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책을 즐기는 편이다. 정확히 말하면, 경제학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야기들이 좋다. 어려운 이론들이야 난 모르겠고.. 그걸 잘 해석해서 세상을 이렇게 볼 수 있다.. 라고 말해주는 경제학 책이 좋다 이거지.

 

 

 

 

 

 

 

 

 

 

 

 

 

 

 

 

최근에 읽은 이 책. 좋은 책이다. 중간중간 좀 이상한 번역들이 눈에 띈다는 게 좀 그렇긴 하지만 (아 번역이란 얼마나 중요한 것이냔 말이다) 그래도 내용 자체가 좋다. 기존에 경제학 가지고 세상을 해석하는 자체를 부정한다. 그렇게 해서 세상을 지극히 정량화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올바르지 않은 길을, 적어도 행복하지는 않는 길을 보여준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마지막 부분의 글들은 백프로 동감하긴 어렵지만, 대안적인 모색으로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니, 그 이상을 지금 어떻게 생각해내겠느냐에 한표다. 

 

 

하지만 이제는 주택이 이윤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는 사적 소유물의 하나가 되었고, 사람들도 경제적 수익이라는 관점에서 주택을 바라보게 되었다. 신자유주의 경제학 이론과 그것을 뒷받침한 정치적, 기술적 도구를 하나의 괴수에 비유한다면, 주택이야말로 그 괴수의 작살 달린 꼬리가 선명하게 드러난 예라고 할 수 있다. (p37)

이 세계에 대한 모든 묘사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 그리고 그 묘사 대상을 둘러싼 세상을 무한히 다양한 방식으로 바꾸어 놓는 힘을 갖고 있다. 그리고 어떤 묘사에 대한 <진정한> 이해는 전적으로 그 묘사를 행한 이가 누구이며 어떤 맥락에서였는가에 좌우된다. (p92)

마트는 경제 활동이 펼쳐지는 무대이며, 여기에서 우리들은 경제라는 연극을 상연하는 배우로서 각자 맡은 바의 배역을 충실히 연기해야만 한다. 공연히 먼 나라의 확실하지도 않은 노동 조건 이야기나 대량 생산 이야기 따위로 막연한 걱정을 품는 짓은 해서는 안 된다. 눈앞에 펼쳐져 있는 가격표들은 우리에게 경제적 계산을 또렷이 제시하고 있으니, 우리가 몰두해야 할 대상은 가격표뿐이다. (p150)

우리는 스스로의 숙고와 의도에 따른 선택의 행동을 통해서 경제적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일상의 평범한 물질적 장치들(우리가 이 세계라는 바다를 항해하도록 도와주는 바로 그것들)을 체계적으로 사용함으로써 경제적 인간이 되는 것이다. (p151)

사람들이 그냥 리스크를 받아들이는 이유는 그것을 피할 금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일 때가 많으며, 리스크의 가격을 산정할 때 이러한 가난한 이들의 낮은 임금까지 요소로 포함시킨다면, 이들의 목숨값은 그야말로 싸구려 비지떡이 되어 버리고 만다. 이들이 리스크를 고스란히 감수하는 진짜 이유를 무시하고서 그냥 리스크의 가격을 싸게 산정해 버린다면, 이들이 실제로 산재나 사고를 당했을 때에 나오는 보상금 또한 싸구려가 될 것이다. 또한 리스크를 막기 위한 시설에 들어가는 돈은 이제 상대적으로 더 큰 비용이 되어 버리므로 그것의 필요성도 줄어든다. 이런 식으로 목숨의 가치를 측량하는 도구들은 보호가 가장 절박하게 필요한 이들, 즉 자원의 희소성이 너무나 심각하여 아무런 선택의 여지도 갖지 못하게 된 이들을 보호의 테두리 밖으로 내동댕이치고 만다. (p201-202)

 

 

저자는 참으로 다양한 예를 통해, 작금에 나오는 경제학적 분석들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고려하지 않고 오직 '효율성'에 근거하여 '측량'함으로써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에 이바지하는 지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긴 역사동안 경제학으로 이렇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진 우리들은, 경제학적으로 분석 어쩌고만 하면 얼어 버린다. 맞아. 이러네. 어쩌지... 하지만 그 기저에 깔린 사상들을 고려한다면, 우리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경제학,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을 만드는 데에 기여할 수 있는 경제학을 새롭게 만들어내야 하는 지도 모르겠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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