을 보지 못하고, 얼마 짜리 집 인가에만 관심을 갖는 <어린 왕자>의 그 어른들처럼 말입니다.


"천천히 읽어요. 그러면 아주 많이 읽을 수 있어요."

<이미령의 명작 산책>처럼, 똑같은 책을 읽으면서 창가에 놓인 제라늄 화분이 얼마나 예쁜지, 지붕 위로 비둘기가 날아드는 그 벽돌집이 얼마나 아름다운 장밋빛인지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자는 '천천히 읽는 것'이 그 비결이라고 넌즈시 알려줍니다. "천천히 읽으면 문장이 품고 있는 세상이 활짝 내 눈앞에 열리고, 그러면 나는 책을 읽는다는 생각 없이 필자가 보여주는 세상을 느긋하게 활보하고 다닙니다"(88).

이 책이 명작 중에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을 천천히, 소리내어 다시 읽고 싶어집니다. 저자가 읽어주는 그 책이 너무도 아름다웠기 때문입니다. 밑줄을 참 많이 그으며 이 책을 읽었습니다.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로버트 뉴턴 팩)은 저도 감명 깊게 읽은 책인데, 제 눈에는 보이지 않았던 보석 같은 문장을 이 책이 찾아주었습니다. 
       "아빠, 노을 지는 하늘보다 멋 있는 색은 없는 것 같아요. 나는 노을이 너무나 좋아요. 아빠는 어때요?"
       내가 묻자 아빠는 이렇게 대답했다.
       "하늘은 바라보기에 참 좋은 곳이야. 그리고 돌아가기에도 좋은 곳이라는 느낌이 들어"(67).


다음의 문장은 첫 번째 만남에서도 그 울림이 강렬하게 필사도 해놓았던 것인데, 이 책을 읽으며 또다시 밑줄을 그었습니다. "책을 읽어야 멋진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책과 더불어 내 인생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까요. 한 권의 책이 내 삶의 몇 시간을 가져갔고, 나는 그렇게 삶을 삽니다"(89).

<천천히 읽기를 권함>을 권하는 이 책을 천천히 읽기를 권합니다. 책이 주는 울림이 참으로 큰 책입니다. 







긴 하루 끝에 좋은 책이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만으로 

그날은 더 행복해진다. 
Just the knowledge that a good book is awaiting one
at the end of a long day makes that day happier.

Kathleen Nor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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