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간히 바빴다. 4월말에는 대만에 출장을 다녀왔었고. 대만이라는 나라는 이번이 네번째던가. 한번은 출장, 한번은 부모님과 여행, 한번은 학회였었는데 전부 타이페이였다. 이번에도 학회이긴 했지만, 타이슝과 타이난을 번갈아 왔다갔다. 꽤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배운 게 많은 출장이었다. 대만이라는 나라는, 정치적으로 국제적으로 좀 미묘한 위치이기는 하지만, 수준은 역시나 우리보다 훨씬 높아 있었다. 영어도 대부분 잘 하고 (이넘의 영어..ㅜ) 자신이 하는 연구에 자부심도 대단했고. 가서 얘기하고 듣고 하면서 아 정말 더 열심히 해야겠구나 라는 자극을 많이 받아올 수 있었다. <보이지 않는 고릴라>에서 읽은 '지식의 착각'이라는 부분. 모르면서 아는 척 하는..이런 것들이 요즘 참 절실하게 다가온다. 더 나이들기 전에 정말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싶고.

덕분에 책을 좀 등한시했다. 요즘 읽은 건, <공지영의 지리산행복학교>와 <긍정의 배신>. 읽겠다고 뽑아둔 책들이 다시 침대 머리 위의 탁자에 쌓이고 있다. 읽은 책들에 대해서는 나중에 얘기하기로 하고 (언제? 언제? ㅜ) 신간을 좀 체크해보려고 한다.


이건 우리 조카 때문에 골라보게 되었다.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인데 책을 그닥 좋아하지는 않아서 어떻게 하면 흥미를 나게 해줄까가 고민이다. 남자아이인지라 아무래도 게임에 더 몰두하는 듯 해서 걱정이고. 우리나라 사람은 우리나라 동화를 읽으며 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물론 세계 명작들도 읽어야 하지만 자신의 나라의 정서와 역사를 바탕으로 한 동화를 읽지 않고 토대를 튼튼히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번에 이 5권짜리 책을 한번 사서 같이 읽어보는 기회를 삼아봐야겠다.







잭 런던의 책이다. <강철군화>를 읽으며 무릎을 쳤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그동안 주로 소설로만 소개되었던 잭 런던의 작품들과 달리 르포르타주 형식의 논픽션이다. 그의 소설이 실화처럼 생생하다면, 그가 남긴 논픽션은 오히려 소설처럼 믿을 수 없는 이야기로 비친다. 허구를 짓는 소설가가 아무런 가감 없이 기록으로만 남길 수밖에 없었던 현실, 그것은 바로 산업혁명 후 자본의 광풍이 휩쓸고 지나간 호황기 런던의 가장 밑바닥 빈민가였다.. (알라딘 소개)   
<밑바닥 사람들>..잭 런던이 쓴 르포라...한번 기대해볼 만 한 것 같다. 조지오웰에게 영감을 준 책이라고 하니 더더욱. 잭 런던이 직접 찍은 사진들도 수록되어 있다고 한다. 그 외에도 단편선이 나와 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돌아왔다.ㅋㅋ 유홍준교수가 드디어 제자리로 돌아온? 예전에 이 책이 불러일으켰던 신드롬은 이루 말을 할 수가 없었지. 그만큼 우리나라의 산천과 유적에 대해서 제대로 소개해준 글이 전무했다는 뜻이고. 옳든 그르든 자기의 의견을 담아 그것들을 소개한 책이었기에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전부 다 읽어보지는 않았는데 이번 기회에 한번 쭈욱 읽어봐야겠다 싶다.

