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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아니 오늘 새벽 천둥 소리에 잠을 깼습니다. 
시계를 보니 4시가 조금 못 되었더군요.
벌떡 일어나서 잠옷 차림으로 밖에 나가, 캐모마일 모종판을 처마 밑으로 피신시켰어요.
천신만고 끝에 겨우 이만큼 키웠는데, 도둑 같은 새벽 소낙비에 운명을 달리하게 할 순 없으니까요.  
미친 날씨를 욕하면서도 잠을 깨워준 천둥이 고마웠습니다.




빈 칸들은 실패한 허브 씨앗들의 무덤입니다(아이 창피해라...).

가운데 홀로 들어앉은 녀석은 바질이고요.

스위트 바질인지, 레몬 바질인지 헷갈려요.

두 가지 섞어심은 모종판에서 생존한 것을 옮겨 심었거든요.

보통 바질 잎은 하트처럼 둥그스름하던데, 어째 저 녀석은 길쭉하게 자라는지 모르겠어요.

좀더 크면 정체성이 드러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직은 본잎 두 개, 이제 두 개 더 나올락 말락 하는 아기 바질이어요.

저 때가 한창 죽기 쉬운 때라서, 마음 졸이며 지켜보는 중이랍니다.



하지만 꽃양배추 가든에서 내세울 만한 녀석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에요.

심하게 웃자라긴 했지만 그래도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 바로 이 녀석.





나스터튬이라고도 하는 한련화입니다.

화분은 깨진 국수 그릇을 재활용했고요, 지렁이 배설물로 만든 토롱툐를 섞어주었어요.

집안에 두었다가 밖으로 내갔다가를 반복하다 보니, 저렇게 웃자라 버렸습니다.

혹시 밤에 추울까 봐 그랬는데, 이제부턴 그냥 밖에서 살게 할까 봐요.

밑에 구멍 뚫린 저 상자를 뒤집어서 캐모마일을 옮겨 심을 거예요.

40포기가 넘으니 그것도 보통 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 꽃양배추 가든의 자랑거리, 깻잎입니다. =.=

깻잎 짱 귀여워요.

저렇게 조그만 것이 버젓이 깻잎 모양새를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고소한 깻잎 향까지 잔뜩 풍긴답니다.

어제도 포기마다 엄지손톱 두 개만 한 아랫잎을 두 장씩 솎아서 비빔밥에 넣어 먹었습니다.

아, 그 고소하고 신선한 향기! 

(텃밭 경험이 있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자기 손으로 키운 녀석들에 대한 자뻑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캐모마일과 바질 몇 개 말고는 허브 발아에 실패하고 엄청 상처 받아 있었는데, 이 깻잎이 저에게 다시금 자신감을 주었어요.

양지에서도 음지에서도, 척박한 땅에서도 기름진 땅에서도, 이래도 저래도 잘 자라는 깻잎 녀석들이 무척 고맙고 사랑스러워요.

하지만 강인하다고 해서 막 다루어서는  안 됩니다.

씩씩하다고 해서 하찮게 여겨서는 안 되어요.

아무리 멀쩡해 보여도, 생명이 있는 것들은 언제라도 상처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다음은 C님께 보여드리고 싶은 감자 싹입니다.

이것도 틀렸나 봐... 체념하고 있을 때 어느새 올라와 있더군요.

이제 겨우 싹을 틔운 감자 앞에서 주렁주렁 달린 알감자를 상상하고 있는 저 자신을 보았습니다.

정말 어처구니 없는 초보 농부의 탐욕이 아닙니까...-,.-





이 밖에도 몇 가지가 더 있지만 지루하실 것 같아 여기서 그만하렵니다.

요즘 제 관심사는 저희 집 텃밭에 살고 있는 저 녀석들뿐이랍니다.

아침 저녁으로 물주고 흙 긁어서 공기 집어 넣어주고 풀도 좀 뽑아주고 하다 보면 시간이 후딱 갑니다.

머리가 텅 비고 자꾸만 단순해지고 가벼워집니다.

그 단순하고 가벼운 느낌이 좋아서 자꾸만 밭에 나가 기웃거려요.

즐거운 변화이고 전적으로 자발적인 분주함입니다.

수확에 대한 기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모든 과정 자체를 즐기려고 합니다.

뻐근하게 일하고 나면 밥맛도 꿀맛이고 잠도 잘 옵니다.

책상 앞에서는 아무리 뻐근하게 일해도, 그런 리프레싱 효과는 없더라구요.



아가들이 좀더 크면 또 소식 전할게요.

모두들 건강하세요!!




 
 
다락방 2012-05-03 10:59   댓글달기 | URL
정말 깻잎 짱 귀엽네요!! >.<

꽃양배추 2012-05-03 11:10   URL
하하 락방님 안녕!
작년에는 다 큰 깻잎 모종을 얻어다 심어서 몰랐는데,
올해는 씨 뿌려서 어린 깻잎을 보니까 엄청 귀여워요.
거의 타미랑 막상막하 귀여움이어요. >.<

moonnight 2012-05-03 12:00   댓글달기 | URL
우왓. 꽃양배추님. 반가와요!!!! ^^

그리고, 존경합니다. 꾸벅 (_ _);
식물들은 제 곁에만 오면 자꾸 사망. ㅠ_ㅠ 제게서 뿜어져나오는 독기를 견딜 수 없는지. ㅠ_ㅠ;;;;; 저렇게 예쁘게 귀엽게 소중하게 자라고 있는 아이들을 보니, 새삼 꽃양배추님에 대한 존경심이 몽실몽실 피어오릅니다. ^^
깻잎은, 진짜 궁극의 귀여움입니다. 저렇게 조그만한 아이들이 (엄지손톱 두개만하다 그러셨나요. +_+;;)모양이며 향까지 완벽하다니, 정말 예뻐요. ^^

아이들 돌보시느라 바쁘시겠지만, 페이퍼도 좀 써주셨으면... (꽃양배추님의 글을 목말라하고 있는 달밤 올림. ;;)

꽃양배추 2012-05-03 12:29   URL
우왓, 저도 방가, 달밤님!!
정말이지 저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식물 킬러였어요.ㅠㅠㅠ
(지금도 완전히 벗어났다고는 말 못합니다.)
조금만 배우고 관심을 기울이면 죽이는 단계는 벗어날 수 있어요.
그 다음부터는 조금씩 더 나아질 수 있구요.
식물이 주는 즐거움은, 정말 평화롭고 다정해요.
아가들도 이쁘긴 하지만 빽빽거릴 때는 또 밉거든요.ㅠㅠ
말 없이 쑥쑥 잘 커주는 식물을 보면, 내가 이렇게 막 받기만 해도 되나.. 그런 기분이 들어요.
제가 들이는 수고에 비해, 너무 많은 것을 준다는 느낌이거든요.
달밤님이 가까이 계시면, 정말 깻잎 화분 하나 선물하고 싶네요.
실컷 따 드실 수 있는데..

오랜 만에 불쑥 나타나도, 반겨주시니 고마워요. 히.
낼 모레면 어린이날.. 우리 고모들은 또 바쁘겠네요.ㅎㅎ


레와 2012-05-03 13:39   댓글달기 | URL
전혀 지루하지 않아요! 또 올려주세요! 또! ^^

허브 씨앗을 뿌려볼 생각을 못했네요. 아.. 격하게 심어보고 싶은데요.

우리집 상추와 깻잎 씨앗들도 야리야리한 잎이 올라올때가 됐는데, 아직 소식이 없어요.
쬐끔 걱정입니다. 다시 모종을 심어야 하나..하고 말이지요.

저도 소식전할께요! ㅎㅎ

꽃양배추 2012-05-03 22:45   URL
헤헤 레와님~
전 레와님과 닮은 구석이 꽤 있는 것 같아서 반가울 때가 많답니다.^^

파종은 올해 처음 시도해보는데요.
모종 사서 심는 거랑은 느낌이 완전 다르네요.
태어날 때부터 쭉 지켜보고 초기의 어려운 고비를 함께 넘겨서 그런지
사랑을 더 듬뿍 쏟게 되어요.
블로그 통해서 소량으로 파는 허브 씨앗을 구매했는데
업체 통해서 구매하는 것보다 좋더라구요.
비록 2/3는 실패했지만, 허브 파종하면서 많은 걸 배우고 느꼈어요.
내년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히.

레와님 댁 상추랑 깻잎이들도 꼭 올라올 거예요!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구요!


프레이야 2012-05-03 20:56   댓글달기 | URL
멀쩡해 보여도 생명 있는 것들은 언제든 상처 받을 수 있다.. 동감이에요^^
식물을 잘 키우지 못하는 저는 꽃양배추님의 손길 닿는 허브 아이들이
마구 부럽네요. 잘 키우시고 소식 또 전해주세요.^^

꽃양배추 2012-05-03 22:55   URL
제 느낌으론, 프레이야님은 자유로운 영혼이셔서
식물에 매여 있지 못하실 것 같아요.
식물 키우는 거, 이것도 엄청난 구속이거든요.
요즘 저는 울 초록이들 걱정되서 어디 여행갈 엄두도 못 냅니당..-.-
물리적인 부분도 그렇지만, 심리적으로도 구속이 크다는 걸 느껴요.
자발적인 구속이자, (김종서 노래처럼) 아름다운 구속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요.^^

치니 2012-05-04 13:16   댓글달기 | URL
와! 와!
근데요, 꽃양배추는 안 심어요? 헤헷.

Arch 2012-05-04 17:38   URL
퇴근 준비를 해야하니 페이퍼는 아꼈다가 다음에 읽을거구요.
나두나두, 꽃양배추는 안 심어요? 헤헷

꽃양배추 2012-05-04 20:43   URL
ㅋㅋㅋ 이보세요들!
꽃양배추는 난이도가 엄청 높은 작물임다.
그냥 양배추도 벌레가 아주 좋아해서 기르기 어려운 걸로 알고 있어요.
일단은 기본적인 것들(오이, 호박, 토마토, 가지, 고추 등) 위주로 실습해보려구요.
기본적인 것들이라고 절대 쉽지는 않지만요.

그나저나 치니님, 아치님, 안녕? ^---------^

chaire 2012-05-06 10:18   댓글달기 | URL
우아우아우아아아아아!
주말이면 만날 술에 취해 여기가 저세상인지 이세상인지도 헷갈리는 마당에,
이 방에 들어왔다가 생명력 있는 아이들을 보니 정신이 번쩍 들어요.
아, 모두모두 이쁘거든요. 아직은 '어린' 새끼일 때라 다들 엄청 귀여워요.
깻잎은 오종종하니 사이 좋게 자라고 있네요. 작지만 깻잎향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저것은 감자 잎이군요. 아니 저것이 감자 잎이군요.
(제주도에서 본 무성하게 자란 감자랑은 달라도 ㅋㅋ) 역시 청청한 모습이 왠지 자랑스러운.
감자는 잎부터가 씩씩하다 싶어요. 감자는 꽃이 정말 이뿌던데 나중에 꽃 피면,
그것도 살짜쿵 보여주삼. 싹이 나고 잎이 나고 작은 꽃을 피워 알을 맺고...
잘은 몰라도 생명은 다 그렇게 살아가는 거겠죠? 나를 포함해서...^^
훌륭한 초보 농부 화이팅입니다. 지상 최고의 락은 이런 거다 싶군요.


꽃양배추 2012-05-06 21:14   URL
세상 모든 새끼들은 어쩜 그렇게 귀여운지 모르겠어요.
어제 어린이날이라고, 조카랑 무슨무슨 축제에 다녀왔거든요.
두 다리를 버둥거리며 미끄럼틀 사다리에 올라가는 조그마한 엉덩이들을 뒤에서 보는데, 넘 귀여워서 혼자 피식피식 웃고 그랬어요.
하지만 정말이지 너무 피곤했어요.
태양은 어제따라 유난히도 무자비하게 내리쬐고, 얼굴에 기미 돋는 소리까지 들리는 것 같았...ㅠㅠ
다른 엄마아빠들, 새카맣게 피곤에 찌든 얼굴 보니까 내 얼굴도 저렇겠구나 싶더라구요.

아무튼 암만 귀여워도 저는 사람 새끼보다는 식물 새끼 기르는 게 더 적성에 맞아요.
조카 녀석을 볼 때마다 느껴지는 고통..
그게 저를 참 힘들게 하는데, 식물은 그런 게 없거든요.
그저 순수하고 무궁한 즐거움만을 줄 뿐.
그래서 자꾸만 빠져드는 것 같아요.

감자 잎은 정말 튼실해요.
나올 때까지 오래 걸린 게 다 이유가 있나 봐요.
물을 좋아하는 녀석이라고 해서, 아침 저녁으로 쌔빠지게 물 갖다 바치고 있습죠.
실한 감자를 거두려면 꽃대는 바로바로 잘라주라고 하던데,
카이레님께 보여드리자면, 한 포기 정도는 꽃을 남겨둘까 싶어요.
그치만 그건 아직 먼 이야기일 뿐이고..
그저 하루하루 무사히 잘 살아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서 어쩔 줄 모릅니당.^^

레슨은 즐겁게 진행 중이겠지요?
절대 포기하시면 안 돼요!ㅎㅎ
아마 카이레님도 아실 텐데, 손지연이란 가수 있잖아요?
카이레님이 기타 치시는 모습을 상상하니까, 왠지 그녀가 떠올랐어요.
음정도 불안하고 호흡도 짧은데
한없이 자유롭게 노래하는 모습이 참 매력적이더라구요.
다시 태어나도 정녕 가인이 될 것만 같은.. 참말로 암팡진 여성이에요.




Arch 2012-05-07 10:20   댓글달기 | URL
식물에 빠져서 페이퍼를 안 쓰는건 반칙이에요! 그래서 추천을 하려고 했는데 이미 추천했다고 하네요. ㅋㅋ 아, 식물에 빠져서 꽃양배추님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저도 흐뭇해요.

