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병까지는 없지만, 월요일 아침이 되면 왠지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은 게 모든 직장인의 심정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며 출근을 했다. 날이 더워서인지 마음이 뒤숭숭해서인지 밤새 꿈자리도 뒤숭숭하고 잠을 잘 자지 못해서 몸도 정신도 좀 찌뿌뚱한 상태이다. 정신이란 걸 차리기 위해서 진한 커피 한잔 사와서 자리에 앉았다. 아. 다시금 되살아나는 생각. 월요일 아침이다.

 

주말에 뭐했지... 금요일 종합검진이란 걸 받아서 토요일까지 좀 피곤했다. 대장내시경한 뒤끝이 좋지 않았던 것 같고. 그래서 집에서 띵가띵가 하면서 <마스터 키튼>을 처음부터 쭈욱 다시 읽었고 (이건 페이퍼로도 썼다) 그렇게 토요일을 보낸 후 일요일. 아무래도 좀 계속 집에 있으려니 갑갑하여 (병이다) 씻고 집앞 탐앤탐스로 갔다. 집에 커피 내려받은 게 한가득인데 도대체 탐앤탐스 커피를 '돈주고 사' 먹는 행위는 뭐하는 것인가 라고 잠시 아연했으나 그렇다고 공짜로 앉아 있을 수도 없으니 하나 사서 자리에 앉아 드디어, <로마의 일인자> 1권을 시작했다.

 

흠. 러시아 소설을 읽는 듯한 이 기분. 오십 여 페이지 읽었는데 나온 사람들의 이름이 마구 헷갈리기 시작하면서 멀미가 나려고 한다. 이거 어디 공책에 정리라는 걸 해야 할 지경이구나. 라고 돌아보니 책만 덜렁 들고 나왔다. 에라. 그냥 내쳐 읽다가 출출해져서 (이넘의 식욕 =.=;;) 칼로리 담뿍의 모짜렐라와 허니버터 덩어리 빵을 주문해 먹었다. 죄책감에, 집앞을 한바퀴 돌고 귀가.

 

추석 긴 연휴 여행계획을 못 잡아서 그거 좀 찾아보고 나니 아. 일요일 땡. 그나마 추석 연휴 여행계획을 잡을 수가 없다. 비싸거나 없거나. 늦었다. 항상 이 모양이다. 늦는다. 어쩌지. 걱정만 하다가 그냥 잤는데, 뒤척뒤척 2시에 일어나 스마트폰으로 괜히 신문기사 확인하고.. 그러느라 늦잠 자서 지각할 뻔 했다. 월요일 아침인데.

 

이렇게 쓰니, 참 덧없는 주말이었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푹 쉰 주말이었고. 아. 본 시리즈 영화도 봤구나. 집에서..=.=;; <본 얼티메이텀>. 늘 쉴 때는 책과, 영화와, 잠과, 커피. 그리고 간간히 일어를 잊어먹지 않기 위해서라는 핑계를 대며 일드. 왠지 상당히 느슨한 느낌. 그것도 필요하다. 느슨한 거. 늘 팽팽할 수는 없지. 끊어질테니.

 

일드는 <중쇄를 찍자>라고 2분기 일드였다. 쿠로키 하루와 오다기리 죠가 나오는데, 시청률은 그닥 좋지 않았지만 나에겐 아주 좋은 일드였다. 나중에 이 얘길 하고 싶기도 하다. 어쨌든, 거기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今日もまた生きていく。오늘도 또 살아간다. 좋은 말이다. 살아 있고, 큰 일을 도모하여 대단한 업적을 쌓지 않는다 해도 우린 살아가야 한다. 그게 나의 월요일 아침을 조금은 비장하게 한다. 왠지 '잘' 살아내야 할 것 같은 느낌.

 

아침부터 주저리주저리. 이제 일 좀 하자. 7월도 중순이 훌쩍 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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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케 2016-07-19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쇄를 찍자..이거 재미있더군요.
전 여주보다는 오다기리 조 보는 재미로 ㅎ

어떤 사람들은 진저리를 치지만
저는 모든 일드의 마지막 3분에 등장하는
`교훈 씬`이 갈수록 좋아집니다. ㅎ

비연 2016-07-19 13:27   좋아요 0 | URL
저도 누가 추천해줘서 봤는데.. 재밌더라구요. 오다기리 죠 멋지죠~ *_*
일드의 마지막 교훈 씬은... 좀 지겹기도 하지만 나름의 매력이 있어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