 

 

 

 

 

 

 





오호. 이런 책이 나왔다. '제노비스 신드롬', '방관자 효과' 라..실제 있었던 살인사건을 디디에 트쿠엥 (콩쿠르상 수상자라니!)이 생생하게 재현한 글이라고 한다. 1964년 3월의 어느 밤, 젊은 여자가 자기 집 앞에서 살해당했다. 그 사건을 듣거나 목격한 이웃들은 38명이나 되었지만 그들 중 어느 누구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작가는 인간의 무관심과 방관을 심도 있게 고찰한다. 또한 소설은 제노비스 사건의 범인이 저지른 다른 강간 살인 사건들과 이후 감옥을 탈주한 범인이 저지른 또 한 번의 끔찍한 강간 폭행 사건 등도 담고 있다. 작가는 담담하고 간결한 문체를 통해 마치 다큐멘터리나 논픽션처럼 생생하게 사건을 재구성한다. 끔직한 범행을 저지른 범인과 따뜻한 방 안에서 그녀의 죽음을 수수방관한 38명의 이웃들. 과연 누가 더 죄가 깊은가? 이 사건 이후 수많은 논의와 무수한 비난이 쏟아져 나왔지만, 작가는 한마디 통렬한 질문으로 소설을 마무리한다. "당신이라면 내려가 봤을까?" (알라딘 소개)..참 통렬한 질문이 담긴 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좋아하는 류의 책이라 바로 사서 보고 싶어진다.


흠..일단 여기까지. 할 일이 있어서 급히 해야겠기에 휘리릭. 책들을 사서 꽂아만 두면 안되는데...이거 원. 지금 읽고 있는 책들도 언제 읽을 지 모르지만..그래도 쉼없이 책 살 생각을 하는 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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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정말 할 일이 많다고 아침에 눈을 뜨면서 생각을 했었는데,
그래서, 일요일이지만 일해야겠다고 결심을 했었는데,
왠지, 아프고 (꾀병?) 졸리고 (잠병?) 피곤하고 (춘곤증?)....나 이거 큰병? ㅜㅜ

수만가지 핑계를 속으로 되뇌이면서 침대에 딱 붙어 띵가띵가 졸고깨고 뒤척뒤척 하다가 어느새 오후 5시. 켁. 야구다! 라고 소리를 지르며 아이패드를 열고 야구중계를 보기 시작..이것만 보고 일해야지 하다가 너무나 크게 지는 두산에 실망 또 실망했다고 핑계를 다시 대며 그냥 침대에 계속 들어붙어 독서를 했다는..나의 슬픈 전설같은 어제, 일요일의 하루.





기아의 트래비스군은 심지어 두산에게 완봉승을 거두어버렸다. 기아는 잠실구장에서만 13연패인가를 했었고 지난 며칠동안 3연패를 하고 있어서 이거 또 예전의 악몽이? 라는 처절한 심정으로 경기에 임했을테고. 그 처절함 때문인지 두산은 기 한번 못 펴보고 8:0으로 져버렸다. 3회초에 김선우가 완전 흔들거리면서 중앙에 공을 자꾸 던져주시고, 덕분에 기아 타선은 무슨 불이 붙었는지 치는 것마다 안타. 그 회에만 5점 뽑아가고 두산은 결국 주저앉아 버렸다. 더욱 실망인 건 조승수. 구원으로 나왔는데 맷집이 약한지 부담이 너무 되었던 건지 휘청대다가 바로 강판...쯔쯔쯔.

SK 김광현도 어제는 난조를 보였고, 한화의 류현진도 요즘 상태 불량이고. 에이스들이 왜 이런다냐. 두산은 특히나 불펜도 약한데...이거 초반부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예상했던 대로 불협화음이 늘 끊일 새 없었던 LG가 정비를 하고 나서니 아주 잘 나가고 있고. 그 팀이 원래 잘 하는 팀이었단 말이지. 근데 선수들 사이에 자꾸 잡음이 생기면서 팀이 무너지기 시작, 몇 년만에 제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니 아니 무서울쏘냐..쏘냐...

암튼 뭐. 내가 하고자 하는 얘기는 야.구.가.아.니.라. (뭐가 신나겠나..완봉패..ㅜ) 책 얘기. 어젠 그간 열심히 읽던 <보이지 않는 고릴라> 다 읽고 <소비의 심리학>과 김훈의 <내 젊은 날의 숲>을 들었다.  