깻잎은 정말 짱 귀엽군요. 예전에 고무 대야 텃밭에서 상추를 따먹을 때는 잘 몰랐거든요. 요게 저절로 나는구나 싶고. 그런데 요새 맘이 열리는건지 봄이 돼서 그러는건지 여린 잎들 올라오는 것 보면 기특하고 좋고 그래요. 얼마 전에 감자 북주기를 했는데요. 단순하게 꾸역꾸역 하다보니 어느새 긴 밭에 내가 갈아놓은 흔적이 남더라구요. 진짜 뿌듯하더라구요. 자연의 일에 생업을 거는건 아직 무섭고 확신이 안 서지만 웬지 소박하고 푸릇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나는 뼛속까지 소시민이라 농촌에서 살 수 있을지 정말 모르겠지만 그래도 자꾸 막 확 질러버리면 어떨까 싶어요.

어린이날에 어른들은 틈새를 노려 막 즐겨야 돼요. 굴렁쇠도 굴리고 제기도 차고 먹고 싶은 밥도 같이 먹자고 조르고 말이죠. 옥찌들은 많이 싫었겠다... ㅡ,.ㅜ;;

작년에 시들어서 죽은줄 알았던 국화가 다시 푸릇한 잎을 내밀었어요. 와, 그 추운 겨울을 밖에서 온전히 다 견딘 이 녀석이라니. 꽃양배추님의 나스터튬도 무척 대견해요.

꽃양배추 2012-05-07 20:03   URL
헉, 감자 북주기 하셨어요?
어디서요? 아치님 주말농장 같은 거 하시나요?
북주기를 얼마에 한 번씩 하는지 모르겠는데, 저는 매일 볼 때마다 해서^^
지금 거의 언덕이에요.
나중에는 산이 될 듯..
흙 모자라서 죽갔어요-.,-

아치님이 공감해 주시니까, 기뻐요. 클클.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해요.
이렇게도 살아보고 저렇게도 살아보려고요.
그것들 모두 하나의 살아가는 방식이니까요.
지금 들이는 시간, 초기 투자비용, 노동력, 기미주근깨와 얼굴 타는 거 등등 생각하면 사 먹는 게 훨씬 싸고 편한 건 분명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하고 싶고 하면 재미있단 말이죠.
전 우아한 여자 되기는 애초에 틀렸네요.ㅎㅎ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뭐!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려고요.
근데 자꾸 더 잘하고 싶어지는 게 문제예요.
경험은 거저 생기는 게 아닌데..

제게 어린이날은 쉬는 날 말고는 아무 의미 없는 날이었는데
어쩌다 제가 도떼기 시장 같은 데서 얼굴 시뻘게져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신세가 된 건지..ㅠㅠㅠ
저는 솔직히 즐기지는 못했어요.
봉사하는 마음이었을 뿐..

저는 작년에 시든 국화 뽑아서 버렸는뎅..ㅠㅠ
지금 같으면 뿌리 하나, 싹 하나도 허투루 보지 않을 텐데
작년만 해도 제가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그때 버린 것 중에 지금 생각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올해는 호미 들고 텃밭 들쑤시면서 부추 뿌리 하나도 안 버리고 다 캤어요.
화분에 모아서 심으니까 거의 스무 포기는 되더라구요.ㅎㅎ




Arch 2012-05-08 09:10   URL
맙소사, 산 어쩔... ^^

귀농을 배우고 있어요. 텃밭 가꾸기 먼저 하기 시작하면 될텐데 저는 막 책 보고 배우고 있어요. 감자 북주기는 어디서 한다 그러면 옥찌들 데리고 가서 막 해요. 따로 주말 농장을 할 수가 없는게 버스로 2시간 거리에 있는 곳이라 갔다 오는게 너무 힘들더라구요. 아, 감자 북주기요. 자꾸 북을 주는게 좋은지 나쁜지 모르겠어요. 북주는게 감자 알이 햇빛 받지 말고, 겸사겸사 풀도 뽑으려고 하는건데 자꾸 북주는건 흙을 너무 마르게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정말 잘 모르지만ㅡ,ㅜ;; 직감 같은게. 북주는게 나쁘진 않을 것 같고 제가 한번 다른 분들께 물어볼게요.

꽃양배추님 그거 알아요? 농약이나 화학비료에 찌들지 않은 흙에 직파한 씨앗들은 뿌리가 잘 자란다는거. 뿌리가 잘 자란 식물은 향도 좋고 맛은 물론이며 영양까지 좋대요. 미생물이 흙 속 유기물을 무기물로 분해해서 뿌리가 쭉쭉 빨아들이고 뿌리는 미생물이 좋아할만한 달콤한 향이 나는 물질을 분비한대요. 둘이 서로 공생하는거죠. 그런데 요새는 흙 속 미생물은 다 죽여버리고 거기에 무기질 비료를 막 치는거죠. 뿌리가 자랄 필요가 없는 식물은 대두처럼 지상 부분만 자라고. 그런 식물을 먹는게 인간에게 이로울 일은 없겠죠.

눈에 보이지 않은 일들이 왕왕 벌어지는게 너무 신기하고 대견한 생각이 드는데 이걸 이제야 알아서 누구한테든 막 얘기하고 싶었거든요. 똥 순환 얘기도 재미있고 토종 종자씨를 지키는 이야기도 재미있어요. 제가 싸돌아다니니 옥찌들이 고생이지만 내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할 수 있다고 막 이기적으로 생각하는 아치인지라...

이런 이야기를 꽃양배추님 서재에서 하니까 저도 참 좋아요. 우아한 여자보다 건강하고 단순한 여자가 되고 싶어요. 우아, 세련은 사회가 만들어낸거라며 반감 갖는게 아니라 나는 단순한게 어울리니까 이런식으로 말이죠.

이거 페이퍼로 써야되는거 아닌가란 고민이 살짝. ㅋㅋ 막 길어~

다락방 2012-05-08 14:12   URL
그러니까요, 아치.
이건 페이퍼로 써야지 완전 길고 좋잖아요! >.<

꽃양배추 2012-05-08 16:58   URL
아니, 귀농 배우기 시작하셨으면서 페이퍼도 안 쓰시고!
그건 완전 페이퍼 이야깃거리잖아요!
전에 슬쩍 귀농학교 이야기 하셨지만, 벌써 저지르셨을 줄이야!
과감한 결단력, 멋있어요.
옥찌들은 덕분에 좋은 경험 할 것 같은데요, 진짜로.
나중에 어떤 삶을 살든 두고두고 기억날 거예요.
아치님이 애들까지 챙기는 게 힘들어서 그렇지, 데리고 다니는 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유기물에 대해 관심 많아요.
그래서 비닐 멀칭 대신, 나름 유기물 멀칭도 시도해보고 있어요.
잡초 뽑아서 말려서 작물 주변에 덮어주는 거요.
그렇게 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더라구요.
그리고 EM 용액도 만들어서 뿌려주고..
어제는 마당에 돌들을 정리했는데요.
조금 큰 돌을 들어올리니까 지렁이들이 마구 흩어지더라구요.
근데 그쪽은 시멘트 마당이라서 갈 곳을 모르고 우왕좌왕하는 거예요.
그래서 다 집어서 흙에 놓아주었어요.
지렁이가 유기물 만드는 덴 짱이라서 사다가도 넣을 판인데,
그 녀석들 가만 두면 햇빛에 말라죽을 거잖아요. 아깝더라구요.
똥 순환에 대해선 저도 어디서 읽은 바가 있어요.
근데 조금 비위 상하는 얘길지도 몰라서... 하하.
아치님이 이런 얘기 해주시니까 넘 반가워요!


마지막 이야기 맘에 들어요.
우아, 세련은 사회가 만들어낸 거니까 반감 갖는 게 아니라, 나는 단순한 게 어울리니까 단순하게 살겠다는 말.
남들 눈치 보지 않고, 나 생긴 대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정말 나답게, 편하게 살아야겠다는 거...




rosa 2012-05-11 13:58   댓글달기 | URL
요새 정신이 없었나봐요. 이 페이퍼를 이제 봤으니.
집에 알뿌리 심었다가 결국 말려 죽여버렸고,
정신없는 사람은 괜히 식물 키우려 들면 안되겠단 교훈을 얻었습니다.
얼른 일 처리하고 나가봐야 되는데 상대쪽에서 답메일을 안 보내줘서 이러구 개기고 있어요. ^^;;
덕분에 잠시 술 돌릴 틈이 생긴 거지만.
울 어머님은 옥상을 온통 흙밭으로 만들어 버리셨는데,
여름철에는 깻잎이 밀림처럼 자랍니다. ^^;

농사 잘 지으셔서 건강한 생활 영위하세요.
전 자꾸만 살이 디룩디룩 쪄서 고민입니다.
완전 운동부족..이예요. 운동할 짬이 없어요. 이건 좀 핑곈가? ^^;;

꽃양배추 2012-05-11 15:19   URL
알뿌리는 다루기가 어려운 것 같더라고요.
제가 관리법을 잘 몰라서기도 하지만.
rosa님은 바느질의 달인이시니까,
에너지가 거기에 집중되는 게 아닐까요~~
깻잎은 정말 사랑스러워요.
오늘도 한 그릇 수확해서 다른 야채들이랑 고추장에 썩썩 비벼 먹었네요.
네, 건강하려고 노력해요.
제가 타고난 몸뚱어리 자체가 부실해서, 노력 많이 해야 합니당.ㅎㅎ

전에 어느 프로에서 보니까,
베트남엔 쌀국수가 500원이라든데..ㅠㅠ
아, 쌀국수 먹고프당.
맛있는 거 많이 드시고 오세요!! ^^

2012-05-21 2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12-05-11 16:10   댓글달기 | URL
어머 나 서재 잘못 들어온 줄 알았잖아요. 어머. 완전 대단하다 배추님. 나 우리집 시금치 기르는 거 자랑할랬더니 완전 꼬리 내렸어요. 배추님, 나.. 배추님한테 더 반한 것 같아.

네꼬 2012-05-11 16:11   댓글달기 | URL
그리고 참, 깻잎 짱 귀여워요.

꽃양배추 2012-05-13 16:31   댓글달기 | URL
오오 네꼬님 시금치 길러요?
저는 자리가 없어서 시금치도 못 길러요.ㅠㅠㅠ
장마 오기 전에 감자 수확하고 나면, 그 자리에 시금치랑 근대 심으려구요.
감자가 몇 개나 달리려나 궁금해 미치겠어요.
며칠 전엔 소중한 감자 잎을 파먹는 무당벌레를 발견! 발로 콱 밟아 죽였어요.-,.-
무당벌레는 건드리면 고약한 냄새가 나는 누런 액이 나와요.
아주 징그러운 녀석이죠(정말 싫어!!).

와, 아파트에서 시금치 기르는 네꼬님이 더 대단해요.
(남편님도 왠지 식물성 인간님이실 듯).
깻잎도 기르시지. 쉽고 유용한데.
생각날 때마다 몇 장씩 따다가 먹는 맛이 아주 쏠쏠해요.^^

헤헤, 울 깻잎 아가 귀엽다고 해줘서 고마워요.
지금은 아가 아니구나.
이제 초딩 정도 컸어요. 히.



Jeanne_Hébuterne 2012-05-14 19:47   댓글달기 | URL
저 여린 생명들이 저 모진 땅을 뚫고 태어나요. 마음 속에서. 혹은 마음 밖에서.
밤은 늘 이렇지요. 낮은 또 늘 저러하지요.

꽃양배추 2012-05-15 12:35   URL
짧은 시 같은 에뷔테른 님의 댓글.^^

여린 씨앗이 땅을 뚫고 올라오는 힘은 정말 대단해요.
작은 지각변동이라 할 만하죠.
지상으로 올라온 작고 푸른 싹은 주변의 거대한 세상을 보고 얼마나 놀랄까요.
얼마나 어리둥절할까요.
그 첫 마음, 설레임을 나도 다시 갖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한답니다.


네꼬 2012-05-21 15:23   댓글달기 | URL
배추님, 다음 소식도 들려 줘요, 네?

꽃양배추 2012-05-21 22:01   URL
아, 증말 우리집 밭 자랑하고 싶네.
진짜 끝내주는데. ㅋㅋㅋ
맞은편 집 할아버지께 칭찬받았음.ㅋㅋㅋㅋ
 

1. 화차


나는 <파주>에서 이선균과 단단히 사랑에 빠졌다. 그는 무작정 지르고 내뱉는 것보다 삭이고 꾹꾹 누르는 것이 때로는 설득력이 더 클 수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는 연기가 뭔지 좀 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작품마다 이렇게 기복이 큰 연기자인 줄 몰랐다. 사람들은 김민희의 재발견이라고 하던데, 김민희는 <굿바이 솔로>에서 이미 재발견되지 않았나? 적어도 나는 전도연보다 김민희다. 평범한 표정도 낯설게 만들어주는 그녀의 눈썹과 욕심 바글바글한 눈빛이 좋다. 언제고 일 한번 크게 치겠다는 야물딱진 눈빛. 연출이 100%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상업영화 틀 안에서 움직일 수 있는 폭이 그리 크지 않았을 테고 원작을 각색하는 과정에서 감독의 고민이 많았으리라 짐작한다. EBS <시네마천국>에서 김태용, 이해영, 변영주 감독이 수다 떨던 시절이 그립다. 이제 변영주 감독까지 세 감독 모두 천신만고 끝에 차기작을 내놓았는데, 셋 중에서 가장 좋은 결과물을 낸 사람이 변영주 감독인 듯해서 무척 기쁘다. 조금 성에 안 차도 난 그녀를 늘 응원해주고 싶다. 다만, 이선균 어쩔ㅠㅠㅠㅠㅠㅠ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잖아, 당신!


