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재미있다. 아직 1/4 정도 읽었는데 냉큼 이 책에 대해서 쓰는 것은 다들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어서. 이미 주변 사람들에게 읽으라고 막 권하고 있기도 하고. 겨울이라 그런 지 왠지 울적하고 의욕상실 상태에 빠진 나에게조차, 유쾌하고 재미있는 이야기 보따리같은 책이라서 말이다.

 

과학서적 중에는 참 허접한 것들도 많다. 아무 얘기나 갖다 놓고 이런 에피소드 재미있지? 라지만 아무 맥락도 없이 그렇게 재미 위주로 들이대면 별로라며 고개를 돌리게 된다. 과학이라는 것이 일반 대중에겐 어렵게 느껴지고 (기실은 어렵기도 하고)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측면에서 흥미를 일으키는 게 중요해 라고 말한다면... 그래도 그건 아니지 라고 까칠하게 답하긴 하겠지만, (아.. 비연..ㅜ) 어쨌든, 과학서적은 제대로 된 정보를 재미나게 전해주되 그 풍성함 속에 뭔가 느껴지게 하는 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지론. 그 점에서 아, 이 책. 좋다. 에드 용은 천재일까.

 

 

 

 

"우리는 모두 혼자 태어나, 혼자 살다가, 혼자 죽는다"고 했을 때 오손 웰스는 큰 실언을 한 셈이다. 우리는 혼자 있을 때도 결코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공생자로 존재하며, 공생(symbiosis)이란 '상이한 생물들이 함께 사는 것'을 가리키는 놀라운 용어다. 어떤 동물들은 미수정란 상태에서 이미 미생물에게 점령되고, 어떤 동물들은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첫 번째 파트너를 고른다. 우리는 미생물의 면전에서 평생을 살며, 우리가 음식물을 먹을 땐 미생물도 함께 먹는다. 우리가 여행할 땐 그들도 동행한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죽을 때, 그들은 우리를 분해하여 자연으로 돌려보낸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모두 일종의 동물원이다. 우리는 하나의 몸으로 둘러싸인 거주지이자 여러 종(種)으로 구성된 집합체이며, 하나의 세계다. (p11)

 

 

이 대목을 읽는데, 왠지 외롭지 않아 라는 생각이 든 건, 내가 이상하기 때문? ㅜㅜ 혼자 있을 때도 혼자가 아니라는 말. 우리는 우리라는 종(種) 하나 달랑 놓여 있는 것 같지만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미생물들이 내게 붙어서 기능을 하기 때문이라는... 투시경으로 찍으면 내 개체의 겉과 안에 수만조의 미생물이 있다 이거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니, 수만조의 존재가 나와 더불어 나를 유지하고 있다는 이 진실. 떨린다.

 

 

한편 독일에서는 로베르트 코프 Robert Koch 라는 내과 의사가 지역 농장의 사육동물을 휩쓸던 탄저병을 연구하고 있었다. 때마침 다른 과학자들이 동물의 시체에서 탄저균 Bacillius anthracis 을 발견하자, 1876년 코흐는 이 미생물을 쥐에게 주입한 뒤 쥐가 죽은 것을 확인했다. 그는 이 암울한 과정을 스무 세대에 걸쳐 집요하게 반복하여 번번이 똑같은 현상이 반복되는 것을 확인했고, 마침내 세균이 탄저병을 일으킨다는 결론을 내렸다. 배종설 germ theory이 옳았던 것이다. (p57)

 

 

안 그래도 오늘 12월 11일이 Robert Koch의 생일이었다. 1843년생이니 174년 정도 지났나. Google Doodle에서 그의 생일을 축하하는 이미지를 올렸었다. 이 책을 읽고 있는 중이어서인지, 눈에 번쩍 뜨였지 뭔가.

 

 

robert koch, google image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놀라운 과학서적을 읽을 때의 재미란...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과 흥미가 느껴진다. 좋은 책이다. 다 읽지 않아도 알 수 있는. (하긴, 최근 읽은 <Rethink>는 처음에 엄청 재미있다가 후반부에 가서 이해할 수 없는 논리들이 이어져서 조금 당혹스럽기도 했었지만...) 이 겨울날, 좋은 벗을 만난 기분이다. 미생물이라는 벗. 미생물 이야기라는 (책)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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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슈 2017-12-11 22: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책 저도 참재밌게봤습니다

비연 2017-12-11 23:49   좋아요 1 | URL
그쵸그쵸?^^ 저 지금도 읽고 있는데 재미지네요 ㅎㅎㅎ

희선 2017-12-12 01: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라디오 방송에서 소개하면서 사람은 혼자가 아니다는 말을 하더군요 미생물하고는 말을 못해서... 이런 생각을 하는군요 누군가와 말을 한다고 쓸쓸함이 다 가시는 것은 아니지만...


희선

비연 2017-12-12 09:41   좋아요 0 | URL
인간이 유일무이 유아독존하는 게 아니라, 알게 모르게 어떤 생명체들과 함께 산다는 것을 생각하게 해요.
하긴 그렇다고 혼잣말을 할 수는 없겠지만요 ㅎㅎ;;;

cyrus 2017-12-12 13: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코흐가 세균을 발견하기까지 사람들은 공기와 악취가 질병의 원인이라고 생각했어요. 이게 진짜였다면 지구는 이미 망했을거예요.. ^^;;

비연 2017-12-12 14:07   좋아요 0 | URL
그 세균을 발견(사실 그 이전에도 그 존재에 대한 이야기들은 있었지만 무시당한...=.=;)하고 인정받은 게 19세기라니 정말 다시 생각해도 너무 놀라와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