요 책. 재밌다. 사람들이 인식한다고 다 인식한다고 하는 것들에 헛점이 있음을, 기억한다고 다 기억한다고 하는 것들이 다 맞지 않음을, 안다고 다 안다고 하는 것들이 사실 다 알지 못하는 것임을 적나라하게 얘기하고 있다. 요즘 잘 나가는 말콤 글래드웰의 얘기들에도 조금씩 반박을 하고 있고. <스틱>에 대한 얘기들도 언급하고 있어서 이 관련 책들을 대부분 읽은 나로서는 더욱 재미있는 책이었다.  








사실 이 책은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이 읽는 책이다. 소비자들의 심리를 제대로 파악해서 마케팅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책인데, 그 방면에서는 바이블 같은 책이라나. 하지만 우리 모두는 나름의 '상품'을 팔며 살고 있고 따라서 우리의 상대는 전부 '소비자'인 것이기에 이 책이 비단 마케팅 관련 서적만이라는 생각은 안든다. 책이 비교적 쉽고 예시가 많아서 술술 잘 읽힌다. 소비자를 완전히 파악하고 있어야만 요행에만 자기를 맡기지 않고 길게 잘 할 수 있다라는 서두의 말들이 마음에 든다. 생각을 하면서 읽고 싶은 책이다.







김훈의 책을 제대로 읽는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가끔씩 쓰는 글들에서 마초적인 냄새가 너무 나서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었는데, 이 책은 왠지 손에 잡혔다. 알고 보니 제목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하덕규의 가사 말미를 옮겼노라고 쓴 글귀를 보면서 아..그래서 내가 이 책을 잡았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말단 공무원이자 체제순응적인 아버지는 평생 횡령을 해왔고 그 돈으로 집을 사고 딸아이를 공부시키고 그리고 먹고 살았다. 그게 들통이 났고 그래서 감옥에 갔고 거기서도 모범수가 되어 좋은 감옥으로 이감이 된다. 딸은 세밀화가이고 그래서 수목원에 계약직으로 가게 된다. 이 책은...그 와중에 가족의 역사를 담고..어쩌면 분단의 얘기도 나올런지 모른다. 아직 첫 1/5 정도만을 읽어 다 가늠은 안되지만, 어쩐지 좀 잘 쓴 글을 보니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김훈. 글을 잘 쓰는 작가로구나. 최근의 얄팍한 글들에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좀 질려있던 나는 무게감 있고 묘사가 경박하지 않은 이 작가의 글이 꽤 좋아지려고 한다. 차분히 읽어봐야겠다.


그러나, 아마 이번 주는 죽음의 한주가 될 예정인지라 책 보는 건 글렀을 지도 모르겠다. 제출해야 하는 프로포잘의 기한이 코앞에 다가왔는데 내가 아는 내용이 거의 없다는 것은 불행 중의 불행. 인간은 닥치면 다 한다. 다만 체력이 고갈되고 성격을 버릴 뿐이다. 일주일 후의 내가 두렵기까지 하는 월요일 오전. 이 바쁜 와중에 알라딘에 글을 남기는 너는 누구냐..(비연이오..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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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04-11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은 닥치면 다 한다. 다만 체력이 고갈되고 성격을 버릴 뿐이다~~~ 완죤 공감입니다!

비연 2011-04-11 16:0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Mephistopheles 2011-04-11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기아는 올해 절대 약한 팀이 아닙니다. 특히 공격쪽은 제작년 크레이지 모드의 기미까지 보이니까요. 더불어 두산의 선발진은 에효....아직 시작이라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선발진만 제자리 잡으면 이번 시즌엔 우승에 가깝게 되겠죠.

