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동안 그냥 뭔가 손에 안 잡히는 나날들이 계속 되고 있다. 딱히 뭐라고 쓰고 싶지도 않고 누군가의 글을 퍼 나르는 것도 내키지 않고 사는 게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했다가 어느 순간 너무 슬퍼져서 주체를 못하기도 했다.

 

이제는 이런 모든 느낌들이 다 사라지고 남은 건 무기력감뿐인 것 같다.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 것. 이런 것만큼 사람을 미치게 하는 게 있을까 싶었다. 멍하니 바라만 보면서 잘 되기만 바란다는 것이 얼마나 허망하고 초조하고 힘든 일인가를... 어디 나만 알았겠는가. 다들 나와 같은, 혹은 더욱 분노하거나 혹은 더욱 슬퍼하거나 하면서 지내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내가 요즘 읽은 읽은 책은 역설적이게도 '자신 있게 결정하라' 였다.

 

우습지 않은가.

 

댄 히스와 칩 히스라는 두 형제가 쓴 책들은 계속 읽고 있다. 잘 읽었고 나름 여러가지 생각도 많이 들었다.

 

그래도 참 우스웠다.

 

이런 제목의 책을 들고 다니면서 아둥바둥 하는 내 모습이 웃겼고 자신있게 결정해야 할 사람들이 이 책 제목이라도 좀 봐줬으면 하는 자괴감도 있었다. 슬프든 분노하든 사람들은 일상의 생활을 지낼 것이고 어느새 잊을 것이고 가끔 신문에서 얘기하면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렇게 무디어져 가는 일상을 슬퍼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어쩌면 이 모든 절망과 무력감은 자식을 잃은 부모에게만 고스란히 남겨질 일이다. 참 산다는 건, 얼마나 이기적인 것인가.

 

 

내일부터는 이 책을 읽을 것이다. 예전에 사두고 어느 구석에 쳐박아둔 것을, 생각나서 끄집어 내었다. 나이가 들수록 내가 사회를 변화시키는 주체이지 못하다는 생각에 자꾸만 쉽고 편하고 간단한 것들만을 추구하게 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렇게 사람들은 '보수'라는 허울을 쓰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히게 되고 세상을 변화시키기보다 나 하나의 안일을 위한 삶을 위해 단단한 갑옷 속에 스스로를 넣어버린다. 아쉽고 허탈한 일이다.

 

예전에는 그런 걸 믿었었다. 사람들의 작은 변화 하나하나가 세상을 언젠간 바꾸는 원동력이라는 것을. 지금도 믿고는 있지만.. 가끔 그 변화의 정도가 너무 더디고, 어떨 땐 퇴행하기까지 해서 버겁고 힘겹다는 생각을 한다. 과연 노력할 필요가 있을까 라는 의구심도 크게 들고 말이다.... 어쩌면 비루한 변명이다.

 

책 하나 골라 놓고 여러가지 말이 많다. 그냥 사회를 움직이는 그 '프레임'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싶었다. 오고 가는 길 읽으려고 하는데... 이 많은 일들을 잊지 않기 위해 나를 다시한번 벼릴 수 있는 좋은 자극이 되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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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 2014-04-28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잊지 않기 위해, 마음 찍고 가요 ... ....

비연 2014-04-28 22:26   좋아요 0 | URL
여울마당님... 정말 잊지 않기 위해...