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회사에 오면 가장 먼저 들어오는 사이트가... 회사 메일이 아니라 알라딘이다. 흠. 딱히 책을 사겠다는 건 아니고 (아시는 아시겠지만 한달에 두번만 구입한다고 작심한 지... 일년? 비교적 잘 지키고 있다) 페이퍼도 쓰고 리뷰도 쓰고 신간도 보고.. 그렇게 커피 한잔에 일이십분 잘 누린 후 일을 시작하는 게 나의 일상이다 이거다. 회사에 오자마자, 일 스타트! 이거 넘 낭만이 없잖아...

 

오늘은 심지어 휴가를 마치고 와서, 8월의 하반기에 돌입했기 때문에 책구매에 들어갔다. 어제부로 추진하던 일이 나가리가 되었고 그래서 오늘 나는 아침에 매우 한가했다. 쩝. 그러다가 누군가와 회사 메신저로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이얘기 저얘기 하다가 책을 샀다는 얘기를 했다.

 

"헉. 회사에서 쇼핑몰에 들어갔어요?"

"흠? 아니. 쇼핑몰이 아니라 알라딘. 서점이야."

"그게 책 쇼핑몰 이잖아욧!"

 

아 그런가? 난 알라딘을 한번도 쇼핑몰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냥 알라딘은 내게 있어 놀이터? 뭐 그런 개념으로 책을 산다는 것에 촛점이 맞춰져 있지 않았던 것 같다. 그걸 오늘 처음 알았다. 그러니까 그 사람 말대로 알라딘은 옷이나 가방을 파는 곳과 마찬가지로 '책'을 파는 곳이 맞았다. 나는 여기에서 늘 책을 사니까. 이럴 수가. 그렇구나. 멍...

 

그러면서 회사 사람은 계속 궁시렁거린다. 로그를 다 검색할 수 있기 때문에 맘만 먹으면 당신의 로그를 다 뒤질 수 있고 회사에서 그런 거에 들어가서 시간을 소요한다는 것이 나타나면 무슨 짓을 당할 지 모른다는 둥, 이거이거 이런 각박한 시기에 살아남는 법을 알려줘야 하겠다는 둥, 자기는 네이버에도 접속하지 않으며 지도와 사전만 따로 빼내서 들어간다는 둥.... 아. 그래야 하는 거구나. 그러고보니 업무시간에 알라딘에 들어와있는 게 그런 의미일 수도 있겠구나. 멍...

 

그래서 항상 켜놓고 있던 알라딘을 오늘은 끄고 일에 관련된 내용만 띄워놓기 시작했다. 바로 오늘부터 말이다. 그러다가, 점심을 먹고 왔고 양치질을 했고 화장을 고쳤고... 그러고나니 알라딘이 궁금해졌다. 어차피 버린 몸. 그냥 들어가? 라는 생각이 뇌에서 스치기도 전에 손이 먼저 즐겨찾기의 알라딘 사이트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이건 지독한 습관이다.

 

아뭏든, 그런 얘기까지 들었으니 회사에 와서 알라딘 '쇼핑'을 하는 것만큼은 피해야겠다 싶다. 책은 옷이나 가방 등의 대상과는 다르다고 생각한 나에게도 어폐가 있는 거였다. 다 쇼핑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건데 말이다.

 

어쨌든, 난 오늘도 책을 여러권 사버렸다. 이따가 무통장입금을 하고 나면 이번 주 중으로 도착은 하겠지 라고 생각하니... 룰루. 기뻐진다. 회사에서 로그를 검색한다고 해도 할 수 없지 뭐. 집에 가면 늦고 그래서 노트북 켜는 게 힘겹고 그래서 알라딘 들어올 시기를 놓치곤 하니, 대낮에 회사에서 들어가는 것이 가장 편하다 이 말씀이다. 흠.. 그래도 조금은 자중해야지 라며 소심성 발휘.