비연 2011-04-11 19:16   좋아요 0 | URL
기아의 타력은 정말 올해 기대해볼 만 한 것 같아요. 폭발적. 두산은 그넘의 투수력만 보강되면 우승이 늘 코앞인 듯 한데 말이죠 ㅠㅠ

d 2011-06-28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이패드로 어떻게 야구중계 실시간으로 보죠 ㅠㅠ?어플좀
 



 

 

 

 

 

 




나남출판에서 나온 과학철학에 대한 책, 칼 구스타프 헴펠의 <과학적 설명의 여러 측면>이다. 이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철학자 가운데 한 사람인 헴펠의 저서. 이 책에는 설명에 관한 글 외에 그가 쓴 다른 논문도 함께 실려 있다. 여기에 실린 논문들은 크게 보아 네 가지 주제, 즉 입증의 문제, 경험적 진술의 유의미성의 문제, 과학적 실재론의 문제, 과학적 설명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라고 알라딘에서 소개하고 있고 꽤 읽어볼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의 과학철학에 대한 내용들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은 책. 물론 부담은 좀 되는 책이다^^;;;


 

 

 

  

 





레스터 브라운의 <우리는 미래를 훔쳐쓰고 있다>. 전 지구적 환경 위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세계적인 석학이자 37년간 기후변화 문제의 최전선에서 활동 중인 환경운동가 레스터 브라운. 그는 이 책에서 인류에게 닥친 환경 위기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전 지구적 차원에서 어떻게 이해하고 행동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기후변화의 위기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고민하는 정부와 공공기관, 기업의 리더들에게 이 책은 구체적인 환경 경영의 가이드북이자 내비게이션이 되어줄 것이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과학 이슈가 아니라 세계 경제, 세계 안보와 직결되는 정치, 사회, 문화의 문제라고 경고한다. 가장 취약한 경제 부문인 식량 위기 또한 인구 증가, 낮아지는 지하수면,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 온도, 녹아가는 빙하, 곡물로 자동차 연료를 생산하는 것 등의 요인이 얽혀 있음을 밝힌다. 21세기의 가장 큰 과제는 기후변화이다. 앞으로 지구 환경과 경제를 어떻게 전망해야 하는가? ‘환경운동의 구루’ 레스터 브라운의 경고와 분석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일본에서 난 대재해를 보면서도 느꼈지만 자연 앞에서 인간은 정말 미미하기 이를 데 없는 존재일 뿐이고 따라서 자연의 경계경보들을 무시하다가는 큰 코 다칠 거라는 무서움이 더욱 엄습하는 요즘이다. 기후변화라는 주제는 아직까지 과학적인 토대를 견고히 갖추지는 못했으나 사전예방적인 차원에서 그리고 환경 문제 뿐 아니라 여러가지 정치사회적 경제적 국제적 이슈들이 한데 어우러진 문제라는 점에서 충분히 관심을 기울일 만한 주제다.


















렌즈 미카히코의 <회귀천 정사>. 여기에서 정사는 情死로서 애정으로 인한 죽음(혹은 자살)을 뜻한다고 한다. 일본 미스터리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명화(名花)라고 한다는 이 책의 소재 자체가 좀 관심이 한다. 특이하다고나 할까. 물론 표지는 정말 깬다..ㅜ 이건 뭥미? 라는 느낌으로 한번 쳐다보게 만들고 싶었다면 성공한 표지라고나 할까.  


















조 피츠제럴드 카터의 <엄마, 엄마, 엄마>. 엄마와 딸. 죽음을 앞두고 죽기로 결심한 엄마와 그 세 딸들의 실화를 토대로 한 이야기. 엄마를 잃는다는 것 엄마의 죽음을 알면서 지켜봐야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생각을 하게 하는 글이 아닐까 한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처럼 눈물샘을 자극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한번쯤 읽어보고 싶다.



