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회사에 출근해서 아침에 잠시 240번 버스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에 올랐다. 원래 이 일에 대해 올렸던 게시글과는 그 진상이 다를 수 있다는 것. 아이가 4살이 아니라 7살 정도이고 엄마가 어쩐 일인지 아이가 없어진 걸 10초쯤 뒤에 깨닫고 내려달라고 요구한 것. 그런데 그 때 버스가 손님을 내리기엔 부적절한 그러니까 사고가 날 만한 장소였던 지라 10초쯤 뒤에 길 쪽으로 대어서 내려준 것.... 버스기사가 부도덕하고 불친절했다거나 서로 욕설을 했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는 것... 아 그래. 진상은 그랬던 거구나. 하지만 아직도 모호한 게 많다는구나. 하고 평범하게 듣고 얘기하는데 같이 일하는 동료가 한마디를 했다.

 

"그 엄마가 버스 안의 CCTV는 공개하지 못하게 한다네요?"

 

흠?

"아. 뭔 일이 있었나? 알리고 싶지 않은 일이?.."

 

라고 대꾸했더니 갑자기 조용히 있다가 한마디 다시 덧붙인다.

 

"맘충이라고 있죠? 그런 거죠."

 

그 단어를 듣는 순간, 화가 갑자기 치솟았다.

 

"그런 단어는 쓰지 맙시다. 어떤 일이 있었는 지도 모르고, 또 여성한테만 그런 류의 단어들을 붙여서 규정짓는 건 아니라고 생각이 되네요." 라고 말했더니 막 짜증을 내면서 자기도 경험을 해봤지만 정말 그런 엄마들이 있다는 둥, 그렇게 불려도 뭐라 할 수 없다는 둥...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내가 "그런 사람은 있겠지. 하지만 그런 '명사'로 규정당하는 건 항상 꼭 여자들이다. 이건 여혐의 일환이고 그래서 이런 단어를 쓰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얘기하니 하는 말이.

 

"아. 되었어요. 여기서만 그 단어 안 쓰면 되죠? 난 절대 동의 못하지만 여기서는 안 쓰도록 하죠."

 

이 대화가 어제 오늘 계속 머리 속을 맴돈다.

생각할수록 화가 나는 일이라서 속에서 막 뜨거운 화의 기운이 올라오곤 한다.

 

 

마태우스님이 이 책을 내었다는 소식을 접했었다. 이런 제목으로 이런 내용으로 책을 내다니 용감하신 마태우스님...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의 대화를 나눈 상대 남자는 40대였고 배울 만큼 배웠고 상대적으로 여자라고 누구를 혐오를 한다거나 차별을 하는 동료는 아니었다. 아니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나는 이런 류의 이야기들을 나누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더 충격이었던 것 같다.

 

기생충 박사로 유명한 서민교수가 여성 차별과 혐오에 대한 문제를 말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 여성혐오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져 있고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보여주며, 여혐을 일삼는 남성들의 주장이 왜 잘못됐는지를 알려준다.

‘된장녀’, ‘김치녀’, ‘맘충’ 등 여성혐오를 표현한 단어들은 이미 널리 쓰이고 있으며, 남성들뿐만 아니라 그들의 글에 동조하거나 그들의 행태에 침묵하는 이들은 많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가 대학을 나와도 좋은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현실이 남성들로 하여금 분풀이할 대상을 찾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만만한 약자, 즉 여성이 분풀이 대상이 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유리천장과 독박육아처럼 불평등한 여성의 삶이 존재한다. 혐오와 차별을 없애달라는 여성들에게 ‘여자도 군대 가라’며 역차별 운운하는 남성들의 주장이 억지에 불과함을 역설하며 남성들의 각성 또한 필요함을 강조한다.  - 알라딘 책 소개 中

 