 

*

 

오며 가며 [Axt]를 읽다보니 우리나라 요즘 작가들의 이름이 귀와 눈에 자꾸 꽂히게 된다. 지난 번에도 말했지만, 정유정이라는 작가에 대한 새삼스러운 흥미도 이 연유인 것이고. 그래서 이번에는, 뜻하지 않게 우리나라 작가들의 책을 몇 권 구입하게 되었다. 문득, 집 책장에 우리나라 어떤 작가들의 책이 꽂혀 있나 하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소설이나 에세이 위주로 말이다)... 박완서, 박민규, 공지영, 박경리, 김원일, 이문구, 류시화, 이문열, 김연수, 신경숙, 조정래, 최명희, 최인호, 김훈... 생각보다 꽤 많은 작가들의 책이 곳곳에 꽂혀 있었다. 최근 작가들의 책을 읽지 않았다 뿐이지, 그래도 나름 챙겨보고 있었구나 싶다.

 

이번에 산 것들은...

 

 

 

 

 

 

 

 

 

 

 

 

 

 

 

 

 

 

 

 

 

정유정 작품 중에는 <7년의 밤> 낙점. 영화로도 만들어진다고 해서 일단 먼저 보기로.

이응준이라는 작가는 이번에 정말 [Axt]를 보고 처음 접햇는데 쓰는 스타일이 내 마음에 들어서 이름을 따로 기억해두고 작품을 찾아보았다. 이 책... 드라마로 만들어졌던 거 아닌가.. 라는 기억이 있는데 어쨌든 가장 대표작 같아서 일단 낙점.

이병률의 산문집은 워낙 호평이라 진작부터 사기로 했던 것이기는 하지만, 이번에 낙점.

 

그리고, [릿터 Littor]도 창간호를 샀다.

 

 

문예지가 갑자기 부흥하고 있는 시점에서 하나 정도는 정기 구독을 하려고 한다. [Axt]가 가격대도 좋고 내용도 좋은 것 같아서 마음이 끌리기는 하는데, 이왕 정기 구독할 거, 좀 다른 것들도 경험해보고 정해야지 싶어서 [릿터]도 냉큼. [미스테리아]는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문예지를... 좀더 순수문학 쪽에 가까운 것으로 읽고 싶다는 난데없는(!) 소망 때문이라면 이유가 될라나. (뭥미..=.=;;)

 

 

 

 

 

 

 

 

 

그리고, 또 산 책들. 내가 이거 몇 권 사고 관둘 자가 아니지..ㅜ

 

 

무조건 <사피엔스>는 도착하자마자 볼 것이다. 이 책에 대한 호평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고, 나 또한 흥미가 있어서이다. <독서의 역사>는... 책에 관련한 책들 워낙 다 사대니.. 나중에 한꺼번에 읽을까? 라는 마음에 쌓이기만 하고 있다.

 

 

 

 

 

 

 

 

 

서점 관련한 책들도 그저 다 사고 있다. 아직 못 읽은 책들이... 책장에 그대로.. 있지만, <시바타 신..>은 다들 좋다고 좋다고 해서 안 살 수가 없었다고.. .비겁한 변명을 늘어놓아 본다. 멕베스순경 시리즈의 3번째 편인 <외지인의 죽음>.. 이거 뭐 읽기 시작했으니 내친 김에 다 읽어버렷! 하는 마음으로 버튼 꾸욱.

 

 

 

 

 

 

 

 

*

 

 

누군가들은 이야기한다. 이렇게 계속 책을 사면 다 읽냐. 시간이 많은가 보다 책을 이리 사서 읽어 대고... 전혀 그렇지 않다. 일단 다 못 읽는다. 이걸 어느 세월에 다 읽겠는가. 아직도 못 읽고 사두기만 한 책들이 집에 하나가득이다. 하지만 그래도 산다. 왜? 그냥 취미라고 해두자. 책사는 게 취미. 나는 옷에도 액세서리에도 가방에도 별로 관심이 없다. 그렇다고 피부관리를 받는다거나 마사지를 정기적으로 받는다거나 하는 것도 없다. (그래서 늘 우중충인 것은... 별도로 하고) 그런 데에 쓸 돈을 책에 쓸 뿐이고. 그게 취미일 뿐이고. 또 내가 사두면 우리 엄마나 올케가 가져가서 읽기도 하니까 그냥 내 책장이 책대여소 비스므레한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또.. 알라딘 전체적으로 볼 때 내가 그렇게 책을 많이 사는가? 는 아닌 것도 같고.