 

 

 

 

 

 

 


코이케 류노스케 시리즈. 서점에도 꽤나 많이 나와 있는 책들이다. 요즘 내 마음에 번뇌가 많으니 이런 책들이 간혹 눈에 확 들어온다. 하긴 나 이외의 많은 사람들도 세상을 살아가면서 비슷한 문제들을 안고 지낸다는 뜻이기도 하겠지만. 책을 펴보면 글자도 몇 개 안되고 해서 읽을만 할까 싶기는 하지만, 생각을 버리고 화내지 않고 번뇌를 리셋할 수 있다면 한번 읽어볼까 싶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 아지즈 네신의 <일단 웃고 나서 혁명>. 책이 나올 때마다 꼭꼭 사두게 되는 작가다. 물론 아이들을 위한 동화류가 더 번역이 많이 되어 좀 섭섭하긴 하지만, 그래도 잊지 않고 한두권씩 나오는 건 반가운 일이다. 터키 문학사의 한 획을 그은 풍자 문학의 거장 아지즈 네신의 단편집. 아지즈 네신은 이 책에서 시간과 국경을 넘어 도처에 자리 잡고 있는 우리 삶의 부조리들을 폭로한다. 오만한 위정자, 손발이 묶인 언론, 보신주의 공무원 그리고 자신의 이익만 쫓는 비겁한 시민 등, 일상에서 매순간 접하고 있지만 깨닫지 못하고 있는 답답한 현실을 간결하고 생생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포착한다. 언론의 자유라는 외침이 공허한 울림으로 돌아오는 우리의 현실과도 놀랍도록 맞물리는 작품 '민주주의 영웅 되기, 참 쉽죠?', 투쟁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 활동을 해왔지만, 오히려 민중들이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간과한 반정부 인사의 아이러니한 현실 인식이 돋보이는 작품 '사람들이 깨어나고 있다' 등 모두 13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정말 부조리한 현실을 유머와 페이소스로 풀어내되 전혀 억지스럽지 않은 그의 문장들은 다른 무엇보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나 우리나라 현실과도 동떨어지지 않은 그 내용이.


그리고 이 책은 신간은 아니지만 강남 교보에 갔다가 발견한 고전. 추천하고 싶어서 올리는 책.

일본의 대표적인 현대 소설가인 엔도 슈사쿠의 <침묵>. 2003년에 재번역되어 나왔던데 난 어제에야 가판대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 내가 아주 오래 전에 이 책을 읽고 받았던 충격은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 "고난의 순간에 하나님은 어디에 계시는가?" 라는 주제를 던짐과 동시에 신앙을 부인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었다. 이 책은 비단, 기독교이나 가톨릭교도가 아니라도 읽어볼 만한 책이다...이 책을 추천했던 친구도 생각난다. 그 아이는 아버지가 군목이셨고 그래서인지 종교를 믿지는 않았지만 하나님은 믿었고 이런 책들도 찾아 읽곤 했었다. 이 책을 보면 그 아이의 얼굴이 함께 떠오르곤 한다. 기독교인들이 심하게 박해받았던 17세기 일본. 그런 와중에 많은 사람의 신뢰를 얻으며 선교활동을 펴던 포르투갈 예수회 소속 신부 페레이라의 배교 사실이 알려진다. 확인을 위해 잠복한 제자 로드리고는 수많은 고난과 갈등을 겪고... 하나님은 어찌하여 그리스도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죽어가는 수많은 이들을 외면한 채 침묵하고만 있는 것인가...하나님은 왜 침묵하시는가. 요즘처럼 기독교 믿는 사람들이 말많은 세상에서 한번쯤 고민해봐야 할 문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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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도 심란하고 그래서 주말엔 이 책 한권 딱 읽어내기로 결심했다.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 시리즈 중 4편에 해당하는 이 책. 517페이지에 달하는 책의 두께가 늘 좀 부담으로 느껴지긴 하지만, 짜증나는 인생사에 시달리느라 혈압이 급상승할 때는 해리 보슈의 이야기만큼 날 해독하는 건 없는 것 같아서 말이다.

침대 위에 벌렁 누워서 읽고 있는데 이번에 초등학교 들어가는 울 조카 불쑥 들어와서는 이 책을 집는다. 예전에는 내가 아무리 책을 읽고 있어도 절대 관심을 보이지 않더니 요즘 들어 부쩍 글자와 책에 관심이 높아져서 말이다. 흠칫. 했는데..이 표지를 보면서 "라스트 코요테? 이게 뭐에요 고모?" 그러길래.."응 좀 무서운 얘기. 울 조카는 보면 안되요.." 그랬다.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 왜 늑대그림이 그려 있느냐며 왜 자기는 읽으면 안되냐며...자꾸 묻는다. 으으. 뒤 표지에는 "저는...제 어머니를 죽인 자를 찾아내려고 합니다." 라고 크게 써있는데...책을 슬쩍 뺏고는 "나가서 놀까?"로 아이를 현혹시켜 마루로 나왔다.

