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라 날씨가 춥고 어두워 그런 건지, 최근에 추진하던 일이 아예 문턱에서 좌절되어 그런 건지, 늘상 삐걱거리는 몸이 체력저하로 더 힘들어져서 그런 건지,.. 아니면 세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그런 건지, 아뭏든 의욕상실의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회사 일이 조금 한가해진(아.. 정말 이런 소중한 시간이라니) 이 때에 개인적으로 쌓여온 일들을 휘리릭 해결하면 좋으련만, 아 싫어 하기 싫어 하면서 일찍 퇴근해도 두손 두발 다 늘어뜨리고 멍하니 있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뭐 그런 거지.

 

요즘 읽고 있는 커트 보니것의 <제5도살장> 이라는 책에서 흔하게 등장하는 이 말을, 카톡 대문에 걸어놓고 위안하고 있다.

 

 

커트 보니것의 글은, 늘 재기발랄하고 위트넘치고 그러면서도 현실을 아주 적절하게 비꼬고 있어서 읽고 있노라면, 아 이 사람. 아 이 사람, 어떻게 이럴 수 있지 하며 감탄하게 만든다. 이런 글 쓰고 싶은데, 능력 밖이고... 읽는 데 치중하는 게 정답이겠지 하며, 어제는 밥을 그리 먹고도 또 달짝지근하고 기름진 게 먹고 싶어 호떡을 씹어대며 읽었다.

 

뭐 그런 거지.

 

문득, 이 말을 영어로는 어떻게 표현했을까 궁금해진다. 아시는 분?

 

이 책은 초반 이제 좀 지나쳤는데 흥미진진이다. 제목은 정말 섬찟한데 내용은 아직까지 그렇진 않아서 안심.. 이라고 하지만, 전쟁 이야기이니 모를 일이지. 끝까지 읽고 얘기해보자. 아마 이 책과 지금 병행독서하는 2권 정도의 책이 올해 마지막 독서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연초 내가 목표했던 권수에 한참 못 미치는...ㅜ 양보다는 질... 이라고 하기에도 썩 괜챦은 독서내용은 아니어서 지금 상당히 반성 중이다. 내년에는 좀 다른 독서방법을 선택해야 할텐데.

 

뭐 그런 거지.

 

집에 갈 때 간식 사가는 게 버릇이 되어 버렸는데, 그러니까 너무 추우니까 뭔가 허기가 진다 이거다. 그래서 호떡이니 군밤이니 매일 사가서 밥도 먹고 간식도 먹고 했더니만, 쩝. 살이 토실토실 오르고 있다. 좀전에 금주를 해서 3키로 정도 빠졌었는데, 역시 빠지는 건 몇 개월이고 찌는 건 며칠인거라, 다시 원대복귀. ... 뿐 아니라 넘어가고 있다는 슬픈 현실. 그것은, 겨울이기 때문일거야. 내 몸이 이걸 다 저장해두는 거지. 몇 천년 전 인류마냥, 몸에 비축해두고 추운 겨울을 대비하는 것일 뿐이야. 봄이 되면 다 풀려나갈 거야... 라고 혼자 위로했다 격려했다 좌절했다... 다중이처럼 그러고 있다. '살' 혹은 '체중' 이라는 사안 앞에서 나는 왜 늘 약해지고 다중스러워지는 것일까. 데이터는 너무나 정확해서 (이래서 다들 데이터 데이터 하는 것인지도) 월별 평균은 정확히 점점 오르고 있다. 매일의 기복은 있으나, 평균은 상향곡선. 흠. 호떡을 끊어야겠다. 근데 너무 맛있다.ㅜ

 

뭐 그런 거지.