 

그리고, 사실 시간이 많아서 책을 보는 건 아니다. 알라디너들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활자중독 비슷한 게 있어서 책이 보이지 않으면 좀 불안해진다. 그래서 늘 책을 가지고 다니고 5분 10분 틈내서 보는 것 뿐이다. 지하철, 버스, 혹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순간, 공연이나 영화를 기다릴 때 등등등의 짜투리 시간. 그리고 자기 전 한두시간을 꼭 읽고 자는 것... 이 정도다. 요즘은 체력이 떨어져서 자기 전에 책 읽다가 몇 번 얼굴로 떨어뜨려서 압사당할 뻔 한 적도 더러 있다는 건, 슬픈 일이기도 하고.

 

자기 전 책 보는 습관은 온전한 나의 것이 아니고... 엄마가 그렇게 하시는 걸 늘 봐서 그냥 그게 당연한 걸로 생각되는 것 같다. 우리 엄마는 70대이신데도 여전히 자기 전에 반드시 책을 보다 주무신다. 요즘 무슨 책을 읽으시냐고? 무려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 사실 내가 이 책을 처음 읽은 게 고등학교 때인가 그랬는데 엄마가 추천해줘서 읽었더랬다. 나는 우리 엄마의 이 습관을 정말 사랑한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내 몸에 배여버린 엄마로부터의 습관을 또한 사랑한다.

 

아. 회사 로그에 장시간이 남겠다. 이제 그만...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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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아빠 2016-08-23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비슷하시네요. 할일 없으면 맨날 알라딘 기웃거리는데

비연 2016-08-23 16:5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부자아빠님. 이게 알라디너들 공통사항 일 것 같아요...^^

부자아빠 2016-08-23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전에 책 산건 받았어요. 오늘도 좋은 하루

비연 2016-08-23 16:57   좋아요 0 | URL
부자아빠님, 좋은 하루 되세요~^^

부자아빠 2016-08-23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즐독 하세요

비연 2016-08-23 22:40   좋아요 0 | URL
네엡~^^

yureka01 2016-08-23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고 책 쇼핑몰은 또 처음 듣네요....
책 안읽는 사람은 서점은 상점이라 할 수도 있겠다 싶긴해요....ㄷㄷㄷㄷ
하기야 상점이나 서점이나 둘다 점은 점이었으니까요....

바람으로는 책에서 만큼은 좀 너그러워지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책은 다른 제품과 달리 좀 특별취급받았으면 하구요 ㅎ

비연 2016-08-23 22:40   좋아요 1 | URL
저두요 유레카님~ 책쇼핑몰이라니... 안 어울리는 말 아닌가 싶은 거에요. 역시 제 마음 알아주는 분들은 알라디너들뿐!

cyrus 2016-08-24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알라딘 블로그를 알려주지 않아요. 알려줘봤자 읽을 사람이 없을 것 같고, 글 왜 쓰느냐고 쓸데없이 물어볼까봐 안 알려줘요. ^^

비연 2016-08-24 14:55   좋아요 0 | URL
저도 알라딘 블로그 안 알려줘요 ㅎㅎ 회사 얘기도 가끔 나오고 지인들 얘기도 가끔 하는데 보면 좀 그렇기도 하고. 제 주변에 책 보러 들어오는 사람이 많지도 않구요.

Sira 2016-08-29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매일 컴퓨터 켜면 하는 일이 알라딘 들어와서 신간 뭐있나, 새로운 굿즈는 뭐가 있나 보는게 일과랍니다. 어머님이 정말 멋지세요! 저도 늘 책을 끼고 사는데 남편은 볼 때마다 책읽는 선비는 가난한 법이라며 타박하고, 엄마의 이런 점을 닮았으면 하는 딸애는 죽어라고 책을 안 읽습니다.

비연 2016-08-30 00:22   좋아요 0 | URL
앗 저랑 비슷한 라이프스타일을!^^ 책읽는 선비라니 ㅎㅎ 남편분이 재미나신 듯~ 딸애는 지금은 그래도 크면 엄마를 닮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