2. 러브픽션


여자의 겨드랑이 털이 그렇게도 기이하고, 남성의 판타지를 방해하는 몹쓸 것인가? 한 번의 농담 정도라면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타르코프스키 영화의 주제가 구원과 희생이라면, 이 영화의 주제는 겨드랑이 털이다. 난 여름에 민소매 입을 때 말고는 그 털을 밀어야 한다는 생각조차 안 하고 사는데? 겨드랑이 털 무성해도 남친은 잘만 덤벼들던데? 여름에도 털 미는 게 귀찮기도 하고 그렇게까지 해야 한다는 게 어쩐지 밸 꼴려서 되도록 민소매를 안 입으려고 한다. 섹시는 어처구니없는 불편을 동반하고, 자연인 여성의 몸에 수많은 인공을 요구한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관능을 지니고 있지만, 섹시는 일부 여자들(이를테면, 차가운 도시 여자?)을 위한 것인 듯하다. 하정우가 분한 구주월이 겨드랑이 털을 가지고 끊임없이 법석을 떠는 게 우스꽝스럽고 이상했다. 발랄하고 재치 넘치는 영화라는 건 어느 정도 인정하겠는데, 거슬리는 부분이 너무나 많았다. 구주월은 연애 한 번 제대로 못한 남자라기엔 너무나 능숙하고 자신만만했고, D님 말마따나 눈을 씻고 봐도 채식주의자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채식주의자의 전형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말로만 채식주의라고 할 뿐 채식인에게 일반적인 습관이나 행태는 영화 속에서 전혀 그려지지 않았다. 영화 속 영화도 겉도는 느낌이어서, 분량 채우려고 집어넣었거나 상상력의 고갈을 숨기려는 장치로 보일 정도였다. 튀는 건 어렵지 않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들을 그냥 붙여 놓기만 해도, 가령 트랜스젠더 채식인과 복장도착 성향을 지닌 육고기 마니아의 멜로를 그린다 쳐도 일단 튀기는 튄다. 그러나 고민의 흔적이 별로 엿보이지 않는 게으른 도식 파괴가, 우리 삶 곳곳에 묻혀 있는 작은 진실을 드러내주는 건 아닌 듯하다.


3. 다윈


언제나 관건은 상상력이다. 그 어떤 예술가보다도 아름다운 상상력의 극치를 보여주는 과학자가 있다. 찰스 다윈. <<달팽이 안단테>>는 수많은 미덕이 있는 책이지만, 나는 다윈에 관한 일화 여러 개를 건진 것이 무엇보다 즐거웠다. 다윈은 박물학자인 윌리엄 폭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토로한다. “(육상 연체동물이) 바다에 있는 섬들까지... 분포하게 만든 수송수단이 무엇인지를 두고... 이렇게 나를 골치 아프게 하고 의혹과 곤경에 빠뜨린 대상은 지금까지 아무것도 없어요. 육상 연체동물은 정말 나를 미치게 만드는군요.”


육상 달팽이가 공룡이나 코끼리, 사자, 치타 같은 덩치 큰 동물을 타고 먼 거리를 이동했으리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사실이다. 문제는 바다다. 육상 달팽이가 바다 건너 먼 대륙까지 전 세계적으로 분포할 수 있었던 수수께끼를 풀지 못해서, 다윈은 초조해하고 괴로워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겨울잠을 자는 달팽이 한 마리가 혹시 “바다의 넓은 만을 가로질러 떠도는 통나무의 갈라진 틈에 들어가 표류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과학자답게 실험을 한다. 그는 용기에 바닷물을 채우고 그 안에 겨울잠을 자고 있는 산 달팽이들을 넣었다. 그리고 20일 동안 바닷물에 들어 있던 달팽이가 나중에 산 채로 다시 발견되었다. 20일은 “평균 속도로 흐르는 해류가 그 달팽이 껍데기를 지리적으로 1000킬로미터쯤 떨어진 곳까지 운반해갔을 수도 있”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설명이 가능해지자 다윈은 크게 안도하면서 조지프 후커에게 편지를 썼다. “이제 내 등을 짓누르던 1000파운드나 나가는 무거운 짐을 벗어버린 것 같은 기분입니다.” 그러나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육상 달팽이들이 대개 그런 식으로 옮겨졌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새들이 옮겼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결론지었다.


물론 다윈이 처음부터 새를 떠올리지 못한 게 조금 의아하긴 하지만, 그거야 남이 다 해놓은 거 보고 뒷말이나 하는 사람들 이야기고, 당시 다윈은 얼마나 화딱지 나고 당황스러웠을까? 통나무 틈에 들어가 표류했던 달팽이를 상상하고, 결국은 녀석들이 새의 몸을 빌려 먼 바다의 섬까지 이동했다는 사실을 알아낸, 다윈의 성실하고 근면한 상상력을 존경한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상상력도 성실과 근면의 소산이라고 나는 믿는다. 뮤즈? 그건 게으르고 성욕 뻗치는 남자들이 생각해낸 변명거리 아닌가? 상상력은 기괴하고 어울리지 않는 것들을 한데 붙여 놓는 이상한 중매 사업이 아니다. 누구도 생각해내지 못한 것을 가장 그럴 듯하게 설명할 줄 아는 능력이 진짜 상상력이 아닐까. 스스로 그러한 자연처럼, 그렇게 자연스럽게.


4. 달팽이 안단테


“병 때문에 언제나 죽음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지만 나는 그동안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이 나 자신의 생존이나 내가 속한 종의 생존문제가 아니라 생명 자체가 진화를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임을 깨달았다.”


왜 언제나 진실은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 발견되는 것일까. 모든 불행이 나를 찾아오는 것만 같고 내게 주어진 인생이 한없이 억울하고 부당하게 느껴질 때, 바로 저 말을 기억하고 싶다. 이 세상과 우주는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고, 나라는 한 개체를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저 나는 내 몫으로 떨어진 이 삶을 묵묵히 살아나갈 뿐. 그 과정에서 내가 상처를 받고 병에 걸리고 결국 죽어버린다 해도, 이 세상이 눈 하나 깜짝 할 일은 아니다. 그저 나는 무한한 생명의 진화 과정에 한 몫을 다하고 사라진 것일 뿐.


저자는 어느 늦은 겨울밤, 일기에 이렇게 썼다.


“하늘의 별들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보고 잠자리에 든다. 나만의 속도로 할 수 있는 많은 것들. 달팽이를 절대로 잊어서는 안 돼. 녀석을 언제고 마음속에 담아둘 테야.”


나도 그럴래. 달팽이를 절대 잊지 말아야지. 달팽이처럼 겸손하고 명랑하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천천히 느긋하게.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걸 잊지 말자.






 
 
치니 2012-03-15 13:26   댓글달기 | URL
1.2번 완전 대공감! 역시, 역시에요, 꽃양배추 님은! :)
<달팽이 안단테>는 꼭 봐야겠어요, 당고 님도 그랬고, 정말 안 읽으면 후회할 책인 듯.
(러브픽션은 1시간 보다가 뛰쳐나와서 영화 속 영화인지 뭔지는 안 봐서 다행. -_-;)

꽃양배추 2012-03-15 19:13   URL
ㅋㅋ 전 아무리 맘에 안 들어도 웬만하면 뛰쳐나오지는 않는데.
사실 아주 맘에 안 든 것도 아니었어요.
공효진 캐릭터는 아주 솔직하고 당차서 좋더라구요.
전형적인 미인이 아닌 여성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거, 그거 바라보기만 해도 아주 뿌듯하잖아요.
왠지 내게도 희망이 좀 있을 것 같고.^^
물론 공효진 몸매를 보면, 희망 따위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꼬랑지를 내리지만.

달팽이 안단테는 치니님도 괜찮게 느끼실 것 같아요.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어쩐지 앙드레 고르의 D에게 보낸 편지도 떠오르고 그랬어요.


2012-03-15 13:34   댓글달기 |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15 1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15 19: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꽃양배추 2012-03-15 20:37   URL
ㅋㅋㅋ 지금 봤어요.
오랜 만에 두 분 만담 보니까, 너무 즐거워요!!!
김태용 감독님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이해영 감독님 해맑은 마스크 여전하시고,
변 감독님 또랑또랑한 목소리도 무척 반가웠어요.
ㅎㅎㅎ 잘 봤어요.^-^

다락방 2012-03-15 13:50   댓글달기 | URL
2번에 대해 저도 한마디 덧붙이자면, 하정우가 분한 구주월이 겨드랑이털에 법썩을 떠는게 이상한게 아니라, 이 세상 대부분 남자들이 다 그렇듯 법썩을 떨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여자들은 털을 미는거구요. 이건 어느게 먼저인지 모르겠어요. 여자들 대부분이 털을 밀어버리고 그래서 남자들이 털 있는 여자를 이상하게 보는건지도. 뭔가 먼저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다수의 여성은 털을 밀고 다수의 남성은 여자의 겨드랑이 털을 내츄럴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고 사실인거죠. 그건 그 영화가 이상한게 아니라 실제로 이상한 남자를 보여주는 거였어요. 러브픽션이 그래서 많은 장면에서 현실적으로 제눈에는 보였구요. 하정우가 채식주의자 처럼 보이지 않는건 그 누구도 어쩔수 없는 일.

달팽이 안단테는 아웃오브안중이었던 책인데 당고님이 말씀해주셔서 오오오오 이게 그런책이야? 했었거든요. 그런데 여기서 또 꽃양배추님이..............하아- 호감인들이 책 얘기를 하는 것은 얼마나 힘이 센가요!

꽃양배추 2012-03-15 20:22   URL
많은 남자들이 겨드랑이 털을 환영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어요.
그런데 그걸 하나의 에피소드나 농담으로 활용하지 않고,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테마처럼 사용해버리니까 영화가 많이 한심해지더라구요.
좀더 괜찮은 영화가 될 수 있었는데 말이죠.
첫 섹스에서 구주월이 겨드랑이 털을 보고 완전 충격 먹었을 때, 아주 귀엽고 능수능란하게 상황을 타개하잖아요.
저도 그 장면에서 웃었고, 다른 관객들도 많이 웃더라고요.
전 겨드랑이 털 얘기는 거기서 끝나는 줄 알았는데, 영화 끝날 때까지 끊임없이 그거 가지고 법석을 떨더라고요.
그게 좀 지겨웠어요.
그리고 여자들 대부분이 털을 밀어버린다는 것에 대해서는,
글쎄요, 무슨 통계치를 본 것도 아니라서 단언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어떤 범주에 속하는 여성들은 대부분(혹은 상당수가) 제모를 할 것 같아요.
나이가 어릴수록, 직장인일수록, 도시 여성일수록 그럴 가능성이 클 것 같은데, 그 범주에 속하는 여성이라고 해도 대부분이 제모를 하는 건 아니지 않을까요.
정기적으로 섹스하는 파트너가 있거나 부정기적으로라도 섹스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여성이 제모에 대한 관심과 충실도가 높을 것 같거든요.
직장생활할 때 우연히 알게 된 일인데,
주위 동료들이 겨드랑이 털은 말할 것도 없고, 비키니 라인까지 꼬박꼬박 제모를 한다는 거예요.
정기적인 파트너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저 완전 충격 먹었어요.
언제 있을지도 모르는 섹스 기회를 위해서 그 귀찮고 따가운 고역을 자초하다니.
공효진 캐릭터는 적극적으로 섹스를 하는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겨드랑이 털을 포함 자기 몸에 대해서 아무 거리낌이 없는 게 좋았어요.
어쩌면 감독은 단지 겨드랑이 털뿐만이 아니라 다른 털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었을지 모르겠는데, 그렇게 진보적인 여성을 주인공으로 설정해놓은 반면 다른 부분들에서는 깜짝 놀랄 만큼 클리셰가 많더라고요.
많이 웃고 나오긴 했는데, 아쉬운 점이 많은 영화였어요.


ㅎㅎ 저도 그래요.
전혀 관심 없다가 서재 이웃들이 언급하면 금세 귀가 팔랑팔랑~~
실패할 때도 많지만, 그래도 몰랐으면 억울할 뻔한 책을 만날 때도 적지 않아서 기꺼운 마음으로 팔랑귀가 되곤 합니다. :)

네꼬 2012-03-17 13:52   URL
비키니 라인이 뭐예요? 응? 나만 몰라요?

꽃양배추 2012-03-18 21:15   URL
어머, 유부녀 네꼬 씨. 알면서. - -+

레와 2012-03-15 16:45   댓글달기 | URL
뜬금없이, 여동생이 그린 달팽이 그림을 꼭 훔쳐와야겠단 생각을 합니다.

꽃양배추 2012-03-15 20:02   URL
어머, 그 그림 몹시 궁금한데요.
동물 이름은 생김새에서 따오는 경우가 많은데
달팽이도 달과 팽이처럼 생겼다고 지어진 이름이래요.
듣고 보니 넘 예쁘고 귀엽더라고요.
저는 한번도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어떤 달팽이의 이빨(정확하게는 치설)은 2000개가 넘는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누군가에 대해 많이 알수록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면 이해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저, 달팽이를 조금 사랑하게 된 것 같아요. :)



프레이야 2012-03-15 17:27   댓글달기 | URL
달팽이안단테는 저도 호감으로 읽은 책이에요.
달팽이처럼 저도 그렇게 살고 싶어요.ㅠ 꽃양배추님.

러브픽션의 겨털, 전 사실 밀 필요가 없어요. 그게 없거든요.
민소매 맘대로 입을 수 있지만 지금은 팔뚝살이 불어난 통에 자제할 뿐이구요.ㅎㅎ 겨털에 대한 영화,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 구주월의 너스레는 참ㅋ
전 공효진이 참 맘에 들어요.
하정우보다 더 남자냄새 나는 사람도 채식주의자 봤어요. 그래서 그건..^^
방울방울해는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서 마쉬멜로해로 나와지요.

이선균.. 격하게 공감해요, 꽃양배추님.
저도 <파주>에서 참 좋게 봤거든요. 잘 어울렸구요.
'화차'에선 그게 뭐래요? ㅠㅠ
그렇게 안 할 수도 있었을텐데 말에요. 속상했어요.