 

호떡에 대한 집착은, 아마도 추억과 관련이 있을 게다. 지금은 좋은 기름으로 깨끗하게 구워서 주지만, 예전 길거리표 호떡은 지금 생각해도 그렇진 않았다. 기억에.. 예전이 지금보다 훨씬 추웠던 것 같고... 그 추위 속에서 엄마와 동생과 동네 시장을 오가는 길에, 혹은 학교에서 수업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포장마차 한 대 놓여있고 털모자와 털장갑을 꼭꼭 낀 포장마차 사장님은 정말 몇 번을 반복해서 썼을 지 모를 기름으로 호떡을 굽고 계셨다. 반죽된 떡을 한웅큼 집어서 양 손으로 잘 모양을 잡은 후 중간을 슥슥 벌려 깨 들어간 호떡 속을 한 숟가락 톡 집어넣는다. 호떡 누르는 장비는 예나 지금이나 같아서 은색으로 된 납작한 모양새의 그것으로 꾹꾹 눌러대고, 솜씨 좋게 앞 한번 뒤 한번 튀겨내듯이 잘 굽고 나서는 "아저씨 한개요" 그러면 도화지 자른 종이로 호떡 하나 탁 집어서 주곤 하셨다. 그 분은 지금 어디에서 뭐하고 계실려나. 그리 추운날 고생한 보람이 있어서 지금은 따뜻하게 지내셨으면 좋겠는데.. 얼굴도 기억 안나고 형체만 어렴풋한 분에게 괜한 추억을 느껴본다.

 

엄마랑도 그 얘길 했었다. 그래. 그 때 그랬지. 그래서 호떡이 좋은가봐. 예전엔 500원 했나? 50원 했나? 지금은 백화점에서 만원에 5개 파니 2,000원. 헐. 정말 고급진 호떡을 우린 먹는 게로구나. 그러면서 냠냠 둘이 앉아 우롱차와 함께 먹는다. 추억은 아름답고 그 추억과 먹는 간식은 더욱 맛난 것이니. 살 좀 찌면 어때. 그렇게 하나 먹겠다 해놓고 두 개 먹고, 남기면 맛없으니 또 하나 나눠먹고. 다 먹어치운 빈 접시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에라. 우롱차 한잔 더 먹자 이래본다.

 

뭐 그런 거지.

 

.. 날이 춥다. 오늘은 송년회가 예정되어 있고 난 간만에 맛난 레드와인을 먹어줄 생각이다. 얼른 퇴근시간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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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윗듀 2017-12-14 12: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호떡이 너무 좋아서 고등학교 때 죽으면 호떡이 되고싶다고 생각했어요. 친구한테 말했었는데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더라는...하긴 저같아도.....ㅋㅋㅋㅋ즐거운 송년회되시길!

다락방 2017-12-14 12:58   좋아요 1 | URL
아니 스윗듀님 ㅋㅋㅋㅋㅋㅋㅋㅋ 호떡이 되고 싶다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님이 짱이십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17-12-14 13:14   좋아요 0 | URL
저 밥먹다 이거 보고 완전 빵 터졌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람들이 왜 웃냐고..ㅎㅎㅎㅎ
호떡이 되고 싶었던 스윗듀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덕분에 즐거운 마음으로 송년회 갈 수 있을 듯 ㅎㅎㅎ

스윗듀 2017-12-14 23:41   좋아요 1 | URL
틓라하하하하 웃음생성시켜서 기분 좋습니당ㅋㅋㅋㅋㅋㅋㅋ 다들 굿밤이영⭐️

바다 2017-12-16 08: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나가다 비연 님께서 궁금해하시길래요 - ˝so it goes˝라고 합니다.
저도 이웃분께서 알려주신..
참고로 구판인 아이필드 판 - 그렇게 가는 거지
더 오래된 새와물고기판 - 그렇게 가는 거다

개인적으론 그렇게 가는 거지..이 문구가 작품의 성격에 딱인 거 같아요.

비연 2017-12-17 10:42   좋아요 0 | URL
아 그거군요. So it goes~

세실 2017-12-17 16: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호떡 저도 좋아해요^^
기름 듬뿍 넣어 거의 튀기듯 바삭한 호떡 특히 좋아합니다.
오늘은 집에서 호떡이나 구워 먹을까? 고민합니다.

비연 2017-12-26 08:57   좋아요 0 | URL
어멋 세실님. 집에서 호떡을 구워 드신다니! 부럽...
저도 바삭한 호떡 좋아요^^ 아 이 야밤에 호떡 땡기네요 흠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