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신간을 뒤적이다 보니 (으하하. 출근하자마자 신간을 뒤지는 직장인 비연. 회사 미안...) 최근에 개정되어 나온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라는 책이 눈에 띄었다. 나는 2003년에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책으로 읽었었다.

 

 

 

 

제목에 맥도날드 가 있다보니 이게 햄버거 가게 얘기? 뭐 이런 생각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은, 대단히 좋은 사회학 책이다.

 

세계적인 사회학자로, 합리성과 효율성으로 포장된 대량화와 동일성의 위험성을 '맥도날드화'로 정의하며 전 세계에 사회과학 분야는 물론 식품 분야에까지 문제의식을 던졌던 작품 <The Mcdonaldization of Society>의 최신 개정판이다. 10여년이 넘는 기간 동안 변화되었던 정세의 흐름을 반영하여 책의 곳곳을 수정하고 보강하여 그 자체로 가치 있는 작품이 된 타이틀의 전면 개정 번역판이다.

최신 개정 8판에서는 노동자들이 효율성, 계산가능성, 예측가능성, 통제라는 관점에서 맥도날드화에 어떻게 지배되는지 집중 탐구한다. ‘합리성의 불합리성’을 고찰하는 동시에 ‘맥잡McJob’에서 드러나는 불합리성과 노동조합, 최저임금, 소비와 글로벌라이제이션 문제에 대한 통찰도 놓치지 않는다. 웹 2.0과 이베이화 등 새로운 사회 환경 변화에 따라 맥도날드화의 양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추가된 내용이다. 이번 최신 개정 8판 번역본은 14년 만에 국내에 번역되어 나오는 만큼, 수정 증보된 내용에 대한 번역은 물론이거니와 변화된 한글 문법과 언어문화를 반영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새롭게 문장을 손보고 다듬어 완성시켰다. - 알라딘 책 소개 -

 

맥도날드라는 회사가 만들어진 것이 그냥 이게 독특한 프로세스를 가진 사기업의 출현이라고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학적인 측면에서의 중요성을 강조한 책이다. 효율성을 목표로 대량화와 프로세스의 동일화가 시작된 지점이다라고 보는 것이고 이것이 노동자들에 대한 통제, 심지어 세게화로까지 이어진다는 관점이다. 아주 좋은 책이다. 추천.

 

사실, 이 책 제목을 보면서 난 좀 다른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에 맥도날드가 처음 들어왔을 때의 생각. 1호 맥도날드점은 압구정동 갤러리아 앞에 생겼었다. 그 때까지는 웬디스나 롯데리아나 등등의 패스트푸드점만 있다가 2층 건물에 거대 프랜차이즈 햄버거집이 들어온다고 해서 생길 때부터 화제였다. 빨간색 아치 모양의 'M'자가 있는 그 가게. 생기자마자 사람들이 버글버글. 지금 쉑쉑버거 만큼은 아니라도 정말 화제였었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거기서 만나자고 하는 게 일상적인 일이었고, 그 햄버거 맛이 다른 데에 비해 대단히 괜찮았느냐 라는 건 상관없이 그냥 맥도날드 햄버거가 최고였다. 그 때 만들어진 입맛 때문인지, 난 아직도 햄버거는 맥도날드만 먹는다.

 

신기했던 건, 그 제조과정이 다 보인다는 거였다. 주문을 하면 뒤에서 햄버거가 포장이 되어서 또르르 굴러나오더라는 거지. 오호. 그 뒤쪽에선 단계별로 여러 사람이 순서대로 서서 한명은 야채를 넣고 한명은 고기를 놓고 한명은 포장을 하고... 이것이 제조공정이지 뭔가. 요즘 영화 <Founder>가 나왔는데, 이게 맥도날드가 프랜차이즈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라는 것. 보면 예전 추억과 더불어 재미있을 것 같아 챙겨두고 있다.