꽃양배추 2012-03-15 21:24   URL
동물이나 자연에 대한 책을 읽으면 인간만큼 가련하게 살아가는 종이 없는 것 같아요.
암만 지능이 높고 재주가 많으면 뭘 해요.
그 지능과 재주로 환경 파괴나 하고, 전쟁 일으켜서 사람이나 죽이고..
전 정말이지 인간으로 살아가는 거, 너무 피곤합니다.
달팽이처럼 나무 밑동에 돋아난 버섯이나 뜯어먹으면서 쉬엄쉬엄 살고 싶어요.ㅠㅠㅠ

구주월 너스레는 하정우 아니면 소화하기 힘들었을 것 같더라구요.
방울방울해를 비롯하여, 빛나는 대사들도 많았지요.
하정우 외모나 분위기가 채식주의자랑 어울리지 않는다기보다도..
정성스럽고 디테일한 묘사 하나 없이 다짜고짜 남자는 채식주의자, 여자는 육식주의자, 그렇게 튀게 설정해놓고서 자, FIGHT! 하는 느낌이었어요.
공효진 캐릭터의 자유분방함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묘사가 충분했던 것 같거든요. (이상한 똥 이야기 하는 장면도 그렇고요.^^)
채식주의자 하정우에 대해서도 그런 식으로 조금만 더 성의 있게 묘사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어요.

이선균에 대해서 공감해 주시는군요.ㅠㅠㅠㅠㅠ
저도 정말 속상했어요. 엉엉엉
<파주>에서 얼마나 좋았다고요.
생각해 보니, <밀양>에서 거치적거리지 않고 옆에서 조용히 전도연을 빛나게 해주었던 송강호의 내공이 엄청난 거였구나.. 새삼 깨닫게 되었어요.



moonnight 2012-03-16 13:57   댓글달기 | URL
와, 저도 달팽이 안단테 꼭 읽어볼래요. 달팽이처럼 겸손하고 명랑하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천천히 느긋하게. 라니요. 너무 멋진 말씀이잖아욧. (일기장에 적는다;;)

화차는 아직 못 봤어요. 잘 찍었다고 그러던데(미미여사님께서도 덕담을 해주시고 +_+) 왠지, 좀 망설여져서요. 저는 그러고보니 이선균씨 나온 드라마나 영화를 본 게 없네요. -_-

러브픽션은 재미있게 봤는데, 저는 공효진씨 몸매에 홀딱 반하기도 하고 끝없는 절망에 빠져들기도 -_- 그것이 인간의 몸이란 말입니까. ㅠ_ㅠ 겨드랑이 털은... 뭘 저걸 가지고 저렇게 주구장창 우려먹나 하는 느낌이었어요. 털이 좀 수북하긴 하더라만은 -_-;;; 저는 민소매 옷을 입지 않고 원래 털이 별로 없는 편이라 제모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 있는데(그래도 여름에 겨드랑이 부분은 가끔 한 번씩 밀어주긴 하지만;;) 진짜, 요즘 아가씨들은 비키니라인도 제모를 하는 것입니까? +_+ 저는 그런 건 섹스앤더시티에나 나오는 얘긴줄 알았어요. ;;;

꽃양배추 2012-03-16 17:26   URL
달팽이가 호기심이 많다네요.
새로운 환경에 놓이면, 주변을 샅샅이(물론 느리게) 조사하면서 탐구한대요.
남들한테 느리다고 구박 받으면서도 저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녀석들이, 왠지 명랑하게 느껴졌어요.ㅎㅎ

화차, 저는 괜찮았어요.
달밤님께서 망설여지시는 이유가 뭘까..
영화 보면서 이 사회가 좀 무서워지기는 하더라구요.
'신용'이라는 게 원래 의미인 '믿음'과는 너무 동떨어진 게 되어버렸잖아요.
그저 돈을 빌릴 수 있는 능력 또는 수단을 말할 뿐이죠, 요즘에는..

저도 러브픽션 재미있게 보고 나서, 이렇게 툴툴거려 보았습니다..-.-
로맨틱 코미디는 대개 여성을 위한 장르인 것 같은데,
그렇게 줄기차게 남성적 판타지를 밀고 나간 게 용감하기도 하고 좀 어처구니 없기도 하고 그랬어요.

저도요, 저도!
섹스 앤 더 시티에나 나오는 얘긴 줄 알았다니까요.
문화 충격이었어요. -,.-
누구를 위한 제모인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2012-03-17 13:46   댓글달기 |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18 2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19 1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19 1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19 1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20 09: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12-03-17 13:53   댓글달기 | URL
달팽이 미끌거리고 별로 내 스타일은 아닌데... (하면서 책을 담는다..)

꽃양배추 2012-03-18 21:23   URL
ㅎㅎ 네꼬 님 스타일은 뭐예요? 고양이?
고양이 좋아하는 사람 중에 네꼬 님 같은 순둥이는 처음 봐요.
전 액션이 작은 아이들이 좋아요. 기왕이면 동물보다 식물.
고양이, 개... 이런 애들은 좀 무섭;;;;;
아, 근데 변영주 감독도 동물을 무서워한다네요.ㅋㅋ
암턴 재미있으셔.


네꼬 2012-03-19 10:46   URL
나 순둥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비키니 라인이 뭐냐니까!!


* 난 사실 개 좋아함. 비글 같은 망나니 개.

꽃양배추 2012-03-19 11:16   URL
순둥이라고 하면 어쩐지 버럭할 것 같았어요.ㅎㅎ (사악한 웃음을 짓는다.)
비키니 라인이 뭐긴요. 뻔하죠.
비키니 빤스 주변에 삐져나오는 털들, 그거 안 보이게 제모한다는 이야기죠, 뭐.
네꼬 씨도 호, 혹시...?



네꼬 2012-03-19 13:35   URL
아하. (꺅! 야해) 난 비밀 (꺅.)

chaire 2012-03-19 01:02   댓글달기 | URL
에이 웬만하면 달팽이 안단테 정도는 링크해주지 그러셨어요.
그 책이 하도 궁금해서-그러나 현재 열린 이 서재를 닫고 싶지는 않으니-다시 옆에 창 하나 더 열고 검색하고 찾고 들어가고.... 그랬거든요. 뭐, 물론, 이런 불친절함도 배추 님과 이 방의 매력이지만.
오늘도 역시 잼나게 읽었습니다. 읽고 나면 (내가 쓴 글도 아닌데) 괜히 뿌듯함이 솟아요.
이건 뭘까요. 음. 아마, 이런 지구인이 있어서 다행이야. 안심이 돼, 뭐, 이런 심정? ㅋㅋ

변영주 감독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전, '화차'가 변 감독의 영화라서 혼자 속으로 놀랐어요.
변 감독이 미미 여사의 화차를 영화로 만들었다는 게 뭔가 좀 이상하달까... 그랬다는..
저도 김민희 좋아요. 물론 이선균도 좋고. 게다가 조성하 아저씨도 나오지 않던가? 찜은 해뒀지만, 극장 가서 보게 될지는 미지수. 혼자 가서 볼 만한 영화일 거 같진 않아서요.

러브픽션은 예고편을 보는데, 전 두 남녀의 조합이 디게 어색하게 느껴졌더랬어요.
천연덕스런 연기 같기는 한데, 두 남녀의 러브라인이랄까, 러브의 구조랄까 하는 게 부자연스럽게 느껴져서, 에이 저 영환 글쎄... 했는데... 하정우와 채식남이라니, 것도 참 이상하다 싶었고.. 역시. ㅋㅋ

그러나 무엇보다도, 성실하고 근면한 상상력에 관해 동감이에요.
엉뚱하기는 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고 저도 자주 생각합니다.
상상하지 못하는 저를 보면서 말이죠.








꽃양배추 2012-03-19 11:35   URL
ㅋㅋ 불친절해서 죄송함다.
사실 저는 친절(?)한 사람인데.ㅎㅎ
다만 일상에서, 인생에서 불편함을 추구하기는 해요.
요즘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그런 시트콤이 있다던데,
그 식으로 말하자면, '관심 있는 자, 찾으라' 뭐 그런 배짱인 셈이에요.
반대로, 관심 없으시면 그냥 흘려 듣고 말아주시라는 뜻이기도 하공.

변 감독 인터뷰 보니까,
<낮은 목소리>로 많은 사람들 뇌리에 박혀버린 대외적인 이미지하고는 좀 많이 다른 사람 같더라고요.
상업적인 장르 영화에도 관심이 많으신 듯하고.
무엇보다 유쾌하고 긍정적인 분 같아요.

엉뚱하기는 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전 왜 카이레님처럼 간결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걸까요! (털썩)
전부터 생각했던 건데 감히 한 말씀 드리자면,
카이레님은 상상보다는 분석하는 능력이 뛰어나 보이세요.
상상이 현실 너머를 보는 거라면, 분석은 일단 현실에 발을 딛고서 관찰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걸 텐데.. 어쩌면 시와 소설의 차이랑 비슷할 거 같기도 하고.
근데 냉철한 분석의 결과가 카이레님만의 서정적인 언어로 표현되는 게, 저는 몸서리치게 매력적으로 느껴져요.♡

(아, 오늘도 저돌적인 빠순이 근성을 드러내고 말았군요..ㅎㅎ)

2012-03-19 22:14   댓글달기 |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20 1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26 11:03   댓글달기 |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26 1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31 13:49   댓글달기 |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01 1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04 10:59   댓글달기 |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04 2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 책에는 온갖 물이 넘쳐흐른다. 비만 왔다 하면 잠결에도 ‘찰랑찰랑’ 소리가 들릴 정도로 경쾌하게(!) 역류해 들어오는 하수도 구정물, 살아 있음에 지긋지긋해하면서도 살아 있는 것이라면 길고양이 한 마리만 봐도 비어져나오는 눈물, 악으로 깡으로 살아내겠다고 버둥대느라 흘린 줄도 모르고 흘려버린 핏물...... 오열하고 출혈하며 써내려갔을 그녀의 마음이 느껴져서 한 문장 한 문장이 예사롭지 않았다. 장맛비에 떠내려가는 가재도구를 구해내는 심정으로, 핏물과 눈물과 생의 오물이 뒤섞인 강물에 둥둥 뜬 단어들을 하나하나 건져가며 읽었다. 그녀도 울고 나도 울고, 젊음이 울고 가난이 울고. 지극히 사실적이되 건조하지 않다. 관찰자의 눈으로 본 르포가 아니라 체험의 문학이다. 구질구질한 가난을 소재로 하였지만, 척박하지 않고 따뜻하다. 그녀는 참 예쁘다. 겉만 보면 세 보이고 싸늘해 보이고, 특히 연애에선 항상 얼음공주처럼 갑질만 해왔을 것처럼 생겼다. 그러나 그녀가 시크하게 한 번 씨발, 이라고 내뱉는 말 속에 배어 있는 슬픔은 얼마나 깊고 깊은지. 그렇게 깊은 슬픔이 쌓여왔을 세월을 생각하니, 너무 아득하고 막막해서 가슴이 저미는 것 같았다. 인간으로 존엄을 지키면서 목숨을 부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씁쓸하고 쪽팔리고 치사한 일이더냐.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걸 모른다. 그들은 겉으로 나오는 ‘씨발’ 소리밖에 듣지 못한다. 가난한 년이 무슨 하이힐에 원피스냐, 아직 배가 덜 고팠구나. 그게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이다.


얼마 전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란 긴 이름으로 활동하던 이름 없는 가수가 세상을 떠났다. 나는 그를 좋아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달빛요정이 떠올랐고, 오랜 만에 그를 다시 들었다. 다시 들어도 역시 좋았다. “입금하라”라고 외치는 힘찬 목소리. 그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서글펐다. 김현진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글 나부랭이나 쓰고 현학적인 말을 주절대는 것보다 “입금”이 최선의 동지애라고 생각해서 기륭전자 투쟁에 참여하게 됐다는, 대충 그런 요지의 이야기. 그녀가 단식투쟁할 때 살 빼고 싶은 김에 쇼하는 거라고 빈정대던 된장녀들도 여럿 보았다. 그녀에겐 팬 못지않게 적도 많아 보인다. 적들이여, 제발 이 책 사서 읽지 말아라. 내가 저자라도 그런 드러운 돈 안 바란다. 자기들 한 끼 식사값도 안 되는 돈 주고 책 한 권 샀다는 이유로, 마치 글쓴이의 인격까지 짓밟아도 되는 권리를 얻은 양 함부로 주둥아리를 놀리는 인간들. 내 귀중한 돈을 주고 니 책을 사줬으니까, 넌 내가 무슨 말을 하든지 다 감지덕지 받아 처먹어야 해. 손님은 왕이 아니고 소비는 천부인권이 아니다. 손님의 반대편에는 접대하는 사람이 있으며, 소비자의 반대편에는 생산자가 있다. 그러나 화폐는 그 단순한 사실을 망각하게 만든다. 화폐가 교환가치를 지니고 있다 해서, 화폐를 매개로 하는 모든 거래가 등식인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거래는 부등식이다. 우리는 천 원 한 장 주고 티셔츠를 사지만, 그 티셔츠를 생산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비용이 천 원밖에 안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보이지 않는 대가를 더 많이 치르고 있는데도, 교환수단으로 돈 천 원을 치렀으니 그저 천 원을 기준으로만 생각하는 것이다. 즉 천 원짜리 생각밖에 하지 못한다. 화폐를 가진 사람은 투명망토를 입고 남의 땅에 오줌을 싸지르듯이, 남의 마음에 사악한 말을 잘도 싸지른다. 그 말들에서 얼마나 지독한 지린내가 나는 줄도 모르고.


다시 달빛요정 이야기로 돌아가면, 누군가는 그의 줄기찬 자학이 지겹더라고도 했다. 솔직히 나는 그 말이 야속했다. 자학의 미학을 알려야 알 수 없는 건들건들한 팔자가 좀 부럽기도 했고. 아니 실은, 자학이란 말 자체에 동의하지 않았다. 나는 그가 “나는 개”라고 부르짖거나 “나는 무겁고 안 예쁘니까 뭘 해도 마찬가지”라고 뇌까릴 때도, “라면만 먹고는 못 살아 든든해야 노랠하지”라며 고기반찬 먹고 싶다고 거의 발광(!)을 할 때도 한 번도 그걸 자학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사심 없이 유쾌하게 웃었고 웃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그는 본인이 처한 삶의 조건에서, 자기 삶의 꼴을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노래했을 뿐이다. 있는 그대로의 꼴을 보여줬을 뿐인데 꼬라지나 꼬락서니라고 비하해서 듣는 건 듣는 사람의 시각이지, 그가 바란 바는 아니었을 것이다. 나는 그가 수도 없이 절망하고 절룩거렸을지언정 자학의 포즈를 취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언제나 유머를 잃지 않았으니까. 그는 자학의 습관이 아니라, 해학의 재능이 있는 뮤지션이었다.