남자들은 이런 말을 하면서 이게 '여혐'의 한 양태라는 것도 모르고 마구 내뱉는다. 그 저변에 깔려 있는 성차별적 요소를 간과한다. 그런 얘길 들을 만하다고 자기는 상식선에서 판단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것은 틀렸다. 틀렸다고 얘기하면 화를 낸다. 자기가 하는 이야기를 그런 식으로 몰고 간다고 짜증을 낸다. 자신의 바닥을 보려 하지 않는다. 억지를 부리면서 억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정말, 매번 피곤하다. 마태우스님의 이 책을 사다가 안겨주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든다. 같은 남자가 이런 얘기를 한다. 좀 깨달아라. 라고 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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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겟타 2017-09-14 22: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화가 많이 나셨겠네요.. 요즘의 이슈들은 너무빨리 소비되어져서 오전에 화제가 되었던 이슈가 오후엔 또 다른 이슈로 대체되어지고.. 너무 빨리 떴다가 너무 빨리 잊어버리다보니 어쩌면 개중에는 확인이 아직 완전히 안된 일들이 화제거리가 되었다가 나중에 다른 사실이 밝혀지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잘못알고 있는채로 이미 잊혀지는 경우도 많기도 하죠. 그래서 이슈들이 너무빨리 소비되어지는 요즘현실이 조금 불편하기도 하네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충이라고 붙이는 것이 사람을 벌레로 규정짓는게 재미로만 생각하기엔 선을 넘어간 것 같아서 너무 싫어요. 대부분 이런 식의 분류가 인터넷 커뮤니티 중심으로 생겨난 재미와 비하의 표현으로 쓰는 말이라고 알고 있는데 우리나라 커뮤니티 특성상 구성이 남초이기 때문에 이런 규정이 여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구요.. ㅜㅜ

비연 2017-09-15 08:55   좋아요 1 | URL
블랙겟타님... 저도 동의해요. 요즘 이슈들은 빨리 소비되기도 하고 그래서 잘못된 정보가 사람들에게 일파만파 너무 빨리 번지기도 해서 불편합니다. 무엇보다 발생하는 이슈들에 대한 확인없이 그냥 막 내지르는 언론의 태도나 지나치게 거기에 대해 표피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도 그렇구요... 여성들에 대한 이런 표현들은 사실 화가 난다기보다는 서글퍼지는 일입니다. 이런 식의 그릇된 규정화, 막무가내의 비난 등이 언제쯤 사라질 수 있을까 라는 막막함도 있구요... 그 동료, 지금도 제 앞에 앉아 있네요..ㅜ

사실만 말하자 2017-09-15 15: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귀막고 눈가리고 빼액빼액 여혐하지마~!
군바리 꼰대 한남 이건머냐?
맘충이란 단어가 모든 여자을 지칭하는 말이냐?
맘충이란 단어가 모든 엄마을 지칭하는말이냐?
일부의 잘못되고 이기적인 아줌마들을 지칭하는 말이고
맘충이란 말이 사실 여러맘카페에서 혐오적으로 들린다고 스스로 자신을 조심하게 만드는 역할도 하고있다.
맘충이란 단어을 제일 만이 쓰는 사람이 남자라고?
사실 미혼여자들이 제일 많이 쓰고 실제 인터넷 글중에 맘카페의 글들이 거의 맘충이란 단어을 스스로 쓰고있다.
맘충이란 단어가 최초에 어디서 만들어 졌다가 아니라 무개념 아줌마을 맘충이라고 부르고 맘카페에서 제일만이 쓰이고
있다는거 모르지? 어린 여성같은데 한번쯤은 바른소리도 하면서 살아라
그런 편향된 우김으로 살면 너또한 그소리을 듣게 될것이다. 그말을 하는 사람이 꼭남자일거 생각하냐?
그리고 귀막고 눈가리고 빼액빼액 하지말고 기사을 찾아 눈깔로 보고 글을 써라
국민들 대부분이 이미 실을 알고 거기에 말을 하는데 맘카페와 일부 여성들이 그걸또 무분별하게 여라라고 감싸냐?
도둑넘감싸면 너도 도둑넘이고 살인자 감싸면 너도 살인자되는거다.
행실의 자잘못을 따진후에 엄마던 여자던 찾아라
우리사회에서 여자라고 모든 도덕을 모든법을 아우르고 막가파로 살려고하냐?
그런 생각이 지금 맘충의 전형인거 모르냐?
성동구 맘카페 같은데 가서 봐라 도저희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가더라
사회가 아무리 지 꼴리는대로 살아도 된다지만 아닌건 아니잔아

비연 2017-09-15 15:21   좋아요 1 | URL
잘 읽었습니다.

