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정말 오랜만에,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 한잔과 책을 벗했다. 아빠 입원하신 동안 시간도 없었지만 시간이 있었더라도 이런 여유를 부리는 건 스스로에게 용납되질 않아서 계속 못한 일이라, 괜히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그 평안, 그 여유... 눈물나게 고마운 시간이었다. 물론, 내 바로 옆에 10대 후반 혹은 20대 초반의 남자애 들이 앉아서 계속 영어로, 내가 일어날 때까지 계속 얘기하는 통에 뭔가 위화감이랄까 불편감이랄까.. 를 느껴야 했지만, 어제의 기분으로는 다 무시할 수 있었다.

 

아무 일도 없는 일상이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읽은 책은 '싸울 기회 (A fighting chance)'. 책도 좋은 내용이라 더욱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아. 어딜 가나 정치라는 것은 더럽고 기득권 세력을 위한 것이고 서로 자기 것을 지키기 위한 이기심과 뒷거래가 횡행하는구나. 결국 미국이라는 나라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은 것은, 책 속의 누군가의 말처럼 몇 년에 한번씩 다가오는 경제의 부침이 아니라, 워런의 말처럼 은행과 당국이 행한 정책의 실패가 낳은 결과였던 것이다. 국민의 삶을 위해 그들의 이익과 기득권을 뺐으려 할 때 얼마나 많은 노력과 좌절을 겪어야 하는 지 리얼하게 그려져 있는 책이다. 그 와중에도 불현듯 도와주는 힘있는 사람이 나타나 바른 길로 인도하는 길을 터준다는 것은 드라마틱한 일이다. 그런 드라마는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의식있는 사람들이. 눈앞의 이익이 아니라 다수의 일상을 위해, 실제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판단하여 수년간 혹은 십수년간 끊임없이 부딪히고 깨고 넘고 하는 과정을 거쳐야 겨우, 정말 겨우 나올 수 있는 것임을 알게 된다.

 

작금의 우리 현실과 비교해볼 때, 마음에 너무 와닿아서 정신없이 읽고 있다.

 

물론 지금은 회사에 출근한 상태이다. 아무리 바빠도 주말 근무만큼은 자제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는 형국이라 꾸역꾸역 나왔다. 귀찮고 피곤하고... 그런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아빠 퇴원하셔서 평온한 일상을 찾았음에, 먼 미국이라는 나라에서도 정의를 위해 싸우는 사람이 있음에 안도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오후를 지내보려고 한다. 얼른 일 마무리짓고 집에 가서 나머지 부분을 읽고 싶은 나머지 초조하기까지 하네. 허허. 그동안 정신없음을 핑계로 책 읽는 것을 게을리 했었기에 오늘은 집에서 책을 바리바리 싸들고 왔다. 쓸데없는 생각은 접고, 우선 책부터 파고드는 예전의 생활로 들어가보련다.

 

아. 물론 오늘의 일은 끝내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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