김현진에게서도 그런 해학의 재능이 느껴진다. 유서 깊은 흥부의 사례에서 보듯이 가난이란 게 본디 해학이 발아하기 쉬운 온상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녀의 재능은 특별해 보인다. 진짜 구르고 자빠져본 사람만이 구사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유머. 진실의 장점은 기억하기 쉽다는 것뿐 아니라, 가장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가장 아름답지는 않을지 몰라도. <드링킹>도 열광하면서 읽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자주 캐롤라인 냅이 연상되었다. 화려한(?) 알코올 편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자란 강북의 과거를 담담히 회고하는 문체 속에서 저널리스트적인 균형감각이 얼핏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마르그리트 뒤라스처럼 자기 삶을 갈아마셔서라도 진실된 글을 써내고야 말겠다는 활활 불타는 문학적 의지도 엿보였다. 언젠가 소설을 쓰고 싶다던데, 아마 소설가로서도 근사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밑줄 긋고 싶은 부분이 굉장히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나랑 아주 많이 닮은 것 같아서 격하게 공감했던 부분을 옮겨볼까 한다. 아주 많이 따뜻하고 눈물 나게 선한 이야기.



-책 속에서 P.175-178

그 침대야말로, 조촐하다 못해 누추한 집을 반짝거리는 신혼살림답게 해주는 유일한 물건이었다. 다른 데 쓸 돈은 없더라도 종일 거친 하루에 지친 몸을 꼭 껴안고 잠들 때의 세간만은 신경 쓰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역력한, 그런 반질반질한 침대였다. (중략) 침대가 반질반질한 만큼 이불도 새것 티가 나게 고왔다. 침대에서 문 사이의 그 좁다란 공간에 침대와 이불처럼 반질반질하고 고운 얼굴을 한 신혼부부가 무릎을 웅크린 채 나란히 앉아 있었다. 얼굴들은 하도 이불처럼 새것 티가 나게 반질반질 고와서, 게다가 어떤 사람들만이 풍길 수 있는 정결함 때문에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신혼부부구나, 하고 눈치 챌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세상에 맙소사. 내 친구는 그 고운 침대 위의 고운 이불 위에 사지를 뻗고 콜콜 잠들어 있었다. 무릎을 안고 나란히 그 좁다란 틈에 앉아 있던 고운 부부는 우리를 보자 반가운 얼굴로 얼른 일어났다. 나는 술은 완전히 깼지만 우리에게서 풍기는 막걸리 냄새가 몹시 부끄러웠다. 할 수 있다면 그 자리에서 까무러치고 싶었지만 몸이 그렇게 편리하게 굴어줄 리 없고 생각 같아서는 엎드려 빌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더 주정뱅이로 보일 게 뻔해서 그저 허리만 깊이깊이 숙였다. (중략)

이렇게 친구들이 데리러 와서 정말 다행이라고 웃는 새댁의 얼굴은 말갛고 곱고 눈부셨다. 그리 덩치가 크지 않은 신랑은 어떻게 평소보다 몇 배 무겁기 마련인 술 취한 사람을 업고 예까지 왔는지 장군처럼 늠름해 보였다. (중략)

아침에 깨어난 친구에게 네가 어제 정결한 신혼살림을 침탈한 것을 아느냐며 당장 구멍가게로 달려가 주스라도 한 통 사가지고 석고대죄한 후 감사의 뜻을 표하지 못하겠느냐, 그 귀인들이 아니었다면 너는 지금쯤 윤간 후 토막이 나 매봉산 어느 자락에 버려져 있을지 모를 일이다 기타 등등 각종 호통을 쳤지만 친구는 머리를 감싼 채 아악, 하고 소리를 지르며 차마 부끄러워서 못 가겠다고 했다. 하긴 나라도 그 정결한 침대를 생각하면 도저히 가서 감사할 용기가 날 것 같지 않았다. 그렇게 정결한 침상을 낯모르는 주정뱅이 아가씨에게 선뜻 내주는 이렇게나 정다운 이웃이 있을 수가. 그렇게 남에게 침대를 내주고 침대와 방문 사이의 조그마한 틈새에 나란히 앉아 있던 네 개의 다정한 무릎을 떠올릴 때마다 복 받으실 거예요, 잘 사세요, 하고 간절히 빌었다. (중략)

막걸리 냄새 풀풀 풍기는 우리가 그 친구를 떠메고 사라진 다음에는 참 다행이라고 웃다가, 황당한 일도 있다고 다시 한 번 웃다가, 서로 오늘 고생했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가 곱고 정결한 이불 잘 펴고 그 침대에 누워 꼭 껴안고 다정하게 잠이 들었을 것이다. 그 집 앞을 지날 때면, 남자 잘 만나 어떤 호화로운 대접 받고 사는 여자보다 자그마한 살림이라도 반질반질한 침대와 말간 얼굴 가진 남자와 정답게 사는 그녀가 부러워서, 그래서 더 외로워져 목 메일 때도 있었고, 그러면 하는 수 없이 막걸리로 씻어 내렸다. 그런 정결함은 아직 나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이었고 앞으로도 기약 없다. 그저, 부디 그들이 그 침대가 떵떵거리며 제 자리 찾아 위용을 자랑할 수 있는 몇 십 평짜리 넓은 집에서 잘 살기를. 레미안이니 브라운스톤이니 이런 데 가서 여봐란 듯이 살라고 세속적으로까지 빌어주고 싶을 만큼 참 정다운 무릎을 가진 부부였다.








 
 
chaire 2012-02-21 16:32   댓글달기 | URL
거참, 말 한번 잘한다, 혀를 내두르며 읽었다는. 김현진에 대해 잘 모르는 저는(예전에 무슨무슨 발언인가 행동으로 몹시 눈에 띄는 젊은 처자였다는 정도랄까), 잘 몰라서 오해한 부분도 있었을 것 같은 저도, 왠지 그냥 무조건 반성합니다. 달빛요정에게는 자학이 아니라 해학이 있었다는 말은 정말 근사하군요. 달빛요정 들어보고 싶었는데, 뒤져봤을 때는 이미 다 품절이더라고요. 다시 파는지 살펴보러 가야겠다.^^

꽃양배추 2012-02-21 17:01   URL
인터넷에서 오며 가며 보긴 해서 대충은 아는데, 당사자도 아니고 지인도 아니니 정확한 사건 전말은 안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녀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말도 맞긴 맞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런 말 하기 조심스럽지만..(그래도 어차피 할 거면서ㅠㅠ 미안해요, 현진 씨)
매력 못지않게 결함도, 상처도 많은 사람 같거든요.
누구나 그렇듯이, 실수도 많이 했겠지요(그리고 술이 웬수겠죠).
그치만, 그녀가 쓴 글에서 어떤 진심과 감동이 분명히 느껴져요.
저야 일단 감싸주고 싶고 무조건 편들어주고 싶지만^^
백 번 양보해서, 어느 정도 과장도 있고 포즈도 있고 합리화도 있고 위악이니 위선이니, 뭐 글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있는 그런 것들도 분명 있다치더라도, 이건 진짜다 싶은 게 틀림없이 있거든요.
고종석 님이 추천사에 썼듯이, 진짜 징하게 핍진한 어떤 것.
저 역시 느꼈지만 표현하지 못했던 걸 그녀가 정확히 표현해주는 걸 보면서, 그런 감정들을 꾸며낼 순 없으리라 생각했어요.

달빛요정은 제가 정말 사랑했던 뮤지션인데..ㅠㅠㅠ
안타까워요. 그런 감성을 가진 노래는 다시 듣기 힘들 거예요.
제가 좀 빠순이긴 하지만, 그걸 제쳐 놓더라도
몇몇 곡은 아주 기발하고 가슴 뻐근한 페이소스가 있어요.
그리고 저는 그런 소박한 포크 멜로디도 좋아하는 편이고.
카이레님 맘에도 들었으면 좋겠어욤. 히.

다락방 2012-02-21 17:24   댓글달기 | URL
추천 하나는 저에요. 오늘은 그냥 이말만 적고 갈래요.

꽃양배추 2012-02-21 19:15   URL
아, 락방님!!!!
뒷말은 그쪽 서재로 가서 할게요.ㅠㅠ

마노아 2012-02-21 22:41   댓글달기 | URL
글 가득가득 사람이, 삶이 있네요. 뭉클하고 절절해요.

꽃양배추 2012-02-21 23:33   URL
책 한 권 가득, 정말로 사람이 삶이 가득해요.
좋은 산문집이에요.
문학의 정의가 꼭 픽션이어야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저는 어느 소설 못지않게 문학적인 글들이라고 느꼈어요.
마노아님도 좋아하실 듯한 책이어요.^^

레와 2012-02-22 10:27   댓글달기 | URL
참 예쁜 사람입니다.

이 책 읽어볼게요. 꽃양배추님.^^

꽃양배추 2012-02-22 19:13   URL
헤헤, 읽어보신다는 말이 왤케 반가운지.
저는 지은이와 아무 관계도 없고 길 가다 마주친 적도 없어요.
다만, 그녀가 가난 때문에 일부러 삐뚤어지거나 거칠어지지 않아도 될 만큼은
살림이 좀 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인간 김현진을 떠나서, 이 책은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해요.^^

Arch 2012-02-22 11:30   댓글달기 | URL
산문집이고, 꽃양배추님의 추천이니 읽고 싶은데 김현진이네요.

'누구의 연인도 되지 마라'를 읽고 이건 너무하잖아란 감상이 남은 저로선 망설여져요. 인터넷에서 알만한 사람들에게만 논란이 됐던 일도 좀 그렇고. 약점이 많은 만큼 매력도 많은 사람일거란 생각은 들지만 나는 (애기 아치라^^) 누군가의 약점까지 그러모아 다 사랑할 정도로 품이 넓지는 않은 것 같아요. 책소개에서 인터뷰하는 장면도 와닿지 않고...

그렇지만 물건 이야기의 요소가 살짝 가미된데다 달빛 요정의 이야기에서 자학 대신 해학을 읽어낸 꽃양배추님의 페이퍼를 보니 '나도 읽고 싶다'란 생각이 들어요. 소비자로서의 소감밖에 말하지 못할테고 어쩌면 실망할지도 모르겠지만. 대체 독자란 실망하고 좋아하고 밖에 못하는걸까란 생각도.

꽃양배추 2012-02-22 20:42   URL
앗, 글쿤요.ㅠㅠ
에세이 전문 독자 클럽 회원으로서, 누구보다 아치님께 추천하고 싶었는데.
사실 저는 김현진 칼럼 말고 책으로 읽은 건 이 책이 처음이에요.
<누구의 연인도 되지 마라>는 일단 연애 이야기라서 별로 안 땡겼고,
예전 책들은 너무 오래 전 것들이라서...
근데 이 책은 주로 지은이가 자란 동네와 공간에 대한 이야기라서, 적어도 기본은 할 것 같더라고요.
그렇게 별 기대 없이 읽었는데, 중간 넘어갈수록 참 좋았어요.

저도 남의 약점까지 사랑할 정도로 품이 넓은 사람은 절대 아니고요.
재수없어 하는 사람도 얼마나 많다고요.ㅎㅎ
근데 그녀는 저랑 많이 닮아 있어서, 가재는 게 편 심정으로 마음이 가는 것 같아요.
그녀만큼은 아니지만, 저도 20대 때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술깨나 마시면서 인생 포기하고 살았거든요.
그리고 그 약점이란 것도...
어떤 약점은 약점의 소유자인 본인도 너무 억울하게시리.. 세상이, 삶이 만들어준 약점도 분명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그런 억울함을 좀 알 것 같았어요.

이렇게 막 호감 표시했는데 막상 기회가 있어서 만나고 난 후에, 어머, 얘 뭐야? 되게 재수없네? 이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들어요.ㅎㅎ
근데 그런 거랑 상관없이 글을 참 잘 쓰더라구요.
분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어요.
저는 지은이에 대한 선입견이 거의 없는 상태로 읽어서, 감동이 느껴지면 느껴지는 그대로 흡수했어요.
감동이 먼저였고, 옹호는 그 다음이죠.
근데 지은이를 개인적으로 잘 아는 사람이나, 싸가지 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확고한 사람이 읽는다면, 제가 감동을 받은 부분에서 "쇼하고 있네"라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겠죠.
그래서 저자와 독자는 글로 소통하는 것 외에는 서로 단절되어 있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 않나.. 그런 생각도 들어요.
독자들은 글을 쓰는 자아와 사생활의 자아를 동일시하고 싶어하니까요.

Arch 2012-02-23 09:53   URL
김훈이 생각나는데요. 저는 그 분 글 중 '화장' 말고는 제대로 읽은게 없는데요. 친구가 김훈 글은 이렇다라고 한 것만 보고선 아예 읽어볼 생각도 안 했거든요. 마루야마 겐지처럼 독자가 찾아오면 쫓아내는 작가가 있는가하면 미셸 투르니에처럼 독자를 잘 대해주는 작가도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투르니에 같으면 좋겠단 생각은 들지만 저는 막 작품 좋다고 그 사람을 좋아하는 타입이 아니니 상관없을 것 같고. 좀 뻘소리죠? 독자와 작가의 관계에 대한건 두 작가의 에세이집<소설가의 각오와 외면일기>을 보고 생각했거든요.

나도 꽃양배추님처럼 김현진 글을 읽으며 즐겁고 설렜던 때가 있었어요. 다시 한번 좋아졌으면 좋겠어요. 뭐랄까, 싫고 별로란 까탈보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고 이러는게 더 벅차달까. 그게 김현진이라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꽃양배추 2012-02-23 11:18   URL
저도 투르니에 <외면일기> 좋았어요.^^
밑줄긋기도 여러 군데 해놓았던 것 같아요.

