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야 원래 야구를 좋아하고 그래서인지 주변에서 야구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연고 때문에, 어렸을 때 부모님 따라 다니면서, 어쩌면 그 팀의 멋진 플레이에 반해서 등등의 이유로 야구에 흠뻑 빠져서 만나면 그 얘기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야구장 같이 갈 날짜를 함께 잡는 기쁨도 누린다.
야구에 대해서 전혀 모르다가 내가 토해내는 야구에 대한 열정에 어느새 감염되어 (!) 야구를 좋아하게 되는 사람들을 볼 때의 짜릿함 또한 상당하다. 그들은 남자 사람일 수도 있고 여자 사람일 수도 있는데, 야구장에 가길 즐기게 되고 선수들을 외우게 되고 응원하는 팀이 생기게 되고 응원가를 외우게 된다. 혹은 유니폼을 맞추게 되고 야구공을 기념으로 사기도 한다. 오호. 굿.
주변에 그런 여자 사람이 하나 생겼다. 집에 잠실 운동장 근처 이나 그곳이 야구를 하는 곳인 지 축구를 하는 곳인 지도 모르고 살다가 내가 있는 모임에서 나의 주장으로 야구장을 한번 가게 되었고 그 때 그 현장감에 반해서 일년만에 열성팬이 되었다. 심지어 나와 같은 팀을 응원하게 되었다는 감동적인 스토리라니. 지금은 나보다 더 열심히 야구장을 찾고 나보다 더 열심히 경기를 본다. 더욱 기특한 것은, 여자 사람들이 야구를 좋아할 때 대략 난감하게 나타나는 현상, 그러니까 선수나 경기, 응원에는 난리를 치면서 정작 야구룰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현상이 없다는 거다. 야구의 규칙, 용어, 역사에 관심을 극진히 보이는데,.. 이렇게 대견할 수가 없는 거다.
야구를 좋아한다는 건, 그 룰을 이해하고 경기를 분석하고 타자와 투수의 통계를 해석할 줄 알 때에야 진정이 된다. 그냥 경기만 보고 으쌰으쌰 즐긴다면 그건 사실 야구를 좋아한다기보다는 그냥 스타플레이어를 좋아한다거나 야구 경기장에서의 그 흥겨움을 좋아하는 것에 그칠 가능성이 크고 난 그런 애정은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이 분에 대해 내가 정성을 기울기에 된다는 것. 내가 아는 지식을 공유하고 내가 아는 선수들의 히스토리를 얘기해주게 된다. 심지어 책도 소개하게 되는데, 놀랍게도 책도 읽겠다며 고르고 있다는 거다. 정말 이 정도면 청출어람 청어람 이 아니겠는가 이 말이다.
내가 추천해준 책들이다. 나도 읽은 게 있고 안 읽은 것도 있고 설렁설렁 본 것들도 있다. 이거 날 앞지르기 전에 이 책들을 진지하게 쭈욱 다시 읽어봐야겠다 긴장감마저 든다. 그러니까 꽤 상쾌한 긴장감이다. 제자를, 똑똑한 제자를 둔 선생의 마음이 이런 것인 것 같다. 날 앞지를까 긴장하게 되고 지지않으려는 마음을 가지게 되면서도 그의 행동이 너무나 흐뭇한 그래서 참 더 잘 해주고 싶고 더 알려주고 싶고 그래서 내가 더 공부하게 되는 그런 것 말이다.
뱀꼬리) 근데.. 오늘 두산 또 졌다. 이러다 3등도 못하게 되는 것 아니냐. 흠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