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팬이라면 하일성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 옛날 야구해설가라는 직업이 뭔지도 잘 모를 때부터 이것을 직업으로 삼았고 프로야구 원년 때부터 계속해서 해설을 해오셨던 분이다. 원래를 환일고 선생님이었으나, 야구가 좋아서 야구를 해설하는 게 너무 좋아서 안정된 선생님이라는 직장을 박차고 이 길을 나섰다... 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야구해설가 양대 산맥은 허구연과 하일성. 이건 뭐 오래된 이야기이다. 둘다 야구에 완전 몰두하여 살아온 분들이고, 오래 된 만큼 영향력도 크고.. 그렇지만 그 중에서도 나는 하일성의 해설을 좋아했다. 딱딱하지 않고 친근감있게 때론 진지한 말도 하지만 그게 질책처럼 느껴지지 않게 할 줄 알고 무엇보다 해설 자체가 쫀득쫀득하다고나 할까. 맛깔스럽다고나 할까. 듣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야구를 보게 하는 맛이 있었다.

 

그런 분이 오늘 아마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리라 추정되는... 죽음을 맞았다. 아... 지은 책 제목처럼 정말 <야구 몰라요 인생 몰라요>가 아닐 수 없다...  해설가를 하다가 KBO 사무총장을 지냈고 그러다가 다시 해설가로 복귀할 때 쯤에 여러가지 추문에 휩싸인 건 맞다. 그 진위를 떠나서 사실 많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제 일흔이 다 되어가는 야구계의 산 증인이 이런 좋지 않은 일들에 휩싸여 있다니.

 

그래도 예전에 한번 쓰러져서 건강이 매우 안 좋아졌던 때에도 담배 술 다 끊고 스스로 노력해서 잘 이겨낸 일도 있던 분이라, 설마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줄은 몰랐다. 오늘 이 기사를 보고 얼마나 놀랐던지. 그냥, 차라리 쓰러져서 돌아가셨다면 이렇게 참담하진 않을 것 같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을까. 얼마나 몰렸으면 그랬을까. 그 어두운 사무실에서 혼자 무슨 생각을 하다가 그런 결단을 내렸을까... 를 생각하니 참 마음이 아프다... 이렇게 또 나의 추억이 덧없이 사라지는 것도 슬프다. 내 어린 시절부터의 야구와 관련된 추억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이 이런 말로를 맞으셨다는 게.. 더없이 허무하고.

 

고인의 명복을 빈다. 그 어딘가에서 모든 것 다 잊고 편안하시길 기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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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6-09-08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 고등학교에 야구부가 있었는데, 제가 다니던 학교와 광주일고가 봉황대기 4강전에서 붙었던 적이 있었어요. 그때 광주일고가 이길 확률이 80%라고 고 하일성님이 예언하셨고, 저희가 2:8로 졌지요... 정말 명해설가셨는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비연 2016-09-08 14:38   좋아요 1 | URL
저도 제가 아는 한 최고의 야구해설가셨다고 생각합니다... 아쉽고 애석할 따름입니다...ㅜ

cyrus 2016-09-08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일성님 귀에 자란 털이 장수털이라고 해서 자르지 않았다고 하던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생을 마감하실 줄 꿈에 몰랐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비연 2016-09-08 17:16   좋아요 0 | URL
장수털 얘기 들으니 더욱 허탈. 사람 인생이 참 뜻대로 안 되는 것 같아요. 이제 그 구수한 말솜씨와 목소리를 못 듣는다고 생각하니 괜히 슬퍼지구요. Rest in Pe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