저는 김훈 소설은 일단 역사 소설이라서 맘이 안 동해요.
세상엔 읽을 책도 많고 내가 아니어도 그 분은 충분히 잘나가시니까
굳이 안 땡기는데 시작하고 싶진 않아요.
나중에 나이를 좀더 먹으면 어디 한번, 싶어질지도 모르겠지만.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고 그러는 게 벅차다는 말, 조금 알 것도 같아요.
사는 게 좀 피곤해야 말이지요.
수많은 사안들에 대해서 태도를 결정해야 한다는 건 안 그래도 사는 게 복잡한 현대인들에게 거의 고문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입장을 정리해서 누군가에게 말하거나 어딘가에 발표하는 것은 둘째치고, 그냥 태도를 결정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적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니까요.
저한테는 김어준이 약간 그래요.
그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는 게 너무 피곤할 거 같아서 아예 그의 글을 안 읽어버린다는... -.-
그리고 순정마초는 귀엽기라도 하지, 너무 하드코어 마초는... 감당 안 될 거 같아요.

Arch 2012-02-26 13:00   URL
김어준^^, 우체국 읽다보니 왠지 치아스키랑 김어준 느낌이 비슷한 것 같기도 해요. 어느 일면만 보자면.
진짜 순정마초는 좋아요. 정재형도 좋고~

꽃양배추 2012-02-27 18:57   URL
앗, 우체국이라면 찰스 부코스키요?
배수아 책에 부코스키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참 좋았어요.
우체국, 읽어봐야겠당.
아치님께 항상 양질의 도서 정보를 얻어 먹고 사는 배추입니다.ㅎㅎ
하라 켄야도 좋았어요.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거의 전무해서 그런지, 열광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저한테는 부코스키 쪽이 더 어울릴 것 같네요.

제 남친이 순정 마초랄까, 순둥이 마초랄까.. 좀 그래요.
사람이 좀 고루해서 여자는 지켜줘야 한다, 뭐 그런 의식이 강한데
그게 또 나름 순정이 있단 말이죠.
a님은 어떤 스타일이실지, 문득 궁금.^^

moonnight 2012-02-23 18:13   댓글달기 | URL
추천, 땡투 누르고 책 사러 갑니다. 저자를 모르는 일인으로서; 꽃양배추님의 글에는 읽어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있어요. 저도 마음 찡함 많이 받고 싶어요. 많이 자존심 상하고 많이 슬픈 일이 있었던 하루였어요. 책 쇼핑으로 풀어볼까 합니다. -_ㅠ;;;;;

멋진 글 감사드려요. 항상 ^^

꽃양배추 2012-02-23 22:28   URL
오늘 달밤님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는 못하지만,
그럴 때 마음이 얼마나 쪼그라들고 주변이 온통 스산하기만 한지, 저 알아요.
달밤님이 가까이 계시면 술 한 잔 사드리고 싶구먼요.ㅠㅠㅠ
대신 여기서, 원격 토닥토닥을 보낼게요.
말뿐이라 여기지 마시고, 제 마음을 느껴 주세요.
울고 싶어 근질거리는 코 한 번 팽 풀어버리고 싶으시다면..
어쩌면 이 책이 도움 될지도 몰라요.
음.. 제가 생각하기엔 정말 그럴 것 같아요. 히.

인디언소년과나비 2012-02-25 16:35   댓글달기 | URL
이런 지름신이라니!!!
알라딘은 얼마나 속상할까요?? 님이 이렇게 꽁꽁 숨어있으니,,,ㅎㅎㅎㅎㅎ
나 김현진 넘 별로 였는데 이거 뭐야 아주 쉽게 넘어가잖아,,,ㅎㅎㅎㅎㅎㅎㅎ

꽃양배추 2012-02-26 10:25   URL
너무 별로였을 정도면 읽지 않으시는 게 좋을지도 몰라요.ㅠㅠ
이 책은 좀 다를 거라 생각하지만..
사람에 대해 고정된 인상은 꽤 끈질기게 지속되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그런 인상을 갖게 된 이유도 분명히 있을 테고요.

바빠지실 거라더니, 그래도 이렇게 슬쩍 들러주시니 반가운데요. 히.
해든이 아픈 건 좀 괜찮아졌나 모르겠네요.
어린 것이 병치레 하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고. ㅉㅉ

인디언소년과나비 2012-02-27 15:44   URL
너무 별로였지만 그게 다 제 선입견, 편견 뭐 그런거에요,,,제가 그녀를 어찌 안다고,,^^;;
제 판단은 다 가소로운거지요,,,

전요,,,,꽃양배추님을 알게 되어 너무 행복해요,,,쌩뚱맞지만,,ㅋㅋㅋㅋ
님은 썩 괜찮은 분이에요!!(사실은 더 강력히 말하고 싶지만 대중을 생각해서,,ㅎㅎ)
저는 자주 못 올지라도 님의 글은 싸그리 다 읽을테네 비공개로만 하지 말아주소서.^^

2012-02-27 1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27 2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27 2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12-03-02 17:02   댓글달기 | URL
크헉. 눈물 나네. 김현진에 대한 오해가 나한테 좀 있었나 봐요. 같은 사람이 쓴 글 같지 않아요. (김현진은 배추님한테 막걸리를 사라!)

꽃양배추 2012-03-02 17:22   URL
다정한 네 개의 무릎.. 정말 눈물 나는 이야기죠?
김현진은 브랜드 이미지가 너무 딱 고정되어 있어서 손해보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런 의미에서 자기를 다 지우고 픽션을 한 번 써봤으면 좋겠어요.

츄릅~~ 찹쌀막걸리 먹고 싶네요.
(위염이라 술을 끊었더니 단어만 봐도 알코올 내음이 풍겨와요.)
그나저나 당신, 왤케 뜸해요.
쫌!!!!

moonnight 2012-03-04 00:37   댓글달기 | URL
꽃양배추님 덕분에 좋은 책 읽었어요. 가슴 뻐근한 이야기가 참 많았어요. 술에 관한 에피소드들 얘기할 때는 완전히 감정이입 ;;; 등뒤에 지퍼 열면 경상도 아저씨 들어있다. 는 대목에서는 웃으면서 울었다는 ㅠ_ㅠ

김현진 작가. 저는 오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전혀 -_-; 몰랐던 분인데, 제법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분이신가봐요. 평은 좀 갈리지만 예전의 책들도 찾아읽어볼까 해요. 저는 나름 전작주의자인지라 ^^;

감사합니다. 진짜, 김현진 작가는 꽃양배추님께 막걸리에 순대국 정도는 기본으로 사야 합니다. 근데, 위염이신가요? 어쩌나. 얼른 나으셔요. ㅠ_ㅠ

꽃양배추님의 원격토닥토닥에 힘 펄펄 차린 달밤 올림 ^^

꽃양배추 2012-03-04 11:23   URL
꺅, 고마워요, 달밤님!
즐거이 읽어주신 것, 그리고 댓글 남겨주신 것도요.
지은이도 아닌 주제에, 권한 사람 입장에서도 정말 보람차군요. 크하하
무엇보다도, 한 권의 책을 매개로 달밤님과 뭔가 통했다는 점이 기분 좋아요.
알콜에 관해서라면, 캐럴라인 냅의 <드링킹>도 참 좋아요.
우리의 친구이자 연인이자 적이자 악마이자 배신자인 알콜..ㅠㅠㅠ
그치만 달밤님과 저, 우리는 알콜이랑 친구만 하기로 해요.
혹독하게 배신당하는 건 하지 말자고요.

모처럼 늦잠 자고 일어났더니, 세상이 한결 선명하고 산뜻하게 보이네요.
달밤님도 오늘 하루, 재미나게 보내세요. ♡

moonnight 2012-03-04 22:53   URL
꺄악 -_-;

캐롤라인 냅의 드링킹.을 언급하시니 댓글을 쓰지 않을 수 없어요. ㅠ_ㅠ
저는 그 책을 '제 인생의 책'으로 명명하였사옵니다. (_ _);;;;
그러므로, 이것은 사랑의 이야기이다. 라는 작가의 말에 너무나 절절히 공감. 너무나 사랑하기에 헤어지지 않을 수 없는 지경까지 가지 않고, 평생 사랑하며 잘 지내야 할텐데 말예요. ㅠ_ㅠ;;;;;;;;;;;

저도 오늘 늦잠 실컷 자고 저녁때 잠깐 나갔다 이제 들어왔어요. 휴일 잘 보내셨어요? 새로운 월요일이에요. (한숨;) 꽃양배추님께 즐거운 한 주가 되시길 기도할께요. ^^

참참. 꽃양배추님 좋다하시는 책들 너무 좋아요. >.<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호호 ^^

꽃양배추 2012-03-05 11:01   URL
ㅋㅋㅋ 인생의 책ㅋㅋㅋㅋㅋ

그 작가, 너무나 재능 있고 아름답고 여린 영혼인데..
그렇게 일찍 세상을 뜨다니, 정말 안타까워요.
우리는 검은 머리 파 뿌리 되도록 알콜 군을 사랑하며 백년해로 합시다!!!

2012-03-21 22:19   댓글달기 |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22 1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22 1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랠프 왈도 에머슨이 한 말 중에 참 좋아하는 구절이 있다.


사람은 이모고모와 사촌들이 꼭 있어야 한다. 당근과 순무를 사야 하고 헛간과 창고가 있어야 한다. 시장에 가고 대장간에 가야 한다. 어슬렁거리고 잠을 자야 하고 좀 모자라고 바보 같아야 한다.


세상 모든 아이들이 완벽한 부모를 갖고 있지는 못하다. 세상에서 아이들을 가장 사랑해주는 사람은 대체로 그들을 낳은 부모이지만, 아이들에게 가장 큰 상처를 입히고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기는 사람도 대체로 그들을 키운 부모이다. 세상 모든 아이들이 하루 세 끼 따뜻한 밥상 앞에 앉는 ‘행운’을 누리는 것은 아니며, 그들이 하는 말에 유심히 귀 기울여주는 부모를 갖기란 완전 땡잡았다 할 만한 축복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겐 이모나 고모, 외삼촌이나 작은아버지가 필요하다. <어바웃 어 보이>에서 휴 그랜트가 마커스에게 그랬던 것처럼, 감정조절 못하고 나약하고 무능한, 그저 불완전한 인간일 뿐인 부모를 대체할 수 있는 여분의 배터리 같은, 혹은 은퇴한 비밀요원이나 변장한 천사 같은, 정신 똑바로 박힌 아줌마아저씨들이 동네 곳곳에 포진해 있어야 한다. 아이가 배를 곯으면서 동네를 배회할 때,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집에 데려가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얹어주는 아줌마. 외진 골목에서 존나 깡 센 애들한테 얻어터지고 있을 때, 쫄지 않고 다가가 호통 치는 시늉이라도 할 수 있는 아저씨. 그렇게 든든한 어른들로 울타리가 쳐진 공동체는 얼마나 푹신하고 안전할까. 언젠가 페이퍼에 쓴 적 있는 것 같지만, 나는 초등학생 때 껌을 훔친 적이 있었다. 그때 슈퍼 아줌마는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주거나 경찰을 부르지 않고, 조용히 내게 다가와 껌을 있던 자리에 돌려놓으라고 말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나는 그 말만 듣고도 엄청나게 부끄러웠으니까. 그리고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 그때 조용히 말해준 그 아줌마가 너무 고마웠고 아직까지도 고맙다.


그런데 우리 주위엔 그런 어른이 별로 없다. 알고 보면 모두 착한 사람들이겠지만, 어쨌든 그들은 모두 돈을 번다는 명목으로 하루종일 어딘가에서 분주하다. 대낮에 동네를 돌아다니는 어른이라면 대체로 이상한 사람들이다. 아니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 해가 지면 어른들이 돌아오지만, 그렇다고 그때부터 아이들 차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음날 또 하루치의 노동을 하기 위해 기운을 차리거나, 날이 선 마음을 무감각하게 만들기 위해 술을 마셔두어야 한다. 어른들의 삶도 고단하니 아이들은 그저 조용히 입 다물고 걸리적거리는 존재가 되지 않는 법을 일찍부터 배운다. 행정구역상 동네는 있으나 마을은 없고, 공동체는 무너졌다. 개인주의의 위상은 높아졌지만, 그렇다고 개인이 더 행복해진 것 같지는 않다. 우리는 모두 외롭고 누군가를 그리워하지만, 집 밖에 나가면 세상은 무섭고 생판 남들만 가득하다. 근대화, 산업화, 정보화, 세계화, 그 모든 화들이 우리에게 풍요를 주었지만, 어째 하루하루 느는 건 화뿐이고 풍요로 채운 속은 더부룩하다. 결국 우리가 나아가는 방향은 비인간화일 것이다.


사실 이 책에서 제일 좋았던 건 음악 이야기보다도, 트래비스 주변에 있는 어른들이었다. 티나지 않게 완득이를 챙겨주었던 똥주선생처럼, 그들은 트래비스가 미처 다 크기도 전에 만신창이가 되어 꼬꾸라지지 않도록 단단한 울타리를 만들어주었다. 완득이가 마음이 어지러울 땐 가짜 교회에 가서 똥주를 죽여달라고 기도를 올렸듯이, 트래비스도 두려움과 막막함이 엄습할 땐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불렀다. 둘 다 대단하진 않지만 갈 곳이 있었고, 부족하나마 마음 둘 데가 있었다. 트래비스에게 기타를 주고 기타를 칠 수 있는 공간을 준 것은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들이었다. 코 흘리는 아이에게 휴지 한 장 건네듯이, 자판기 앞에서 동전이 모자란 사람에게 100원짜리 하나 내밀듯이,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도움을 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도움은 굳이 베푸는 게 아니라 그냥 주는 것이다. 뭐 하나 도와주고 더럽게 생색내는 거. 그거 진짜 아더메치 아닌가. (영화 <하녀>에서 윤여정이 했던 대사인데, 아니꼽고 더럽고 메스껍고 치사하다의 준말이던가? 뭐 그렇다.) 아,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정말 짜증났던 것은, 트래비스네 집에 애가 다섯이라는 거. 삶이 하도 고단해 그나마 섹스가 유일한 위안이라 본의 아니게 퍼질러 낳았는지 모르겠는데, 그건 당신들 사정이고. 부모가 부모 노릇 못하면 제일 불행해지는 것은 맏딸, 맏아들이다. 아직 여물지도 않은 보송보송한 것들이 맏이로 태어난 죄로 어린 시절의 기쁨을 빼앗기고 희생을 강요당한다. 아니 희생이란 말로도 모자란다. 그건 폭력이다.