요즘 들어 드는 생각인데, 내가 워낙 추리/스릴러물을 좋아해서 집에 한가득인지라 이젠 조카가 다 커서 나 없는 동안에 빼서 볼 수 있겠다 싶다. 게다가 그 제목들이라는 것부터가...ㅜ <...죽음>이라든가 <...살인사건>..이런 건 예쁜(?) 제목에 속하고 내가 봐도 소름 쫘악 끼치는 표지그림과 제목들이 난무하니...고민이 된다. 이걸 다 치워버려야겠는걸. 이거 읽기에 넘 어려..절래절래. 아이가 큰다는 건 너무나 기쁜 일이지만 이런 고민도 생기는 건가보다..

암튼, 해리 보슈. 이 책에서는 삼십몇년 전에 어머니를 죽인 범인을 찾는 과정이 그려지고 결국 여러 번의 반전 끝에 찾게 되며 결국 경찰청을 떠나기로 결심하게 된다.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 시리즈는 터프하고 하드보일드한 형사가 나와서 좋은 게 아니라 마음에 깊은 상처가 있고 그래서 늘 그 부분에 연약함을 보이면서도 진실을 찾는 데 있어서는 원칙과 올곧음을 버리지 않는 인간다운 형사가 나와서 좋다고 해야할까. 시리즈물이 다 그렇지만 주인공도 회가 거듭함에 따라 진보하고 달라지는 모습들이 좋기도 하다.

이 작품은 특히, 인간적이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죄책감, 그리고 그녀를 둘러싼 많은 사람들, 그 속의 사랑, 정치, 질투, 경쟁, 죄악 등등등이 참 슬프게 그려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해리 보슈는 그 속에서 스스로를 잃지 않고 중심을 지키면서도 하나하나 문제해결의 고리들을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누구에게나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두는 자기만의 비밀스러운 상처들이 있을진대, 그것이 남들이 봐서 큰 것이든 작은 것이든 그 본인에게는 늘 '구두 속의 돌멩이'처럼 때때로 자신을 아프게 건드리는 것이겠지..그렇다고 딱히 벗어던질 수도 없는.

책 마지막을 넘기니 이런 말이 써있다. "누구보다 해리 보슈를 사랑했던 한 리뷰어를 추모하며". 물만두님...물만두님이 좋아하는 형사들은 늘 인간적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상처로 괴로와했고 그래서 술을 먹거나 과도하게 폭력을 보이거나 애정을 갈구하곤 했다. 그러나 정의를 지키는 데에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도 단호하고 명료한 태도를 보이는 그런 형사들을 좋아하셨다...좋아하는 책을 함께 기뻐하며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가를 알게 해준 분이었구나. 온라인상에서라도 그 분의 리뷰를 읽으며 수많은 책들을 골라잡아 장바구니에 던져넣던 나를 기억한다. 물만두님..해리 보슈 시리즈가 또 번역되어 나왔어요. 앞으로도 쭈욱 번역되어 나오겠죠..그러나 님의 리뷰는 이제 간 곳이 없네요..참..서러운 일요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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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가까운 후배는 내가 좋아라 하는 범죄/스릴러물에는 별로 관심이 없지만,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를 배경으로 한 소설들과 경찰들이 등장하는 소설들을 좋아한다. 이 모든 것들이 내가 좋아하는 영역에 포함되어 있기에 나는 아낌없이 추천해주고 사주기도 하고 그러는데..ㅎㅎ 얼마 전에 경찰소설 중에서 곤노 빈의 소설들을 빌려주고 나서는 리스트업을 해달라고 조른다.


