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수요미식회를 보고 있는데 족발을 소재로 하고 있더군요.근데 패널들이 족발이란 단어를 소개하면서 족발은 소의 다리인 우족의 경우 왕이나 사대부등이 먹는 귀한 음식이어서 일반 백성들이 먹는 서민적인 음식이란 의미로 족발이란 단어를 쓰지않았나 추론하더군요.즉 소는 농사일에 쓰이는 동물이기에 소고기는 귀한 음식이기에 왕이니 지배층이 먹던 귀한 음식이고 돼지고기는 일반 서민이 먹던 고기란 이야기죠.

 

언뜻 생각하면 소는 논농사에 꼭 필요한 동물이라 일반 서민들의 경우 소를 잡아 고기를 먹기보다는 돼지고기를 먹었을거라는 것이 타당할듯 싶지만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의외로 돼지고기는 그다지 먹지 않고 오히려  소고기를 더 선호한듯 싶어요.

 

태종실록 33, 태종 17년 윤58일 계해 1번째기사   

 절일사 통사(節日使通事) 김을현(金乙玄)이 북경(北京)으로부터 돌아와 아뢰었다.

"황제(皇帝)가 2월 13일에 남경(南京)을 출발하여 5월 초1일에 북경에 하연(下輦)했었습니다. 황태자(皇太子)가 남경에 있었으므로 신 등이 남경으로 향해 가다가 숙주(宿州)에 이르러 황제의 대가(大駕)를 뵈었는데, 황제가 말하기를, ‘지금 오는 사신이 제비(諸妃)의 친척이 아니냐?’하기에, 신이 아뢰기를, ‘사신 정구(鄭矩)는 정비(鄭妃)에게 동성(同姓)의 친척이 됩니다.’하였더니, 황제가 내관(內官) 구아(狗兒)를 불러 말하기를,조선인(朝鮮人)은 돼지 고기를 먹지 않으니, 광록시(光祿寺)로 하여금 쇠고기와 양고기를 공급토록 하라.’하고, 수가(隨駕)하라고 명하여 10일에 북경(北京)에 이르렀습니다."

 

세종실록 99, 세종 2534일 기미 1번째기사

우참찬 이숙치(李叔畤)·병조 판서 정연(鄭淵)·참판 신인손(辛引孫)이 채소와 날고기 올리기를 청하니, 임금이 이르기를, "남새밭 채소 외에 잡종 나물이나 날고기는 올리지 말라."

하고, 인하여 승정원에 이르기를, "마른 고기와 제철 물건은 진상함이 마땅하나, 노루와 사슴 같은 것을 사냥하여 잡으려 하면 시끄럽고 요란한 폐단이 있고, 또 먼 길에 흔히 상하기도 할 것이며, 이제 농사철을 당하여 민폐가 될까 두려우니, 내 각도로 하여금 날고기를 올리는 것을 정지시키고 궐내 여러 곳에서 쓸 것은 하루에 돼지 한 마리씩을 쓰게 하려는데 어떠한가."

하니, 도승지 조서강(趙瑞康)이 호가(扈駕)한 대신들과 함께 의논하여 아뢰기를,

"우리 나라 사람이 돼지고기를 즐기지 않사오니, 보통 사람도 그러하온데 어찌 궐내에서 쓸 수가 있겠습니까. 먼 도는 진상하는 것을 우선 정지시키되, 가까운 도는 정지시킬 수 없사옵니다."

하였다.

 

숙종실록 14, 숙종 9128일 경오 1번째기사

우역(牛疫)이 있은 뒤로 남아 있는 것이 많지 않은데도 소 잡기를 그치지 아니합니다. 우리 나라의 풍속이 쇠고기를 가장 좋은 맛으로 여겨서 이를 먹지 못하면 살 수 없는 것같이 여깁니다. 비록 금지하는 명령이 있어도 오히려 이를 돌아보지도 않으니, 만약 금지하는 조목(條目)을 따로 만들어서 중외(中外)에 반포하지 않으면 백성들이 실농(失農)이 한재(旱災)보다 더 심할 것입니다. 정자(程子), 연사(年事)가 흉년이 드는 것은 소를 잡는 데에서 이루어진다.고 말하면서 인하여 사람들의 무지한 행동을 탄식하였습니다. 이는 대개 사람이 소의 힘으로 먹고 살면서도 이를 도살(屠殺)함으로써 원한(怨恨)의 기운이 화기(和氣)를 손상하기 때문입니다. 문성공(文成公) 이이(李珥)는 평생 쇠고기를 먹지 아니하였습니다. 그러므로 그 집에는 지금도 쇠고기를 가지고 이이(李珥)에게 제사지내지 않는다고 합니다. ! 오늘날 어떻게 이와 같은 사람을 볼 수 있겠습니까? 삼가 원하건대, 정자(程子)이이(李珥)의 말로써 여러 신하들을 책려(責勵)하게 하소서."

 

실록에 나와있듯이 당시 조선사람들은 상하를 가리지 않고 소고기를 무척 선호한듯 싶은데 이는 실록에서만 나온것이 아니라 조선 후기의 문인 유만공의 세시풍속을 보면 "명절이 다가오니, 도처에 다리 부러진 소가 많기도 하구나."라는 글귀가 있는데 이는 명절이 다가오니, 일단 소부터 잡고는 다리 부러진 소를 잡았다고 관청에 허위 보고했던 것을 풍자한 것이라고 하는군요.

 

중국사람들은 고기를 뜻하는 육이란 단어를 보면 바로 돼지고기를 연상하는데 반해 우리는 오래전부터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소고기를 선호한것 같은데 그래선지 유난히 한우를 사랑하는 현대인의 모습이 전혀 낯설어 보이질 않네요^^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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