이제 트래비스는 사람들이 자기를 좋아하고 존중해줄 때 어떤 기분이 드는지 알게 되었다. 예전으로 돌아가서, 아빠의 구박을 참고 살고 싶지는 않았다.


작가는 트래비스가 집으로 돌아가고 결국 가족의 앞날이 밝아질 거라는 희망을 넌지시 비추며 무난하게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나는 트래비스가 그냥 부모 아닌 아저씨, 아줌마, 할아버지와 지내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나도 좋았으리라 생각한다. 지긋지긋한 혈연보다, 음악이나 열정으로 맺어진 사이가 때로는 더 끈끈할 수도 있다는 점을 어린 독자들에게 알려줬어도 좋았을 것 같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은, 인간다운 대접을 해주지 않는 학교나 가정에서 썩어 문드러지는 것보다는 차라리 아웃사이더로 살아가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동의하는 듯하다. 솔직히 말해서, 음악에 관한 한은 아웃사이더가 되는 게 더 유리하다. 톰 웨이츠가 부랑자 시절을 지내보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폐허가 된 도시의 음유시인 같은 목소리를 가질 수 있었을까? 방구석에서 신디사이저를 만지며 소녀시대풍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도 재주는 재주다. 하지만 적어도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겠다고 마음먹은 아티스트라면, 길바닥에서 구르고 깨지고 피 흘리면서 끝까지 가본 기억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제대로 아파보지도 않고서 어떻게 사람들 가슴에 파고들 생각을 하나. 날로 먹고 싶으면 음악 말고 멸치나 씹으라지. 지금 죽도록 아픈 아이들에게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으리란 거, 잘 안다. 그렇지만 적어도 지금의 아픔이 나중에 추억이 되고 양분이 되고 자산이 되었다는 걸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는 살아 있기 바란다. 이 누나가, 언니가 확실히 말해두는데, 일단 살아 있으면 그래도 사는 게 참말 좋구나, 싶은 순간이 가끔 찾아온단다.





 
 
Mephistopheles 2012-01-09 00:48   댓글달기 | URL
참 쉽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성취하는 요즘 세태를 보면 그려려니 하다가도 과연 언젠가 닥쳐올 시련에 견뎌낼 수 있을까 생각도 들긴 해요. 삶에 대한 면역력은 책에서도 학교에서도 얻어지는 건 아니라고 보고 싶은데 말입니다.

꽃양배추 2012-01-09 19:36   URL
좀 다른 얘기지만,
제 조카는 굉장히 겁이 많고 소심하고 마음이 여려서
나중에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나갈까.. 너무나 불안하고 걱정스러워요.
최대한 보호해주고 싶지만, 제가 보호해줄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고
또 어차피 누구도 한 사람의 인생을 영원히 보호하고 책임질 수는 없는 거잖아요.
때론 상처 받아도 결국엔 이겨낼 수 있는 그 '면역력'을 갖게 해주고 싶은데,
그러기엔 제가 너무 무능해요.ㅠㅠ

다락방 2012-01-09 01:35   댓글달기 | URL
꽃양배추님. 원래도 알고 있었지만 정말 꽃양배추님의 글솜씨는 반할만해요!!

꽃양배추 2012-01-09 19:51   URL
오, 새해가 되니 락방님께 칭찬도 듣고.. (헤벌쭉~)

어제는 락방님 서재 가서 달걀 후라이 얘기 읽으려고 했는데
크롬이 자꾸만 악성코드가 있다고 알려주는 거예요.
조금 전 이승우에 관한 글은 문제없이 읽히던데.
이승우에 관해서는 할 말이 좀 있어요. 기다리셈.^^

아참참. 글고 옮긴이의 말에 락방님 이름이 나와서
샘나서 쓰러질 뻔했어요. 빵꾸똥꾸 다락방!

마노아 2012-01-09 01:54   댓글달기 | URL
글이 어찌나 맛있게 읽히던지요. 그런 이모 같고 삼촌 같은 이웃이 되어주어야 할 텐데 말이에요. 행정구역상 동네는 있지만 마을은 없다는 말이 콱 박혀요.

꽃양배추 2012-01-09 19:49   URL
마노아님은 지금도 좋은 이웃이고 이모고 선생님이실 거라고 생각해요.
(학생들도 잘 따르는 것 같던데요.)
제가 뭐, 사람 볼 때 외모 따지는 사람은 아닙니다만,
마노아님 눈을 보면 참 선한 사람이겠구나, 싶어요.^-^



인디언소년과나비 2012-01-09 07:28   댓글달기 | URL
캬~~~~~~~웰컴백!!!
충만한 기쁨을 이 아침부터 느낄 수 있어서 기뻐요!!!
정말 글도 멋지고 사람도 멋지고!!!감사합니다.

꽃양배추 2012-01-09 19:51   URL
앗, 컴백까지는 아니고..ㅠㅠㅠ
그래서 카테고리 제목도 "어쩌다 마음 내키면"이에요.
나비님이 자꾸 <기타 보이> 포스팅을 올리셔서 갑자기 막 궁금해지잖아요.
더구나 책도 옆에 있는데!
그래서 좀 천천히 읽으려다가 허겁지겁 읽었어요.

인디언소년과나비 2012-01-10 11:02   URL
히히힛,,,그렇담 이 글을 올리신 8할은 저에게 책임이 있다는???ㅎㅎㅎ
**님,,,들었지?????ㅎㅎㅎㅎㅎㅎㅎ

꽃양배추님,,,정말 저는 그대의 글을 사랑해요~~~~~.>.<
그러니까 어쩌다 삘 받아서 자주 올릴 수도 있잖아요????ㅎㅎㅎㅎ
어쩌다 마음 내키기가 자주 될 수도 있잖아요,,,(또 반복,,ㅎㅎㅎ)
아무튼 저에게 일용할 양식을 자주 내려주세요..ㅜㅜ

꽃양배추 2012-01-10 12:24   URL
맞아요, 나비님 페이퍼 때문에 완전 삘 받았어요.ㅋ
ㅋㅋㅋㅋㅋ 일용할 양식이라니요.
그럼 글 안 올리면 나비님 다이어트에 일조하는 거로군요!
저는 해든이 얘기 많이 읽고 싶어요. *^^*




조선인 2012-01-09 08:22   댓글달기 | URL
아이참, 아더메치라는 세기의 유행어를 모르시는 분께서 어쩌면 이렇게 자식 키우는 애미 바램을 속속들이 읽고 계시는지. 그건 그만큼 님이 멋진 어른이라는 거겠죠. 참, 고맙습니다.

꽃양배추 2012-01-09 19:57   URL
아더메치가 세기의 유행어였어요? 꽥!
저는 그 감독, 누구냐, 임상수 씨가 만든 말인 줄 알고 참 유치하기도 하군...
그러면서 막 비웃었는데요.ㅋㅋ

저는 골목에서 맞는 애들 구해줄 깡은 없는 나약한 어른이고요.ㅠㅠㅠ
일단 제 주위에 매우 외로운 아이가 있기 때문에,
그 아이를 무척 신경 쓰고는 있어요.
그래 봤자 부모의 빈자리를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하지만..
마로 남매는 참 건강하고 밝아 보여서 예쁘고 부러워요. :)


인디언소년과나비 2012-01-10 11:17   URL
사실 저 때는 '아더메치유'까지 였어요,,ㅎㅎㅎㅎ

꽃양배추 2012-01-10 12:21   URL
ㅎㅎ '유'는 유치인가요?

레와 2012-01-09 09:27   댓글달기 | URL
꽃양배추님, 반했어요. *^^*

꽃양배추 2012-01-09 19:58   URL
으악, 레와님이 댓글을 달아주시고!
완전 반갑고 기뻐요. *^^*


2012-01-09 12:49   댓글달기 |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09 2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12-01-11 16:14   댓글달기 | URL
선추천 후일독.
꼬장배추님 나, 이렇게 한번 불러 봐도 돼요?

"이모!" (삼촌으로 할까?)



꽃양배추 2012-01-11 20:32   URL
네꼬씨 댓글은 항상 허를 찔러요!ㅋㅋㅋ
(삼촌은 넘 심했다. -.-)

chaire 2012-01-14 01:20   댓글달기 | URL
이야. 정말 좋군요.^^
잘 지내시죠? 해가 바뀌었네요. 올 한 해도 여기서 이렇게, 진솔한 글 맛보며 재밌게 놀게 해주실 거죠?
에머슨이 저렇게 멋진 말을 했는 줄 미처 몰랐어요.
에머슨이 세상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명언 제조자인 데는 나름 이유가 있나 보다, 하면서,
에머슨을 다시 보기로 했습니다. 하하. 실은 오늘 제가 조카에게 생긴 기쁜 일 때문에 무척기뻤거든요. 그런데 정말이지 놀랐어요. 조카에게 생긴 기쁜 일이 내게 생긴 기쁜 일로 완벽하게 받아들여지더라고요. 하도 기뻐서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올라가고 팔짝팔짝 뛰고 싶고 그러더군요. 묘한 기분이었어요. 솔직히 두 가지 생각이 들었죠. 조카도 이런데 내 자식이었으면 오죽했을까, 조카도 이러니 조카로도 충분하겠구나.

연쇄라는 말이 갖는 함의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네요.
우리를 지치게 하고 피곤하게 하는, 무엇보다도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그 구조를.

꽃양배추 2012-01-14 11:03   URL
히, 카이레님.
(반가운 마음과 웃음 표시를 애써 억누르고 있어욤.)
글게요. 책 읽다 보면 여기서 툭, 저기서 툭, 에머슨이 한 말들을 만나곤 해요.
근데 그게 겉만 기생오래비처럼 잘생긴 번지르르한 말이라기보다, 뭔가 심금을 울리는 그런 말이더라구요.

아, 그 기분 알 것 같아요.
조카에게 생긴 기쁜 일이 저에게도 기쁜 일이 되는 것.
그 기분에 놀랐다는 카이레님 마음도 완전 알 것 같아요.
저도 카이레님이 하셨다는 그 두 가지 생각, 아마 했던 적이 있을 텐데,
카이레님이 짚어주시기 전까지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 같아요.
오락가락하는 마음의 행방을 잡아내는, 카이레님의 야들야들한 촉수는 정말이지!!
조카로도 충분하겠구나... 정말 딱 제 마음이어요.

구조의 연쇄. 정말 사람 마음을 암담하게 만들지요.
어디서부터 건드려야 할지, 나는 언제부터 돌이킬 수 없이 그 톱니들에 몸이 끼어버린 것인지..
그렇지만 역시 구조라는 덮개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카이레님 말씀에도 동의해요.
다만, 그 덮개가 좀더 아늑하면 좋으련만...


인디언소년과나비 2012-01-16 22:39   URL
저는 조카가 너무 늦게 태어나서 자식을 먼저 낳았답니다,,,ㅠㅠ

꽃양배추 2012-01-17 17:30   URL
ㅎㅎ 두 분이 몇 살 때 결혼하셨을까.. 궁금해요.
남의 연애사에 관심 많음.ㅋㅋㅋ

앗, 그러고 보니 나비님이 제 애인 궁금하다고 여러 번 하셨는데...
근데 정말 말씀드릴 게 없어요.ㅠㅠㅠ
며칠 전 싸우기까지 해서 지금 감정도 별로 안 좋고. 흥!

네꼬 2012-01-16 13:27   댓글달기 | URL
이모 근데 사진 바꾸셨네요? (집착 조카)

인디언소년과나비 2012-01-16 22:39   댓글달기 | URL
이모 근데 사진 바꾸셨네요? 2(네꼬 질투 나비)

꽃양배추 2012-01-17 17:25   댓글달기 | URL
하하 이분들이...

일하면서 구글링하다가 찾은 그림인데,
너무 조그맣게 보이네요. 흠, 다시 바꿀까?

2012-01-26 01:03   댓글달기 |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16 2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14 02:19   댓글달기 |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16 2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에게 요리 철학이랄 게 있다면, 최대한 빨리 준비하고, 영양소 파괴는 최소화하고, 맛보다는 몸에 좋은 조리법을 우선으로 삼는 것이다. 나는 요리가 예술이 될 수도 있는 정교한 과정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먹는 행위가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도 두 손 두 발 들고 수긍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몇 시간씩 준비해서 몇 십 분 혹은 몇 분 만에 먹어치우는 그 허무한 메커니즘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 설령 내 자식이라도 나의 노고를 그렇게 한순간에 홀랑 無로 만들어버리는 일이 반복된다면, 나는 내 시간의 가치와 가족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서 심각한 생각을 하다가 우울증에 걸려버릴지도 모른다. 이런 나에게 자신감을 준 영원한 스승이 있으니, 바로 헬렌 니어링이다. 그녀는 요리에서 시간을 적게 들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해하는 사람이었으며, 삶이 근본적으로 허무한 속성이 있다는 점과 그와 더불어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섭식과 소화의 허무함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요리에는 최소한의 시간을 들이고 나머지 시간은 책을 읽거나 악기를 연주하거나 정원을 가꾸거나 하면서 활동적으로 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나는 그녀의 실용주의를 정말로 사랑한다.