이 작품들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되겠는가 싶을 정도로 곤노 빈의 소설들은 대중적으로 어필하는 바가 크다. 엘리트 경찰이지만 좀 독특한 성격의 류자키 신야라는 캐릭터는 매우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범인을 잡는 것에 촛점을 맞추기보다는 경찰들 내부의 일들을 영화를 보듯이 선명하게 드러낸다는 데에 더 큰 장점이 있는 지도 모르겠다. 일본에 가서 보니 곤노 빈의 소설들이 꽤 많았었는데 우리나라에서 번역된 건 이거 두 개인 듯 하다. 앞으로도 좀 많이 번역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특히 류자키 신야 이야기는 꼬옥!


그럼 비스므레한 이야기들로 한번 추천을 시작해볼까나. 물론 곤노 빈의 이야기와 같을 수는 없겠지만 일단 일본의 소설들을 생각해본다. 유럽이나 미국은 경찰 이야기라기보다는 형사 이야기인지라 그 느낌이 좀 다른 것 같아서. 특히 미국의 소설들은 마이클 코넬리의 경우처럼 하이에나같은 탐정들이 등장하여 하드보일드하게 몸으로 부딪히는 소설들이 많은 지라 별로라고 생각할 듯.

















사사키 조의 작품들. 강추다. <경관의 피>를 읽고 느꼈던 그 절렬함과 허무함과...잊을 수 없다. 드라마로 봐도 꽤 인상적이라고 해서 한번 찾아 볼 생각이다. 경관 3대에 걸친 이야기. 일본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내용이라 더욱 인상적이었다. 최근에 나온 <제복수사>도 함께 추천.


















다카무라 카오루의 <마크스의 산>. 이 책을 빼놓을 수는 없다. 경찰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정말 묵직한 인간의 그 무엇을 더듬게 만드는 작품. 이 책을 읽지 않고 일본소설을 논한다는 자체가 무의하다고까지 생각하는 바이다.


 

 

 

 

 

 




요코야마 히데오의 소설들. 이 사람을 경찰소설의 일인자라고 부르니 반드시 읽고 넘어가야 할 듯. <얼굴>은 사실 책으로는 읽지 않았고 일드로 보았었는데 일드만으로도 괜챦아서 책을 볼까 말까 망설이는 중이고. <종신검시관>이나 <루팡의 소식>은 매우 수작들.


 

 

 

 

 

 

 


요코야마 히데오의 소설들은 번역이 많이 되어 있고 대부분이 경찰소설인지라 아무 거나 집어서 보아도 범작 이상의 수준이라는 건 자신할 수 있다. 나도 번역본들은 거의 다 읽어본 것 같고.


마츠모토 세이조의 <모래그릇>. 고백하건대 난 아직 이 소설을 책으로 읽지 않았다. 일드로는 보았고. 왜냐하면..이걸 일본책으로 가지고 있어서 꼭 일본책으로 읽겠다고 호언장담한 상태이기 때문..ㅜ 일드로 보았을 때 워낙 감동을 받아 본 지라 꼭 한번 제대로 읽어보고 싶어서이기는 했으나 이렇게 가다가는 백만년은 걸릴 것 같아서 마음이 좀 흔들리는 상태이기는 하다..어쨌든 후배에게는 추천하고 싶은 작품. 마츠모토 세이조 자체의 인지도도 있고.



























모리무라 세이치
의 소설들. <인간의 증명>은 일드로도 보았다. 이것들은 다 명작. 일본경찰소설의 원조격들이므로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흠...이러고보니 꼭 읽어야 할 게 너무 많은 게지.ㅜ)  경찰소설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인간의 본능, 그리고 삶에 대한 자세 등등등이 너무나 잘 녹아들어있는 작품들이라...강추.

더 있을라나. 여기까지 생각나는데..저녁에 먹은 라면이 속에서 불고 있나보다..어쩐지 머리가 띵. 모든 피가 위로 쏠리는 느낌..흠...이제 그만 먹어야지..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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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중독 2011-03-01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보고갑니다..체체^^*

비연 2011-03-02 08:53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