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을 싸다가 어떤 노트를 가져가는 것이 좋을까 싶어 이것저것 다이어리를 뒤져보다가 예전의 노트들을 읽게 되었다. 불과 3년 전, 떠날 준비를 하며, 혹은 떠난 곳에서 읽은 메모를 읽다가 문득 서재가 그리워졌다. 내가 어딜 간다고 할 때마다 행운을 빌어주었고, 돌아올 때마다 반겨주는 이웃들이 있는 이 곳. 한국을 떠날 때면 그래도 서재에 한 마디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드는 건 이 곳에 내 인생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일 터.
근 3달간 힘들었다.
투명인간 취급을 받으며 직장생활을 해야 했고, 학창시절에도 당하지 않았던 왕따를 당하는 건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조금 더 견디고 싶은 마음도 아예 없었던 건 아니지만 난 그야말로 근성이 없어서, 혹은 어디든 갈 수 있기 때문에 그냥 관두고 말았다.
연애도 마찬가지. 근성 없이, 이 사람이랑은 미래가 불행할 것 같은 속단 하에 그냥 관두고 말았다.
그나저나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되어서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이 육체로 그대로 드러나는 것을 보니 늙는게 두려워진다.
모질게 견디지 못하고 이리 저리 핑계를 대며 그냥 포기하고, 도망갈 궁리만 하는 이 버릇은 이번 여행을 계기로 고쳐야 할텐데 가능할런진 모르겠다.
이번 여행 코스는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다.
귀국날짜는 오픈이라, 여름돼야 돌아올지? 하지만 부모님껜 3주 이야기 해 두었다.
아름다운 사진과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고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