몇 가지 ‘사실만 말하자‘면..
1. 저는 ‘어린 여성‘이 아닙니다. 나이가 상당히 많습니다.
2. 제게는 ‘눈깔‘은 없습니다. ‘눈‘이 있을 뿐입니다.
3. 저는 ‘남자‘를 욕한 적은 없습니다. 누구든 상대를 작은 지식으로 규정하는 ‘사람‘을 경계한 겁니다.

이상입니다.

다락방 2017-09-15 17: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위에 댓글 너무 후져서 제가 다 부끄럽네요... 왜 부끄러움은 나의 몫인가.......

비연 2017-09-15 22:34   좋아요 0 | URL
쩝...유구무언..입니다...

이하라 2017-09-15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도 군대 가라는 말이 여혐은 아닐겁니다 병역의 의무는 국민의 기본의무이니까요 군가산점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면 역차별임에도 분명하구요 여성들 스스로도 그런 인식을 서서히 하고 있기에 최근 이슈가 된 여성의 군복무도 의무화해달라는 여성들 스스로의 청와대 청원도 있었던 것이겠죠 게다가 맘충이란 표현은 저는 알게 된게 며칠되지 않았는데요 아마도 그런 표현은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여성들이 더 사용하고 있을듯 합니다 직업이 있는 여성들이 전업주부를 무시하며 처음 사용한 신조어가 아닌가 싶네요

비연 2017-09-15 22:37   좋아요 1 | URL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잘 읽었습니다. 아울러, 직업이 있는 여성이 전업주부를 무시하며 처음 사용한 신조어가 맘충이라는 건, 좀 지나친 억측이 아닐까 싶네요.

hellas 2017-09-16 05: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겪으신 일도 화가나지만 댓글도 정신이 아득해지네요. 여적여 프레임으로 못박고 싶은걸까요. 얼마전 여성의 연대를 이야기하는 책을 읽고 여러 사람과 이야기를 했었는데 몇몇 남성분들이 여성의 연대를 이해하지 못하고 여성간의 질투에 대해 더 빈번한 일 아니냐고 말하더군요. 나는 뒷짐지고 엣헴 할테니 너희들끼리 좀 싸웠으면 하는 심리인지 ㅡㅡ

비연 2017-09-16 22:39   좋아요 1 | URL
이런 류의 이야기들에서 참 다양한(?) 의견들이 있을 수 있음을 몸소 체험하게 되는 기회인 것 같습니다...

2017-09-16 1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16 2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구마열 2017-09-19 1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일베충으로 부터 시작된 단어가 ‘충‘ 이란 단어죠. 여자한테만 여혐이라는 이유로 ~충이라고 부르는건 아닙니다.

그 버스기사는 자살까지 생각했고,
딸아이들은 울면서 인터넷에 해명을을 적었답니다, 그리고 저 여자는 형사고발을 진행 하였던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오죽하면 사람들이 맘충이라고 할까요?

특정부류에 규정을 지어라, 혹은 짓지마라. 라고 말하기 이전에
왜 세상이 이렇게까지 이기적이 되었는가, 왜 저런단어가 나올까를 먼저 생각해봤으면 좋겟습니다.


비연 2017-09-19 13:54   좋아요 1 | URL
잘 읽었습니다.

다만, 어느 사안이나 fact를 다 알 수는 없는 것이고
자기가 보는 혹은 아는 내용에 따라 의견이 갈릴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