그래서 내가 준비하는 밥상은 주로 김치류 하나, 아무 양념도 하지 않은 살짝 구운 파래김(혹은 그조차도 생략한 그냥 날김), 깻잎조림이나 멸치조림 같은 밑반찬류 하나, 가끔은 샐러드 한 접시, 그리고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새로 준비한 음식 하나. 메인은 주로 순서 관계없이 각종 야채와 양념을 때려 넣고 국을 끓이거나 혹은 각종 야채와 양념을 때려 넣고 볶는 식으로 만든다. 그게 제일 시간이 적게 들고 다양한 야채를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끓이기나 볶기보다는 찌기나 굽기가 영양소 파괴가 더 적다는 걸 알지만, 오븐이나 찜기 없이는 익히는 데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게다가 나는 급한 성격 때문에 자꾸만 뚜껑을 열어서 음식을 망친다).


그런데 오늘은 좀 별난 짓을 하였다. 물론 집에서 가져온 흙 잔뜩 묻은 우엉과 당근이 없었더라면 시작도 하지 않았을 짓이다. 나는 덜컥, 김밥 만들기에 도전해보기로 결심했다. 김밥은 그야말로 한입에 먹어치우는 핑거 푸드인 주제에, 재료 준비에 엄두가 안 나서 그동안 기피하던 음식이었다. 최근 너무 안달복달, 내핍하며 살아온 나 자신이 안쓰러웠다고나 할까. 바짝 시간을 조이고 신경줄을 팽팽하게 당겨서 주어진 시간 내에 일을 해치우느라 얼마나 고단했니. 그래서 오직 나를 위해서(물론 애인도 몇 조각 얻어먹긴 하겠지만), 시간과 공이 많이 들어가는 김밥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우엉에서 흙을 제거하고 껍질을 긁는 데만 한 시간 반, 조리는 데 거의 한 시간. 당근과 오이를 씻고 써는 데 또 한 시간. 어이쿠야. 계란 부칠 힘이 당장 솟아나지 않아서 잠시 쉬는 김에 이 글을 쓰고 있다. 달랑 재료 네 가지 들어가는 김밥 싸는데 이 난리를 치는구나. 평소 같으면 완전 무익한 짓이라고 코웃음을 쳤을 텐데. 그러나 가끔은, 루브 골드버그의 장치처럼,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일부러 돌고 돌아 복잡하게 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김밥천국에서 천오백 원짜리 김밥을 사다가 먹을 수도 있지만, 한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하면서 내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쓰는 호사를 누려보는 것. 사소한 일에 진지하게 몰두하면서 정신의 시름을 잊어보는 것, 이제 나도 김밥 쌀 줄 안다고 어디 가서 말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들어본 것이 왠지 만족스럽다(물론 아직 다 싼 건 아니지만-_-;;). 이래서 사람들이 먹는 것 사진을 찍어 그렇게들 블로그에 올려대는구나 싶다. 난 왜 남들 다 아는 걸 이렇게 어렵게 배우나 모르겠네. 아무튼 이제 계란을 부치러 가자. 그리고 웬만해선 터지지 않는, 외강내유 김밥을 한번 말아보자꾸나. 






 
 
인디언소년과나비 2012-01-07 17:03   댓글달기 | URL
추천과 댓글을 일빠로 하고 싶어서 댓글 먼저,,,,ㅎㅎㅎㅎㅎ(제가 미쳤나봐요!!!ㅎㅎㅎㅎㅎ)

꽃양배추 2012-01-07 23:18   URL
제 서재 댓글 1위님다우세요.ㅎㅎㅎㅎ

인디언소년과나비 2012-01-07 17:11   댓글달기 | URL
어이쿠,,,우엉을!!!!!!
저도(제가 뭐 음식을 잘 한다는게 아니라,,ㅜㅜ) 우엉은 사서 넣어요. 김밥용.ㅎㅎㅎㅎ
정말 큰 일을 하셨네요!!!!!
어쨋든 유기농(?) 김밥 드시고 힘내세요!
음식을 그리 간단하게 드시니 기운도 없고 그런거 아닌가요???
바이타민은 드시나요????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다는 말 많이들 하잖아요.
제발 올해는 몸이 말하는것을 잘 들어주시는 한해가 되시길 바래요.
그나저나 김밥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계란부친거에요!!
저는 월요일쯤 김밥을 만들어 놔야겠어요.
근데요 김치랑 참치랑 넣은 김밥도 맛있어요. 우엉,계란, 단무지를 더해서.

저는 꽃양배추님이 뭐라도 써주시면 그날은 정말 행복해요.>.<

꽃양배추 2012-01-08 00:09   URL
요리 초보 주제에, 우엉조림까지 직접 만드느라고 욕 봤어요.ㅠㅠ
우엉조림 처음이었거든요.
우엉조림이 생각보다 잘되는 바람에, 완전 삘 받아서 내친 김에 까짓것 김밥도!
이렇게 된 거였어요.
집에서 우엉만 안 가져왔어도 오늘 일 안 저지르는 건데.ㅎㅎㅎ
부엌이 초토화됐어요.
가끔은, 요러고 노는 것도 재미있겠어요.
하지만 아주, 아주 가끔만 하고 싶어요.ㅋㅋ

비타민 먹어요. 스마트한 비타민 스마타민!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
나비님도 화이팅!

Mephistopheles 2012-01-07 18:23   댓글달기 | URL
그래서 결론은요? 김밥 옆구리는 무사한지요..??

꽃양배추 2012-01-07 23:26   URL
아니나다를까, 전혀 무사하지 않습니다.
처음 두 줄은 완전 다 터졌고요.
그 다음은 조금 나아졌는데, 뭐 전체적으로 매우 불안한 모양새였지요.
애인에게 선자랑, 후조리였는데
자랑한 거 취소하고 김밥 내던지려다가 겨우 참았어요.ㅎㅎㅎ

치니 2012-01-07 20:29   댓글달기 | URL
저도요, 저도요! 헬렌 니어링의 글에서 말씀하신 딱 그 부분이 가장 와닿았던 기억이 생생해요.
누가 그러는데, 실용주의는 들어보면 너무나 상식적으로 맞는 말이라 오히려 철학적으로 무시 당하는 경향이 있다대요. 배추 님 글 읽으면서, 그런 무시를 하는 사람에게 들이대고 싶은 글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암튼 모처럼 배추 님 본인을 챙기는 일을 했다니, 그 점이 참 좋아요!!! 신속하고 맛난 조리법 제가 혹시 발견하면 말씀 드릴테니 앞으로도 자주 해드셔요 ~ ! :)

꽃양배추 2012-01-08 00:11   URL
악, 치니님도 그러셨군요!
니어링 여사 너무 좋아요. 완전 저의 스승님!
스콧 니어링 씨보다 저는 헬렌이 더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하루하루 살수록, 이 삶에 더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마음이 새록새록 들어요.
되도록 정갈하게 살고 싶고, 가능하다면 경건하게...
그렇게 살 수 있게 도와주는 실용적인 정보들에 눈길이 많이 가요, 요즘은.
예전에는 어쩜 그리도 삭막하게 살았는지... 쩝.

헤헤. 어쩐지 힘이 납니다!

moonnight 2012-01-07 22:14   댓글달기 | URL
우왓. 저도요. 저도요. 음식을 잘 하지도 못 하지만;; 요리에 너무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행위는 사양이에요. ㅠ_ㅠ 그나저나, 꽃양배추님 김밥 이야기를 읽으니 이 밤에 배가 너무 고파졌어요. 아, 맛있겠다. 김밥. ㅠ_ㅠ

꽃양배추 2012-01-07 23:51   URL
어휴, 말도 마세요.
제가 만들었다 하면, 맛없는 건 따놓은 당상입니다.ㅠㅠㅠ
맛으로는 도저히 경쟁이 안 되기 때문에, 저는 그저 건강 쪽이라도 어떻게 챙겨보려고...

뭐 맛은 그저 그랬습니다만,
조금 거칠고 어색한 음식도 잘 먹는 저희 두 식구에겐 충분히 만족스런 한 끼 식사였어요.
달밤님, 지금쯤 뭐 좀 드셨을라나 모르겠네요. 히.

프레이야 2012-01-07 22:51   댓글달기 | URL
꽃양배추님, 외강내유 김밥 이쁘게 만드셨어요?
물론 성공하셨겠지요.^^
새해 복도 많이 받으세요.

꽃양배추 2012-01-08 00:12   URL
헉, 당초 목표와는 달리 외유내강 김밥이 돼버렸어요.
당근은 어찌나 두껍게 썰었는지 완전 딱딱했고,
우엉조림 말고 간을 거의 안 했더니, 싱겁다 못해 심심하더라고요.
김밥은 간을 좀 티나게 해야되는구나.. 몸소 깨달았어요.

헤헤, 프레이야님도 새해 복 완전 많이 받으세요~~

LAYLA 2012-01-08 02:09   댓글달기 | URL
오늘 김치볶음밥을 하려고 김치를 써는데 양파를 일정한 크기로 써는게 너무 힘든거에요.
어차피 속에 들어가면 똑같을거 왜 이렇게 고생을 해야하나 너무 짜증이 났는데 이런 구원같은 페이퍼라니...헬렌 니어링 어떤 책이 가장 좋은가요? 추천해주세요!

Arch 2012-01-08 10:49   URL
소박한 밥상이요!
요리법보다는 어떻게 요리하고 살아야할까란 얘기가 나와요. 요리법도 나오지만.

꽃양배추 2012-01-08 10:55   URL
정말 뱃속에 뭐 좀 집어넣어 보겠다고 아등바등하다가, 걸핏하면 화딱지가 난다니까요.
평소에는 융통성 있게 대충대충 하고,
가끔 마음 내키면, 도 닦는 심정으로 정석대로 도전해보자..
그렇게 방침을 세웠어요. 그래야 조금이라도 실력이 향상될 거 같아서요.

헬렌 니어링이라면 당근 [소박한 밥상]이지요!
제 요리책 1순위이자, 삶의 지침서예요.
그거 읽어보시고 헬렌 할머니가 마음에 드시면 [조화로운 삶]도 읽어보시고요~~


꽃양배추 2012-01-08 10:56   URL
앗, 아치님이닷!

Arch 2012-01-08 10:52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카레 해 먹었어요. 감자랑 양파 사서 내키는대로 썬 다음에 기름에 살짝 볶고 물 넣고 한소끔 끓인 다음에 카레 가루 넣어서 푹 끓였어요. 저도 한줄 내외의 요리법이 좋아요.

대체 어떻게 김밥에 도전할 생각을! ^^ 김밥은 초초고수들만 하는거 아닌가요. 손은 많이 가는데 맛은 보장 못하고 참 까다로운 음식이죠. 그래도 왠지 뿌듯했을 것 같아요. 뭔가 해냈다는 것보다 김밥 별거 아니잖아, 이런 느낌?

꽃양배추님은 김밥도 쌀줄 아는 배추님이구나~


꽃양배추 2012-01-08 11:02   URL
아, 맞다 카레.
카레도 즐겨 애용하는 음식이에요.
그것도 각종 야채 때려 넣고 카레 가루만 풀면 되는 품목이라서.
바쁠 땐 볶는 것도 생략해요(아니 거의 매번 생략해요ㅎㅎㅎ).
잡채도 비슷한 맥락이에요.
각종 야채 때려 넣고 볶아서 삶은 당면만 버무리면 되니까.

김밥이 초고수급 품목인 걸 아시는군요!
솔직히 글 쓰고 나니 고작 김밥 가지고 이 난리냐, 싶어서 조금 창피했는데
전 김밥이 정말 어렵더라고요.
재료 준비 단계에서 벌써 진이 빠지는데다가,
마는 게 정말 만만치가 않아요.
속재료를 다 사서 하면 빠르긴 하겠지만, 그러기는 또 싫고.

헤헤. 뿌듯함을 알아주시는군요!
오늘은 또 뭘 해먹을까나~~~?

조선인 2012-01-08 22:33   댓글달기 | URL
전 점심에는 닭고기가슴살 스테이크를 했고, 저녁에는 오므라이스를 했어요. 이름은 있어보이지만 실상은 일품요리라는 거. 저도 일품요리 완전 사랑해요. >.<

꽃양배추 2012-01-08 23:05   URL
워킹맘이신데, 휴일에도 최선을 다해 엄마 노릇하셨군요.^^
일품요리도 결과물은 한 그릇이지만, 어쨌든 나름 과정이 적지 않잖아요.
그래도 반찬 여러 개 깔지 않아도 되니까, 제일 편하긴 해요.
그러고 보니, 저는 밥에 국 말아서 일품요리라고 척 내놓은 게 한두 번이 아니라는.....-_-;;;

chaire 2012-01-14 01:28   댓글달기 | URL
우엉에서흙털고씻었다는데서 깜짝 놀랐다눈.
저는 김밥을 세상에서 아마 한 세번째쯤으로 좋아하는 것 같은데
(단 내가 싸거나 엄마가 싸거나 해야 하죠)
이제 어디 가서 그런말 하면 안되겠다 반성 중이에요.
우엉이니 다꾸앙이니 하는 재료를수퍼에서 김밥용으로나온걸 사다가 마니원...

김밥을 만들 때도 뭔가 진실한 배추 님 쵝오!
김밥옆꾸리야 좀 터지면 어때요.

(이상하게 스페이스 바와 엔터키가안 먹어요. 띄어쓰기 잘못된거 무시해주삼 -3-3-3

꽃양배추 2012-01-14 10:48   URL
ㅎㅎ 저는 이상한 똥고집이 좀 있어서,
아예 사다 먹는 거면 모르겠는데, 집에서 재료만 사다가 마는 건 왠지 맘에 걸리더라구요.
똥고집 때문에 몸이 고생.ㅠㅠ
우엉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많이 극복한 것 같아요.
한 번 이러고 나면, 아주 뿌듯하고 저 자신이 기특해져요.
애인은 제가 뭐든 만들기만 하면 맛이야 양말 맛이 나든 행주 맛이 나든 아주 좋아해요.
자기가 무슨 대단한 대접이라도 받는 기분인가 봐요. -.-
자기는 왕, 저는 중전. 가끔 그러고 노는데 무슨 중전이 밥을 하냐구요.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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