 

이러한 맥도날드화에 의한 노동의 통제 등이 이제는 사라질 지도 모르겠다. 맥도날드화라는 사회현상 자체가 없어질 지도. 요즘 읽고 있는 책 <로봇의 부상>을 보면 아 이제 노동이라는 것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미 사람을 대체하는 기계들이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과연 사람은 무얼 하며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로봇, 인공지능, 클라우드.. 이런 대체재들이 지금은 단순반복적인 일을 일부 대체하고 있고 그것도 기능이 완벽하지 않을 지 모르지만, 알파고의 예처럼 이제 고도의 작업들도 가능하게 될 것이고 따라서 사람들은 긴장해야 한다 라고 얘기하고 있다. 잘 몰랐었는데, 심지어 음악과 미술도 자유롭게 하는 로봇들이 나오고 있었다. 인간의 가장 고유한 영역이라고 생각해온 예술의 영역에도 로봇이 인공지능이 머신러닝이 침투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맥도날드의 시스템이 가내수공업에 불가했던 제조를 프로세스에 기반한 자동화 시스템을 가진, 혁신적인 제조로 변모시킨 주역이라고 한다면, 그래서 이 혁신에 의해 인간의 기계화, 통제, 단순반복작업자로의 전락이 일어났고 이로 인한 사회적인 현상들이 발생했다고 본다면, 이제 로봇이라는 존재(!)로 인해 그것마저도 없어지는 결과가 생길 거라는 거다. 인건비가 많이 든다는 비용적인 측면도 있겠지만, 로봇은 불만이 없고 시키는 대로 하고 지치지 않으니 기업주 입장에서는 인간이라는 복잡한 존재에 비해 다루기 훨씬 쉬운 대상일 것이니 이를 대체할 수 있다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거다. 따라서, 인간의 노동이 설 자리가 점점 없어진다는 것이고, 이것에 대해 인간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라는 문제제기가 가능하다.

 

이 두 책을 비교하면서 보면 또 재미있을 것 같아서, <로봇의 부상>을 읽은 후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를 다시한번 읽어볼까 한다. (흠...시간이 될라나 ㅜㅜ)...아침부터... 이런 긴 글을.. 일하자 비연.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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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ia 2017-04-24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봇이 사람(의 일)을 대체하는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그래서 인간 처지에서 일자리 걱정이 안 드는 것은 아니지만, 뭐 자동차 쪽이나 지하철 쪽 귀족노조들이 최강 건재한 한국은 적어도 2045년 이전까지는 (한국이 그때까지 망하지 않는 한, 한반도에 전쟁이 나지 않는 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순 조립, 단순 반복, 단순 안내, 빅 데이터에 근거한 분석 · 예측, 서비스 업무 등등에서는 좀 타격이 있겠지요. 하지만 인공지능과 로봇의 일자리 접수는 점진적으로 일어날 것이기 때문에 인간들도 거기에 대해 충분히 대책을 마련할 것이고 그 충격이나 여파를 잘 흡수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인간 일자리의 전면적 접수 혹은 점령 혹은 탈취는 수많은 미래학자, 석학, 과학자들이 예측하고 떠들어대고 있지만, 제 아무리 현대 과학기술이 초고속으로 발전한다고 해도 근미래에는 일어나기 어렵다고 봅니다. 오히려 인공지능과 인간형 로봇의 완성도가 높아져 가면 갈수록 흥미진진한 (우리가 많이는 예측하지 못했던) 새로운 현상이 생겨날 것이고, 인간의 기회와 고유 영역이 새로 발굴되고 늘어나기까지(그게 대규모일 것 같지는 않지만) 할 것이라고 봅니다. 이건 지난 인류 역사를 되돌아보면 직간접으로 수없이 증명된다고 봅니다. 물론 4차 산업혁명은 종전의 산업혁명들과 차원을 달리하죠. 해서 그 혁명의 영향력과 전복력 또한 차원이 다르게 나타날 겁니다. 하지만 적어도 2045년 이전까지 세계를 뒤집어엎어버릴 만큼 급격한 변화는 결코 일어나지 않으리라 봅니다. 요컨대 인공지능이나 로봇의 일자리 위협에 관한 한 (최소한 한국인들은)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봅니다. 인공지능 번역기가 요즘 화제인데요. 네이버 파파고든 구글 번역기든 인간 번역가들을 결코 대체하지는 못하리라 봅니다. 물론 앞으로 많이는 발전하겠지요. 하지만 현재 각종 로봇들이 인간을 보조하는 수준에 그치듯이 그저 약간의 보조만 잘해도 큰 성공을 거두는 것이라고 봅니다.

비연 2017-04-24 13:22   좋아요 0 | URL
네.. 물론 근간에 일어나긴 힘든 일일 수도 있고 걱정한 만큼의 여파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미리부터 걱정한다기보다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게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에 예측하고 대비하고 (그게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하는 행동은 차츰 필요한 것 같구요. 한국도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되구요. <로봇의 부상>이라는 책에서도 그런 전망들을 하고 있는 것이라 보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